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90)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90화(291/547)
(290) 상수시 궁전에서 전설의 참모를 빼앗아볼까
19세기는 협상이 타결되면 연회로 축하하는 게 일반적인 문화다.
“와하하! 모두 감사드리오. 내가, 대공이 되다니! 우하하핫!”
1801년 3월 베를린, 프로이센의 상수시 궁전에서 연회가 열렸다.
가장 떠들썩하게 연회장을 누비는 남자는 단연 프리드리히 잘름-키르부르크 공작이다.
사실 프로이센 왕가 사람들이 딱히 프랑스 인들과 대화하기를 꺼리는 것도 한 몫 했다.
해서, 유진조차 멀찍이 떨어져 탈레랑이 프로이센 국왕과 대화하는 걸 구경 중이다.
저 유명한 루이제 왕비는 어디에 있는지 돌아보던 유진에게, 문득 이폴리트가 물었다.
“잘름 키르부르크 공작 말이야. 원래 로베스피에르에게 죽을 사람 아니었어?”
“그럴 가능성이 높긴 했지. 외국 귀족 주제에 혁명군에 남아있었거든.”
“한데 살아남아서 갈리치아의 대공이라. 캬, 귀족으로 태어나고 볼 일이야.”
유진은 눈썹을 치켜뜨다 피식 웃었다.
“틀려. 그 자리는 언제 쫓겨나서 죽게 될지 모를 자리야. 그러니, 귀족이라 어쩔 수 없이 그런 위치로 간다고 봐야지.”
갈리치아 공국은 이름에서는 알기 어렵지만, 결국 폴란드 땅이다.
그러니 프로이센과 러시아, 그리고 새로 탄생한 헝가리 왕국 사이에 끼어 있다.
당연히 대공이 될 자는 삼왕국의 눈치를 봐야 하고, 동시에 공국을 탄생시킨 프랑스와도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원역사에서 이른바 바르샤바 대공 자리를 차지했던 작센 공작도 샌드백 신세가 되서 몰락했을 정도다.
하지만 유진의 부친 알렉상드르의 친구답게, 프리드리히 공작은 생각없는 남자다.
자리가 주어지자 흔쾌히 달려온 것만 봐도 그렇다.
유진이 그 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머금을 찰나였다.
“어이, 자네가 그 악명 높은 프랑스의 마탄인가?”
유진은 고개를 돌리다 정중히 예를 취했다.
백발노장, 블뤼허가 군복을 입고 다가왔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미녀로 유명한 루이제 왕비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오늘 나오지 않은 모양이다.
“안녕하십니까, 블뤼허 장군님. 회담장에서 보긴 했지만, 직접 말을 나누는 건 이번이 처음이군요.”
“흥, 군인은 원래 말이 아니라 총으로 대화해야 하는 법이지. 하긴, 자네는 수보로프를 비롯해 벌써 많이도 대화로 날려버렸지?”
“딱히 원했던 바는 아닙니다. 알빈치 장군도, 뷔름제르 장군도, 볼리외 장군도 모두 사석에서 뵈었다면 좋은 분이었을 것 같군요.”
유진은 미녀 대신 노인과 대화하는 분함까지 담아, 슬쩍 비꼬며 대꾸했다.
“장군님처럼 말입니다.”
그러자 59세지만 노인처럼 백발인 블뤼허가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댔다.
“전장에서 보면 나도 쏴주겠다는 말처럼 들리는군.”
“기회가 된다면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군님은 프로이센 군 최고의 실력자니까요. 십만의 대군보다 장군님이 더욱 가치가 있죠.”
“푸하핫! 이 친구 보게. 아첨 솜씨가 사격 솜씨보다 뛰어나군!”
일순, 갑자기 블뤼허는 껄껄 웃으며 턱짓했다.
“마음에 들어. 하지만, 자네 말은 틀렸어. 프로이센 최고 군인은 내가 아니야.”
블뤼허의 기세에 눌리지 않는 유진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사실 유진은 프로이센 군인이 좋아할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기도 하다.
진두 지휘, 개인 전투 실적,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군인으로 뛴 점까지 말이다.
