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83)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83화(284/547)
(283) 러시아 황실을 움직일 방법을 찾아라
경제는 친영국이지만, 문화는 친프랑스인 게 현재 러시아 황실의 모습이다.
“들었어요, 루이 필리프? 당신의 사촌, 루이 앙투안이 부르봉 왕가의 상속인에게 접근하고 있다더군요.”
예컨대 황후, 마리아 표도로브나가 루이 필리프를 곁에 두고 있는 것도 그렇다.
당연히 러시아 황후가 프랑스 망명 귀족을 홀로 만나지 않는다.
이곳은 황후가 취미인 수채화를 그리는 화실.
수많은 시녀들과 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루이 필리프는 불려온 것이다.
오를레앙 공작의 아들, 통칭 샤르트르 공작 루이 필리프가 고개를 조아렸다.
“들었습니다, 차리나 폐하.”
“서둘러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당신이 아니면, 당신의 동생 앙투안이나 루이 샤를이라도 불러서 유혹해야죠.”
“제 동생들은 모두 신대륙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굳이 불러서 고생시킬 이유가 없죠.”
그 순간 마리아가 화사한 눈매로 루이 필리프를 쏘아 보았다.
“그렇다면 이대로 부모를 잃은 공주가, 어리석은 사촌과 결혼하는 걸 내버려 둘 생각인가요? 난 그 멍청한 루이 앙투안이 마음에 안 들던데.”
루이 필리프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후세, 원역사에서 샤르트르 공작 루이 필리프는 혁명으로 쫓겨나 악명을 남긴다.
부르주아만 위하던 물정 모르는 자칭 [시민왕]이라고.
그러나 1800년 현재 기준으로 루이 필리프는 진정, 서민의 생활을 아는 남자가 맞다.
이른바 뒤무리에 반란이 실패한 후, 루이 필리프는 부친과 떨어져 수많은 곳에서 망명생활을 했다.
때로는 스위스에서 역사학 교사를 하기도 했고, 런던에서 프랑스어 교사를 하기도 했다.
심지어 뉴욕에도 잠시 방문해 가정교사를 한 적도 있을 정도다.
원역사에서는 심지어 런던에 가서 사립학교 교사로 15년을 지내기도 한다.
다만 현재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들어온 부친, 오를레앙 공작을 따라온 상태다.
이 모든 망명 과정을 굳이 살피지 않아도, 루이 필리프가 보통 사람이 아니란 건 보면 알 수 있다.
눈에 총기가 넘치는 잘생긴 청년이니까.
반면 루이 필리프의 사촌이자 아들이 없는 자칭 루이 17세의 추정 상속자, 루이 앙투안은 썩 똑똑해 보이지는 않는다.
단지 착할 뿐이다.
그러나 루이 필리프는 사촌을 비난하는 대신 예의 바르게 답했다.
“직설적이십니다, 황후 폐하.”
“고향에서 돌려 말하는 걸 못 배웠죠. 난 어렸을 때 베르사유를 남편과 함께 방문한 적이 있어요. 선황 폐하가 현 차르 폐하를 참, 많이 탄압하실 때 일이죠.”
“기억납니다. 제가 어릴 때지만 아주 떠들썩했죠. 1781년이었나요?”
문득 황후가 낯을 찌푸렸다.
“그때 아직 아기였던 공주를 기억해요. 참, 예쁜 아이였는데. 멍청한 남자와 결혼해 고생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네요.”
차르 파벨의 아내, 마리아 표도로브나의 본명은 소피 도로테아 폰 뷔르템베르크다.
고향은 신성로마제국 서부, 라인강 일대 대귀족인 뷔르템베르크 공작가.
그렇기에 프랑스 문화에도 익숙하고, 독일의 소박한 문화도 잘 안다.
러시아로 시집온 후에는 이름도 러시아식으로 바꾸고, 러시아에 익숙해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살았다.
하지만 황후는 전대 여제였던 예카테리나에게 시달렸다.
사실은 파벨 1세가 예카테리나에게 미움받은 탓이긴 했지만 말이다.
장자인 알렉산드르와 차남, 콘스탄틴도 빼앗겨 육아하지 못할 정도였다.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마리아와 파벨은 여제의 허가를 받아, 유럽 여행을 떠났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네덜란드, 그리고 프랑스.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6세를 만난 게 1782년, 당시 마리는 아주 귀여운 4살짜리 어린애였다.
그곳에서 마리아는 바로 알렉산드라를 임신했다.
