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9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94화(295/547)
(294) 보나파르트와 합스부르크의 결혼식을 치르다
서기 1801년 6월, 실로 오랜만에 쇤브룬 궁전에서 연회가 열렸다.
-빰, 빰빰, 빰빰빰!
빈의 유명한 황실 관현악단이 웅장한 연주를 한다.
중심에서 피아노를 치는 이는 카펠 마이스터, 하이든이다.
은퇴 후 영국으로 여행을 다니는 중이었는데, 이번 결혼식을 위해 급히 귀국한 것이다.
반대로 최근 빈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베토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 혼례가 혁명 프랑스의 통령 가문과 오스트리아 구황실의 결합이란 점을 고려하면, 아주 의미심장한 일이다.
“말도 안 돼. 평민과 결혼해야 한다니! 내가 어째서!”
물론 대가의 연주도 안중에 없는 사람도 있다.
바로 오늘 결혼하게 된 신부, 24세 왕실 기준 노처녀 마리아 클레멘티나다.
실로 결정 후 한 달 만에 번갯불처럼 치러진 혼사라, 미처 막을 틈도 없었다.
신부대기실, 시녀들이 단장 중인 신부에게 다가가, 마리가 위로를 건넸다.
“그래도 좋아하지 않았어요, 클레멘티나?”
“누가 누굴 좋아해? 그냥 심부름꾼으로 데리고 다녔던 것뿐이야. 너도 그랬잖아!”
“제가요?”
시녀들이 깜짝 놀라 만류하려 했지만, 클레멘티나는 눈에 불을 켠 채 소리쳤다.
“그래, 원래 시동이었다며! 프라이슈츠! 그래서 그냥 지금도 그런 기분으로 같이 다니는 거 아냐?”
상대가 평민이라는 것, 고귀한 황녀에게 실로 치욕적인 일이다.
이제는 제국이 아니라 ‘왕녀’로 단계가 낮아졌다는 것도 견디기 어렵다.
하물며 상대는 적국의 수괴 동생이다.
그러니 엉뚱한 마리에게 화를 내는 셈이다.
반면 마리는 모욕에도 화도 내지 않은 채, 생긋 웃었다.
“클레멘티나, 유진은 시동이 아니에요.”
“뭐, 그래. 자작이라며? 왕실과 혼인하기엔 신분이 낮지. 내가 오늘 혼인할 자보단 낫지만!”
“이제 프랑스에는 왕가 따위는 없어요. 귀족도.”
여전히 웃고 있지만 단호한 어조로 마리가 대꾸했다.
“전 그냥 평민일 뿐이에요. 받아들였고, 평민인 유진과 결혼할 거예요.”
그때서야 클레멘티나는 흠칫 놀라며 한 가지를 떠올렸다.
눈앞의 사촌은 부친을 ‘사실상’ 혁명군에게 잃었다.
그런데 혁명군 장군의 연인이 되어, 함께 다니고 있다.
보통의 결의로 살아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클레멘티나는 억지를 부렸다.
“외스터라이히는 아니야, 마리 테레즈 샤를로트 드 부르봉.”
프랑스는 왕정이 폐지되었을지 몰라도, 오스트리아는 아니다.
마리는 공주가 아닐지 모르지만, 마리아는 엄연히 공주다.
언뜻 보면 구분할 수 없는 두 사람이지만, 두 사람의 내면은 완전히 다르다.
그럼에도 마리는 묘한 동질감을 클레멘티나에게 느꼈다.
만약, 정말 ‘보나파르트’가 싫었다면 클레멘티나는 자살 소동이라도 벌였을 테니까.
“그럼, 달리 생각해 보세요. 네덜란드 통령 가문도 왕가들과 결혼하잖아요?”
“거긴 원래 공작 가문이기라도 했지. 지금 난 정체도 모를 섬의 촌사람하고 결혼하는 거잖아?”
“이제 그 섬에서 나온 보나파르트 가문이 프랑스의 지배가문이 될 거예요.”
마리는 살짝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도, 보나파르트 가문의 사람이 되려고 하구요.”
