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화(3/547)
(2) 친아버지는 망나니 장교다
미래, 원역사에서는 세상 모두가 유진은 몰라도, 유진의 엄마는 안다.
왜냐하면 저 유명한 나폴레옹의 첫 부인이니까.
그럼, 유진의 친아버지는 없을까?
“와하하! 오늘도 유쾌한 하루로군. 세상이 빙빙 도는걸?”
아무도 기억하지 않지만, 엄연히 현존하는 친부가 있다.
생 제르맹 포부르(구역), 뒷골목 보아르네 저택.
술에 불콰하게 취한 장교복의 남자가 들어섰다.
알렉상드르 드 보아르네.
보아르네 후작가의 차남이자, 유진의 부친이다.
알렉상드르가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한 바퀴 휙 돌았다.
“오, 사랑이여. 달콤한 그대의 향기를 맡음이 왕관보다 황홀하노라!”
시큰둥하게 쳐다보고 있던 유진이 콧방귀를 뀌었다.
“왕관 써본 적도 없으면서 무슨 말씀을.”
“하하핫! 비유라는 거란다. 우리 꼬마. 아직 사랑을 알기엔 너무 어리지!”
“예, 그래서 새로운 애인은 만나고 오셨어요?”
청년장교, 알렉상드르가 유진을 보며 눈을 찡긋거렸다.
“후후, 아니야. 오늘은 동료들과 카드판 한 판 벌이고 왔다. 애인 얘기는 너희 엄마에겐 비밀이다? 뭐, 곧 헤어질 거긴 하다만.”
현재 유진의 모친은 보아르네 저택에 없다.
3년 전, 그러니까 1785년에 알렉상드르는 아내 조세핀과 별거를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부정 의심.
사안은 복잡하지만, 요약하면 간단하다.
유진의 동생, 오르탕스가 남의 자식이라는 의심이다.
사실 알렉상드르 본인이 남말 할 처지는 아니다.
어쨌든 이로 인해 두 사람은 현재 별거 중이고, 유진의 모친은 수도원에 가 있다.
반대로 알렉상드르는 홀아비의 몸으로 유진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 하녀에게 맡기는 수준이지만.
그때 포도주에 취해 비틀거리던 알렉상드르가 벽에 걸린 장식물을 쳤다.
-철커덩!
벽에서 떨어지는 것은 검 한 자루다.
“아이고, 이건 또 여기 왜 있는 거야?”
황급히 검을 들며 알렉상드르가 혹시 상한 곳이 있는지 연신 살폈다.
검은 화려한 보석과 금은으로 장식되어 눈부시다.
문자 그대로 [보검]이라 할 십자 형태의 검.
문득 알렉상드르가 황홀한 듯 검을 보며 읊조렸다.
“프랑크, 마서너리, 사브르.”
영어로 말하면 이렇다.
프리메이슨 소드.
저 유명한 프리메이슨이냐고 묻는다면 맞다.
18세기 말이 바로 프리메이슨의 전성기다.
당장 모차르트도 프리메이슨의 회원이었고, 저 검을 하사한 장본인 라파예트도 프리메이슨 회원이었으며, 이 시대 인물인 조지 워싱턴도 프리메이슨 회원이었다.
그럼 알렉상드르는 회원일까?
아니다.
그냥 선물로 받은 거다.
바로 미국 독립전쟁의 영웅이자, 프랑스의 명장 라파예트 장군에게.
유진이 검을 유심히 보다 물었다.
“저 검, 신대륙에서 받아오신 거죠?”
“하핫! 그랬지. 내 가장 좋은 시절이지. 그때 내가 라파예트 장군 휘하에서 영국 놈들을 마구! 무찔렀지. 네 이름을 외젠, 아니 유진이라고 지은 것도 그때 승리의 상징이란다.”
“꼭 늙은 것처럼 말하지 마시죠. 아직도 젊기만 하신데.”
말하는 것은 꼭 노병 같지만, 사실 알렉상드르는 1760년생이다.
고작 28세 밖에 안 된 청년장교인 셈이다.
왕실 중기병 연대인 샹파뉴 부대에서 복무 중으로, 계급은 소령에 해당한다.
놀랍게도 알렉상드르는 저 유명한 미국 독립전쟁 참전자다.
미국이 완전 독립한 연도가 1783년이다.
그러니까 현재 시점에서는 고작 5년 전의 일이다.
유진이 태어난 1781년 무렵, 알렉상드르는 미국에서 용맹하게 싸웠다.
그때 라파예트에게 공적을 인정받아 받은 게 바로 이 검이다.
물론 유진은 저 검을 다른 방식으로 기억한다.
‘저게 아마 그 유명한 보아르네의 검이겠지.’
