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9)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8화(29/547)
(28) 유진이 소년 혁명기수가 되다
본래 툴롱은 프랑스의 최강 함대, 지중해 함대가 주둔하던 장소다.
“오늘 저 함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거지.”
영국 해군 예비역 대위, 윌리엄 시드니 스미스가 히죽 웃었다.
사실 툴롱을 영국이 지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허나 저 함대를 없앤다면 영국의 함대 우위는 완벽하게 지켜진다.
그것만으로도 시드니가 이곳에 온 보람이 있다.
문득 시드니는 부하들을 돌아보았다.
“모두, 준비는 됐나!”
“예!”
“좋아, 그럼 진군한다!”
여기 시드니의 부대는 꼭 영국인만은 아니다.
프랑스 왕당파, 에스파냐 함대원, 그리고 나폴리 왕국 병사들이 있다.
왜?
이유는 간단하다.
당대, 나폴리 왕국의 왕가는 바로 부르봉 왕가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죽은 프랑스 왕, 루이 16세의 친족인 셈이다.
시드니가 에스파냐 함대원과 나폴리 병사들을 지휘하는 지휘관을 돌아보며 외쳤다.
“저 무기고를 시작으로, 항구 전체를 태우는 겁니다. 페드로 코티엘라!”
페드로 코티엘라는 에스파냐 함대 제독, 후안 데 란가라의 부하 장교다.
에스파냐 함대가 나폴리 병사들을 지휘하는 이유도 간단하다.
당대 에스파냐 왕가도 부르봉, 따라서 나폴리 왕가와 친족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에스파냐도, 실은 란가라 제독도 고작 10년 전만 해도 영국 해군의 적이었다.
왜냐하면 그때는 프랑스 부르봉 왕가가 멀쩡했기 때문이다.
특히 란가라 제독은 영국 함대에 잡혀, 포로 생활까지 했다.
이게 툴롱 공방전에서 영국과 에스파냐가 나폴레옹의 압박에 잘 대처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코티엘라도 협력적이었다.
“일단 아직 성벽 안에 적군이 진입하지만 않았다면, 여유롭습니다. 시드니 예비역 대위.”
코티엘라의 말처럼, 사실 영국군 지휘관 시드니는 현역이 아니라 예비역이다.
영국해군이 평화 시기를 맞이해 군을 감축할 때, 스웨덴에 초빙되어 활약한 탓이다.
1790년, 스웨덴과 러시아가 사소한 국경분쟁이 번져 교전에 돌입했다.
당시 시드니는 스웨덴 왕립해군에 참전해 최고 해군고문을 맡았다.
그 결과, 러시아 해군은 64척의 함선을 잃었고, 스웨덴은 4척만 잃는 성과를 거두었다.
스벤스크순트 해전.
물론 사소한 국지전이지만, 시드니의 위명 자체는 드높았다.
현역 에스파냐 대위인 코티엘라가 순순히 따르는 이유기도 했다.
그런데 시드니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서둘러야 합니다.”
“예? 왜 그렇습니까?”
“성벽이 문제가 아니요. 적들이 [리틀] 지브롤터를 노리고 있어요.”
시드니의 시선이 바다 저 너머, [곶]을 향했다.
그곳에 카이로 언덕, 그리고 쭉 뻗은 [리틀] 지브롤터가 있다.
본래 카르토가 점령하려다 실패한 요충지.
그렇지만 지금 이곳을 공격하는 자는 다름 아닌 나폴레옹이다.
나폴레옹은 전술 실력도 뛰어나지만, 특히 전문 분야는 포술이다.
이곳을 차지하면 시내까지 직격.
단숨에 시내 십자포화가 가능해진다.
코티엘라가 미간을 좁혔다.
“설마 저 지브롤터 곶이 넘어갈까요?”
“아까 전방에서 못 봤습니까? 더 이상 포화를 요새가 견디지 못해요! 이미 [리틀] 지브롤터에서 포격이 날아오기 시작했어요. 그렇다면, 후일을 위해서라도 프랑스 함대 전부가 있는 이곳에서 승부를 내야 합니다!”
“어, 저기 놈들이 우리를 발견한 거 같은데요?”
문득 지브롤터 곶 쪽에서 포격이 날아왔다.
-쉬익, 쾅!
잠시 몸을 움츠리던 시드니가 씩 웃었다.
“흥, 맞추지 못하는군. 역시 아직은 사정거리 바깥까지만 점령한 거요.”
“다, 다행이군요. 화, 확실히 더 가까워지면. 위험하겠네요.”
“곧, 찰스 헤어 선장이 [헐크] 선을 갖고 올 겁니다. 그 화력이면 여기 함대, 모두 다 불지를 수 있죠!”
즉, 헐크선 화공공격이 진행된다는 소리다.
아직 철제가 아닌 목조로 배를 만드는 시대.
일단 화약이 잔뜩 든 헐크선이 충돌하면, 그 배는 버티기 어렵다.