아직 마리는 혁명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혁명이라는 게 이념과 실상이 다르다는 것도 이상하기만 하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히 이해했다.
사랑하는 유진이 혁명의 폭풍에 올라타, 나폴레옹을 최고위로 올리는 데 동참한다는 것을.
그 결과 유진도 가문명으로 쓰는 ‘보나파르트’는 최고의 가문이 될 것이다.
마리는 바라고 있다.
자신도 유진과 함께 가문명에 보나파르트를 쓸 수 있기를.
마리아 클레멘티나가 가만히, 할머니의 이름을 딴 소녀를 보았다.
“넌 정말 강하구나, 마리 테레즈.”
“그래서 오늘 도망가시기라도 할 건가요?”
“미쳤어? 나도 황실, 아니 왕가의 왕녀야. 그렇잖아도 오라버니는 상황이 안 좋은데, 여기서 나까지 도망가면, 어떻게 되지? 국왕 지위까지 박탈하지 않을까? 프랑스의 자칭 혁명군이?”
실제로 프랑스 중앙에서 거론되는 문제다.
나폴레옹도 오스트리아의 혼란을 우려해 국왕 격하만을 요구했지만, 문제가 생긴다면 퇴위까지 요구할 수도 있다.
반대로 말하면 오늘 혼사는 ‘국왕’ 프란츠 2세의 지위 보장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마리는 클레멘티나의 장식은 고쳐 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폴리 왕국 왕비 대신, 보헤미아 공비로 지내보셔요. 프라하도 좋대요.”
클레멘티나는 코웃음을 쳤다.
“흥, 루이나 괴롭히면서 지내야겠어. 말은 잘 들을 테지?”
미소 짓던 마리가 신부대기실을 벗어났다.
거대한 쇤브른 궁전의 복도를 걷다, 문득 마리가 멈췄다.
그곳에는 마리를 기다리던 한 청년이 있었다.
“어때?”
마리는 청년을 보다 생각했다.
언제쯤 마리도 청년과 함께, 이런 결혼식을 올릴 수 있을까?
어쩐지 부럽다는 생각을 하다 마리는 다시 생긋 웃었다.
“잘 지낼 거 같아.”
유진 보나파르트를 향해서.
***
사실 코르시카 시골귀족도 정략결혼에 공황 상태인 것은 마찬가지다.
“맙소사, 내가 저, 정말로 결혼한다고?”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새 신랑, 루이 보나파르트가 얼떨떨하게 중얼거렸다.
일단 셋째 형인 뤼시앵도 아직 미혼인 상태다.
또한 특별히 열성적이지는 않았지만, 혁명군의 일원으로서 공화국에 우호적인 루이였다.
한데 난데없이 자주 만나던 황녀와 결혼하게 되더니, 대공이 되라고 한다.
여전히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는 루이에게 탈레랑이 우아하게 서신을 건넸다.
“통령 각하께서 허락하신 명령서입니다. 루이 보나파르트 중위. 아니, 이제는 루이 대공이시군요.”
“외무장관님, 형님이 정말 허락했다구요? 통령 정부는 귀족을 용인하지 않는 게 아니었습니까?”
“물론 프랑스에서는 그저 평민일 뿐입니다. 단지, 해외에서 작위를 갖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으니까.”
문득 탈레랑의 낯에 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이런 예외가 쌓이면, 국민들의 인식도 바뀌게 되지요.”
루이는 형들처럼 특별히 천재거나 영리하지는 않다.
그러나 바보는 아니다.
탈레랑 외무장관이 암시한 바는 명확하다.
이 예외는 나폴레옹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과연 프랑스 국민이 납득할까?
두려움에 루이가 몸을 떨고 있을 때였다.
궁전 휴게실, 생각에 잠겨 있던 루이 앞에 거한이 나타났다.
“여, 보나파르트 중위. 크게 한몫 잡았군.”
“부, 부사령관 각하?”
“이젠 보헤미아 왕국군 총사령관이라고 불러주게. 물론 대공 전하로 내가 모시긴 해야겠지만.”
전직 오스트리아 주둔군 부사령관, 베르나도트가 오만하게 말했다.