병영 국가 프로이센에서 최고로 손꼽는 ‘남자’의 자질이다.
엉뚱한 점에서 마초남의 점수를 딴 유진이 머리를 긁적이다 물었다.
“그럼 누굽니까?”
“여기 있지. 어이, 샤른호스트! 거기서 뭐하는 거야? 네 또래랑 얘기를 해야지. 왜 늙은이들이랑 놀아!”
“이런, 사령관 각하. 저도 프라이슈츠 연배는 아닙니다만.”
문득 46세의 참모장, 샤른호스트가 다가오다 피식 웃으며 일렀다.
“저보다는 그나이제나우나 여기, 이 친구가 비슷한 연배죠.”
순간, 유진은 심호흡을 했다.
루이제 왕비 따위를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후일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조차 만나 보기를 갈망했다는 미녀지만, 프로이센의 가치는 그 미녀에게 있지 않다.
이 자리에 있는 블뤼허를 정점으로 하는 군부가 프로이센의 진정한 힘이다.
특히 샤른호스트와 그나이제나우를 중심으로 하는 장교집단은 후일, 원역사에서는 나폴레옹 패배의 주요 원인이 된다.
물론 그나이제나우도 사실 41세라, 방금 샤른호스트의 말은 농담에 가깝지만.
슬쩍 유진이 그나이제나우를 돌아볼 찰나였다.
불쑥 유진 또래의 청년, 방금 샤른호스트가 비슷한 연배라 소개한 장교가 입을 열었다.
“바, 바, 반갑습니다. 프라이슈츠 사령관님.”
“날 아나 보죠? 장교님?”
“다, 당연합니다. 모든 전장에 대해 빠짐없이 고, 공부했습니다. 특히 아드리아노플 전투!”
청년 장교는 말을 더듬다 말고 흥분해 외쳤다.
“그 전투는 단순히 전투가 아니라, 정치적 분기점을 만든 전투였습니다. 이상적이에요. 최고입니다!”
유진은 눈을 크게 떴다.
사실 유진이 진행해온 전쟁에서 사람들이 높이 평가하는 전투는 따로 있다.
카이로 전투다.
이집트의 정복 시발점을 알리는 전투기도 하고, 워낙 완승이라 유명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드리아노플 전투야말로 정치적 의미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는 전투가 맞다.
오스만 제국이 지배하던 동지중해 권역과 남유럽을 문자 그대로 재편해 버렸으니까.
그런데 이 의미를 아는 청년 장교는 대체 누굴까?
문득 아우구스트 나이트하르트 폰 그나이제나우 중령이 황급히 다가와 웃었다.
“하하, 이 친구가 프라이슈츠 장군 팬이랍니다. 물론 저는 장군의 부친 팬입니다만, 역시 프라이슈츠 장군께도 감탄하고 있죠.”
“감사합니다. 나이트하르트 폰 그나이제나우 장군님.”
“응? 하하! 내 본가가 나이트하르트 가문이란 건 또 어떻게 아시고? 정말 정보 수집력이 뛰어나시군요.”
본래 나이트하르트 백작 가문의 후계자, 그나이제나우가 껄껄 웃었다.
후세 원역사에는 그나이제나우로 유명하지만, 이 가문명은 실은 오스트리아의 유명 귀족 가다.
대가 끊겨 부친이 재산을 승계하면서 덧붙인 명칭이랄까.
그러나 외국인이 알기는 분명 어려운 정보다.
그나이제나우가 수상쩍은 눈길로 유진을 볼 찰나였다.
“하지만! 사, 사령관님께는 약점이 있습니다!”
갑자기 다시 고함치는 청년장교를 향해 샤른호스트가 주의를 주었다.
“이봐, 카를. 말조심하게. 여긴 공식 연회장이야.”
“참모본부!”
“카를!”
샤른호스트가 놀라 제지하려 했지만, 청년장교는 흥분한 채 유진을 향해 외쳤다.
“장군께는 참모본부가 없습니다. 장군 하나만 쓰러지면, 군이 전멸합니다! 그게 약점입니다!”
황급히 샤른호스트가 청년장교를 끌고 갔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장군님. 카를, 그만하고 가자!”
