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82)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82화(283/547)
(282) 아직 19세기는 왕들의 시대다
결국 군주가 최종 결정권을 갖는 세상이 곧 군주제다.
“뭐야, 이게? 공주를 못 주는 건 둘째치고, 뭘 내놓으란 거야?”
차르스코예 셀로, 본래 러시아 황실의 여름 별궁이 있던 장소다.
본래는 예카테리나 여제가 여름 피서지로 자주 쓰던 곳.
이곳에 프랑스 사절단의 거처가 정해졌다.
차르가 거주하는 페테르고프에서 남쪽으로 30킬로미터쯤 떨어져 있다.
여제 시절에는 이곳이야말로 러시아 제국의 핵심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차르가 워낙 모친인 여제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예카테리나 여제가 차르를 싫어한 게 먼저였지만.
그러나 이폴리트의 말을 듣다 유진은 쓰게 웃었다.
“괜히 여제가 차르를 싫어한 게 아닌 모양이군.”
“그렇지? 이상한 놈이지? 대체 뭘 받아야 만족하는 거지?”
“그야 뭐 본인을 차르로 인정하도록 만들 무언가겠지.”
문득 유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를테면 영광이라든가.”
그 말을 듣던 당통이 부리나케 달려와 낮게 속삭였다.
“어이, 그럼 자네 제안을 넣으면 되는 거 아니었어?”
“뭘요?”
“나도 다 듣고 왔다는 거 잊었나? 그, 인도 공략 말이야.”
그 순간 유진이 주위를 재빨리 둘러보며 당통의 입을 틀어막았다.
-후다닥!
이폴리트도, 투르네도, 니콜라스도 주위를 사주경계했다.
미처 뒤에서 마차에서 내리던 마리와 당통의 아내, 루이제도 듣지 못했다.
허나 혹시라도 듣는 귀가 있을지 빠르게 수색한다.
문득 투르네의 부하가 다가와 투르네에게 속삭이자, 투르네가 돌아와 고개를 조아렸다.
“없습니다, 주위에는. 쥐새끼는.”
유진은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낯을 찌푸렸다.
“대사님, 입조심 해주십시오. 그건 최고 등급 기밀입니다.”
“어, 나도 아니까 조용히 말한 건데. 뭐가 문제지?”
“이 나라에 프랑스어를 아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란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가 있죠.”
유진이 저 멀리 서쪽을 바라보며 낮게 일렀다.
“영국의 손길이 이 도시 도처에 있어요.”
본래 영국과 러시아는 17세기부터 이미 막대한 교역 관계를 가져왔다.
특히 예카테리나 대제 때 아주 크게 활성화되었는데, 러시아는 밀을 보내고 영국은 공산품을 보내는 식이었다.
이런 교역 활동은 러시아 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자산 획득원이기도 했다.
괜히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이 [대륙봉쇄령]을 내렸을 때, 러시아가 반발한 게 아니다.
무엇보다 곧 시드니 스미스가 온다.
형이자 러시아 대사 부임자, 스펜서 스미스와 함께.
프랑스와 달리 영국은 러시아와 정식 수교관계에 있고, 대사관도 상트 페테르부르크 안에 가장 좋은 위치에 들어선 상태다.
언제든 첩자들이 움직여도 이상할 게 없다.
“그래? 난 또 다른 쪽 걱정하는 줄 알았지.”
“어느 쪽요?”
“우리 왕당파 망명객들 말이야.”
문득 당통이 묘하게 웃었다.
“오를레앙 공작이야 자네 경고를 알아 먹었지만, 과연 다른 귀족들도 그럴까? 그 친구들이 우리를 아주 방해할 것 같은데.”
유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역시 차르가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상황까지 기다려야겠군요.”
왜냐하면 결국 러시아의 최종 결정권자는 군주, 곧 차르니까.
***
현재 프랑스 망명귀족들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는 세 곳이다.
런던, 뉴욕, 그리고 상트 페테르부르크.
영국은 프랑스 혁명정부의 적이고, 미국은 왕정 프랑스가 독립시켜준 나라지만, 러시아는 왜 귀족들이 많을까?
러시아의 귀족 사회가 그야말로 프랑스를 모범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 유럽 상류층 어디라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러시아는 프랑스 궁정을 모델 케이스로 삼았다.
