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03)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03화(304/547)
(303) 로제타석 기념식에서 음모가 꽃피운다
돌 하나가 역사를 뒤흔들 때가 있다.
-텅!
1801년 12월 1일, 이제 파리에도 눈이 내릴 시기가 다가오는 때다.
간만에 파리 마르스 광장에 프랑스 주요 인사들이 집결했다.
경기가 좋아진 탓인지, 구경 나온 시민들의 얼굴에도 화색이 돈다.
하지만 광장 중심에 놓인 것은 고작 돌덩이 하나라, 다들 어리둥절한 기색이다.
이폴리트도 보통 시민들과 마찬가지라, 머리를 긁적이다 물었다.
“저 돌이 대체 뭔데, 우리가 이런 행사를 해야 하는 거야?”
유진은 이집트에서 온 돌을 보다 가볍게 고개를 기울였다.
저 돌이 온 장소는 이집트의 항구도시, 라시드다.
현재 이집트 주둔군 병사들은 주로 이렇게 부르는 도시이기도 하다.
로제타, 이탈리아어로 장미라는 뜻.
그곳에서 발견된 돌이라, 저 돌을 유럽인들은 후세에 이르도록 이렇게 부를 것이다.
로제타 스톤이라고.
바로 고대 이집트의 글자를 밝혀내게 만든 길잡이다.
“히에로글리프.”
“그게 뭔데?”
“고대 이집트 문자야. 지금은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 하지만, 저 돌이 있으면 해석할 수 있어.”
유진은 광장 중심 단상에 돌을 들고 있는 남자를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고대 그리스어가 같이 적혀 있거든. 그건, 교양인이라면 대체로 아는 거니까.”
남자의 이름은 자크 샹폴리옹, 어쩐지 익숙하다고 생각된다면 착각이다.
왜냐면 후일 원역사에서 히에로글리프를 번역해 유명해진 사람은 장 프랑수아 샹폴리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랑스레 돌을 들고 있는 자크 조세프 샹폴리옹도 관계가 없지는 않다.
어쨌든, 장 프랑수아의 형으로 장을 언어학의 세계로 인도한 고고학자이기도 하니까.
문득 자크 샹폴리옹이 유진에게도 익숙한 또 다른 남자와 손을 부여잡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이집트에서 이 돌을 가져오느라 정말 고생했습니다!”
“훌륭하오. 자크 샹폴리옹! 역사적인 돌을 찾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인데, 무탈히 프랑스까지 가져오다니!”
“모두 드농 대사님 덕분입니다!”
바로 이집트 주재 외교관으로 카이로에 남았던 전직 스웨덴 대사, 드농이다.
현재 지위는 통령 정부의 인준을 받은 이집트 총독부 최고 고문.
아주 높은 위치지만 당연히 이집트가 프랑스보다 좋을 리는 없다.
연전인 1800년, 로제타석은 원역사보다 조금 늦게 발견했다.
본래는 이탈리아 원정군 돌격장으로 유명한 도풀이 지휘하던 탐색대의 장교, 피에르 프랑수아 부샤르가 발견한다.
하지만 워낙 이집트 원정이 속도전으로 끝난 탓에, 도풀도 부샤르도 로제타석을 탐색할 틈도 없었다.
현재 두 사람 다 유진 휘하로 배속되었다가, 통령 근위대에 복무하는 중이다.
그 대신 로제타 석을 떠올린 유진이 이집트로 서신을 보냈다.
태고의 유물이 라시드 마을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찾아달라고.
이집트 주재 프랑스 학자 중 하나였던 자크 샹폴리옹이 이 돌을 발견해낸 것이다.
돌에는 히에로글리프와 함께 이미 번역이 가능한 그리스어가 적혀 있었다.
프랑스 전체가 떠들썩한 사태가 벌어졌고, 이 틈을 타 드농도 샹폴리옹의 귀국길에 따라온 것이다.
나름 본국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며 좋아하는 드농을 보다, 이폴리트가 물었다.
“그러고 보니 드농은 이제 프랑스로 귀국하나?”
“아니, 오슈나 클레베르는 아무리 뛰어나도 군인이야. 라부아지에는 이름만 정치인이지 세무관리고. 정치적으로 현지인들을 상대하려면 아무래도 문관이 필요해.”
“간만에 프랑스에 와서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안 됐군. 그럼, 오슈는 귀국 못 하는 거야?”
사실 드농 따위는 이폴리트도 알 바 아니다.
비록 외교계에서야 중요 인사고, 사회적 명사겠지만, 이폴리트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허나 이집트 총독, 오슈는 좀 다르다.
“글쎄, 슬슬 약속한 기한이 다가오고 있긴 한데. 갑자기 오슈 얘기는 왜 하는 거야?”