“아, 그게, 아직 다 말하지 못한 것이!”
“닥쳐, 카를!”
유진은 그 장교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보다, 그나이제나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 친구 이름이 뭐죠?”
무슨 상태인지는 알겠다.
이 청년장교는 그러니까, 유진의 [광팬]이다.
아마 유진이 치렀던 모든 전투를 면밀히 분석했을 것이다.
나아가 유진의 원래 의도까지 간파했고, 팬으로서 지금 외치고 있는 거다.
그렇지만 참모본부라는 말에 유진도 떠올린 게 있다.
반드시 확인해야 할 이름도.
그나이제나우가 난처한 듯 웃다 설명했다.
“하하, 새로 개편될 프로이센 사관학교에 들어오게 될 청년장교입니다.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라고 하죠. 양해해 주십시오. 의욕이 워낙 넘쳐서.”
바로, 전쟁론의 저자다.
***
후일 원역사에서 독일 제국군의 핵심 요소를 이른바, [참모본부]라고 부른다.
“참모장이라면 우리도 있지 않나? 뭐가 다른 거야? 클라우제비츠라는 저 친구 말이?”
상수시 궁전, 발코니에서 한참 생각에 잠겨 있던 유진에게 이폴리트가 물었다.
유진은 이폴리트를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19세기 초다.
후세에 당연하게 여겨지는 대부분의 것들이, 이 시대에 처음 시도되었다.
그러니 아직 근대적 참모본부는 상식이 아니다.
“참모본부라는 건, 원래 오스트리아에서 만들어진 거야.”
“엥? 오스트리아? 그럼 별 볼 일 없는 제도 아니야?”
“오스트리아 자체가 워낙 통일성이 없는 나라라서 별 쓸모 없어 보이는 거지. 체제 자체는 선구적이지. 특히, 분열된 군대를 하나로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물론 맹아가 될 만한 것들은 있다.
참모본부는 놀랍게도 오스트리아 제국에서 처음 시도되었는데, 1769년에 처음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오스트리아는 참모단 장교를 30인을 정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작전과 포로 관리, 병영 관리를 맡겼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제국군이 가진 근본적인 약점 때문에, 확연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군대 자체가 다민족으로 구성되었다는 약점이다.
물론 그 약점에도 불구하고 통합적인 운용이 이뤄졌다는 게 참모본부의 장점을 보여주는 것이긴 하다.
한데, 이 참모본부를 프로이센이 더 발전된 형태로 만들면서, 19세기를 지배한 프로이센 군단이 탄생하게 된다.
나폴레옹이 원역사에서 프랑스군에 도입하지 못한 체제기도 하다.
베르티에는 유능한 참모장이긴 했지만, 집단 지성을 모으는 참모 시스템을 만들지는 못했으니까.
그 점을 떠올리다, 유진이 중얼거렸다.
“프로이센이 벌써 군제 개혁에 집중하는 모양인데.”
“그게 무슨 말이야?”
“유럽에서 프로이센은 육군 강국으로 알려져 있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야.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18세기 중반에 개편된 상태가 지금까지 그대로거든.”
쉽게 말해 저 유명한 프리드리히 대왕이 만든 체제 그대로란 얘기다.
용병 중심의 군제, 지방 귀족인 융커 중심의 군부, 여기에 구타 중심의 군기.
18세기에는 이런 군대로도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19세기가 된 지금, 전 국민을 총동원하는 프랑스에게 맞서려면 체제를 바꿔야 한다.
바로 이 군제 개혁을 주도하는 자가 샤른호스트다.
“그래서 만약 제대로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프랑스를 이길 수 없어. 그걸 대비하는 군인들이 있는 모양이군.”
마치 오늘 만나서 꿰뚫어본 척, 유진이 어깨를 으쓱이며 설명했다.
샤른호스트, 그나이제나우, 그리고 클라우제비츠.
모두 후일 원역사에서 프로이센 군의 핵심 인사로 이름을 남긴다.
그중에 샤른호스트는 일찍 죽었지만, 나머지 둘은 블뤼허와 함께 워털루의 승리를 만끽했다.
