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0)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29화(30/547)
(29) 나폴레옹이 유진을 위해 툴롱을 살리다
승자는 언제나 하나고, 패자는 다른 모두가 되기 마련이다.
-척, 척, 척!
1793년 4월, 때는 부활절이지만 혁명군은 죽음을 선사하는 중이다.
현재 프랑스군은 정규군과 국민위병대를 비롯한 민병대로 이원화된 상태다.
그러나 툴롱과 같은 진짜 전장에는 민병대를 투입하기 어렵다.
결국 본래 왕정 시절부터 존재했던 정규부대에 동원령으로 강제징집한 병사들이 채워져 혁명군으로 재탄생했다.
그런데 대부분 신병들이 그렇듯, 툴롱 진압 혁명군도 모두 이번이 첫 전쟁이다.
죽음을 처음 경험했기에 혁명군은 다들 살기 등등했다.
특히 바로 어제까지 싸우던 [적]에 대해서.
분명 같은 프랑스인임에도.
“잡아! 반혁명분자를 모두 끌어내!”
“왕당파를 죽여라! 여기, 살아야 하는 자는 없다!”
“피에는 피로서! 이 툴롱의 오욕은 피로만 씻어낼 수 있다!”
툴롱 곳곳에서 시민들이 끌려나갔다.
전직 왕당파, 온건 부르주아, 친영파.
때로 혁명 지지자임에도 반란 기간 중 태도가 명확치 않았다고 잡혀가는 이도 있다.
물론 그 선두에 서서 병사들을 지휘하는 자는 따로 있다.
“이것은 국민공회의 명령이다!”
스타니슬라스 프레롱, 앙투안 크리스토프 살리체티, 폴 바라스.
지금 남프랑스 일대를 감독하기 위해 파리에서 파견된 국민공회 [파견의원]들이다.
나아가 이미 리옹, 보르도, 마르세유에서 ‘학살극’을 저지르고 온 자들이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의원 프레롱은 현장까지 달려와 포효하는 중이다.
“평화는 오로지 반역자들을 없애야 가능하다! 모조리, 단 하나도 남기지 말고 잡아라!”
물론 모두가 이 광기의 대열에 동참하지는 않았다.
특히 혁명군이라도 도리어 치열한 혈전을 벌였을수록, 지쳐서 쉬는 중이다.
그중 하나, 하사 이폴리트가 항만에서 이 꼴을 보다, 투덜거렸다.
“아니, 정작 장군들은 안 설치는데 왜 의원들이 난리야?”
“원래 이런 건 정치가들이 앞장서는 거야. 웃기는 건 따로 있지.”
“뭔데?”
유진이 저 멀리로 지나가는 프레롱을 보다 비웃었다.
“저기 있는 치들, 전부 자유와 평등, 인간의 존엄을 외치던 자들이란 거지. 정말로.”
프레롱, 살리체티, 바라스 모두 당연히 혁명을 지지하던 자들이다.
특히 프레롱은 로베스피에르의 친구, 변호사 데물랭과 함께 언론 활동을 했던 자다.
당대 최고의 저널리스트 엘리의 아들로 사실은 왕당파 집안이기도 했다.
허나 국왕이 [퇼르리 탈주 사건]을 일으켰을 때, 국왕 사형을 앞장서 주장했던 처형파였다.
이제 프레롱은 국민공회에서 파견된 의원이 되어, 반혁명파를 처형하는 중이다.
지금 툴롱에서 저지르려는 짓이기도 하다.
후일 프레롱이 언론의 무한자유를 주장한다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거기까지 유진이 생각할 찰나, 좀 더 현실적인 이폴리트가 유진을 일깨웠다.
“그럼 저대로 죽게 내버려 둬야 하나? 좀 불쌍한데?”
“글쎄, 만약 우리가 졌으면 저 꼴이 되지 않았을까?”
“어, 그, 그런가?”
그때 밧줄에 묶인 채 끌려가던 남자를 향해 한 어린애가 달려갔다.
“파파!”
아직 어린 여자애다.
미처 병사들이 막기도 전에, 아이는 남자를 향해 매달렸다.
아마 끌려가는 부친을 구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이가 울며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파파 끌고 가지 마요! 나쁜 사람들!”
“이 애새끼는 뭐야? 이 녀석도 광장으로 끌고 가!”
“파파! 아악!”
병사들이 아이를 잡아챘다.
툴롱의 시 광장으로 끌려가는 대열이다.
광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뻔한 얘기다.
잡혀 있다가, 즉결 재판을 받고 처형당할 것이다.
그러나 저 아이가 대체 무슨 반혁명죄를 저질렀단 말인가?