당장 페테르고프 궁전부터 베르사유를 본따려 했다는 걸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랄까.
그래서 브뤼셀, 런던, 빈을 거친 자칭 [국왕]도 현재 이 도시에 있다.
자칭 루이 17세, 루이 스타니슬라스 그자비에 드 프로방스가 낯을 찌푸렸다.
“그 망할 시동이 왔다고?”
아주 춥다는 점을 제외하면 프랑스 파리의 대저택과 똑같은 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동생 아르투아 백작이 대꾸했다.
“공주가 온 게 더 중요하죠. 형님.”
“흥, 오스트리아 여자가 낳은 아이 따위, 제대로 된 승계자인지도 모르겠구나. 루이 샤를은 확실히 페르젠 애라며?”
“샤를로트가 임신되고, 태어날 때는 감시가 훨씬 철저했습니다. 부정의 여지는 없어요. 애초에 선왕 폐하께서도 미숙했지만, 그때는 아마 앙투아네트 왕비도 미숙했을걸요.”
아르투아 백작, 그러니까 원역사의 샤를 10세가 단언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아르투아 백작이 마리 앙투아네트와 처음 스캔들이 났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망명 전까지 앙투아네트의 연애사를 구경하고, 때로 스캔들을 조장했던 샤를 필리프 드 아르투아다.
저간의 사정을 아는 루이 프로방스가 낯을 찡그리자, 샤를이 낮게 말했다.
“이번 기회에 두 가지를 해내야 합니다. 하나는 마리를 이곳에 주저앉히는 거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통령 정부에 제안을 넣는 거지요.”
그때 테이블 말석에서 커피를 마시던 한 남자가 눈을 크게 떴다.
“아르투아 백작 각하, 그게 가능합니까?”
“불가능할 건 뭐요, 콩데 공작? 마리는 유일한 루이 16세 폐하의 상속인이오. 왕국은 상속할 수 없지만, 재산은 다르지. 그런데, 그건 현재 ‘반란군’ 치세에서는 위험한 약점이지.”
“아니, 제안 말입니다. 그 제안이란 게.”
루이 조세프 드 부르봉, 그러니까 당대의 콩데 공작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국왕의 복귀 아닙니까. ‘루이 17세’를 복위시킨다는 걸, 현재의 [반란군]들이 받아들이겠습니까?”
콩데 공작은 대대로 군문의 명문으로 유명한 왕가의 방계다.
당대 콩데 공작인 루이 조세프도 비슷해서, 이른바 왕당파 군대를 이끌고 있는 중이다.
바로 [추방자 군대]로 불리는 병사들로, 한때는 1만 명을 헤아렸다.
물론 군자금이 바닥나고, 배후에 있던 영국의 지원도 지금은 끊긴 상태.
러시아 차르의 자비에 기대어 1천 명 남짓을 유지하는 게 고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병사들을 동원해 유진을 습격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이곳에 있는 자들 전부는 귀족이다.
전투는 선전포고 후 전장에서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유진 하나 죽인다고 왕이 복귀할 리도 없지 않은가?
여기에,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샤를 아르투아 백작이 빙그레 웃었다.
“받아들이게 해야지. 생각해 보게. 영국에서 왕을 죽인 자들이 어떻게 됐지? 찰스 1세를 죽인 놈들 말이야. 저 크롬웰은 부관참시를 당했고, 반대로 왕을 복위시킨 이들은 영광에 살았네.”
바로 이른바 영국 청교도 혁명의 역사적 결과다.
저 유명한 호국경 크롬웰은 찰스 1세를 죽였지만, 자신이 죽은 후 공화국이 무너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충성스런 크롬웰의 수하였던 조지 몽크 장군은 찰스 2세의 복위를 돕고, 엘버말 공작이 되어 여생을 편히 살았다.
언제든 공화국이란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아직 1800년 유럽의 상식이다.
그렇다면 이제 전권을 잡은 나폴레옹이 프랑스의 몽크가 되기를 바라지 않을까?
러시아 망명 중인 대귀족들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유진은 본래 왕실의 시종이었던 귀족이 아닌가?
루이 프로방스는 커피를 들이키며 이죽댔다.
“좋아. 아예 근본 없는 놈은 아니었지? 보아르네 후작과는 연통이 되고 있나?”
“선대 후작은 오늘 내일 한다고 합니다. 이제 그 후계자인 프랑수아와 얘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죠.”