하여, 그때까지 불을 지를 준비를 하는 게 시드니 부대의 목적이었다.
코티엘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좋습니다. 그럼, 찰스 헤어 선장은 언제쯤 오죠?”
시드니는 회중시계를 꺼내들며 외쳤다.
“이제, 곧! 응?”
그때, 배보다 빠른 총탄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탕! 타탕! 타타탕!
18세기 말, 머스킷은 명중률도 낮고, 연사는 당연히 불가능하다.
그러나 3열 횡대로 교대로 쏘아대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타격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불시의 습격이란 점이 컸다.
과연, 영국군부터 난리가 났다.
“컥! 초, 총이!”
“여긴 우리 점령구역인데! 대체 언제 여기까지 프랑스 놈들이 돌파해온 거야!”
“피해! 일단 후퇴해야!”
툴롱은 애초에 영국 땅도 아니다.
게다가 영국이 프랑스에 전면 선전포고를 한 상황도 아니었다.
왕당파가 먼저 툴롱을 점령했고, 영국 함대가 왕당파 지원차 왔을 뿐이다.
자연히 영국군의 전투의지는 그리 강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이미 스웨덴에서 무수한 실전을 겪은 시드니는 곧, 침착하게 외쳤다.
“정신차려! 아직, 여긴 왕당파의 점령지다. 대열을 갖춰!”
그 순간, 총탄 한 발이 시드니의 가슴을 관통했다.
-퓨우웃!
우측 가슴, 심장은 아니다.
그래도 중상인 것은 분명하다.
쓰러지는 그 순간까지, 시드니는 자신을 쏜 총알이 피스톨 총탄이란 걸 몰랐다.
-털썩!
시드니가 쓰러졌다.
동시에 코티엘라를 비롯한 영국측 결사대의 전의, 곧 전투의지는 꺾였다.
코티엘라와 영국군, 에스파냐군, 그리고 나폴리 병사들이 일제히 외쳤다.
“맙소사, 시드니 스미스 대위가 쓰러졌다!”
“후퇴하라! 어서 빨리, 항만 밖으로!”
“작전 실패다!”
숫자 300명.
유진중대의 3배.
그러나 사기와 전의, 지휘관이 모두 꺾인 시드니 부대는 일제히 철수했다.
***
순간, 반대편에서 총을 쏘던 이폴리트가 외쳤다.
“됐어! 물러나고 있어!”
“아직 아니야.”
“응? 뭐가?”
유진은 낯을 찌푸리며 항만 밖을 가리켰다.
“적들의 화약선이 오고 있어.”
마침내 시드니가 기다리던 헐크 선이 밀어닥치고 있었다.
헐크 선, 혹은 파이어 쉽.
폐기 직전의 배에 화약과 인화물질을 실어 자폭용으로 보내는 화공선.
지금 이곳 툴롱 항만(dock)에는 화공선을 막을만한 수단이 없다.
당장 유진 중대도 모두 육군이다.
마르소가 황급히 물었다.
“어쩌지?”
아직 툴롱 항만 내에는 24척의 전열함이 떠 있다.
지중해함대.
프랑스 최정예 함대로 사실상 해군력의 전부다.
저 함대가 불타게 되면, 그만큼 후일 프랑스는 해상에서 불리해진다.
어차피 영국이 해군력이 더 강하다고 그냥 포기할 게 아니다.
여기서 뭔가 승부를 내야 한다.
애초에 그게 아니라면 유진이 이곳에 올 이유가 없다.
유진은 필사적으로 화공선을 노려보다, 눈을 퍼뜩 크게 떴다.
“배, 배가 필요해요. 낡은 배, 아니 조각배!”
“뭐?”
“헐크 선은 화공을 위해 일부러 가연성을 높게 만들어요. 이쪽에서 먼저 불지른 배를 보내 버리면!”
그때 항만으로 누군가 쏜살처럼 달려가다, 외쳤다.
“여기, 보트가 있다, 유진!”
간덩어리, 그 자체인 군인 쥐노였다.
적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달려간 것이다.
그 대담함에 감탄할 틈도 없이, 유진이 뛰어들었다.
“제가 불태울게요!”
“잠깐, 위험해!”
“어쩔 수 없어요! 이폴리트, 배를 밀어!”
유진은 근처에 있던 횃대에서 횃불을 들고 보트 위로 올라탔다.
-화르륵.
이폴리트는 반사적으로 보트를 밀어 버렸다.
밀고 나서야 이폴리트가 입을 쩍 벌렸다.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너무 유진의 명령 복종에 익숙해져, 일어난 사고였다.
“유진!”
그러나 유진 쪽은 생각이 있었다.
“아직, 몰라. 적들은. 이미 작전이 실패했다는 걸.”
이 보트는 본래 영국함대의 보트.
때문에 마침 유진에게 적절한 소품이 하나 있었다.
깃발.
-펄럭.
