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296)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96화(297/547)
(296) 라인동맹 결성식에서 마리는 라이벌을 만난다
그렇다면 탈레랑은 유진에게 모든 걸 맡기고 놀고만 있었을까?
“바야흐로, [라인분트]의 결성을 축하합시다!”
이곳은 바이에른의 수도, 뮌헨이다.
저 유명한 비텔스바흐 가문의 여름 별궁, 님펜부르크의 대정원 앞에서 대귀족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옛 신성로마제국의 기라성 같은 선제후들과 대공들과 보좌역들이 모여 있는 게 보인다.
한 장소에 모이기 힘든 구제국의 제후들이 집결한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라인분트, 그러니까 [라인동맹]의 결성식이 열렸기 때문이다.
본래 원역사에서는 1806년, 나폴레옹이 황제가 된 이후에나 만들어지는 동맹체다.
허나 지금은 신성로마제국이 빨리 해체된 탓도 있어, 동맹 성립이 더욱 빨라진 거였다.
규모만으로는 베르사유 궁전보다 넓은 부지를 둘러 보다, 이폴리트가 휘파람을 불었다.
“이야, 탈레랑이 유능한 사람이긴 했구나?”
“그걸 이제 알았냐? 무능했으면 벌써 죽었겠지. 일단 도주와 교섭의 달인이라고.”
“다른 건 몰라도, 저 높으신 분들을 설득한 건 대단하군. 대체 어떻게 설득한 거야? 우리는 저 사람들에게 근본 없는 평민에 불과하잖아.”
유진이 제복의 옷 매무새를 가다듬다 싱긋 웃었다.
“결국 교섭의 성과지만, 근본적인 동력은 역시, 제국의 해체야.”
첫 가맹국은 12개 제후들, 원역사의 라인동맹보다는 숫자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그동안 고립된 상태였던 프랑스에게 에스파냐와 위성공화국들에 이어 또 다른 동맹국이 생겨났다는 게 중요하다.
군사적인 면에서는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외교적 측면에선 우군이 탄생한 셈이다.
특히 이 시대는 유럽이 사실상 세계의 중심이 되어가는 19세기다.
비록 원역사 현대 관점에서 보면 독일의 일부지만, 모두 세계 어디를 가도 선진문물을 자랑하는 선진국가다.
일개 소국 연맹이라고 우습게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때 각 제후국 공작들과 밀담을 나누던 탈레랑이 다리를 절뚝이며 다가왔다.
“아, 여기 있으셨군요. 유진 수석보좌관, 인사하시지요. 작센 공작 전하십니다. 그럼, 저는 잠시.”
오늘 탈레랑은 유진이 본 이래 가장 바빠 보인다.
어째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골치 아픈 문제는 유진에게 떠맡기고, 자신은 이런 일에 몰두했던 모양이다.
외교 측면에서는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예술적 성과이긴 하니까.
그때 탈레랑이 소개한 굳건한 인상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폰 베틴이라고 하오. 프랑스의 후작가 출신이라고?”
“제 조부님이 후작이시죠. 저는 굳이 작위로 따진다면 자작입니다. 물론 폐지된 작위입니다만.”
“귀족의 혈통은 국가가 폐지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오. 설사 당신들이 말하는 혁명이 일어났다 해도, 기사의 명예는 계속되는 거고.”
문득 작센 공작 프리드리히가 입가를 비틀었다.
“다만 제국이 해체된 이상, 내 선제후 작위는 확실히 무의미해졌지.”
언뜻 오만한 귀족처럼 보이지만, 이 남자는 보기와 다른 면모가 있다.
후일 원역사에서 러시아 원정 후, 나폴레옹의 손을 놓지 않은 소수의 군주 중 하나다.
해서, 영토 대부분을 빼앗기고 몰락하게 된다.
허나 반대로 말하면 신의가 있는 남자라는 뜻이다.
신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탈레랑에게 설득당한 작센 선제후를 보다, 유진이 묘하게 웃었다.
“곧 왕위를 획득하셔야죠.”
작센 선제후, 프리드리히는 도이치인 다운 억센 낯을 찌푸렸다.
“당신네 외무장관도 그런 말을 하더군. 하지만 어떻게 가능하지? 설마 왕이 없는 당신네 나라에서 왕을 임명하기라도 할 건가?”
“중세 시절부터 왕위란 두 가지 권위에서 내려지는 겁니다. 하나는 황제가 인정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교황이 인정하는 거죠.”
“교황? 우리는 프로텐스탄트요.”
옛 마르틴 루터 때부터 프로테스탄트의 선봉이었던 곳이 작센이다.
그러나 유진은 실수로 말한 게 아니었다.
아주 은근한 말투로 유진이 낮게 대꾸했다.
“그렇다면 [황제]가 필요하겠죠. 공작 전하.”