나폴레옹과 보아르네 일가가 만나게 되는 일화로.
어쨌든 따지고 보면 곧 혁명이 다가올 시기.
군인이라는 것은 엄청난 이점이다.
그러나 알렉상드르는 끝내 역사에 본인의 이름을 남기지 못했다.
한 마디로 무능했다는 소리다.
그 사실을 가장 잘 아는 게 알렉상드르 본인이다.
알렉상드르가 검을 벽걸이 위에 올리며 껄껄 웃었다.
“훗, 내 인생의 전성기는 끝났다. 유진, 네가 우리 보아르네 가문의 기수가 될 거다. 신동 유진 드 보아르네가!”
신동.
7살밖에 안 된 유진이지만, 이미 주위에는 비범한 아이로 유명하다.
카드게임 때문이다.
보통은 애가 카드 게임을 하면 말리겠지만, 알렉상드르는 오히려 놀라며 기뻐했다.
18세기 유럽을 풍미하고 있는 신동 열풍을 알렉상드르도 알았던 탓이다.
본인은 평범해도, 자식은 비범하다면, 그것만으로도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이미 아직도 빈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가 입증한 사실이 아닌가?
물론 유진은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죄송하지만 전 모차르트가 아니거든요.”
“음악 따위가 뭘? 인생의 영광은 말이야, 총과 칼이 만드는 거야. 넌 반드시 브리엔 유년학교에 가야지! 가서, 국왕 폐하를 떠받드는 장교가 되는 거야! 너라면 천재 군인이 될 수 있어!”
“아, 네. 그렇군요.”
벌써부터 자식을 군인으로 만들 생각을 하다니, 어처구니 없는 아버지라 할 것이다.
물론 이 시대에는 아직 아동 인권이라든가 하는 개념이 없긴 하다.
그래도 군인이 힘든 직업이란 것은 당연한 얘기다.
그때다.
-탕탕탕!
갑자기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알렉상드르! 거기 없나? 자네! 언제 빚 갚을 거야? 앙?”
하녀들이 깜짝 놀라 쳐다보고, 알렉상드르는 숨을 죽였다.
반대로 유진은 혀를 찼다.
빚.
술꾼에 도박에 바람까지 피는데, 이게 다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그런데 소령이라곤 하지만 군인 월급은 이 시대에도 뻔하다.
귀족가 아들이라지만 차남이라, 별 다른 수입원도 없다.
자연히 부족한 돈은 빚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알렉상드르가 황급히 벽 구석에 몸을 바짝 댄 채, 유진에게 말했다.
“나, 없다고 해라. 유진.”
“알고 오신 거 같은데요?”
“그래도 이럴 때는 없다고 하는 거야!”
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문 밖으로 나갔다.
“안녕하세요. 무슈 레카미에. 저희 아버지는 지금 안 계십니다.”
그래도 후작가 차남에 왕실군대 장교쯤 되면, 건달에게 돈을 빌리지는 않는 법이다.
보아르네 저택 밖에 서 있던 신사 한 사람이 낯을 찌푸렸다.
꽤 이름 높은 레카미에 은행의 오너, 자크 레카미에다.
본래 스위스 국경지대에 있는 리옹의 은행장인데, 요 근래 파리에 진출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그러다 알렉상드르에게 돈을 빌려준 것인데, 악성채무자라 골치를 썩고 있었다.
채권자, 레카미에가 낯을 찡그리며 유진을 보았다.
아무리 금전지상주의 은행가라도, 7살짜리 어린애를 윽박지르긴 어려운 탓이다.
“끙, 이런 어린애에게 다 맡겨놓고! 네 아비에게 전해라. 이번 달 말까지, 원금과 이자 싹 다 갚지 않으면 네 조부에게 쳐들어 간다고!”
“대체 얼마나 빚이 있길래 그러신 거예요?”
“하, 네가 들으면 알기나 하냐? 무려 6000 리브르다! 그것도 원금만!”
분통을 터뜨리며 사라지는 레카미에를 보다, 유진이 슬쩍 휘파람을 불었다.
“와, 6개월 생활비군요.”
리브르, 그러니까 프랑스 금화다.
요컨대 유진의 부친 알렉상드르는 지금 반년치 생활비를 빚으로 안고 있는 것이다.
***
망나니 귀족 장교가 빚에 시달릴 때 달려오는 곳은 어디일까?
“휴, 고리대금업자 같으니. 틀림없이 유대인 후예일거야. 아니면 신교도겠지! 암!”
다름 아닌, 애인의 집이다.
보아르네 저택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저택.
살름 저택이란 이름으로 유명한 대저택에 알렉상드르가 유진과 함께 찾아왔다.