유진은 낯을 찡그리다 한 발 나섰다.
“이봐, 지나치게 거칠군.”
그러나 유진을 본 병사는 오히려 총을 들이댔다.
“넌 또 뭐야? 군복? 어디서 훔쳐 입은 거냐!”
“어이, 말이 지나치잖아. 이쪽은 소위님이시다! 난 하사 이폴리트고!”
“뭐? 이 어린애가 소위? 엇!”
일순, 병사가 입을 쩍 벌리며 소리쳤다.
“소년기수! 마리 루이즈의 탈환자, 지옥의 불꽃!”
아주 괴상한 별명이다.
유진도 모르는 사이, 툴롱 진압군 사이에 과장된 소문이라도 퍼진 모양이다.
게다가 마리 루이즈는 존재하지도 않는 배가 아닌가?
그러나 이럴 때는 악명도 도움이 된다.
툴롱 시내에 가장 먼저 진입했고, 유니언 잭을 탈취했던 군인 유진이 턱을 내밀었다.
“날 아나?”
“아, 알죠. 소위님. 죄송합니다. 하지만 파견의원님들의 엄명이 있어서.”
“파견의원님이라. 여기 지휘관이 누구지? 최소한 애는 놓아 주라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때였다.
“그만 둬, 소년기수. 나설 일이 아니다.”
유진은 화를 내려다, 멈췄다.
등 뒤에 나폴레옹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지친 얼굴의 나폴레옹은 고개를 젓고 있었다.
무언이지만 무슨 소리인지 알 것 같다.
끼어들지 마라.
유진도 알고 있다.
서슬 퍼런 혁명의 시대, 함부로 남을 구하려다가는 죽는다.
그래도 이 애가 무슨 죄란 말인가?
결국, 참지 못하고 유진이 항변했다.
“대령님. 하지만 이건 재판도 없이 학살을 진행할 상황입니다. 게다가, 저 아이까지 끌려가 버릴 판인데요? 저 애가 무슨 죄입니까?”
“이봐, 소년 기수. 그건 공안위원회의 전쟁위원들, 그리고 그들의 권한을 위임받은 파견의원이 결정할 일이야. 군인이 결정할 일이 아니야!”
“그건!”
그 순간 쇳소리가 울렸다.
-텅!
유진과 나폴레옹이 놀라 돌아 보았다.
이 시대 총은 격발준비를 꽤 하지 않으면 쏘기 어렵다.
그러니 오발 사고는 오히려 드물다.
대신 총 자체가 쇳덩이라 병기처럼 쓰인다.
방금 전까지 ‘파파’를 구하려던 아이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그 앞에서 피묻은 총을 든 병사가 안절부절 못하며 변명했다.
“아, 아니. 이 애가 갑자기 달려들어서!”
이폴리트가 급히 달려들어 애를 살펴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다쳐서 기절했을 뿐, 죽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유진은 안도의 한숨을 쉬다, 나폴레옹을 돌아보며 정시했다.
“최고책임자를 만나야겠습니다. 대령님.”
이번에는 나폴레옹도 유진을 말리지 못했다.
***
파견의원, 곧 국민공회에서 군대와 반란 지대를 감시하라 보낸 대리인이다.
그저 단순한 감시역이라도 무서울 텐데, 이들에게는 실질 권한이 있다.
바로 파견 지역 군 부대에 대한 인사권이다.
일단 나폴레옹부터 파견위원 중 살리체티가 추천하고, 오귀스트가 승인해 참모장이 된 케이스다.
그런데 이들 파견의원들은 대체로 초강경파가 많다.
왜?
애초에 그런 사람들을 뽑아서 국민공회, 그 중에서도 로베스피에르가 보냈으니까.
그 중 하나, 바라스가 툴롱 시청에서 열변을 토해냈다.
“모두 죽여야 해! 그래야 이 마르세유가 제압된다! 또한, 다시는 왕당파가 들고 일어나지 못할 거야! 이것이 국민공회 공안위원회의 의지고!”
정작 원역사에서 바라스가 하게 될 일을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한 소리다.
공안위원회를 박살내는 장본인이 바라스니까.
그러나 1793년 4월 현재, 바라스는 철두철미한 공안위원회 지지자다.
얼마 전까지 왕당파, 반혁명파, 친영파 상인들이 장악했던 툴롱을 숙청하는데 앞장서는 의원이기도 했다.
물론 프레롱처럼 굳이 학살현장까지 가서 관람하는 잔혹한 남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바라스의 강경론이 남프랑스 곳곳에서 이미 학살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오귀스트가 식은땀을 흘리며 시청의 정청에 앉아 반문했다.
