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81)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81화(282/547)
(281) 유진이 차르와 만나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후세 물의 도시라 불리는 장소다.
“와, 예쁘다!”
호루스 호가 칼레를 떠나 북해와 발트해를 가른 지 두 달여.
마침내 목적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수없이 많은 수로가 한 눈에도 이채로운 도시를 보다, 마리가 선수에서 감탄을 터뜨렸다.
네바 강이 발트 해와 만나 이룬 하구 위, 영롱하게 빛나는 햇살이 눈부시다.
“저게 상트 페테르부르크로군요.”
“흐음, 페테르, 아니 표트르 대제가 만든 도시라고 했지? 원래는 전부 늪이었다고 하던데.”
“전부 돌로 토대를 만들고, 다시 그 위에 거리와 집을 만든 거죠. 완전한 인공 도시예요.”
유진이 당통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가히, 북방의 베네치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당통 대사님.”
수로로 만들어진 도시 앞, 수호신처럼 떠 있는 섬이 있다.
이름은 크론슈타트, 후세 원역사에서 이른바 러시아 혁명이 처음 시작된 요새다.
그렇지만 지금은 지나가는 모든 배를 철저히 감시하며, [차르]를 수호하는 첨병일 뿐이다.
요새 앞에서 정선한 채 통과 허가를 기다릴 때, 당통이 초조하게 유진을 돌아보았다.
아직 프랑스와 러시아는 공식 수교 상태가 아니니 불안한 모양이다.
“먼저 콜랭쿠르 장군이 들어갔지?”
“예, 역설적이지만 상트 페테르부르크에는 우리와 정말 잘 아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망명 귀족이죠.”
“망명귀족들과 콜랭쿠르 장군은 아주 사이가 좋고? 후, 로베스피에르 때 목이 달아나지 않은 게 용하군.”
콜랭쿠르는 호루스 호가 네바 만으로 진입하기 전, 먼저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작은 배를 타고 진입했다.
현재 대사관도 없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콜랭쿠르가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러시아는 뇌물이 잘 통한다.
다음, 콜랭쿠르는 외국어에 능한데, 그중 러시아어도 특기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시 러시아가 프랑스 귀족들에 익숙하단 점이다.
원래도 프랑스 문화가 귀족 사회에 번져 있는 데다, 혁명 이후에는 더욱 심해졌다.
왜냐면 파리를 떠난 귀족들이 런던, 빈, 혹은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달려간 탓이다.
신성로마제국이 패배한 지금, 상트 페테르부르크에는 가장 많은 망명 왕족과 귀족들이 집결한 상태다.
그때 유진의 부관 이폴리트가 호위관 투르네를 향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투르네 대령, 준비는?”
이제 제법 장군 티가 나는 이폴리트를 향해 투르네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그야, 완전 무장 중입니다만. 이게 의미가 있는 겁니까?”
“아, 그야 차르의 그 유명한 사냥개들에게 잡히면 소용이 없을지도 모르지. 오프치리니크였나?”
“그건 미친 황제, 이반 때 얘기일걸요? 지금은 레이브 그바르디야라고 불리는 부대일 겁니다.”
오프치리니크, 저 유명한 16세기의 이반 뇌제가 부리던 친위대다.
그러나 당대 이반이 해체한 후, 한참 친위대가 없다가 표트르 대제 때 다시 친위대가 탄생했다.
영어로 번역하면 라이프 가드, 그러니까 삶을 지키는 호위병들.
특히 파벨 1세는 황태자 시절부터 직접 키운 호위를 부리기로 유명했다.
만약 괴팍하기로 유명한 차르가 명령한다면, 유진이 끌고 온 호위대 정도로는 막기 어려울 것이다.
허나 이폴리트는 그쪽을 걱정하는 게 아니었다.
당통도 눈치챘는지 킬킬 웃으며 일렀다.
“뭐, 어쨌든 러시아 사냥개들에게 물리면 어쩔 수 없지만, 우리 프랑스산 푸들들이 달려들면 막을 수 있을 거야. 안 그래?”
유명한 러시아 사냥개, 라이카는 불곰도 잡는다고 한다.
아마도 물려 죽을 거라는 말을 삼키며, 유진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외국의 적군보다 자국의 정적이 위험한 것은 어디나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하긴, 외국에서는 항상 자국민이 가장 위험한 거죠.”
“뭐, 전직 자코뱅인 나보다야 현직 공주의 기사인 자네가 멀쩡할 것 같은데?”
“글쎄요? 왕실이 돌아올 기회를 박탈했다고 죽이려 들지도.”
그런데 묵묵히 선수에서 다시, 배를 손짓으로 움직이던 니콜라스가 말했다.