현재 유럽에는 러시아 제국 외에 황제라 할 만한 존재가 없다.
또한 러시아는 서유럽인들에게는 은근히 야만이라 멸시당하는 나라다.
물론 차르에게 임명 받으라는 뜻은 아니다.
또한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는 고지식한 사람이지만, 바보는 아니었다.
유진이 말한 바를 되새겨보던 프리드리히가 의미심장한 태도로 악수를 건넸다.
“재미있는 얘기로군. 여기서 깊게 나눌 건 아닌 것 같고, 언제 작센에 와주겠소?”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
“기다리고 있지.”
돌아서는 작센 공작을 보던 유진의 귀에 또 다른 공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교황의 권위로 충분하오. 유진 프라이슈츠 사령관.”
유진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다 고개를 돌려 정중히 예를 취했다.
“대공 전하, 간만에 뵙습니다.”
“제국의 파괴자가 이제 와 황제를 논한다. 조금 웃기는군.”
“예상하셨으니, [동맹]에 참가하신 거 아닙니까?”
이 별궁의 주인, 바이에른 대공 막시밀리안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
“난, 단지 내 딸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오. 아직 어린아이를 탐낼 만큼 파렴치한 인간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군. 당신 같은 명예를 아는 장군이 말이오.”
유진은 막시밀리안이 [황제]에 대해 냉소적으로 반응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차피 대귀족들이 함부로 민간에 정보를 흘릴 리 없다.
나아가 프랑스에 군주제를 도입할 시점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딸, 원역사의 전처를 논하는 데에는 화들짝 놀라 외쳤다.
“잠깐, 절대로 아닙니다. 대공 전하. 그건 농담이었습니다. 일단, 전 따님의 나이도 몰랐습니다.”
“설사 그렇다 해도 아직도 결혼하지 않는 게 수상해 보이는군. 러시아 제국의 공주와도 혼사가 오갔다지요? 혹시, 다른 왕가의 혼처를 찾고 있는 거 아니오?”
“아니, 프랑스군에서는 제 나이에 결혼하지 않는 게 그리 이상한 건 아닙니다.”
물론 사실 유진은 아말리아의 나이를 알고 말한 것이다.
반쯤 놀리는 기분으로 전장에서 얘기한 것인데, 그게 바이에른 대공에게는 상처였던 모양이다.
한데 바이에른 대공이 갑자기 빙그레 웃으며 대꾸했다.
“그럼, 5년 뒤에는 어떨지, 한 번 봅시다.”
유진은 눈만 깜박일 뿐이었다.
어쩐지 불길한 기분이 엄습하지만 외면하고 싶다.
그런데 유진의 옆으로 다가온 부관, 이폴리트가 휘파람을 불었다.
“이야, 역시 인기남. 마성의 남자. 소녀 킬러.”
“닥쳐, 이폴리트. 너야말로 지금 제후들의 부인들을 공략하고 있는 거 아냐?”
“이크, 독심술이라도 익혔냐?
귀부인 헌터, 이폴리트가 공략 대상이 잔뜩 널린 대정원을 보며 낄낄 웃었다.
“오늘은 미녀가 많다는 바이에른 가문의 귀부인을 한 번 노려볼까? 아야, 때리지 마!”
1801년 6월, 라인동맹 결성식은 여전히 평화롭다.
***
그야말로 프랑스에서도 기념할만한 리셉션, 파리에서 축하를 위해 달려온 ‘특사’도 있다.
“꺄, 마드모아젤 마리! 반년 만이네요!”
파리를 함부로 비울 수 없는 나폴레옹과 조세핀 대신, 양녀 오르탕스가 온 것이다.
님펜부르크 궁전, 정원 연회장에서 촛불 사이로 마리가 반갑게 걸어왔다.
마리도 특사 사절단의 일원이라, 공식적으로 참석한 것이다.
로즈 베르탱의 드레스를 입은 마리가 웃으며 오르탕스의 손을 붙잡았다.
“오르탕스도 많이 컸네? 후훗.”
“흥, 이미 어른이거든요? 나도 벌써 18세라구요.”
“정말 어릴 때 왕궁에서 처음 봤는데, 언제 이렇게 컸지?”
오르탕스는 눈을 찡긋거렸다.
“반대로 말하면, 마드모아젤 마리도 나이가 꽉 찼다는 거라구요. 올해는 벌써 다 갔어도 내년엔, 폴린 제쳐야 할 거 아니에요?”
19세기 기준 노처녀를 놀려대는 오르탕스를 보다, 마리가 난처한 듯 웃었다.
“글쎄, 이번에 약속한 게 있어서. 게다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그러자 오르탕스가 앙가슴이 드러난 드레스를 고쳐 입으며 고개를 까딱였다.
“그럼 확 저질러 버려요.”
“뭘?”
“애부터 가지라구요. 그럼 어쩔 거예요. 설마 전직 공주를 미혼모로 만들기야 하겠어요?”