“무슈 바라스. 그래도 재판은 진행해야 하지 않겠소?”
“재판은 무슨! 그럼 저 놈들은 합법절차로 반란을 일으켰나?”
“아니, 아무리 그래도 우리 공화국은 법치국가인데.”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프레롱이 소리쳤다.
“오늘 반란자를 죽이지 않으면, 우리가 죽소! 무슈 로베스피에르!”
로베스피에르.
오귀스트의 성이기도 하지만, 또한 이는 단 한 사람의 상징 같은 이름이다.
막시밀리앙 드 로베스피에르, 오귀스트의 형.
형을 숭배하다시피 따르는 동생, 오귀스트로서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명령어와 같다.
게다가 프레롱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것만도 아니다.
프랑스 곳곳에서 혁명에 반하는 봉기, 곧 반혁명 봉기가 이어지는 중이다.
그런데 이 봉기 뒤에는 꼭 오스트리아나 혹은 영국의 지원이 있다.
반란이 외세와 결탁하는 지점이 있다는 얘기다.
자연히 이 반란을 제압하지 않으면, 외국군이 혁명을 전복할 수 있다.
게다가 당장 오귀스트의 형, 로베스피에르부터 반역자들을 처형하고 있지 않는가?
낯을 굳히며 부동자세가 된 오귀스트를 보며 바라스도 다시 끼어들었다.
“잘 생각하시오! 응?”
그때 한 소년과 청년 군인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툴롱시청의 정청, 그곳으로 유진과 이폴리트가 들어선 것이다.
바라스는 눈에 이채를 띠었다.
그 모습을 보며 오귀스트는 혀를 찼다.
또, 바라스의 나쁜 습관이 발동한 모양이다.
소년, 유진이 그것도 모른 채 정중히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무슈 바라스, 그리고 무슈 프레롱. 아, 무슈 로베스피에르도 계셨군요.”
“호오, 잘생긴 소년이로군. 이름이?”
“유진 드 보아르네라고 합니다. 무슈 바라스. 현재 툴롱주둔군 제4연대에서 소위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문득 바라스가 눈을 가늘게 뜨다 혀를 날름거렸다.
“오호! 그 소년기수가 자네인가! 이렇게 이쁘장, 아니 잘생긴 줄은 몰랐군! 나중에 한 번 따로 보세!”
바라스는 유진의 어깨를 부드럽게 만지며 눈을 번뜩이다, 밖으로 나갔다.
꼭 애무하는 듯한 손길이라 아주 꺼림칙하다.
반대로 프레롱은 차가운 눈길로 유진을 보다, 말없이 나갔다.
낯을 찌푸린 유진 옆에서 이폴리트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속삭였다.
“뭐야, 저 치? 왜 저렇게 기분 나쁘게 널 보는 거지?”
“그야 동성애자, 아니 양성애자니까. 소아성애자가 더 정확한가?”
“뭐? 맙소사. 절대로 가까이 가지 말자고.”
둘 다 낮게 말했지만, 오귀스트는 귀가 좋다.
혁명의 파견위원이 저런 성적 취향을 가졌다는 것은 당연히 스캔들이다.
그게 아무리 [금융신동]이라도 소년인 유진이 알 정도로 소문이 벌써 퍼졌단 말인가?
오귀스트가 쓰게 웃다, 유진에게 말을 건넸다.
“그 옆은 소녀를 사랑하는 친구지. 공주의 기사. 날 보러 왔나?”
그렇다.
오귀스트는 유진을 안다.
왜냐하면, 가장 존경하는 형 로베스피에르의 왕비 처형 계획을 망친 아이니까.
또한, 로베스피에르가 특별히 신경쓰는 소년 군인이다.
***
유진은 싱긋 웃으며, 방금 나간 두 [파견의원]을 떠올렸다.
바라스와 프레롱.
남프랑스의 처형자들.
그리고, 이상 성욕자들.
그러니까 저 유명한 반동자, 바라스는 알고 보면 양성애자다.
바라스가 후일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을 발탁하는 이유가 잘생겨서라는 추정도 있을 정도다.
미소년이라면 말할 것도 없이 군침을 흘린다.
반면, 프레롱은 미소녀를 사랑한다.
원역사에서, 프레롱이 가장 줄줄 따라다니던 여자는 폴린이다.
바로 나폴레옹의 여동생으로 현재 13살이다.
‘그리고, 둘 다 [반동]의 주역이지.’
어쩌면 혁명은 이상성욕자들이 망치게 될 운명인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유진은 두 변태를 만나러 온 게 아니라, 정상인을 만나러 왔다.
유진이 착하지만 초강경파 형을 둔 오귀스트를 보며 말했다.
