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95)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95화(296/547)
(295) 전쟁의 예술가 조미니를 얻다
여기, 후세는 모르지만 당대에는 클라우제비츠보다 유명했던 [전쟁예술가]가 있다.
“조미니, 맞습니까? 확실히?”
그러니까 간단히 말하면 <전쟁술>의 저자다.
동시대 클라우제비츠가 <전쟁론>을 저술해 전쟁의 철학자로 이름을 남겼다면, 조미니는 전쟁을 치르는 실질적인 전법을 논했다.
물론 이 전법이 나폴레옹 전쟁 시대의 전술을 강론하기에, 후세에는 별로 유명하지 않다.
하지만 전술가로서는 조미니가 클라우제비츠보다 단연 앞선다.
어쨌든 나폴레옹도 조미니의 논문을 보며, 부하들보다 낫다고 단언할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바로 그 조미니가 유진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아메디 엠마뉴엘 라하르페 장군이 껄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프라이슈츠 장군. 제 사촌인 프레데릭 세자르 라하르페의 전쟁 보좌관이었던 친구입니다.”
“그런데 왜 여기 온 겁니까?”
“그게, 제 사촌이 잘렸거든요. 하하.”
프레데릭 세자르 라하르페, 스위스의 정치가로 헬베티아 공화국의 창건자다.
일찍부터 프랑스 혁명에 동조한 계몽주의자로서, 혁명 발발 후부터 스위스에 공화국 건설을 추진했다.
당연히 귀족영주들과 도시가 분립해 지배하던 스위스에서는 강한 저항이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라하르페는 프랑스 군사력에 의존했다.
그 결과 프랑스의 영향력이 강한 반-위성공화국, 헬베티아가 탄생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세자르 라하르페가 정적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는 거다.
결국 격렬한 정치투쟁 끝에, 세자르 라하르페는 헬베티아 연방 공화국 수반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바로 그 세자르의 전쟁 보좌관으로 조미니가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야기 들었습니다. 장군님께서 요새 강제유학생을 받고 계신다면서요?”
문득 조미니가 흥미진진한 얼굴로 묻자, 유진이 눈을 치떴다.
“그건 또 어디서 들은 겁니까?”
“스위스가 생각보다 구 신성로마제국령에 가깝죠. 후훗.”
“왜, 강제유학이라도 하고 싶나요? 프랑스 사관학교가 다시 개설될 예정이긴 하죠.”
유진은 잠시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조미니를 주시했다.
사실 조미니는 역사상 기록된 문제가 있다.
잘난 척이 심하다는 거다.
자기 재능을 과시하는 타입이란 얘기인데, 그래서 나폴레옹의 기존 장군들과 마찰도 심했다.
결국 나폴레옹의 참모장, 베르티에와 싸워서 러시아로 망명하게 된다.
비록 러시아 원정 때는 프랑스를 생각해서 참전하지 않았다지만, 배신이긴 하다.
아주 충성심이 높은 사람은 아니란 뜻이다.
그런데 조미니가 싱글싱글 웃으며 엉뚱한 요구를 던졌다.
“전 다른 자리에 관심이 있습니다. 굳이 사관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장군의 휘하에서 배우고 싶은데요.”
순간, 이폴리트가 유진 옆에 불쑥 나타나 손을 저었다.
“어, 부관 자리는 꽉 찼어요. 훠이.”
“마탄의 그림자, 샤를 장군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엥? 나를 안다고? 게다가 그 별명은 또 뭡니까?”
깜짝 놀란 이폴리트에게 조미니가 눈을 찡긋거리며 웃었다.
“역시, 구 신성로마제국 군인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별명입니다. 물론, 주로 두 분이 오스트리아와 싸워왔으니 그러신 거겠지만요.”
사전 정보 조사가 철저하다는 얘기다.
물론 유진도 제대로 모르는 별명이긴 했으니 더욱 그렇다.
슬쩍 이폴리트를 돌아보며 유진이 피식 웃었다.
“출세했네, 이폴리트?”
“그리 달갑지 않은 별명인데. 기왕이면 오리엔트 정복자의 오른팔, 이런 것도 있잖아.”
“나중에 신문에 그렇게 내 보든가.”
유진이 다시 조미니를 응시했다.
“나에 대해서 열심히 조사했군요. 무슈 조미니.”
“장군 아래서 일하고 싶다니까요?”
“원하는 보직이 뭡니까? 난 당분간은 군대로 못 돌아가는데.”
아주 여유롭고 경쾌한 태도로 조미니가 눈을 반짝였다.
“참모장. 그 자리를 원합니다.”
유진은 슬쩍 난처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 자리는 베르티에 장군의 자리인데요.”