우는 소리로 어떻게든 돈을 구하기 위해서다.
알렉상드르의 애인, 아멜리에가 깔깔 웃으며 커피를 갖고 나왔다.
“그래서 우리 집으로 도망쳐 온 거예요? 풋!”
“누가 도망쳐왔다는 거야? 난 엄연히 그대를 만나러 온 거야. 아멜리에. 후후!”
“아이, 누가 들으면 꼭 애정이 넘치는 남자인줄 알겠어요?”
가볍게 유진의 볼을 꼬집으며 아멜리에가 생긋 웃었다.
“우리 귀여운 유진이 깜짝 놀랐을 텐데. 그렇지?”
유진은 묵묵히 쿠키를 먹다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예, 마담 호엔촐레른.”
아멜리에 제피린 폰 살름-키르부르크.
알렉상드르 보아르네의 현재 애인이다.
이 대저택의 안주인이란 것만 봐도 보통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방금 유진이 말한 칭호는 실로 그 이상이다.
호엔촐레른.
바로 후세 프로이센 왕국의 가문명이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호엔촐레른 가문의 분가로, 독일 남서부인 지크마링겐의 군주비이긴 하다.
그래도 엄연히 왕가의 부인인 것이다.
왜 왕가의 부인이 여기에 있을까?
여기에는 역시 복잡한 사연이 있지만, 요약하면 간단하다.
프랑스에서 교육받은 독일 영주의 딸, 아멜리에는 독일이 싫고 파리가 좋았다.
그래서 결혼한지 3년 만에 남편과 아들을 놓아둔 채, 파리로 온 것이다.
이곳, 아멜리에의 오빠이자 살름의 영주, 프레데릭이 있는 저택으로.
아멜리에가 깔깔 웃으며 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참, 얘는 항상 예의바르단 말야. 우리 애도 이렇게 자라면 좋을텐데.”
“흥, 도이치 인들이 어떻게 이런 예의를 가르치겠나? 파리에서나 가능한 일이야.”
“그러게요. 휴, 집안 문제만 아니라도 당장 이혼하고 애 데려올 텐데.”
문득 알렉상드르가 아멜리에의 손등에 입을 맞추며 미소지었다.
“당신과 함께 정식 혼인을 할, 그 날을 나도 기대하지. 아멜리에.”
새삼 유진은 부친의 진짜 능력에 속으로 감탄했다.
여자를 홀리는 솜씨.
어느새 아멜리에는 몽롱한 눈으로 알렉상드르를 보는 중이다.
하급귀족 주제에 무려 프린스(군주)의 부인과 애인이 된 남자, 그게 바로 알렉상드르인 것이다.
하긴 애초에 조세핀과 결혼한 것만 봐도 보통 남자는 아니긴 하다.
그때 대저택으로 역시 장교 옷차림의 남자가 시종과 함께 들어섰다.
“아이고, 춥다. 엉? 뭐야. 자네 집은 어쩌고 여기 또 왔어? 알렉상드르?”
바로 이 저택의 주인이자 아멜리에의 오빠, 프레데릭 살름-키르부르크다.
프랑스와 신성로마제국 사이에 있는 영지의 군주지만, 진짜 직업은 따로 있다.
프랑스 왕실 군단의 장군(준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휘하는 부대는 없는 일종의 명예직이지만 말이다.
알렉상드르가 프레데릭을 보자 눈을 빛냈다.
“여, 나의 전우 프레데릭. 살름의 후계자여. 이 불쌍하고 가난한 전우에게 돈 좀 빌려주지 않겠나?”
“꺼져! 나도 없어. 애초에 이 저택부터 내 소유가 아닌 거 몰라? 건축가인 피에르 루소 거야. 내가 20만 리브르를 갚기 전까지는.”
“20만 리브르? 맙소사, 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거대한 대저택, 살름 가문의 저택으로 파리에서 유명한 이곳.
그러나 실상은 빚더미라는 얘기다.
살름의 영주, 프레데릭이 씁쓸히 웃으며 대꾸했다.
“그야 내 예상했던 예산보다 예산이 초과해버린 거지. 세상은 예산이 지배한다네, 친구.”
유진은 가볍게 혀를 찼다.
프랑스 혁명 직전, 귀족들의 삶은 이렇다.
겉으로 보기에는 대저택, 연회, 화려한 보석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실상 그 모든 것은 대부분 빚으로 이뤄진 것이다.
물론 진짜 부자들인 대귀족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귀족은 채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마치 프랑스 왕국도 빚더미에 올라있는 것과 똑같이.
어떤 의미에서 프랑스 대혁명은 채무가 부풀어 오르다 터진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 아멜리에가 눈을 가늘게 뜨며, 알렉상드르의 볼을 꼬집었다.