“동시에 난 프랑스인이니 같이 존대를 해주기 바라네.”
루이는 심호흡을 했다.
아무리 루이가 통령의 동생이었어도, 군대에서 중위와 장군은 까마득한 차이가 난다.
어쩌다 보니 상급자가 되어 버린 루이지만, 베르나도트를 함부로 대하기는 어렵다.
차라리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하는 게 편할지도 모른다.
“물론입니다. 부사령관님, 아니 총사령관님.”
“좋아. 잘해 보자고. 내가 다음 자리로 갈 때까지.”
“예? 절 계속 지켜주시는 게 아닙니까?”
베르나도트는 껄껄 웃으며 새로운 상관, [루이 대공]의 어깨를 쳤다.
“내가 왜? 한 번의 예외가 생겼어. 나도 공작이 됐지. 그럼, 그보다 위로 갈 수도 있지 않겠나?”
문득 베르나도트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자리를 떴다.
“특히, 자네 형님과 조카가 먼저 예외를 만들 테니까.”
이번에도 같은 암시다.
또 다시 예외를 거론했다.
몰락귀족이자 혁명 후에는 그저 일반 국민일 뿐인 보나파르트 가문의 아들, 루이가 대공이 되었다.
그렇다면 통령 나폴레옹은 그 이상의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혁명의 시대는 물론이고, 군주제 시절에도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다.
그야말로 중세 혼란기에나 있었을까.
아직 혼미한 정신에 루이가 고개를 세차게 저을 찰나였다.
“그 예외가 정말이 되기를 바래야겠군.”
루이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취했다.
“황제 폐하.”
“이제는 그저 오스트리아 왕일 뿐이지. 그것도 작디작은 영토를 지배하는 소왕국의 군주. 자네 형님과 조카가 만든 세상일세.”
“폐, 폐하. 소, 송구합니다.”
신성로마제국에 이어, 오스트리아 제국마저 빼앗긴 전직 황제, 프란츠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이제 자네는 내 매부이기도 하지.”
만약 사위였다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았을 표정이다.
그나마 과년한 여동생이라 보내준다는 듯한 기색이 역력하다.
오스트리아 국왕 프란츠가 어쩔 줄 몰라 하는 루이를 향해 차갑게 일렀다.
“보헤미아 왕국을 잘 부탁하네. 자네의 지위는 비록 대공이지만, 그곳은 본래 황제가 겸임하는 왕위가 있는 나라야.”
“예, 서, 성심을 다하겠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풍요로운 땅, 많은 자원이 있는 곳이지. 그곳에서 제대로 된 군주가 되어주게. 그래서.”
일순, 프란츠가 아주 낮게 프랑스어로 속삭였다.
“때가 되었을 때, 선택하게. 프랑스인지, 아니면 오스트리아인지.”
이번에는 또 다른 암시다.
미처 루이가 답하기도 전에 프란츠는 자리를 떴다.
잔뜩 긴장한 손을 애써 풀며, 루이는 식은땀을 닦았다.
이제 혼례를 위해 나가봐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그런데 복도로 나설 찰나, 루이는 문 뒤에서 기다리는 한 청년을 보았다.
“이야, 인기 좋아. 대공 전하?”
“헉, 누, 누구! 이폴리트?”
“그렇지만 넘어가진 말라고. 우리도 지켜보고 있으니까. 하핫!”
지금껏 이야기를 듣고도 웃음으로 넘기는 이폴리트를 보다, 루이가 다급히 물었다.
“한 가지만 알려줘요, 이폴리트. 정말, [예외]가 현실이 됩니까?”
예외, 그러니까 군주제 귀환이다.
그런데 그 군주는 부르봉 가문이 아니다.
보나파르트 가문이 될 것이다.
지금껏 탈레랑도, 베르나도트도, 나아가 프란츠조차 암시한 바다.
과연 현실이 될까?
“아마도. 유진이 그렇게 만들 테니까.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닐 게 문제지.”
이폴리트의 의미심장한 말에 루이가 놀라 물었다.
“무슨 말이에요, 그게?”