“보나파르트 통령께서 총사령관으로 계신 부대에선 그렇겠죠. 하지만 장군님도 베르티에를 쓰실 수 있을까요? 아주 까다롭다던데요.”
“어디서 들은 겁니까? 너무 상세한데, 라하르페 장군님?”
라하르페는 그때까지 흥미롭게 이야기를 듣다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전 달리 얘기해준 게 없습니다. 단지 프라이슈츠 장군의 탁월한 실력만 칭송했죠.”
확실히 원역사 그대로다.
재기발랄한 면모, 자신의 재능을 과시하는 태도, 여기에 면밀한 조사까지.
게다가 유진보다 고작 2살 밖에 많지 않은 22세의 나이인데도, 대담하기 그지없다.
괜히 나폴레옹이 원역사에서 총애했던 게 아닌 모양이다.
유진은 골똘히 생각하다 고개를 까딱였다.
“일단, 실력을 테스트해 보죠.”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다.
***
쇤브룬 궁전의 휴게실, 한쪽에 지도가 펼쳐졌다.
-촤르륵!
조미니는 지도를 보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뭡니까?”
“현재 유럽 각국 세력구도입니다. 완전히 군사기밀인 건 넣지 않았지만, 대략 대외비 정도는 넣은 거죠.”
“그건 저도 스위스 통령 보좌관으로 일할 때, 좀 봤죠. 후후.”
슬쩍 자신이 어린 나이에 고속 출세했음을 과시하며, 조미니가 으스댔다.
물론 이것은 조미니가 오만한 사람이란 뜻이 아니다.
되려 촐싹대는 타입이라 해야 맞을 것이다.
원역사에서도 조미니는 낙마한 뒤에도 수많은 기고를 하며 자신을 과시한다
그 결과 당대 최고의 전쟁 저술가로 명성을 떨칠 정도다.
아마도 수줍음 잘 타는 베르티에와는 상극이었을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유진은 조미니의 겸손함을 테스트할 생각은 전혀 없다.
“라하르페 장군이 추천했으니, 기본 실력은 있을 거라 봅니다. 하지만, 내 참모장을 하려면 전략적 식견이 필요해요. 질문하죠.”
지도를 가리키며 유진이 간단하지만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향후, 유럽의 패권 다툼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예측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두루뭉술한 대답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해답 자체보다 결과를 도출하는 논리가 중요하다.
나아가 원역사에서 조미니가 남긴 명성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전쟁술.
그러니까 전쟁 국면에 한정되어 있다는 뜻이다.
과연 더욱 폭넓은 시야로 전쟁을 볼 수 있을까?
유진이 지금 확인하고 싶은 게 그쪽이다.
순간, 조미니가 지도를 골똘히 보다 갑자기 지도 위를 손으로 그었다.
-찌이익!
유진이 흠칫 놀랄 찰나, 조미니가 씩 웃으며 말했다.
“프라이슈츠 장군님. 함정을 파셨군요.”
“무슨 뜻입니까?”
“프로이센, 사분할 된 구 오스트리아, 카를 대공이 있는 헝가리, 오스만 투르크, 그리고 러시아. 이 5개국이 제일 중요하죠. 맞습니다. 하지만.”
지도 위에 잔뜩 표시된 군사 배치도를 휘저으며 조미니가 한 곳을 가리켰다.
“결국 유럽의 현재 구도는 하나입니다. 바다의 영국과 육지의 프랑스.”
유진은 고개를 기울였다.
이 정도는 탁상공론을 떠드는 정치가들도 말할 수 있다.
다만 오히려 군인은 이 문제를 말하지 않는다.
왜냐면 육군에서 싸운 상대는 주로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이고, 향후 미래 가상적국은 결국 러시아니까.
나아가 조미니는 그저 찍은 게 아니었다.
“전쟁은 목표 설정과 핵심 전력의 집중, 이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하지만 프랑스는 온 사방이 잠재 적국이라 이게 어렵죠.”
“아주 신랄한 말이군요.”
“그럼에도 다른 곳을 제쳐두고 반드시 집중해야 하는 목표가 있습니다. 그게 바로 영국입니다.”
조미니가 눈을 빛내며 자신있게 단언했다.
“아무리 프랑스가 오스트리아를 분할하고, 프로이센을 이기고, 러시아마저 격파해도, 영국을 꺾지 못하면 언제든 다시 적국들은 일어납니다. 그게 7년 전쟁 이래 반복된 구도입니다.”
조미니의 전쟁술, 곧 [아트 오브 워]는 수많은 도식과 전쟁 금언으로 가득하다.
21세기 현대에는 별 쓸모없는 전술의 향연이랄까.
허나 그 속에는 오히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보다 더욱 현대적인 관점이 숨어 있다.
선택과 집중.