“무슈 로베스피에르, 일전에 뵌 적이 있죠. 형님 분의 사무실에서.”
“오귀스트라고 부르게. 후후, 파리에서 떠날 때만 해도 앳된 소년이었는데. 이젠 군인이 다 되었는걸?”
“감사합니다. 보살펴주신 덕분입니다. 정말로.”
정중히 감사인사를 표하는 유진을 흐뭇하게 보다, 오귀스트가 물었다.
“무탈한 걸 보면, 형님도 마음이 놓이실 거야. 아이를 전장에 보낸다고 형님도 꽤 괴로워하셨거든. 한데 무슨 일이지?”
사실 변태라서 사람을 죽이든, 너무 청렴해서 사람을 죽이든, 죽이는 것은 매한가지긴 하다.
역시 파리에서 꽤 많이 죽이고 있을 로베스피에르다.
그래도 최소한 재판은 거치는 중이었다.
당장 왕비만 해도 불공정 재판이긴 했지만, 형식상 법적 절차를 다 거치지 않았던가?
유진은 그 점에 기대기 위해 오귀스트를 찾아온 것이다.
“살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무슈 오귀스트.”
“누굴?”
“지금 툴롱 광장에서 강제로 끌려가고 있는 시민들입니다.”
방금 전, 바라스나 프레롱이 요구했던 바의 딱 정반대다.
오귀스트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마치 유진을 순진한 소년 보듯이 타이르는 태도로 오귀스트가 일렀다.
“그 친구들은 모두 전직 왕당파야. 그런데 살린다고?”
“모두는 아닐 겁니다. 또한 주동자 몇이라면 모를까, 최소 2천 명을 동시 학살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아까 보니 끌려가는 숫자가 그 정도는 되어 보이더군요.”
“2천 명으로 안 끝날걸? 지금 프레롱이 직접 명단을 작성하고 있어. 아마 6천 명까지는 치솟을 걸세.”
유진이 눈을 크게 뜨자, 오귀스트가 한숨을 쉬었다.
“나도 썩 내키는 건 아니야. 하지만 왕당파를 제거하지 않으면, 어떻게 반란을 다시 일으키지 못하도록 만들지?”
당장 프랑스 곳곳에서 벌어질 일이다.
반란을 제압하기 위해, 반역자들을 죽인다.
죽여서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나 정말 그것으로 끝일까?
단두대의 칼날은 결국 칼을 휘두르던 자에게 돌아간다.
유진은 꾹 다물었던 입을 다시 열었다.
“저를 생각해 주십시오, 무슈 오귀스트.”
“응? 그게 무슨 말인가?”
“저는 따지고 보면 왕실의 시동에, 심지어 공주를 살리겠다고 달려든 왕당파 중의 왕당파입니다.”
지극히 불리한 얘기를 입에 담으며, 유진이 토로했다.
“하지만, 이렇게 혁명의 기수가 되지 않았습니까? 오늘의 왕당파가 내일의 공화파가 됩니다. 그게 혁명입니다!”
사실 지금 앞장서 처형을 주도하는 프레롱부터 그렇다.
아버지는 극렬 왕당파로 저 유명한 계몽주의자 볼테르를 매장시키려던 자였다.
자작 가문 출신인 바라스는 말할 것도 없다.
국왕에 대한 충성을 외치던 자들이, 이제는 혁명을 결사옹위한다.
그게 격변기의 인생이다.
하물며 툴롱의 시민들은 어떨까?
유진의 열변을 듣던 오귀스트가 낯을 흐렸다.
“맞는 말이긴 해. 하지만, 구실이 없어. 대체 무슨 명분으로······.”
이런 학살, 오귀스트도 싫을 것이다.
그러나 바라스와 프레롱의 주장은 혁명파 입장에서는 정론이다.
반혁명파를 없애야 혁명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
당장 왕당파가 다시 반란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을까?
유진이 오귀스트를 설득하려면 뭔가, 결정타가 필요하다.
그때다.
“강제징집하면 됩니다.”
불쑥 아주 잘생긴 청년 장교 한 명이 정청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바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였다.
나폴레옹이 툴롱의 학살 참극을 막기 위해 나선 것이다.
후일, 나폴레옹을 비방하다 프랑스에서 쫓겨난 마담 스탈은 이렇게 말했다.
「키는 작지만, 얼굴은 고전 조각과 같은 남자다.」
사실 키도 그렇게 작은 것은 아니다.
미터법은 1793년부터, 본격적으로 혁명정부에 의해 도입되기 시작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약 170센티미터.
18세기 말, 프랑스 평균인 164센티보다 크다.
단지 귀족들이나 키 큰 병사들 사이에서는 작아 보일 뿐이다.
