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89)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89화(290/547)
(289) 메테르니히와 비대면일전을 펼치다
19세기 초, 유럽을 풍미한 3명의 외교관이 있다.
오스트리아의 메테르니히, 영국의 케슬레이, 그리고 프랑스의 탈레랑.
모두 원역사에서 이른바 [빈 체제]를 만든 장본인들이다.
아직은 아일랜드 총독 수석보좌관으로 활동 중인 케슬레이 남작을 제외하면, 맞수는 단연 둘이다.
탈레랑과 메테르니히.
유진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건 프로이센의 생각이 아니군요.”
탈레랑이 아주 여유롭게 웃었다.
“프로이센 외무장관 슈타인 남작은 유능한 사람입니다. 유진 수석보좌관님.”
“글쎄요. 개혁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란 얘기는 들었죠. 하지만 이런 골치아픈 외교적 제안을 던져올 자는 아니죠?”
“그럼 누구 생각이라고 보십니까?”
문득 유진의 시선이 탈레랑을 정시했다.
“메테르니히, 맞습니까?”
아직 탈레랑과 달리, 메테르니히는 유능한 신진 외교관일 뿐, 외교수장은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고작 28세밖에 되지 않은데다 가문도 그리 위격이 높다고 하기 어렵다.
허나 오스트리아 제국이 해체되고, 구 제국령이 사분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조세프와 협상한 것도 메테르니히였다.
탈레랑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저는 만난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제 협상 파트너는 프로이센이니까요.”
“맞군요.”
“오스트리아도 민감하게 반응할 문제이긴 하지요. 본래 갈리치아 공국은 오스트리아 산하의 [소왕국]이었지요.”
사실 탈레랑이 프로이센과 교섭하는 이유는 갈리치아가 아니다.
정전협정, 그리고 그 대가로 하노버 공격을 눈감는 게 프랑스의 교섭 사안이다.
그런데 갑자기 갈리치아 령이 외교에서 문제가 되었다?
물론 구 폴란드 영토가 프로이센에서 무척 중요한 사안인 것은 맞다.
최소한 800만의 인구가 좌우되는 일이니까.
그럼에도 하필 갈리치아에 호엔촐레른 가문 사람을 공작으로 앉히라는 요구는 묘하다.
마치 프로이센에게 갈리치아를 내주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프랑스 국내 여론이 나빠진다.
반면에 이 정도도 양보하지 않는데 프로이센이 프랑스의 요구를 순순히 따를 이유가 없다.
양국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얘기다.
원역사에서 메테르니히가 자주 썼던 [지연외교전]의 면모랄까.
유진이 빤히 탈레랑을 보다 물었다.
“외무장관께서 이 문제를 처리할 수 없으십니까? 장관의 임무일 텐데요.”
“능력이 부족하군요, 수석보좌관님.”
“그럼 본국에 전령을 보내, 통령 각하의 훈령을 기다리면 되지 않습니까?”
그러자 탈레랑이 여유롭게 웃었다.
“통령 각하께서 저를 불신하시게 될 게 뻔하니,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마침, 수석보좌관님이 오셨군요.”
참, 능구렁이 같은 작자다.
탈레랑에게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하노버 공략을 전면적으로 프랑스가 지지하거나, 혹은 프로이센에 인접한 작센 공국 점령을 묵인하는 방법도 있다.
혹은 아예 갈리치아를 프로이센에 넘기는 대신, 다른 외교적 이익을 챙기는 방법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 모든 방법은 나폴레옹의 마음에 들 리 없다.
그래서 탈레랑은 유진에게 공을 던진 것이다.
유진이 메테르니히의 술수를 방어해주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유진도 해결책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프로이센과 지금 싸우면 프랑스에게 곤란하다.
다만 프로이센의 조건은 수용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유진이 생각에 잠길 때, 갑자기 이폴리트가 외쳤다.
“그건 사실상 갈리치아 공국을 내놓으란 얘기 아닙니까?”
