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8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84화(285/547)
(284) 겨울왕국의 미녀공주가 유진을 맞이하다
바다가 얼어붙는 광경을 보는 것은 프랑스 인에게 매우 낯설다.
-쩡! 쩡! 쩡!
1800년 12월 23일,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시기다.
그러나 러시아 제국은 율리우스력을 쓰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축하연은 그레고리우스력으로는 1월 7일에 해당한다.
하여, 아직 크리스마스가 아닌 12월 하순에 프랑스 사절단은 엉뚱한 [선물]을 맞이했다.
난생 처음 항구가 얼어붙어 버린 풍경을 보다, 이폴리트가 혀를 내둘렀다.
“이 바다라는 건 원래 소금물 아니야, 니콜라스?”
“그렇죠. 맛을 보면 짤 겁니다.”
“대체 왜 이게 얼어붙어 있는 거야? 투르네 대령! 거기도 그래요?”
저 멀리 바닥을 쳐보던 투르네가 손을 저었다.
“배는 못 돌아가겠군요, 이폴리트 준장님.”
어쨌든 러시아는 아직 프랑스와 재수교를 맺은 상태가 아니다.
언제나 문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유사시 도주할 수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최소한 배는 불가능하게 된 셈이다.
이폴리트는 얼음 속에 갇힌 호루스 호를 돌아보다 혀를 찼다.
“오늘 파티가 파탄나면, 잽싸게 튀어야 하는데. 쯧.”
“성공 가능성이 낮아 보입니까?”
“글쎄, 러시아 인들이 기대하는 것과, 우리 망명객들이 아는 것과, 차르가 기대하는 게 전부 다르잖아? 심지어 우리가 준비해온 건 또 다르고.”
니콜라스 쉬르쿠프에게 대꾸하며, 이폴리트가 어깨를 움츠렸다.
남프랑스 출신인 이폴리트에게 이곳은 너무 춥다.
어쩐지 따뜻한 여자의 품에서 쉬고 싶은 날이지만, 오늘은 침대를 찾을 시간이 없다.
곧 페트로고프 궁전에서 연회가 기다릴 테니까.
문제는 이 연회에서 눈에 불을 켜고 기다릴 사람들의 기대치가 전부 다르다는 거다.
러시아 귀족들은 단연, 수보로프 킬러 유진의 몰락을 바란다.
프랑스 망명 귀족들은 유진이 실패하고, 다시 왕정복고를 위해 숙이고 들어올 것을 원한다.
차르는 아마도 뭔가 엄청난 선물을 기대할 게 뻔하다.
그런데 정작 유진이 갖고 온 제안은 지극히 엉뚱한 인도 원정이다.
어떻게 포장해야 이게 먹힐지, 이폴리트로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웠다.
그 순간 멀찍이 배 상황 점검을 구경하러 나온 한가한 한량이 투덜댔다.
“이게 다 러시아와 싸워서 못 이겨서 그래. 쯧!”
대사관이 없어 놀고 있는 대사, 당통을 돌아보며 이폴리트가 항변했다.
“오해의 여지가 너무 큰데요, 대사님. 우리는 무려 불패명장 수보로프를 이겼다구요.”
“흥, 여기 와 보니 알겠던데. 수보로프는 차르 눈 밖에 난 장군이었어. 아닌가?”
“아니, 그래도 우리가 무려 8만을 깨부쉈는데요. 따지고 보면 저기 오스만 쪽에서도 혼성군 5만도 이겼구요.”
그러나 당통은 코웃음을 쳤다.
“차르의 본군이 패배한 적은 없잖나? 바다 뒤편, 저 거대한 땅을 보라구. 우리 군이 이곳에 닿은 적이 있나? 아니, 미래에는 닿을 수는 있고?”
그 말에 이폴리트가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와보니 프랑스의 10배가 넘을 거대한 영토가 실감난다.
어쨌든 지평선이 보이는 감각은 프랑스에서도 느끼기 어렵다.
반면에 러시아에서는 어디서나 도시 밖으로 나가면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여기에 러시아어 능통자, 콜랭쿠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가세했다.
“어렵습니다. 게다가 여긴 보는 바와 또 달라서 진군하다간, 진창에 빠질 겁니다.”
“오, 좋은 표현이야. 콜랭쿠르. 역시 명문가 자제다워. 자네 조부가 7년 전쟁에서 야전원수였던 마르크 드 콜랭쿠르 원수지?”