“폭력은 폭력으로만 해결할 수 있죠. 무슈 오귀스트.”
보는 이를 압도하는 잘생긴 외모의 청년, 나폴레옹이 눈을 번뜩였다.
이제는 그저 깡마른 청년장교가 아니다.
툴롱의 정복자.
지중해 함대를 지켜내,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공훈을 세운 장군이다.
이미 파리에서도 바다의 구원자라는 소문이 돌 정도다.
특히 오귀스트는 <보케르의 만찬>을 인상적으로 본 독자기도 했다.
오귀스트가 반색하며 나폴레옹을 맞이했다.
“응? 아, 보나파르트 대령이로군. 아니, 부오나파르테였나?”
“보나파르트라고 불러주십시오. 그게 프랑스 식이니까.”
“좋은 자세군. 한데 징집이라니?”
나폴레옹은 본래 이탈리아어를 쓰던 코르시카 귀족이다.
게다가 부친도 코르시카 독립운동가 출신이고, 본인도 코르시카 독립을 꿈꿨다.
때문에 이름도, 성도 이탈리아식 발음을 고집해 왔다.
당연히 24살 이전, 문자 그대로 10대 청소년의 치기에 가깝다.
이제, 프랑스 혁명군의 장교로서 영웅이 된 상황.
정작 코르시카는 파울리의 영도하에 나폴레옹 일가를 쫓아냈다.
해서, 이제는 정식으로 프랑스식 이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나폴레옹이 아직 코르시카 억양이 섞인 프랑스어로 강하게 말했다.
“불온한 자들을 모두 강제 징집해서, 오히려 혁명의 기수로 만드는 겁니다. 저 소년을 보십시오.”
순간, 나폴레옹의 눈에 불꽃이 튕겼다.
“지금, 훌륭한 군인 아닙니까!”
아주 간명하지만, 그 뜻을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화법이다.
유진은 소년의 몸으로 적진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지중해 함대가 불타오를 위기를 막았고, 적군을 물리쳤다.
나아가 영국 해군의 유니언 잭을 빼앗아 프랑스 혁명군에게 바쳤다.
왕당파였지만, 군에 들어와 훌륭한 군인이 된 소년.
지금 툴롱 시민들이 본받을 모범이다.
그 순간 오귀스트도 격동해 마주 외쳤다.
“좋아! 이건, 자네가 맡아봐! 장군 보나파르트!”
“예? 장군이라뇨?”
“당연한 거 아닌가! 곧 파리에서 소식이 올 거야. 공적을 치하해, 준장으로 진급시킬 거라고!”
24살, 청년 장교 나폴레옹.
이제 장군이 된 것이다.
혁명 이전에는 실로 꿈도 꿀 수 없었던 지위와 명예, 그리고 업적.
실로 혁명이 나폴레옹을 키웠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나폴레옹은 눈을 크게 떴다가 빙그레 웃었다.
“그럼, 장군으로서의 첫 작전은 툴롱 시민들을 살리는 걸로 하죠.”
유진은 눈을 크게 뜨다 주먹을 꽉 쥐었다.
본래 툴롱에서는 무려 6천 명이 학살당한다.
그러나 학살 대신 툴롱 시민들은 구원받은 것이다.
강제로 군대에 끌려가는 조건으로.
역사가, 다시 조금 바뀌었다.
***
물론 이 툴롱의 결정권자는 오귀스트만이 아니다.
“누구 멋대로 사람들을 살린다는 거야?”
한때는 시장이 머물던 공관은 이제 파견의원들의 숙소로 변한 상태다.
가장 화려한 의자에 앉은 바라스가 눈을 부라렸다.
반면에 허름한 군복을 입은 나폴레옹은 턱을 내밀며 오연히 대꾸했다.
“무슈 오귀스트 로베스피에르의 명령서요.”
“그건 봤어! 하지만 이건 파리에서 다시 재명령이 오면 뒤집을 수 있지!”
“정말 그럴 생각이오, 무슈 바라스?”
유진은 나폴레옹의 뒤에서 이 광경을 보다, 꽤 묘한 대치란 생각이 들었다.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은 바라스의 비호로 출세하게 된다.
아무래도 지금 봐선 좀 어려울 것 같지만.
그러나 바라스가 나폴레옹의 얼굴은 탐욕스럽게 보는 걸 보니 꼭 그럴 것 같지도 않다.
그때 바라스의 옆에 서 있던 냉정한 얼굴의 남자, 프레롱이 입을 열었다.
“보나파르트 대령, 재고해주기를 바라오. 나도 그대 집안을 알고 있고, 웬만해선 싸우고 싶지 않소.”