“무슈 샤를, 그렇게 간단한 얘기는 아닙니다. 공국의 독립을 보장하되, 위협적이지 않은 인사를 앉히려는 고심이 있는 거지요.”
“그렇잖아도 헝가리에 카를 대공이 앉는다구요! 군부에서 납득할 장군이 아무도 없을 겁니다!”
이폴리트는 유진을 향해 전에 없이 다급하게 외쳤다.
“유진! 아니, 프라이슈츠 사령관! 다시 전쟁이 일어났을 때, 프로이센과 헝가리가 연합해서 달려들면, 우린 사실상 또 오스트리아 제국과 싸워야 하는 겁니다!”
아무리 여자와 놀아나고, 유진이 시키는 일만 해도, 이폴리트도 프랑스군 장군이다.
그동안 유진의 옆에서 수많은 전투를 겪었고 작전을 짜는 것을 보았다.
갑자기 적을 상대하라면 쥐노처럼 실패하겠지만, 평균적인 장군의 역량 정도는 갖춘 터다.
프로이센과 갈리치아와 헝가리가 하나의 세력이 된다?
그건 오스트리아 제국과 거의 맞먹는 군사적 위협이 될 수 있다.
외교관의 논리와 별개로 작동하는 군부의 논리랄까.
유진은 조금 놀란 눈으로 이폴리트를 보다 피식 웃었다.
“많이 늘었는걸, 이폴리트.”
“그 정도는 내가 아니라 여기 투르네 대령도 알 거라고!”
“어, 갑자기 절 왜 끌어들이십니까. 전 사실 몰랐습니다만.”
호위장 투르네 대령이 한 발 뺄 찰나, 유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달갑지 않지만, 맞는 말이야. 폴란드가 이 시점에 독립한다고 하면, 러시아도 불안해하겠지. 폴란드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비록 프랑스와 체결한 협약에서는 수락했지만, 파벨은 기분파 군주다.
만약 주위에서 폴란드 영토를 빼앗길 수도 있다고 부추기면, 순식간에 판을 뒤집을 수도 있다.
다만 프로이센 왕가의 뜻대로 놀아나는 것도 문제다.
유진의 시선이 탈레랑을 향했다.
“그렇다고 프로이센 왕가를 앉힐 수는 없습니다. 외무장관님.”
“다른 방법이 있다고 보십니까? 프로이센이 납득하지 못하겠지요? 메테르니히가 조언한 거라면, 또 다른 외교적 전략을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알면서도 내게 던졌군요. 어쨌든 좋아요. 일단, 상대방 책임자가 어디까지 와 있습니까?”
탈레랑은 흡족한 얼굴로 웃었다.
“바르샤바입니다.”
어쨌든 유진이 해결한다 해서, 탈레랑에게 나쁠 것은 하나도 없는 일이다.
***
그러나 빈에서 메테르니히도 같은 시간 꽤나 곤란한 처지이긴 마찬가지였다.
“와, 메테르니히 외무부 부장관님. 재미있는 공을 던지셨네요? 갈리치아를 프로이센에게 주라니. 프랑스가 기가 막히겠어요.”
문득 앞에서 커피를 마시던 귀부인의 말에, 메테르니히는 난처한 웃음을 머금었다.
일단 이 부인이 그 사실을 안다는 것도 놀랍고, 부인과 친해지는 것도 위험하다.
또한 메테르니히가 연전에 전임 제국재상, 카우니츠의 손녀와 결혼한 유부남이란 것도 문제다.
허나 이 불청객 귀부인 손님을 메테르니히는 쫓아낼 수 없었다.
너무 거절하기에는 뛰어난 미모였기 때문이다.
“글쎄요. 부인께서 절 찾아오신 것만 하겠습니까. ‘마담’ 바그라티온.”
“후훗, 부인을 찾지도 않는 남편의 성은 집어치워요. 유럽 전쟁이 끝나고 날 데리러 오지도 않는걸요?”