“계보학에 능통하신 줄은 몰랐군요, 대사님. 하지만 제가 말한 건 비유가 아닙니다.”
명문 군인가문 출신의 하급귀족, 콜랭쿠르 장군이 진지하게 설명했다.
“이 러시아 땅은 초봄과 늦가을에 정말 진창이 됩니다. 얼음이 녹은 탓이죠. [라스푸티차]라고 부르는 현상입니다.”
원역사, 러시아원정 대참사를 불러일으킨 현상.
후세에 원역사에서 히틀러도 결국 라스푸티차에 발목이 묶인다.
그러나 프랑스 사절단으로서는 이번에 처음 듣는 용어였다.
“그렇게 기동이 어려워요?”
“사람도, 말도, 모두 무릎까지 차오르는 진흙과 눈의 콜라보 속에 파묻힙니다. 대포는 움직일 수도 없죠.”
“만약에, 혹시 그럼에도 싸워야 한다면?”
이폴리트의 질문에 콜랭쿠르가 눈을 크게 뜨다 피식 웃었다.
“프라이슈츠 장군이 생각하는 바입니까? 글쎄요, 저라면. 러시아로 오지 않고, 러시아군을 끌어들여 싸우겠습니다.”
나폴레옹의 최측근이 유진이라면, 유진의 최측근은 단연 이폴리트다.
나아가 이폴리트가 여자 꼬시는 것 말고는 특출난 재주가 없다는 걸 대부분 장군들은 안다.
그러니 지금 이렇게 묻는 것은 평소 유진의 질문일 것이다.
여기에 콜랭쿠르는 유인전만이 답이라 말한 거였다.
그때 당통이 다시 콧방귀를 뀌었다.
“뭘 그리 어렵게 생각해. 배 타고 와서 싸우면 되잖아.”
“우와, 전쟁 참 쉽게 생각하시네요. 대사님. 영국 해군은 놀아요?”
“푸하핫! 이런 단순한 군인 보게. 이봐, 바람둥이. 자네가 요새는 러시아 귀족 부인들과 놀아난다지? 한데, 그 부인들을 공략할 때, 부인 하나만 직접 유혹하나?”
이폴리트가 말문이 막힐 찰나, 당통이 눈을 번뜩였다.
“아닐걸. 그 부인의 친구들부터 먼저 공략하지 않나? 그게 바로 유혹의 정석이지.”
알고 보면 당통도 수많은 귀부인을 꼬신 전력이 있다.
단지, 러시아에 와서는 자제하고 있는 중일 뿐이다.
반면 머문 지 한 달, 벌써 귀부인들을 공략 중인 이폴리트는 휘파람을 불었다.
“스웨덴과 덴마크?”
“정답이야. 북쪽의 겨울왕국과 싸우는데 왜 혼자 가? 다른 겨울 나라들을 끌어들여야지.”
“하지만 영국 해군을 이긴다는 보장은 없는데요.”
당통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이길 필요가 뭐 있어? 우리 해군과 육군이 여기까지 올 시간만 벌면 되는 거 아닌가? 유사시엔 탈출로 열어주고.”
본래 원역사에서는 나폴레옹이 쓸 수 없던 전략이다.
왜냐면 스웨덴은 적으로 돌아섰고, 해군은 영국에게 완전히 격파되었으니까.
나아가 나폴레옹은 추위만 대비하고 라스푸티차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하필 1812년의 겨울은 따뜻했다.
라스푸티차가 심하게 펼쳐질 정도로.
“음, 전략가 하셔도 되겠군요.”
잠시 감탄하는 이폴리트를 돌아보다, 당통이 껄껄 웃었다.
“하핫! 내가 놀면서 총재 한 줄 아나? 자, 그럼 장교들은 여기서 뺑이치고 있으라고. 이 고귀한 대사님은 연회에 참석하셔야 하니!”
그러니까 프랑스 사절단이 페테르부르크에 와서 언 바다를 구경한 이유는 간단하다.
드디어, 러시아 차르와 다시 재회할 시간이 왔기 때문이다.
***
페테르고프 궁전 내전은 멋들어진 연주가 울린다.
-키잉, 키이잉, 키이잉!
프랑스식 사중주 악단의 연주를 듣다, 당통은 통통한 볼을 두들기며 말했다.