클라우제비츠는 지속적으로 설파한다.
주력군의 궤멸이 군사 운용의 최종 목표이며, 이는 정치의 연장이다.
하지만 조미니는 달리 말한다.
먼저 목표를 분명히 정의하고, 그 목표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을 찾는 게 전쟁 수행이어야 한다고.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항상 목표와 수단이 가변적이란 걸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지금 프랑스의 관점에서 목표는 패권 수립, 수단은 영국 격파다.
유진이 턱을 쓰다듬다 웃었다.
“육군 장군이라기보다 해군 제독 같은 말이군요.”
“과연 그럴까요? 영국이 바다를 장악하고 있다고 해서, 해군만 있을까요?”
“그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순간, 조미니가 지도 밖, 동쪽을 가리켰다.
“사람들은 착각합니다. 영국에 육군이 없다고. 그렇지 않습니다, 프라이슈츠 장군. 정말 모르십니까, 아니면 외면하고 계신 겁니까? 인도를 생각하십시오!”
유진이 눈을 크게 뜰 찰나, 조미니가 열변을 토했다.
“영국은 인도에서 10만 단위의 병력이 충돌하는 전쟁을 벌입니다. 지금은 저 멀리 아시아에 있지만, 그 군대가 유럽으로 돌아온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잠시 조미니를 뚫어져라 보다, 유진이 입가를 비틀었다.
“이건 조금 많이 나갔군요.”
“예?”
“인도에서 영국이 운용하는 군대는 주로, 세포이라고 해서 현지 병력입니다. 물론 단련된 정예는 있겠지만.”
조미니도 이번에는 당황했다.
아직 젊은 나이, 실전 경험은 일천하다.
재능은 넘치지만 모든 정보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유럽의 군인과 정치가가 모두 유럽 대륙만 볼 때, 인도를 생각한 것은 훌륭한 전략적 관점이다.
유진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격입니다. 시야가 넓군요. 잘해 봅시다. 조미니 참모.”
잔뜩 긴장하던 조미니가 환호하며 경례를 취했다.
“감사합니다! 성심을 다하겠습니다!”
이로써 조미니가 유진 클럽에 합류하게 되었다.
***
당연히 박혀 있던 돌은 굴러 들어온 돌이 마음에 안 든다.
“어이, 나 말고 부관이 또 필요해? 엉?”
“뭔 소리야. 당연히 내가 중대급 지휘할 때야 너 하나로 충분하지. 하지만 이미 사단장이야. 게다가, 여기서 멈출 거 같아?”
“그럼 그 ‘쉬스’ 친구를 어디다 쓸 건데?”
이죽대는 이폴리트를 향해 유진이 피식 웃으며 일렀다.
“참모본부를 만들 거야, 이폴리트.”
이폴리트는 무슨 소리인지 몰라 눈을 깜박였다.
참모본부에 대해서는 조금 들은 바가 있다.
프로이센의 군인들을 프랑스로 강제 유학 보낼 때 유진이 얘기했으니까.
하지만, 그게 조미니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향후 프랑스군은 더욱 커질 거고, 더욱 많이 싸우게 될 거야. 더욱 광범위한 전장에서.”
“어, 그래? 전쟁 끝나는 거 아니었나?”
“영국과 러시아가 남아있어. 프란츠 왕도 포기할 남자가 아니지. 무엇보다 또 다른 상대가 있어.”
유진은 아까 조미니가 봤던 방향과 정반대, 서쪽을 응시했다.
“신대륙.”
이폴리트는 더욱 어리둥절해진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메리카?”
“단지 그곳만이 아냐. 에스파냐의 식민지, 포르투갈의 식민지도 모두 처리해야 할 상대야. 독립운동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그걸 왜 우리가 신경 써야 해?”
유진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한 얼굴로 눈을 굴리다 웃었다.
“그게 패권자야. 이폴리트.”
본래 원역사에서 최종 패권자가 곧 미국이란 사실은 설명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이 시대에는 아직 미국은 동부 해안을 지배하고 있을 뿐이며, 인구도 고작 530만 정도다.
반면에 프랑스는 1801년 현재, 인구 3100만을 자랑하는 인구 대국이다.
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대신, 유진은 결론만 일렀다.
“이 모든 전쟁을 전투에서 이기거나, 혹은 싸우지 않고 이기려면 탁월한 참모본부가 필요해. 베르티에 성격으로는 무리지.”
모두 이해하지는 못 했지만, 이폴리트도 자기 방식대로 납득했다.
“진짜 할 일이 많겠군. 뭐, 일손이 많으면 좋듯이 머리도 많으면 좋겠지!”
1801년 여름, 프랑스군의 핵심이 될 유진 참모부가 태동했다.
유진이 프랑스로 돌아가기 직전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