아마 마리아가 마리 테레즈에게 더욱 동정심을 갖는 것은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샤르트르 공작, 루이 필리프가 빙긋 웃으며 답했다.
“저도 그리 똑똑하진 않습니다.”
“당신이 명석하다는 건 우리 상트 페테르부르크 궁정에서 누구나 알죠. 게다가, 향후 왕권이 복위된다면 오히려 오를레앙 공작 부인이 더 나을걸요? 힘겨운 왕비 자리보다는.”
“왕권이 복위될까요? 프랑스가 유럽 서부를 지배하는 시대입니다.”
문득 루이 필리프가 깊은 눈동자로 마리아를 보며 말했다.
“오히려 공주의 기사가 공주의 남편으로 더 잘 어울릴지도 모릅니다.”
황후 마리아의 붓이 멈췄다.
마리아의 시녀, 예카테리나 이바도브나 넬리도바를 비롯한 여관들이 낯을 찌푸렸다.
황후가 혁명을 싫어한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한데 감히 황후 앞에서 혁명 수괴의 양자와 고귀한 프랑스 공주의 혼사를 거론하다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러나 루이 필리프는 여전히 태연한 표정이었다.
“무슨 소리죠, 샤르트르 공작?”
“황후 폐하께서 절 부르신 이유를 압니다. 이번에 프랑스가 통령의 양자를 보낸 이유, 고귀한 알렉산드라 공주님을 노리고 있다지요?”
“파렴치한 일이죠. 어떻게 코르시카의 괴물 따위가 내 딸을!”
루이 필리프가 어깨를 으쓱였다.
“통령의 양자는 후작 가의 핏줄이긴 합니다만.”
“나도 듣는 귀가 있어요! 신성로마제국을 해체 시킨 장본인이라죠? 내 오라버니인 뷔르템베르크 공작도 도망쳐야 했죠!”
“다르게 보십시오. 오히려 그렇기에, 이 유럽에 진정한 [황제]는 러시아의 차르 폐하만이 남은 것입니다.”
황후 마리아가 이상하다는 듯, 루이 필리프를 쏘아 보았다.
“뭐죠, 샤르트르 공작? 왜 반란군 따위를 옹호하나요? 당신들의 군주를 죽인 자들인데?”
루이 필리프는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후세, 원역사에서 저 유명한 위고는 루이 필리프를 이렇게 묘사한다.
가장 부유했던 왕가의 상속인, 빵을 얻기 위해 수학교사를 했던 남자, 자신의 손으로 왕궁의 철창을 부쉈던 혁명군의 장교.
또한 뒤무리에의 부하이자, 라파예트의 친구였고, 미라보의 제자였으며, 당통에게 친밀한 젊은이로 불리웠던 남자라고.
혁명 때문에 망명객이 되었고, 원역사에서는 혁명 때문에 쫓겨났지만, 또한 나폴레옹의 시신을 파리로 돌아오게 만든 것도 루이 필리프다.
“부끄럽지만 제 부친도 한 몫 했었죠.”
“그래서 반란에 동조하기라도 하는 건가요? 이렇게 쫓겨난 지금도?”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혁명은 너무 많은 피를 흘렸죠. 다만.”
여전히 혁명에 썩 동조하진 않지만, 동시에 혁명에 동정적인 귀족 청년이 말했다.
“알렉산드라 공주님을 지킬 방법은 통령의 아들을, 다른 혼처와 혼인시켜 버리는 것밖에 없다는 겁니다.”
황후의 딸을 지키고 싶은가?
그러면 문제가 될 혼처부터 치워버리면 된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이미 스웨덴 국왕과의 혼사가 파탄나고, 프랑스 통령 아들도 거부한 러시아 공주는 누구와 결혼해야 할까?
마리아는 루이 필리프를 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미혼의 딸을 자녀로 둔 어머니라면 항상, 어쩔 수 없이 청년을 볼 때 생각하게 된다.
사윗감으로 괜찮은 남자일까?
“재미있는 생각이군요. 폐하를 뵐 때 얘기해보죠. 당신의 이름도.”
혁명 정부에 적대하지 않고, 러시아 황실에 아부하면서도, 또한 자신의 이익까지 챙기는 조언.
지금, 루이 필리프가 러시아 제국 황후에게 쓴 수법이다.
아주 우아하고 태연하며 차분한 태도로 루이 필리프가 예를 취했다.
“감사합니다, 폐하.”
후세 원역사의 [시민왕]이라 불렸을 남자, 루이 필리프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
어쨌든 외국에 나왔을 때, 가장 꼴사나운 게 자국민이란 것은 1800년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요! 꼴도 보기 싫으니까!”