이폴리트가 주위를 슬쩍 둘러보며 입맛을 다셨다.
“왜냐면, 다들 우리를 쏘아보고 있거든. 아니면 외면하거나. 오슈라도 있으면 키가 크니까,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지 않겠어?”
“어머니 전직 애인의 보호가 필요한 나이는 벌써 지났거든. 이폴리트?”
“하지만 조력자가 있어서 나쁠 건 없지.”
이폴리트는 아주 낮게 유진에게 속삭였다.
“특히 정치적으로 고립된 이 상황에선 더 그렇지 않을까?”
딱히 탁월한 정치적 재능은 없지만 여자의 마음을 사는 데는 천재적인 이폴리트다.
한데 이성의 마음을 사는 바람둥이라면, 반드시 가져야 할 능력이 있다.
바로 분위기 파악을 빠르게 하는 것이다.
지금 마르스 광장의 분위기는 아주 험악하기 그지없었다.
문득 험악한 표정을 지닌 한 남자가 유진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섰다.
“프라이슈츠.”
모두가 그저 시선만 보내는 가운데, 용감하게 다가온 사람을 유진이 반갑게 맞이했다.
“데물랭 의원님. 반갑습니다. 이번에 새로 살리체티 후임으로, 상원의장이 되신다구요?”
“사실이오? 내각에서 참담한 소리를 지껄였다는 게?”
“참담한 소리는 아니지만, 군주제 복귀론을 말하시는 거라면 사실입니다. 물론 혹시 부르봉 왕가 복위를 생각하신다면, 그건 사실이 아니고······.”
그러나 제대로 유진이 설명하기도 전에, 말더듬이 데물랭은 유진에게 호통쳤다.
“실망이군. 내가, 사람을 잘못 봤어!”
분노에 찬 일갈과 함께 돌아서는 데물랭을 보다, 이폴리트가 휘파람을 불었다.
“와, 말 한마디 안 더듬네.”
“흥분했을 때는 말 잘해. 게다가 누구처럼 뒤에서 쑥덕이지도 않고. 아마 조만간 나에 대한 맹비난이 데물랭의 신문, ‘코르델리에’에 엄청나게 실리겠군.”
“상관없는 거냐? 아직 스스로 상퀼로트라고 자부하는 시민들, 파리에 많아.”
슬쩍 시민을 돌아보는 이폴리트를 향해, 유진이 비웃었다.
“천만에. 여론은 우리 편이야.”
그 증거로 시민 중에서는 아무도 유진을 노려보는 이가 없다.
오직 선망의 눈길을 보낼 뿐.
***
국가적 행사란 만나기 어려운 명사들이 모여 밀담을 나누는 장소기도 하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프라이슈츠는? 정말 부르봉을 돌아오게 하고 싶기라도 한 건가?”
그건 평소 서로 싫어해 왕래가 없는 외무장관에게 르브룅이 말을 걸 수 있다는 뜻이다.
탈레랑은 재무장관을 슬쩍 보다 빙긋 웃었다.
반쯤은 맞지만, 유진의 의도는 아마도 그게 아닐 테니까.
“르브룅 재무장관님, 로마사에 대해 좀 아시지요?”
“글쎄? 나야 잘 모르지. 기번이 쓴 로마제국 쇠망사라면 좀 읽어본 거 같기도.”
“그래도 이건 아실 겁니다. 본래 공화국이었던 로마가 어떻게 제국으로 바뀌었는지. 셰익스피어의 희곡에도 나오지요.”
19세기 초, 이미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는 지식인 사이의 베스트셀러다.
나아가 영국 연극보다 프랑스 연극을 더 높게 치는 프랑스인들도 셰익스피어 정도는 안다.
유명한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떠올리던 르브룅이 눈을 깜박였다.
“그야 카이사르가 죽고, 내전 끝에 제정이 설립되었지. 잠깐.”
순간, 르브룅의 눈이 커졌다.
“그럼, 지금 프라이슈츠가 안토니우스 역할을 했다는 건가?”
이 시대, 프랑스 혁명에 참가한 부르주아 엘리트들은 그리스와 로마사에 열광했다.
특히 아테네와 로마 공화국이 그들의 모범 사례였다.
그런데 고대 공화정의 세기가 어떻게 끝났는지 이 시대 엘리트들은 주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으로 공부하곤 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따르면, 카이사르가 죽기 직전에 안토니우스가 유별나게 나선다.
카이사르가 렉스, 곧 왕이 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반대로 말하면 유진이 나선 대상은 부르봉이 아니라 [카이사르]란 얘기다.
곧, 프랑스로 치면 나폴레옹이다.