그 모든 게 유진이 맞서야 할 장벽인 셈이다.
“그럼 그걸 방해해야 하나?”
문득 이폴리트가 물을 때까지 다시 골똘히 생각하던 유진이 파뜩 고개를 저었다.
“전부 방해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차질 정도는 빚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어떻게?”
“결국 사람이 문제야. 항상.”
유진이 고개를 돌려 연회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서 담소를 나누는 프로이센의 참모들을 보기 위해서.
***
연회가 열리는 상수시 궁전, 구석의 밀실에서 두 사람이 최종 협상을 위해 만났다.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프로이센의 국무장관 슈타인 남작이 눈을 부릅뜰 찰나, 탈레랑이 우아하게 답했다.
“프랑스와 프로이센의 평화협상 타결을 기념하기 위해, 군인 교류를 행하고자 합니다. 그러니, 지정한 장교들을 프랑스로 보내시지요.”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오? 어째서 그런 요구를 하는 거요!”
“프로이센에도 나쁠 게 없지 않습니까? 현재 프랑스군은 유럽 최강입니다. 앞서가는 군의 체제를 배우는 것도 좋지요.”
이론상 틀린 얘기는 아니다.
1801년 현재, 프랑스군은 단연 유럽 최강이다.
실적으로 증명했고, 동원력은 눈에 보일 정도이며, 나폴레옹과 유진을 정점으로 하는 명장 집단이 있다.
그렇지만 유능한 장교들을 보내라는 건, 그 체제를 배우라는 뜻이 아닐 것이다.
프로이센 군의 미래를 방해하려는 수작.
슈타인 남작도 눈치챌 정도로 노골적이다.
이를 갈던 슈타인 남작이 물었다.
“대체 누굴 원하는 거요?”
탈레랑이 빙긋 웃으며 답했다.
“그나이제나우 대령과 클라우제비츠 소위입니다.”
고작 2명인데다, 고위 장교라 할 수도 없고, 특별히 대귀족도 아니다.
물론 슈타인 남작도 그나이제나우 정도는 이름을 들어봤으니, 분명 뛰어난 인재일 터다.
허나 고작 2사람을 보낸다고, 프로이센 군이 무너질까?
아직 이 두 사람은 눈에 띄는 실적을 세운 적이 없다.
복잡한 머리를 굴리다 슈타인 남작이 슬쩍 떠보기를 던졌다.
“하필 우리 프로이센의 차세대 엘리트를 꼽았군.”
“그렇다면 더욱 잘 된 게 아닐까요? 유학생은 원래 뛰어난 인재가 해야지요.”
“기한이 언제까지요? 탈레랑 장관?”
탈레랑이 눈을 가늘게 떴다.
“무기한입니다. 우리 프랑스가 원할 때까지.”
아무리 생각해도 슈타인 남작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반대로 고작 두 사람의 장교 때문에 협정을 파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유를 알 수 없어, 눈을 굴리던 슈타인 남작이 두 손을 들었다.
“볼모라기엔 이상한 형태군. 좋소. 대신, 하노버 점령 시, 아무런 대가도 못 받을 거요.”
서명이 번갈아 오가고 두 외교관은 악수를 했다.
나오는 길, 탈레랑은 이상한 주문을 넣은 장본인과 마주쳤다.
연회장 구석에서 웃고 있는 유진이다.
“됐습니까, 유진 수석보좌관님?”
“훌륭하군요, 장관님.”
“이렇게 해서 우리가 얻는 게 뭡니까?”
유진은 탈레랑을 보는 대신, 자신들의 운명을 모르는 41세의 그나이제나우와 21세의 클라우제비츠를 보다 웃었다.
샤른호스트까지 데려가면 좋겠지만, 그럼 너무 눈에 띈다.
어땠든 이미 샤른호스트는 블뤼허의 참모장에 신임 사관학교 교장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저 둘을 채가는 것만으로도 프로이센의 군제 개혁은 크게 흔들릴 것이다.
“장래, 프랑스를 위협할 존재를 미리, 선점할 수 있죠.”
물론 유진 본인을 워털루에서 위협할 존재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