페트로고프 궁전 별채, 프랑스 사절단에게 주어진 숙소에서 마리의 고성이 들렸다.
그러자 순진하게 생긴 한 청년이 바삐 뛰쳐 나왔다.
문득 청년은 머리를 긁적이다 눈을 크게 떴다.
유진이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십니까, [무슈]? 이곳은 숙녀분의 침실입니다만.”
청년이 유진을 뚫어져라 보다, 이를 악물었다.
“네가, 그 건방진 시종인가?”
현재, 유진을 감히 시종이라 부를 자는 이 세상에 몇 되지 않는다.
한데 그 몇 안 되는 자들 중 눈앞의 청년은 기억에 없다.
빤히 청년을 보던 유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웃었다.
“혹시, 아르투아 백작이나 프로방스 백작의 사람이신가?”
그 순간 청년이 벌컥 화를 내며 유진을 제치고 지나갔다.
“감히 폐하와 내 아버지를 그렇게 부르지 말라, 천한 시종 놈!”
물론 유진은 나름 후작가의 후손이라 구왕실 시절에도 그런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다.
또한 이곳에 있는 유진의 호위대는 청년을 당장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충성파 뿐이었다.
허나 막 달려들려는 호위대를 제지하며, 유진은 청년이 떠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오셨어요, 오라버니?”
유진이 시선을 돌리며, 방금 말을 건넨 사촌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또? 저 얼빵하게 생긴 친구가 왜 마리의 방에서 나오지?”
“오라버니, 얼빵한 친구가 아니라 앙굴렘 공작이에요. 아르투아 백작님 아들요.”
“백작의 아들이 공작이라니, 예전부터 웃긴 칭호라고 생각은 했지. 설마 구혼이라도 하러 왔나?”
그러자 사촌, 에밀리 드 보아르네가 난처하게 웃었다.
“아무래도 그렇죠? 아버지 소개장을 들이밀어서 들여보내 주긴 했는데······.”
유진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에밀리의 부친이라면, 유진의 큰아버지인 프랑수아 드 보아르네 후작이다.
본래 골수 왕당파로 원역사에서는 망명객으로 떠돌지만, 지금은 공포정치가 빨리 끝난 탓에 프랑스에 남아있는 상태다.
그런데 조용하다 싶었더니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망명 왕족들과 소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에밀리에게 주의를 주려는 찰나, 내실 안에서 다시 고성이 들려왔다.
“저 인간들 절대로 다시는 오지 못하게 해! 다음에 오면 내가 쏴버리겠어!”
역시 원역사에서, 마리 테레즈는 고성과 신경질로 유명했다고 한다.
어째 그게 고생해서만은 아닐지 모른다는 불길한 느낌을 받으며, 유진은 방 안에 들어섰다.
문득 유진을 보자 눈을 번뜩이는 게, 정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너무 화내는 거 아냐, 마리?”
“유진, 네가 제일 문제야! 왜 저 망명객 따위가 우리를 방문하게 내버려 두는 거야? 그 정도는 우리가 거절할 수도 있잖아!”
“그야 정작 러시아 귀족들이나 황족들은 우리의 방문을 허가하지 않으니까?”
유진이 피식 웃다 종이 한 장을 들었다.
“하지만, 초대장을 얻었어. 이제는.”
쌍두독수리.
독수리 문양은 본래 로마의 문장이라, 많은 제국에서 문장으로 채택한다.
그러나 러시아 제국의 경우에는 오스트리아나 에스파냐와 조금 다르게 생겼다.
동로마 제국의 문장이 원산이기 때문이다.
문득 초대장을 받아들던 마리가 눈을 크게 떴다.
“파티야?”
“뭐, 그렇지? 물론 차르가 내게 물을 건 따로 있지만.”
“내일 설마 청혼하려는 건 아니지?”
다시 눈에 불을 켜는 마리를 돌아보다, 유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풉! 미안하지만 난 러시아 여자 취향은 아니야. 나이가 들면 뚱뚱해진다고.”
“뚱뚱해지면 나도 버린단 소리처럼 들리네?”
“아니, 왕비 폐하는 안 그렇던데. 하여간.”
가볍게 대꾸하던 유진이 입가를 틀었다.
“내일, 시드니 스미스에게 한 방 먹이는 얘기를 던져야겠지. 이제 그 친구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온 모양이니.”
이곳은 차르의 나라 러시아.
결국 의사결정권자도 차르다.
그러니 차르를 움직일 무언가가 필요하다.
유진이 다시, 차르를 만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