프레롱은 남프랑스 전역의 파견 의원으로 바라스보다 더 부지런했다.
한 마디로 남프랑스 일대를 이미 휩쓸고 툴롱에 다다랐다는 얘기다.
그 중에는 보나파르트 일가가 정착한 곳, 마르세유도 있었다.
그때 이미 마르세유에서 보나파르트 일가를 만나 교분을 쌓았다.
이유가 뭘까?
프레롱은 군인들과 인맥을 쌓는데 꽤 많은 공을 들이는 중이다.
특히 툴롱 진압군을 지원했던 프랑수아 드 라푸아프 장군만 해도 프레롱의 매부니까.
그래서 오만한 바라스보다 잔혹한 프레롱이 좀 더 유화적이다.
당연하게도 장군에게 그렇다는 거지, 시민들에게 그렇다는 소리는 아니다.
프레롱이 매섭게 덧붙였다.
“하지만! 반혁명분자들을 죽이지 않으면, 혁명은 완수될 수 없소! 이건 진리요!”
“무슈 프레롱, 그래서 그 자들을 그냥 살리자는 게 아니오.”
“그럼?”
나폴레옹은 여전히 고집스럽게, 강렬한 어조로 외쳤다.
“피에는 피로서! 그들은 혁명군에 피를 흘리게 만들었소. 그러니, 피로 대가를 치르게 하자는 것이오. 군인이 되어, 반혁명분자들을 죽임으로서!”
한 번 결정하면 나폴레옹은 쉽게 바꾸지 않는다.
고집센 코르시카인의 특성이랄까.
물론 그게 책임을 잘 진다는 얘기와는 또 다르지만 말이다.
어쨌든 나폴레옹의 말에 바라스도, 프레롱도 놀랐다.
군인이라니.
언뜻 좋은 해결책 같지만, 믿지 못할 자들에게 총을 쥐어준다는 소리 아닌가?
바라스가 낯을 찌푸리며 반박하려 했다.
“그건 위험한데, 반란을 일으킨다면······.”
그 순간 공관 문이 벌컥 열렸다.
-쿵!
일단의 군인들이 들어섰다.
“거기까지 합시다, 의원님들.”
마르소, 라푸아프, 그리고 누구보다도 뒤고미에가 병사들과 함께 들어선 것이다.
특별히 총을 겨눈 것은 아니지만 군인들이 들어선 것만으로도 압박감이 있다.
일종의 무력 시위랄까.
툴롱진압군 최고사령관, 자크 뒤고미에를 노려보며 바라스가 이를 갈았다.
“뒤고미에 장군. 이게 무슨 짓이오?”
“의원님들이 국민위병대를 끌고 다니면서, 학살을 저지른다는 거 잘 알고 있소. 허나 아직 툴롱은 완전 진압되지 않았고, 이곳의 군지휘관은 아직은 나요.”
“대체 누가 뒤고미에 장군에게 이걸 얘기한 거, 잠깐. 너?”
순간, 눈치빠른 바라스가 유진을 노려 보았다.
왜냐하면 뒤고미에의 병사들 사이에 유진의 친구, 마르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르소 대위는 편제를 따지자면 나폴레옹 부대 휘하라, 뒤고미에의 직계가 아니다.
나름 유진은 일종의 ‘관심사병’이라 바라스도 늘 신경쓰는 상대다.
유진이 싱긋 웃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마침 제 부친과 미국독립전쟁에서 같이 활약하신 분이라서요.”
뒤고미에 장군은 7년 전쟁, 마르티니크, 그리고 미국 독립전쟁에서 싸웠던 숙장이다.
혁명 지지자라 혁명군에서도 중용되는 중이지만, 옛 구시대 군인들과도 친분이 있었다.
사실은 엄밀히 말하면 알렉상드르보다는 라파예트와 친분이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뒤고미에는 굳이 바로잡는 대신, 바라스와 프레롱을 노려 보았다.
문득 프레롱이 바라스 대신 나서 외쳤다.
“저, 왕당파 반역자 소년의 말만 듣고 움직이는 거요, 뒤고미에?”
“말 함부로 하지 마시오! 유진 소위는 훌륭한 군인이오. 당신들 중, 누가 적진 한복판에 침입해 적의 깃발을 탈취할 수 있겠소?”
“아니, 그건!”
문득 프레롱의 손을 라푸아프가 붙들었다.
“거기까지 합시다, 처남.”
뿌리치려는 프레롱을 강하게 누르며, 라푸아프가 낮게 말했다.
“저 친구 뒤에는 보아르네 장군만 있는 게 아니오.”
“그럼?”