“현악 사중주가 잘 어울리는군요. 이 겨울나라의 궁전에 어울리는 음악입니다. 하핫!”
“오, 대사님. 음악에도 조예가 있으십니까?”
“설마요. 전 그저 조야한 법률가일 뿐입니다. 고귀한 귀족분들과 달리, 그저 멋진 음악을 들으면 따라 흥얼거릴 뿐이지요. 다만, 좋은 음악을 들을 줄 아는 귀는 있답니다.”
러시아 재상, 알렉산드르 보리소비치 쿠라킨과 당통이 우아하게 대화를 나눌 때다.
저 멀리 그 모습을 증오로 보는 이들이 있었다.
물론 이 연회에 정식으로 초대받은 손님들이기도 하다.
“저 자코뱅 놈이 이 고귀한 황궁에 들어오다니!”
바로 자칭 루이 17세와 프랑스 왕당파 망명 귀족들이다.
사실 프랑스 귀족들은 오늘 연회 이전까지 한 가지 음모를 계속 실행해 왔다.
모든 음모가 실패로 돌아갔음을, 씁쓸한 얼굴로 샤를 아르투아 백작이 보고했다.
“마리에 대한 유혹은 실패한 것 같습니다, 형님.”
“오를레앙 공작 쪽이 설마 성공한 건 아니겠지? 그놈의 아들 녀석은 제법 반반하지 않느냐?”
“생긴 건 내 아들도 못지 않지요. 단지, 도박신동이 우리를 썩 돕지 않는군요.”
자기 아들을 자랑하는 아르투아 백작을 쏘아보다, 루이 프로방스가 미간을 찡그렸다.
“설마, 그놈이 우리 마리를 노리는 건 아니겠지?”
그러자 아르투아 백작이 눈을 크게 뜨다 피식 웃었다.
“설마요. 통령의 양자에게 부르봉 왕가의 공주는 썩 좋은 혼처가 아닙니다.”
“왜? 우리 왕정이 다시 귀환한다면, 그 반대가 된다. 샤를.”
“흐음, 고작 후작가 방계 따위가 공주의 남편이 될 수는 없지요. 반대로 혁명군 장군에게는 쫓겨난 왕가의 딸이 역시 어울리지 않고.”
잠시 수를 헤아려보던 아르투아 백작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 도박신동은 그리 멍청하지 않습니다. 뭔가 다른 속셈이 있는 것 같은데. 혼사가 아니라.”
절반은 틀렸지만, 절반은 정확한 분석이다.
하지만 유진이 무엇을 노리는지 모른다는 점에서, 별 쓸모없는 판단이기도 했다.
일생을 아르투아 백작이 그렇게 살았듯이 말이다.
연회장 반대편에서는 러시아 귀족들이 오늘의 [주인공]을 기다리며 담소를 나누었다.
“쿠투조프 장군, 오늘 온다는 [프라이슈츠]는 어떤 사람이오?”
외눈의 쿠투조프가 와인을 벌컥 마시다, 말을 건네온 대귀족에게 대꾸했다.
“오, 나의 친애하는 표도르 바실리예비치 로스토프친 백작님, 그건 아주 곤란한 질문입니다.”
“왜, 장군께서 패배한 상대라서?”
“그런 짓궂은 말씀을. 그게 아니라, 프라이슈츠와 저는 직접 대면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후세, 원역사의 유명한 톨스토이 작품에서 유약한 장군으로 남은 로스토프친 백작에게 쿠투조프가 눈을 찡긋거렸다.
“심지어 포로가 되었을 때도, 부관만 보내더군요. 그 부관이 요새 귀부인들의 침실을 드나든다던데요.”
바로 이폴리트 샤를에 대한 얘기다.
본래 원역사에서 이폴리트는 무려 조세핀과 간통한다.
실로 나폴레옹이 잘 나갈 때, 나폴레옹 휘하의 군인이면서 저질렀던 짓이다.
게다가 몇년 전에는 하렘에 뛰어들어, 오스만 제국의 공주와 사통하기도 했다.
그러니 러시아 귀부인의 침실쯤이야 아무것도 아닌 셈이다.
유약한 백작, 로스토프친이 혀를 차며 대꾸했다.
“얘기는 들었지. 다행히 내 침실은 침입하지 못했더군.”
“혹시 어디까지 갔는지 아십니까?”