“쓸데없는데 한 눈 팔지 말고, 왕실의 은총을 받는 게 어때요?”
“무슨 소리야, 그게?”
“아무리 빚이 많아도, 왕실에서 시혜를 한 번 베풀면 그 정도는 없어질 거예요. 6000리브르 정도야.”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알렉상드르는 대귀족도 아니고, 왕실에 별다른 끈도 없다.
실상 부친인 후작도 왕실과 크게 인연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내가 어떻게 왕실에 손을 뻗어?”
“방법이 있잖아요? 여기.”
“응?”
문득 아멜리에의 시선이 유진을 향했다.
“우리 [신동] 유진이라면 가능할지 몰라요. 이번에 왕비 폐하를 만날 기회를 한 번, 드릴게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시대는 천재의 시대다.
왕실도 일개 하급귀족의 아들이 신동이라는 이유로 만나줄 정도로.
***
당연히 그저 환생자 도박사인 유진은 달갑지 않다.
물론 유진의 의지 따위는 무시되었지만.
“그래! 유진, 이건 기회다!”
유진에게 묻지도 않고, 아멜리에에게 부탁한 후, 알렉상드르는 신나게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유진은 아직 알아듣지 못했다.
물론 신동을 보는 게 왕실 사람들에게 신기해 보이기는 할 것이다.
그렇지만 대체 그게 어떻게 알렉상드르의 빚을 해결해준다는 걸까?
묘기라도 보이라는 소리일까?
“무슨 기회요?”
“시동!”
“예? 잠깐만요. 저보고 왕실 하인으로 들어가란 말이에요?”
그때서야 유진은 알렉상드르와 아멜리에가 무슨 소리를 한 것인지 깨달았다.
먼저 왕실에 뛰어난 신동이 있다고 유진을 소개한다.
다음 유진이 프랑스 왕실 눈에 들어서, 시동으로 들어간다.
일단 시동으로 들어가면, 시동 자체도 급료가 있지만 국왕과 왕실 가족의 [은총]을 받기 쉬워진다.
이 은총이란 쉽게 말해 재물을 하사한다는 얘기다.
당연히 이 모든 과정은 말이 쉽지, 실제로는 무척 어렵다.
왕실의 눈에 드는 것도, 시동으로 임명되는 것도, 은총을 받는 것도.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그게 어때서? 왕실 시종은 본래 귀족의 영예다!”
아주 대책 없이 좋아하는 부친을 보다, 결국 유진은 참지 못하고 외쳤다.
“아버지! 지금은 1788년이라구요!”
서기 1788년.
이 해가 의미하는 바는 매우 간명하다.
프랑스 대혁명 전야다.
1년만 지나면 대혁명이 일어나고, 왕실 사람들은 줄줄이 목이 잘린다.
실은 눈앞의 알렉상드르도 이래저래 줄을 잘못 섰다가 결국 기요틴에 목이 날아간다.
원역사의 미래다.
그런데 5년 전도 아니고, 몰락 1년 전에 왕실에 선을 댄다?
미친 짓이다.
물론 그 사실을 모르는 알렉상드르는 껄껄 웃으며 포도주를 마셔댔다.
“후후! 루이 14세 국왕 폐하 때만큼은 당연히 아니지! 그래도, 여전히 왕실은 이 나라의 중심이야!”
“아니, 지금 때가 정말 안 좋아요!”
“왕실로, 내 아들을 보내리! 오오, 영광의 프랑스여! 드디어 내가 왕실과 선이 닿는구나!”
괜히 알렉상드르가 원역사에서 목이 달아난 게 아니다.
실로 눈치가 없다.
깊이 한숨을 내쉬며 유진은 일단 방으로 들어왔다.
슬쩍 한글로 적어둔 연대표를 꺼내보며, 유진이 미간을 찡그렸다.
“맙소사, 프랑스 대혁명 직전에 시동으로 보내려고 하다니. 아니, 원래도 있었던 사건 같긴 한데.”
과연 가도 될까?
이거야말로 선택의 기로다.
그때 유진의 눈앞에 백은문자가 떴다.
[왕실로.]유진은 눈을 깜박였다.
도박에서만 발휘되는 줄 알았던 진은의 문자다.
그런데 이 순간 발휘된 것이다.
선택의 기로에서, 왕실로 가라고.
한참 동안 뚫어져라 문자가 사라진 허공을 보던 유진이 문득 씩 웃었다.
“왕실이라. 한 번 구경이나 해볼까?”
어쩌면, 지금이 도박을 걸어볼 시간일지도 모르니까.
서기 1788년 3월 3일.
유진 드 보아르네가 프랑스 왕실로 가게 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