“차르께서 장군을 붙잡아두고 있는 탓이지요. 게오르기아 왕국을 합병해야 하는 문제도 있고.”
귀부인의 이름은 예카테리나 파블로브나 바그라티온, 곧 바그라티온 장군의 부인이다.
결혼한지 고작 1년도 채 안 된 문자 그대로 신혼부부다.
그렇지만 현재 부부는 별거 중이다.
여기에는 약간 복잡한 사정이 있는데, 바그라티온이 워낙 미녀인 예카테리나를 불안하게 여겨 대프랑스 전쟁 당시 유럽으로 부른 게 문제였다.
그러나 바그라티온은 그리스에서 한 번 잡혔다가, 다시 풀려나 이탈리아에서 패배하고, 다시 패잔병들을 이끌어 러시아로 귀환하는 난리법석을 겪었다.
때문에 예카테리나는 빈까지 왔다가 중도에 체류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심심한 여가를 러시아 대사관을 드나들며 보내다, 메테르니히와 알게 된 게 첫 만남이었다.
한데 놀랍게도 외교적 재능이 뛰어나, 이렇게 메테르니히와 깊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된 것이다.
물론 이 정보력은 예카테리나가 포템킨 공작의 조카손녀라는 높은 지위를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깊은] 대화는 단지 재능이 뛰어나기 때문만은 아니다.
문득, 예카테리나가 턱으로 손을 괴며 웃었다.
“하긴, 표트르는 알고 보면 게오르기아 왕국 왕족이죠? 정복이 완료될 때까진, 게오르기아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붙잡아 두겠네요. 게오르기아 문제가 끝나면 날 데리러 오겠군요?”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그럼 전 부장관님을 따라갈까 해요. 파리로 가실 거죠? 전부터 구경하고 싶었어요.”
후세 원역사에서 예카테리나는 [데콜레]로 이름을 떨친다.
현대적으로 말하면 가슴골이 드러난 시스루 드레스다.
시선이 자꾸 향하는 것을 참으려 애쓰며 메테르니히가 마른침을 삼켰다.
“그건 신중히 생각하십시오. 바그라티온 장군은 향후, 러시아 제국에서 요직을 차지하게 될 겁니다. 함부로 처신하시면 안 됩니다.”
그러자 예카테리나가 몸을 바싹 메테르니히에게 기울이며 속삭였다.
“언제는 품행 방정하게 굴었다는 듯이 말하시네요, 부장관님.”
메테르니히가 정신이 혼미해질 찰나, 예카테리나가 다시 물었다.
“자, 말해주세요. 부장관님. 정말 갈리치아를 프로이센에 줄 건가요?”
순간, 메테르니히는 정신을 차렸다.
이 여자는 야한 옷을 입고, 빈에서 놀고 있으며, 파티에서 남자들과 놀아나는 귀부인이다.
그러나 동시에 러시아 제국의 대귀족 가문 출신으로, 군부 고위장성의 아내다.
러시아 대사관의 스파이 역할도 한다는 뜻이다.
“으흠! 그렇지는 않습니다.”
“역시, 그냥 프랑스를 골탕먹이기 위해서예요?”
“단지 골탕만 먹이기 위해서는 아닙니다.”
슬쩍 욕망이 치솟아 오르는 표정을 숨기며, 메테르니히가 대꾸했다.
“프로이센과 프랑스가 손을 잡지 못하게 하는 것. 나아가 폴란드인들의 독립 의지를 막는 것. 이 두 가지는 러시아에도 중요한 문제겠지요.”
물론 그것만은 아니다.
프랑스가 프로이센과 갈등을 벌이고, 다시 전쟁을 하게 만든다.
이번 갈리치아 분할에서 일부러 무리한 요구를 하도록 메테르니히가 부추긴 이유다.
그래야 오스트리아에 다시 기회가 올 테니까.
그때다.
“마음에 들지 않는 대답이에요.”
순간, 예카테리나의 옷이 흘러내렸다.
“부, 부인!”