“저라면, 러시아 장군들의 시선을 더 걱정하겠습니다. 파트롱.”
유진이 오랜만에 듣는 니콜라스의 말에 눈에 이채를 띠었다.
“무슨 말인가, 니콜라스?”
“잊으셨군요, 벌써. 파트롱께선 수보로프를 죽였습니다.”
“뭐? 아니, 그건 어디까지나 전장에서.”
니콜라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러니까 그걸 이유로 죽일 수는 없겠지만, 결투는 가능하지 않습니까? 이곳은 여전히 결투 문화가 살아있는 귀족사회니까요.”
북해를 제 집처럼 드나들며 밀수선을 운행하던 니콜라스다.
외국을 드나들며 아직도 결투가 살아있는 북유럽 국가들을 무수히 보았다.
러시아 제국은 그중에서도 아주 거칠다.
후세 원역사에서 백작가의 후손이었던 푸쉬킨도 결투로 죽을 정도니까.
그러자 이폴리트가 낄낄 웃으며 끼어들었다.
“어, 그건 못 지켜주는데, 유진 장군님?”
“닥쳐.”
“킥킥, 정말 그 꼴 당하면 당장 배 띄우자고. 어라?”
문득 항구를 돌아보던 이폴리트가 눈을 크게 떴다.
“저기, 진짜로 낯익은 얼굴이 나왔네?”
유진도 가볍게 망원경을 들다, 미간을 좁혔다.
“콜랭쿠르, 그리고 오를레앙 공작?”
바로 망명자 루이 드 오를레앙이 유진을 마중 나온 것이다.
***
한때, 유진에게 오를레앙 공작이 최대 고객이었던 적이 있다.
“와하하! 정말 오랜만이군, 금융신동.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어!”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며 오를레앙이 유진에게 손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오를레앙이 옛 프랑스 최고 부자가 아니듯, 유진도 옛날의 도박신동이 아니다.
가만히 고개를 돌리자, 러시아 영사이자 소장급 장군인 콜랭쿠르가 고개를 숙일 정도로.
“죄송합니다, 수석보좌관.”
“어떻게 된 겁니까?”
“아무래도 아직 대사관이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 황실과 접촉하자니 지인을 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콜랭쿠르는 입맛을 다시며 설명했다.
“마침, 제가 모신 적이 있던 오를레앙 공작께서 계시더군요.”
결국 외교란 인맥을 통해 진행되는 교섭이다.
현대 외교조차 그런데 19세기도 안 된 1800년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해서, 유진도 망명귀족이 교섭 창구일 것 정도는 예상했다.
하필 오를레앙일 줄 몰랐을 뿐이다.
오를레앙 공작은 여전히 멋들어진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활약상은 잘 들었네. 놀라워. 오스트리아의 사령관, 셋을 죽이고, 거기에 이집트를 정복하고! 더 나아가 불패의 명장 수보로프까지!”
“콘스탄티노플 해방은 빼셨군요.”
“응? 푸하핫! 역시, 어렸을 때랑 똑같군. 겸손할 줄을 몰라! 그게 자네 매력이지만!”
그때 유진의 뒤에서 빤히 오를레앙을 보던 마리가 입술을 뗐다.
“오랜만이네요, 오를레앙 공작님.”
오를레앙은 잠시 멈칫거리다 빙긋 웃었다.
따지고 보면 가까운 친족이다.
하지만 오를레앙은 원역사든 현재든 부르봉 정통 가문과 사이가 나쁘다.
왜냐면 한때 혁명 동조자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들유들한 오를레앙 공작이 마리를 향해 정중히 예를 올렸다.
“이런, 마리 테레즈 샤를로트 공주님. 우리의 마담 ‘루아얄’, 이곳에서 뵙는군요.”
“전 이제 왕족이 아닙니다. 그냥 마드모아젤일 뿐이죠.”
“우리에게는 아닙니다. 또한.”
오를레앙이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다음 루이 17세의 이름을 잇고자 하는 자들에게는 말이지요.”
루이 17세, 곧 죽은 국왕의 다음 이름을 잇는 이들이다.
언뜻 루이 16세의 아들, 루이 샤를을 말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현재 왕당파들이 내세우는 정당한 왕은 루이 16세의 동생인 프로방스 백작이다.
물론 오를레앙은 다른 의미로 말하는 거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오를레앙의 이름도 루이니까.
“······왕은 죽었어요. 공작.”
“마담 루아얄, 당신은 지금도 나를 공작으로 부릅니다. 아니, 영사로 임명된 콜랭쿠르도 그랬지요. 여기, 프라이슈츠로 불리는 금융신동도.”
“그건 그저 예의상!”
오를레앙 공작이 손가락을 들어 올리더니 좌우로 저었다.