순간, 마리의 낯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마, 마, 말도 안 돼. 교, 교회에서는 호, 혼전순결이 신의 계율 중 하나라고.”
“혁명의 시대에 무슨 교회 타령이에요. 지금 장관들 태반이 무신론자 아니면 이신론자예요. 캉바세레스는 글쎄, 남자랑 잔대요.”
“뭐? 지금 그 잔다는 게 내가 생각하는 그, 그거야?”
전혀 부끄러움도 없는 얼굴로 오르탕스가 키득 웃었다.
“그렇다지 뭐예요. 이런 자유로운 시대에 애부터 갖는 게 뭐 어때서? 마리도 저질러 버리는 거예요!”
어째 로르와 자주 놀더니 오르탕스도 물들어 버린 모양이다.
만약 유진이 알면 통금령이라도 내릴 거라 생각하다, 마리가 다시 낯을 붉혔다.
사실 아직도 마리는 유진과 고작 키스밖에 한 게 없다.
그것도, 구왕실 기준이라면 큰일 날 일이긴 하지만.
“아니, 그게. 내가 혼자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러고 보니 이상하긴 하네요. 오빠도 벌써 20살인데, 아직 언니 건드리지도 않고. 설마 폴린이랑 이집트에서 먼저?”
“오르탕스!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 유진이 안 그랬다고 맹세했어, 내게.”
마리가 고개를 단호히 저었지만, 오르탕스는 콧방귀만 뀌었다.
“남자 말을 어떻게 믿어요? 순진하긴.”
물론 마리는 믿는 이유가 있다.
왜냐면 총을 겨누고 받아낸 자백이니까.
그렇지만 시누이 예정자에게 그런 얘기를 할 수야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내가, 음, 하여간, 혹독한 방법으로 물어봤어.”
그때다.
“어떤 방법인가요? 저도 궁금한데.”
깜짝 놀란 마리는 뒤를 돌아보다, 또 다시 놀랐다.
아주 예쁜 공주님 같은 소녀가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
수많은 귀부인과 공녀들이 오가는 연회장, 모두가 주목하는 한 소녀가 있다.
“프랑스의 공주님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바이에른 대공의 여식, 아우구스타 아말리아라고 합니다.”
이 야외 연회장은 분명 정치적 동맹 결성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다.
그러나 이미 결성된 동맹은 남자들의 것이지만, 연회의 사교장은 여자들의 무대다.
공식적 결정이 회담에서 이루어진다면, 비공식적인 정보 교류는 연회에서 이뤄진다.
때문에 귀부인들은 저마다 부채로 입을 가리거나, 잔을 들어 표정을 가리며, 이곳을 주목한다.
바이에른 궁전의 영애와 전직 부르봉 왕가의 공주가 만났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주목할 만한 일인데, 둘 사이에는 한 남자가 엮여 있기 때문이다.
벌써 라인 일대 제후들의 사교계에는 도는 소문이 있다.
그 소문을 아직 듣지 못한 마리가 웃으며 답했다.
“전 이제 일개 평민일 뿐이에요. 말씀 낮추셔요.”
“그렇다면 더욱 올려야겠죠. 제가 나이가 어리니까.”
“그렇게 정중하실 필요는······.”
또렷한 프랑스어로 아우구스타 아말리아가 마리를 응시하며 말했다.
“제 부친께서 어쩌면 저를 프랑스로 혼인 보낼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이 말에 담긴 함의를 마리는 순식간에 깨달았다.
국제역학이나 외교정세라면, 마리도 잘 모른다.
하지만 정략결혼 문제라면 어린 시절, 베르사유에서 혹독히 훈련받았던 마리다.
그때 한 번도 혼인 대상으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소년, 유진은 이제 최고의 신랑감 중 하나다.
심지어 아직 13살인 어린애가 신부감으로 거론될 정도로.
“만약, 누구와 결혼하게 되든, 제 뜻과는 무관하다는 걸 알아주셔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럼, 혹시 저와 파리에서 만났을 때, 친구가 되어주실 수 있을까요?”
조마조마한 얼굴로 자신을 보는 소녀를 향해, 마리가 생긋 웃으며 일렀다.
“당신이 유진의 부인이 되지 않는다면, 그럴 수 있을 거예요.”
만약 그 반대라면 마리의 작은 손가방 안에 든 총구가 어디로 향할지, 마리도 모른다.
그때 폭죽이 터졌다.
연회 축하연을 기념하는 폭죽이었다.
-펑!
동시에 제후들과 귀부인, 그리고 유진을 비롯한 프랑스 사절단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짝짝!
1801년 6월, 1차 라인동맹이 결성된 날.
마리와 아말리아가 첫 대면을 한 순간이기도 했다.
유진이 파리로 돌아가기 일주일 전에 있었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