“이봐, 루이 보나파르트. 자네 형님이 어떻게 통령이 됐지? 왜 프랑스에 군주가 없지? 자네는 무슨 군대지?”
“혁명?”
이폴리트는 휘파람을 불며 몸을 돌렸다.
“그래. 군주제 복위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려워. 그게 문제라고.”
모든 정권이 그렇듯, 유진이 창출할 [나폴레옹] 군주제도 마찬가지다.
***
이제 빈에 막 도착한 프랑스 통령 특사는 동생과 그 신부를 보다 호탕하게 웃었다.
“화려하네! 오스트리아인들은 어떻게 볼지 모르지만. 하하핫!”
유진은 특사, 조세프를 보며 싱긋 웃었다.
“신랑과 신부는 도망가진 않았습니다. 조세프 백부님.”
“흐음, 내가 나폴레옹 대신 오긴 했지만, 나폴레옹이 아주 좋아하더라구. 꼭 오고 싶어 했는데, 도저히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고 하더군.”
“국내에 또 무슨 사고라도 터졌나요?”
이제는 롬바르디아 공화국 수반으로 재직 중인 조세프가 어깨를 으쓱였다.
“나도 롬바르디아에서 듣기만 했지. 하지만 알다시피, 의회 선거가 있잖아?”
아무래도 밖에서 듣던 것보다 상황이 나쁜 모양이다.
그래도 이번에 오스트리아 네덜란드령을 획득했으니, 조금쯤 나폴레옹 파 지지율은 올랐을 터다.
허나 아무래도 유진이 선거를 진두지휘할 필요는 있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나폴레옹은 원역사에서도 통치의 프로이긴 했지만, 선거의 프로는 아니었다.
“빨리 돌아가야겠군요. 응?”
그때 결혼식이 열리는 쇤브룬 궁전 연회장으로 낯익은 얼굴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
유진은 눈을 비비다 황급히 그쪽으로 향했다.
다름 아닌 이탈리아 군단의 숙장, 라하르페가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누굽니까. 유진 프라이슈츠 장군!”
“라하르페? 어떻게 된 겁니까?”
“하하! 새로 헬베티아 공화국 사령관으로 모로 장군을 배치하기로 하셨잖습니까? 덕분에 제가 프랑스로 귀국하게 되서, 인사 겸해 결혼식에 참석하러 왔습니다.”
그때서야 유진은 라하르페가 본래 ‘스위스’ 출신임을 떠올렸다.
원역사에서는 라하르페가 일찍 전사한 탓에, 스위스로 돌아갈 일이 없다.
하지만 유진이 이탈리아 원정에 개입한 탓에, 라하르페는 죽지 않았다.
그 덕에 고향인 스위스로 돌아가 주둔군 사령관 노릇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오스트리아와 다른 점이 있다면, 스위스 주둔군은 현지 재정으로 충당하고 있는 소규모 군대라는 점이다.
그러니 유진도 모로가 주둔군으로 가는데 동의한 것이기도 했다.
허나 그 때문에 라하르페는 자리를 하나 빼앗긴 셈이다.
조금 미안한 기분으로 유진이 라하르페에게 사과했다.
“전임자가 장군이었군요. 이거 죄송하게 됐는데요.”
“천만에요. 저도 고향에 잠시 돌아갔다는 거 말고는 썩 좋을 게 없었죠. 차라리 프랑스로 돌아가 군부 내 보직을 받는 게 낫습니다. 그보다 소개시켜 드릴 친구가 있습니다.”
“누군가요?”
라하르페는 밖을 보며 손짓했다.
“앙투안, 이쪽일세!”
그러자 유진 또래로 보이는 청년이 재빨리 연회장 안으로 들어섰다.
프랑스 군복 차림이라, 병사들도 감히 막지 못했다.
유진이 고개를 갸웃거릴 찰나, 청년 군인이 경례를 취하며 경쾌한 어조로 외쳤다.
“안녕하십니까, 장군. 앙투안 앙리 조미니라고 합니다!”
순간, 유진은 눈을 크게 떴다.
“조미니?”
이른바, 전쟁 이론의 [예술가]라 불리던 남자가 지금, 유진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