“천만에. 그건 인간의 고정관념이자 인식입니다. 귀족제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군주도 마찬가지. 지금은 단지 합당한 군주가 사라졌을 뿐이죠.”
사람의 인식체계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군주가 지배해온 세상은 수천 년이며, 혁명은 고작 10년이 되었을 뿐이다.
원역사, 미래에 실제로 군주가 사라지기까지 다시 백년이 지나야 한다.
유진은 통찰력 있는 오를레앙 공작을 흥미롭게 보다, 깜짝 놀랐다.
문득 오를레앙 공작의 시선이 유진을 향했기에.
“그건, 자네도 잘 알지? 금융신동. 그러니, 이곳까지 와서 [정략결혼]을 실행하러 왔겠지.”
유진이 묘하게 웃다 어깨를 으쓱였다.
“확실히 공작 전하의 혜안은 놀랍군요.”
“과찬일세.”
“그렇다면 저도 경고 하나 하죠. 혜안이 깊으신 공작 전하께선 알아들으실 겁니다.”
일순, 유진이 오를레앙 공작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공주님께 함부로 접근하지 마십시오. 이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저 멀리 러시아 제국 친위대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인다.
오를레앙 공작은 차르가 인정한 망명객이니, 유진이 감히 신체적 위해를 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오를레앙 공작은 유진의 말에 선뜩한 표정이 되었다.
잠시, 아연해진 낯을 다시 태연히 바꾸며 오를레앙 공작이 피식 웃었다.
“과연, 이곳에 있는 왕족 중, 내게만 통할 협박이군. 나만은 자네를 아니까.”
만약 경고를 어길 경우, 정말로 보복할 수 있다는 걸 안다는 뜻이다.
***
상트 페테르부르크, 이곳의 정궁은 표트르 대제가 만든 페테르고프 궁전이다.
“수보로프를 죽인 마탄의 사수가 온다!”
수없이 많은 분수가 대정원에서 뿜어졌다.
이 궁전은 표트르 대제가 저 유명한 베르사유 궁전에 도전하기 위해 만든 장소다.
물론 베르사유에 비교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지만, 대분수만큼은 확실히 베르사유 궁전의 풍모가 있다.
어쨌든 황금빛 동상이 마치 오줌을 쏘아 보내는 듯, 뿜어 올리는 물줄기가 궁전 앞을 가로 막을 정도니까.
엄청난 스케일의 대분수 궁전, 페테르고프에서 러시아의 장군들이 정문까지 뛰쳐나온 그들의 황제를 돌아 보았다.
“차르 폐하가 가장 흥분하신 것 같은데?”
“왜, 자네는 대원수 각하의 복수라도 하고 싶나. 바그라티온?”
“농담하지 마시오. 바클레이 소장 각하. 명예롭게 전장에서 죽은 대원수 각하요. 복수할 것도 없지.”
바그라티온이 곱슬머리를 긁적이며 바클레이에게 대꾸했다.
“단지, 내가 전장에서 맞상대할 적이 어떤 청년인지, 보고 싶을 뿐이오.”
이 시대 러시아 장군 중, 전술가로서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 바그라티온이다.
쿠투조프가 대전략에서, 베니히센이 종합적인 전투 운영에서 두각을 나타난 데 비해, 바그라티온은 단기전에서 실력을 발휘했다.
어떤 면에서는 사령관 킬러로 명성을 날린 유진과 흡사한 면모가 있는 셈이다.
물론 독일계 귀족 바클레이가 보기에는 그저 쓸데없는 호기다.
“게오르기아 인들이란, 쯧. 어, 저기 오는군.”
바그라티온이 바클레이의 말에 흥분한 시선을 돌렸다.
궁전 앞, 차르를 따라 도열한 귀족들과 귀부인들도 모두 정문을 주시했다.
오를레앙 공작의 인도 하에 프랑스 사절단이 다가오고 있었다.
-저벅, 저벅, 저벅.
선전관이 우렁차게 외쳤다.
“프랑스 통령의 아들, 유진 보나파르트와 프랑스 대사 내정자 조르주 당통, 전 프랑스 총재가 왔습니다!”
그 순간 예를 취하는 유진을 향해 가장 먼저 한 사람이 달려갔다.
“위대하신 러시아의 차르 폐하께 인사를······.”
“네가 마탄의 사수구나!”
“예? 아, 그런 별명도 있긴 합니다만.”
당황한 유진을 잡고, 차르 파벨 1세가 눈을 번뜩였다.
“내 딸은 네게 못 준다! 갖고 싶다면, 내게 뭘 갖다줄지 먼저 말해!”
서기 1800년 12월 1일.
괴짜 차르 파벨이 마탄의 사수를 만났다.
유진의 첫 외교전이 시작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