“안나 로푸키나.”
이번에는 쿠투조프도 기가 막혀 혀를 내둘렀다.
“저도 대담한 놈이라고, 한눈에 알아보긴 했습니다만, 역시 보통이 아니군요.”
“그건 또 왜 그렇소?”
“부관이란 작자, 콘스탄티노플에서도 대재상의 부인과 놀아났거든요. 끌끌, 포로들 사이에서도 유명했지요.”
안나 로푸키나가 누군지 안다면, 누구라도 쿠투조프에게 공감할 것이다.
왜냐하면 차르 파벨이 최근 애인으로 삼은 19세 처녀니까.
한 순간, 로스토프친이 고개를 돌리다 입가를 틀었다.
차르의 애인을 강탈한 대담한 남자가, 오늘의 주인공의 뒤에서 걸어오는 게 보인다.
“저기, 프라이슈츠와 함께 오는군.”
쿠투조프는 외눈을 굴리다 씩 웃었다.
“후후, 우리 러시아 장군들의 원수가 오는군요.”
수보로프의 참살자, 사령관 킬러 유진이 마리를 에스코트하며 들어서고 있었다.
***
이 연회의 주인, 차르 파벨이 손뼉을 쳤다.
“흐음, 자. 모두 주목!”
연주가 멈추고, 소란스레 떠들던 귀족들이 입을 다물며, 근위대가 일제히 도열한다.
최소한 겉보기에는 파벨처럼 절대적인 군주를 유럽에서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지금도 명령 하나로 모든 귀족들을 입 다물게 한 셈이다.
하지만 그게 꼭 굳건한 권력기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파벨이 괴팍한 미소를 터뜨리며, 옆에 앉아 있던 소녀를 응시했다.
“알렉산드라, 네 구혼자가 왔구나. 맞이하러 가 보아라.”
그 순간, 황후 마리아가 낯을 찌푸렸다.
“폐하, 구혼자라니,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난 농담이 아닌데? 물론 결혼할 상대라고 하진 않았소. 큭큭! 우리 딸이 너무 미녀라, 구혼자가 수도 없이 많거든!”
“맙소사, 이런 자리에서 그런 말씀은!”
이미 스웨덴 왕에게 한 번 차인 공주다.
하물며 구혼자가 많다는 게 공주에게 꼭 자랑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아직 결혼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물론 괴팍한 차르, 파벨은 공주를 다그쳤다.
“뭘 하느냐, 알렉산드라. 어서 맞이하지 않고!”
알렉산드라는 새침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또각, 또각, 또각.
겨울을 맞이한 북방제국의 공주, 알렉산드라가 유진의 앞에 서 손을 내밀었다.
“보아르네 자작, 러시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물론, 마리 테레즈 샤를로트 공주님도요.”
마리 테레즈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비록 유진이 부정했다지만, 혼담이 거론되었던 상대다.
허나 여기서 애꿎은 러시아 공주에게 화를 낼 수야 없는 일이다.
마음을 가다듬으며 마리가 살짝 무릎을 굽혔다.
“환영에 감사드립니다, 공주 전하. 유진?”
그런데 유진은 공주에게 손등 키스를 건네는 대신, 무시하고 지나쳤다.
-뚜벅, 뚜벅, 뚜벅.
모두가 경악해 눈을 크게 떴다.
이것은 그 어떤 나라의 예법으로 따져도 비례다.
하물며 러시아 황실은 콤플렉스 때문에 프랑스식 에티켓에 더욱 민감한 장소다.
그런데 하필 프랑스에서 온 전직 귀족 출신 혁명군 장군이 예법을 어겼다.
당장, 근위대 장교들이 검을 뽑기 위해 허리에 손을 댈 찰나, 유진이 차르 앞에 섰다.
“전 구혼자가 아닙니다. 차르 폐하.”
파벨은 유진을 뚫어져라 보다 물었다.
“그럼, 뭐지?”
“차르께 진짜 선물을 가져온 서방의 일인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특사죠.”
“허, 코르시카 출신의 평민이 감히 로마 황제의 후계자인 나와 맞먹겠다는 태도군. 좋아, 뭘 가져왔나?”
그 순간, 유진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인도를 프랑스와 함께 공략하시는 길입니다. 어떻습니까?”
연회장, 모든 관계자가 주목하고 듣는 공개 현장에서, 폭탄 선언이 떨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