“이번에 온 그 전직 시동 녀석, 프랑스 내에서 실세가 맞긴 한 거지? 로제?”
문득 시립해 있던 한 장교가 고개를 조아렸다.
“예, 제 사촌인 앙투안이 심복 중 하나라서 잘 알고 있습니다. 통령의 양자에, 오리엔트 원정을 성공시켰고, 무엇보다 프랑스 최고 부자라는군요.”
로제 드 다마스, 중세부터 내려온 유명한 귀족 가문 다마스의 장교다.
후세 원역사에서는 왕당파가 귀환하면서 군사령관과 하원의원을 역임한다.
허나 지금은 그저 러시아의 망명객이자 추방자 군대의 지휘관 중 하나일 뿐이다.
한데 로제는 유진의 최측근 중 하나와 깊은 연고가 있다.
바로 앙투안 드 다마스, 보아르네 카르텔의 총지배인이다.
원역사라면 이미 로베스피에르 때문에 목이 달아났을 앙투안이 살아있는 덕에, 로제도 파리에 강력한 연줄을 하나 쥐게 된 셈이다.
어쨌든 앙투안도 사촌이 편지를 보낼 때 답장을 할 인정은 있는 남자였다.
그러나 자칭 루이 17세는 여전히 이죽거리며 샤를을 돌아보았다.
“왕실이 몰락하고 재산을 가로챘겠지! 샤를, 대체 그 망할 도박신동 놈이 잘 나간다고 해서, 어떻게 국왕 복귀가 가능하단 말이냐?”
“이런, 형님. 그러니까 그 시동을 이용도 못 하고, 나한테 매번 도박 게임에서 졌죠.”
“10년 전 얘기는 또 왜 꺼내? 쯧.”
한때 유진을 왕실 도박선수로 썼던 샤를 아르투아는 빙그레 웃었다.
“형님, 애초에 혁명이 왜 일어났습니까? 부르주아 놈들이 특권을 없애겠다고 일어난 겁니다. 그런데, 지금 누가 특권층이 되고 있지요?”
루이 프로방스가 미간을 좁혔다.
“새로운 특권층이 되었다? 지난날의 반란군이?”
“특권을 지키는 건 결국 권위입니다. 그 권위는 왕이 보장해주는 거죠. 아무리 귀족들이 날뛰어도 왕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그거구요.”
“국왕이 없으면 귀족도 없지. 잠깐.”
문득 루이 프로방스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그 반란군 놈들도 귀족이 되길 원할 거라는 거냐?”
샤를 아르투아 백작이 껄껄 웃었다.
“당연한 거 아닙니까? 이 자리에야 누대로 명예로운 대검귀족만 있지만, 튀르고 같은 자를 생각해 보십시오. 법복귀족들이야말로, 혁명에 가장 반대하던 자들이었습니다.”
혁명 전,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귀족 비율이 높은 나라였다.
어쨌든 전 국민의 5프로가 귀족이었으니 말이다.
나아가 핏줄로 귀족이 아니라도, 군공이나 재산으로 귀족 신분을 사들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4대 전부터 귀족이었던 이들을 대검귀족으로, 그렇지 않은 이들을 증서귀족이나 군무귀족, 그리고 법복귀족이라 불렀다.
평민의 몸으로 귀족이 된 법복귀족들이야말로 오히려 혁명의 가장 강력한 반대파였다.
특권을 완전히 빼앗길 위기였기 때문이다.
반면에 대귀족 중에는 오를레앙 공작처럼 개명한 개혁파도 있을 정도다.
콩데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추방자 군대에도, 대검귀족보다 법복귀족 출신들이 많습니다. 폐하.”
자칭 국왕, 루이 프로방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좋아, 로제 드 다마스. 자네가 한 번 시동에게 접근해 보게. 한데, 우리 귀여운 조카는 어떻게 주저앉히지?”
문득 샤를 아르투아가 음흉한 웃음을 머금었다.
“제 아들, 루이 앙투안이 잘 구슬리게 해보지요. 후후, 외로운 아이니 쉽게 넘어올 겁니다.”
본래 원역사에서 바로 마리 테레즈의 남편이 되었던 청년이기도 하다.
1800년 12월.
19세기를 코앞에 둔 시기.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자칭 국왕파들도 통령의 양자와 옛 공주를 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