바로 유니언잭, 대영제국의 국기다.
유진은 한 손에는 횃불을, 다른 한 손에는 국기를 든 채 화공선 쪽을 노려 보았다.
보트가 화공선과 가까워진다.
“조금만, 더.”
순간, 보트가 화공선과 마주칠 찰나였다.
[지금.]유진이 기다렸던 알림이 뜬 순간, 유진은 횃불을 던지며 바다 아래로 뛰어 내렸다.
-풍덩!
곧이어 불이 붙은 보트가 화공선과 부딪쳤다.
순간, 화공선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화약이 먼저 불이 붙어 버렸다.
-쿠르릉!
폭발이 화려하게 툴롱 항만 밖을 장식했다.
그러나 도크 안쪽에 있는 지중해 함대까지 밀어닥치기에는 너무나 먼 폭발이었다.
쥐노와 마르소, 이폴리트가 함성을 지르다 비명을 질렀다.
“됐어, 폭발했다! 성공이야!”
“잠깐, 유진은 어디에?”
“어? 유진!”
그때, 도크 바깥에서 영국 유니언잭 깃발이 치솟았다.
-펄럭!
물 위, 유진이 헐떡이며 바다 위에 떠 있었다.
***
실로 3개월 동안 골칫거리였던 요새가 드디어 정복되었다.
“회군한다!”
멀그레이브, 프랑스어로 뮤르그라브라 불린 요새다.
영국인들이 차지했고, 프랑스군이 꼭 얻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나폴레옹의 손에 마침내 이 요새가 떨어졌다.
그런데 나폴레옹이 엉뚱한 명령을 내린 것이다.
포대에 대포를 설치하고, 막 포병대를 통해 포격을 지시하던 마르몽이 달려왔다.
“대령님, 갑자기 왜?”
“툴롱! 그곳으로 가야 해!”
“무슨 말씀이십니까? 여기서 포격을 쏘는 것만으로도 대령님은 임무를 다하신 겁니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고개를 저었다.
“천만에, 툴롱에서 나를 믿는 소년이 기다리고 있다!”
삼방면에서 진행된 프랑스 툴롱 진압군의 공격은 성공했다.
서쪽에서 밀고 들어간 뒤고미에는 적군의 주력, 왕당파 부대를 뚫었다.
동쪽에서 공격해온 라푸아프는 나폴리에서 파견된 1만여 명의 지원군을 흩어 버리고, 고지대인 팔롱 산지를 점령했다.
무엇보다 요충지, 카이로 언덕이 있는 [쁘띠] 지브롤터가 점령되었다.
이제 툴롱을 지키던 영국과 에스파냐의 함대는 뿔뿔이 퇴각 중이다.
영국군, 에스파냐군, 나폴리군.
여기에 왕당파 시민 일부까지 탈주하느라 난리법석이었다.
덕분에 방어선은 곳곳이 뚫려 툴롱까지 무인지경으로 돌진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나폴레옹은 마음이 급했다.
“말렸어야 했어!”
아직 어린애의 작전이다.
특히 정규 군사교육을 받은 아이도 아니다.
그저 도박을 잘하고, 똑똑하다는 것뿐, 아이에 불과한 ‘가짜’ 장교를 특공대로 투입했다.
그게 얼마나 무모한 일이었는지, 나폴레옹은 뮤르그라브 요새를 점령한 후에야 자각했다.
애석하게도 나폴레옹은 기병이 없었고, 생각보다 보병대 진군은 느렸다.
“유진, 어디 있나! 도박신동!”
해가 거의 뜰 때가 다 되어서야 나폴레옹은 간신히 툴롱에 진입했다.
만약 실패했다면 이미 죽었을 터.
너무 늦은 게 아닌가 나폴레옹이 자책할 찰나였다.
저 멀리 엉망진창인 모습의 중대가 보였다.
그 선두에 선 소년이 문득 깃발 하나를 들고 걸어왔다.
“여기 있습니다, 대령님.”
나폴레옹은 멈춰, 소년이 건네는 깃발을 보았다.
“당신에게, 이 유니언 잭을 바칩니다.”
유진이 싱긋 웃고 있었다.
유니언잭, 영국의 깃발이다.
국기는 곧 나라의 상징이며, 국기를 빼앗겼다는 것은 그 나라가 패배했다는 의미다.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기분으로 나폴레옹은 국기를 받아들다, 눈을 부릅떴다.
지금, 눈앞의 소년 유진은 더 이상 가짜 군인이 아니다.
나폴레옹은 유진을 군인으로 대우해야 함을 깨달았다.
깃발을 들어올리며, 나폴레옹이 엄숙히 말했다.
“툴롱의 가장 먼저 다다른 기수가 된 걸 축하하지, 소년병!”
이 순간, 유진은 나폴레옹의 군인이 되었다.
툴롱 전설의 하나가 된 것이다.
1793년 4월 부활절, 툴롱이 함락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