“라파예트. 아직, 그 자는 발미의 영웅이오. 잊었소?”
프레롱은 그 말에 입을 다물었다.
물론 권력은 로베스피에르에게 있다.
그러나 이 학살을 만약 라파예트가 문제삼는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 당장은 산악파가 주도하는 파리에서 별 문제가 안 될지 모른다.
하지만 평화가 돌아왔을 때, 그때는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결국 바라스와 프레롱은 포기했다.
나폴레옹이 내민 명령서에 서명하며, 바라스가 발악하듯 소리쳤다.
“좋아, 마음대로 해! 하지만, 반혁명분자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그때는 다 당신들 책임이야!”
그 순간, 상황을 지켜보던 나폴레옹이 차갑게 웃었다.
“군대를 모르시는군, 바라스. 그럴 틈도 없을 거요.”
나아가 내부에서 분란을 일으키는 즉시, 군대가 처리할 것이다.
***
그렇다면 정작 툴롱 시민들은 죽는 것과 군대, 어느 쪽이 좋을까?
“들어라, 시민들이여! 그대들에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죽는 것이다!”
사실 두 선택지를 동시에 들이대면 답이 빨리 나올 리 없다.
특히 18세기 말 군대는 그야말로 처참하다.
군에서 질병이나 동상으로 장애인이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렇지만 광장에 묶인 채 몰려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맙소사, 이제 죽는 건가?”
“오, 성모마리아여. 공화파에 저주를! 국왕께 충성을!”
“엘리자벳! 오, 너와 결혼하고 싶었는데!”
비명을 지르는 시민들 사이에서, 머리에 상처를 입은 소녀가 고개를 돌렸다.
“파파.”
옆에 있는 부친은 소녀를 안심시키려는 듯, 감싸 안았다.
그러나 부친 니콜라는 소녀 튈리에라도 살릴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혁명파는 잔혹하다고 한다.
그때 광장, 포로들의 앞에 서 있던 청년 장군 나폴레옹이 선언했다.
“다른 하나는 군에 입대하는 것이다!”
니콜라가 눈을 깜박였다.
“군? 혁명군?”
“아니, 그래도 우리가 어떻게 혁명군에. 반역자 취급 아니었어?”
“어, 얼마 전까지 서로 싸웠는데?”
반혁명파 포로들이 망설일 찰나, 나폴레옹은 유진을 앞세웠다.
“이 소년을 보라!”
유진이 단상 앞에 선 순간, 나폴레옹이 외쳤다.
“마리 앙투아네트, 전 왕비를 기억하는가!”
왕당파는 물론이고, 반혁명파, 아니 혁명파라도 기억한다.
마리 앙투아네트, 오스트리아 황실 출신 외국인 왕비.
본래 사형 여론이 높았는데도 왕비는 살아남았다.
어떤 소년이 도왔다는 신문 기사는 이 남쪽 툴롱에서도 유명했다.
문득 누군가 외쳤다.
“어, 신문에서 봤어! 한 소년이 왕비를 구했다고!”
“뭐, 뭐라더라? 공주가 감격해서 자기 기사로 임명했다던데?”
“공주의 약혼자라고 하더라!”
나폴레옹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또한! 이 소년은 뮤르그라브 요새를 점령한 소년 기수기도 하다!”
뮤르그라브, 그러니까 멀그레이브 요새.
그곳은 나폴레옹이 직접 점령했지, 유진이 점령한 적 없다.
유진은 어디까지나 툴롱 중심부로 파고 들었지, 카이로 언덕 쪽은 가지도 않았다.
하지만 일부러 나폴레옹은 툴롱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는 요새를 언급한 것이다.
과연, 시민들이 술렁이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 속을 나폴레옹의 웅장한 외침이 쏟아졌다.
“너희가 왕당파였든, 반혁명분자든, 반역도든! 군대에 오면 똑같다! 모두, 같은 병사다!”
후일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은 수십만 대군을 호령으로 통제한다.
나폴레옹의 목소리에 대해, 원역사의 비판자조차 근사하고 위엄있고 매력적이라 평가한다.
물론 노래 솜씨는 돼지 멱따는 소리라고도 덧붙였지만.
정적들도 감탄시킬 나폴레옹의 목소리가 광장을 울렸다.
“너희들이 전쟁에서 공적을 세우고, 또 싸운다면! 모두 이 소년처럼 될 수 있다. 혁명의 기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파견의원들과, 흉흉하던 툴롱진압군 신병들도 넋을 잃었다.
나폴레옹의 마법.
연설이다.
“선택하라. 죽음을 택하겠나, 아니면 입대를 택하겠나!”
이 연설은 로베스피에르처럼 장황하지 않다.