“왜 그래요? 이미 여러 번 침실에 끌어들여놓고.”
“하지만 지금은 낮입니다. 게다가, 여긴 집무실인데.”
그 순간, 예카테리나가 메테르니히의 머리를 가슴으로 안았다.
“대답을 해 줄 때까지 유혹할 거예요.”
결국 메테르니히는 본심을 털어놓아야만 했다.
“옷 입으십시오. 그러니까, 말입니다.”
후일 원역사에서 오스트리아를 반 나폴레옹 동맹으로 끌어들인 여자, 빈 회의 때 황제들의 애원을 받았던 여자, 혹은 발자크의 여자친구.
시대를 연애로 자유롭게 살았던 예카테리나 바그라티온 공비가 깔깔 웃을 때까지.
***
바르샤바, 1800년 현재는 프로이센의 영토인 도시다.
“외무장관이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프라이슈츠 수석보좌관.”
유진을 맞상대하러 나온 남자는 카를 폰 슈타인, 프로이센의 당대 외무장관이다.
사실상 외무장관이 재상을 겸하는 게 신성로마제국의 체제였으니, 슈타인 남작도 재상이라 할 것이다.
그러니 이제 겨우 20살이 된 유진을 보며 마뜩찮게 보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유진은 당황하지 않은 채, 웃으며 슈타인의 뒤를 보았다.
“슈타인 장관께서는 그렇다 치고, 군인들이 회담장에 나왔군요.”
“군사적 문제니, 들을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소개나 해주시겠습니까?”
가볍게 묻는 유진에게 슈타인 장관이 생각 없이 소개했다.
“우리 프로이센 원수인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그리고 서부군 사령관 블뤼허 장군이시오.”
“그 뒤에 계신 분들은?”
“참모 샤른호스트 대령과 그나이제나우 중령이오. 굳이 참모들까지 물으실 필요는 없을 텐데?”
순간, 유진은 회심의 미소를 머금었다.
바로 저 두 사람이 유진이 굳이 프로이센에 가보려던 이유다.
허나 바르샤바에서 만났으니, 프로이센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시간을 아낄 수 있겠군요. 그럼, 우리 쪽 제안을 내놓죠.”
문득 유진이 슈타인 남작을 응시하며 말했다.
“잘름 키르부르크의 공작, 프리드리히를 새로운 갈리치아 공국의 대공으로 앉히겠습니다. 어떻습니까?”
난생 처음 듣는 이름에 슈타인 남작은 눈을 깜박였다.
반면, 탈레랑은 눈을 흠칫 크게 뜨다 묘하게 웃었다.
어째 독일식 이름이지만, 프랑스에서 더 잘 아는 남자였기 때문이다.
슈타인 남작이 탈레랑에게 물었다.
“그게 누구요?”
“라인 쪽에 있는 소공국 공작입니다. 슈타인 국무장관님. 한때 혁명군 장군이기도 했지요.”
“들어본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흐음. 혁명군이라고?”
다시 마뜩찮은 얼굴이 된 슈타인을 보다, 이폴리트가 슬쩍 유진에게 속삭였다.
“야, 그 사람 너희 ‘친아버지’ 애인 오빠 아니냐?”
아멜리에 제피린 살름-키르부르크.
독일식 발음으로는 잘름-키르부르크가 된다.
바로 유진의 친부, 알렉상드르 드 보아르네의 애인이자 사생아를 출생했던 여자.
그 여자의 오빠가 바로 살름 궁전의 주인, 프리드리히다.
그런데 아멜리에의 남편이 중요하다.
안톤 알로이스 프란츠 폰 호엔촐레른-지크마링겐.
호엔촐레른 가문의 스위스 방면 지역, 슈바벤에 머물고 있는 방계 혈족이다.
유진이 싱긋 웃었다.
“그러니까, 내가 내놓은 거지. 이 제안.”
이 제안은 호엔촐레른 가문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니까.
메테르니히와 펼친 비대면 일전에 유진이 한 방 먹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