그러나 생사를 오간 전장을 경험한 이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 있다.
말에 실체가 담겨있다는 뜻이다.
순간, 니콜라가 가장 먼저 일어났다.
앞다투어 왕당파, 반혁명파, 친영파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우르르!
모두 밧줄이 풀리고 입대를 선택하는 대열에 선 것이다.
줄줄이 군 입대 명부를 작성하는 광경을 보며 나폴레옹은 흐뭇하게 웃었다.
당연하게도, 마뜩찮은 자도 있다.
폴 바라스가 나폴레옹의 옆에 다가섰다.
“마음에 안 드는군. 반혁명분자는 모두 죽여야 하는데!”
“주동자는 죽이시오, 바라스 의원님.”
“이미 골라내서 감옥에 가뒀어! 그렇지만 본보기를 보여야 하는데. 게다가 저 놈들을 어떻게 통제할 건가?”
문득 나폴레옹이 차갑게 대꾸했다.
“대부분 분리시켜서 공화파 속에 섞을 거요. 반항하면 린치를 당해 죽겠지.”
그 차가운 냉정함에 바라스는 흠칫 놀라 물러났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개의치 않고 돌아서 병사들을 돌아 보았다.
전쟁은 이 병사들을 죽게 만들고, 더 많은 적을 죽이는 과정이다.
장군은 모두 병사들에게 죽음을 각오하고 돌진하라 명령해야 한다.
첫 전투를 치른 나폴레옹은 이미 각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저들을 죽이라 명령할 것을.
그때다.
“파파! 살았어요!”
기뻐하는 아이, 튈리에와 함께 한 남자가 다가섰다.
“감사합니다, 장군. 살려주셔서.”
“전장에 가서 살아남기나 바라게, 병사.”
“반드시, 살아남겠습니다!”
이 남자, 니콜라가, 아니 정확히는 니콜라의 딸이 유진을 움직였다.
또한 나폴레옹도.
나폴레옹은 니콜라를 빤히 보다 물었다.
“기억하지, 병사. 그대의 이름은?”
젊은 아버지, 니콜라가 경례를 취하며 외쳤다.
“니콜라 쇼뱅입니다! 장군께 반드시 보답할 겁니다!”
후일 원역사에 도시전설처럼 남는 이야기가 있다.
나폴레옹의 모든 전투에 참전하는 병사.
심지어 백일천하 때까지도.
현대에 [쇼비니즘]이라는 단어를 남긴 병사다.
그 전설을 모를 나폴레옹과 니콜라가 헤어졌다.
이 모든 상황을 보고 있던 유진이 나폴레옹에게 다가섰다.
문득 유진이 웃으며 물었다.
“뿌듯하시죠?”
나폴레옹은 힐끗 유진을 보다 콧방귀를 뀌었다.
“흥, 난 저 사람들은 별로 관심없어.”
“예? 그럼 왜 도와주셨죠?”
“하지만 말이야. 재능 있는 소년에게는 아주 관심이 많지.”
사실 꼭 그렇지는 않다.
나폴레옹은 소인배지만 인정 많은 소인배다.
손해를 보면서까지 사람들을 살리고 싶어하진 않지만, 그래도 학살을 좋아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소인배란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기도 하다.
대신, 유진을 보며 나폴레옹이 핑계를 댔다.
“신임 소령 진급 예정자, 유진 드 보아르네. 자네처럼.”
지금 유진은 세 가지를 동시에 들은 셈이다.
유진은 곧 장군 나폴레옹의 추천으로 소령으로 진급할 것이다.
나폴레옹은 유진의 재능을 인정했다.
나아가 유진을 위해서, 툴롱 학살을 막았다.
이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나폴레옹은 재능 있는 사람에게 아주 관심이 많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유진은 빤히 나폴레옹을 보다 피식 웃었다.
“저, 동성애는 관심없는데요.”
“크악! 날 모독하지 마라! 나도 미녀만 관심 있다! 참, 그러고 보니 너무 바빠서 잊고 있었군.”
“뭘요?”
동성애가 여전히 모욕인 시대, 철저한 이성애자 잠재적 난봉꾼 나폴레옹은 헛기침을 했다.
“크음! 자네 모친은 여전하신가?”
유진은 잠시 눈을 크게 뜨다 묘한 쓴웃음을 머금었다.
아무래도 나폴레옹은 마르세유에서 만났던 기억이 정말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그때 조세핀이 너무 예쁘게 보였을지도.
가볍게 웃으며,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직 유부녀라도, 괜찮으시다면야.”
툴롱 학살을 막은 날.
유진은 확실히 결정했다.
나폴레옹과 조세핀을 맺어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