“보나파르트 통령이 암살당하진 않았습니다만, 그럴 겁니다.”
“단순히 프라이슈츠의 돌발행동이 아니라, 보나파르트 통령의 뜻일 수도 있단 소리잖아?”
“본래 혁명 초기부터 아테네와 로마 공화정을 모범으로 삼는 사람들이 많았지요.”
문득 혁명 엘리트 사이에서는 상식인 얘기를 거론하며, 탈레랑이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다면 로마의 다음 수순도 모범으로 삼을 만하지 않을까요?”
반대편, 기념 축하연 자리에서 전혀 축하하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는 장관도 있었다.
“있을 수 없어! 왕이라니. 그건 혁명에 대한 배신이 아니오!”
“그리 쉽게 말할 일이 아닙니다, 내무장관님.”
“푸셰. 당신도 권력에 굴종해서, 형님과 프라이슈츠에게 아부나 떨 셈인가?”
누구나 다 들을 정도로 크게 떠드는 내무장관에게 푸셰가 낮게 다그쳤다.
“뤼시앵 장관님, 잘 생각하십시오. 만약 오늘 투표가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무슨 투표?”
“군주제 복위, 아니, [황제] 탄생 투표라면 말입니다.”
푸셰의 시선이 마르스 광장 좌석을 향했다.
“국민의 과반이 찬성하지 않겠습니까? 국가적 영웅,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황제가 되는 거라면.”
이 광장은 10만이 모일 수 있는 장소다.
고작 돌 따위를 기념하는 일에, 광장이 가득 찼다.
당연히 시민들이 온 이유는 돌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저 로제타라는 보지도 못한 바다 너머 마을에서 발견된 돌은 하나를 상징한다.
이집트 정복.
파리의 시민들은 2천년 전의 돌을 볼 수 있게 만든 두 사람을 보기 위해 왔다.
나폴레옹과 유진이다.
뤼시앵이 이를 악무는 모습을 멀찍이서 구경하는 야당 지도자도 있다.
“그랜드 마스터, 정말인가요? 들리는 소문이?”
풍만한 외양의 여자, 스탈 부인을 돌아보며 라파예트가 정중히 인사했다.
“사실인 것 같소. 마담 스탈.”
“어쩌실 건가요? 시민이 목숨을 잃고, 왕을 죽이고, 전쟁을 치른 대가로 시골뜨기가 왕이 된다니?”
“왕이라면 그렇지. 하지만 황제라면?”
스탈 부인과 잠자리를 하지 않은 보기 드문 정계인사 중 하나, 라파예트가 냉담히 대꾸했다.
“그건 전혀 다른 형태가 될 수 있소. 특히 로마 황제라면 본래는, 단순한 전제군주가 아니라 시민의 [제일인자]였으니까.”
사람들이 착각하기 쉽지만, 로마제국의 황제는 처음부터 전제군주였던 게 아니다.
2백 년 가까이, 공식 칭호가 프린캡스였던 시절이 있다.
그동안 로마 황제는 시민의, 혹은 원로원의 제일인자였을 뿐이다.
최소한 명목상으로는 말이다.
라파예트가 다시, 단상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게다가, 국민은 어쩌면 정말 군주제 복귀를 원할지도 모르오.”
단상 위로 나폴레옹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
국가 원수의 직무 중 하나는 국가적 행사를 직접 주관하는 것이다.
“무슈 샹폴리옹, 훌륭하오. 고대 이집트의 비밀을 밝혀줄 돌을 프랑스로 가져오다니. 이는 영원한 프랑스의 영광이 될 것이오!”
이를테면 고대의 제사장과 같은 지위랄까.
물론 개명된 계몽주의 시대, 19세기에 국가원수가 제사를 치를 리는 없다.
그러나 대중이 모여 진행하는 이런 행사는 어떤 의미에서 [제의]와 흡사하다.
무엇보다 히에로글리프라는 글자 자체가 신관이 다루던 문자다.
자크 샹폴리옹은 활짝 웃으며 돌을 부여잡은 채 외쳤다.
“감사합니다. 통령 각하. 이 모든 게 통령 각하와 유진 이집트군 사령관의 승전 덕분입니다!”
“하하하! 내가 탁월한 전략을 수립하긴 했지!”
“맞습니다! 만약 통령 각하께서 프랑스를 구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오늘 같은 날이 있겠습니까?”
샹폴리옹의 말은 자신이 모르는 역사적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본래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을 했기 때문에, 로제타석은 세상에 등장했다.
허나 나폴레옹이 본래는 도망쳐 버렸기 때문에, 영국이 로제타석을 가져가게 된다.
해서, 프랑스에 남은 것은 원역사 현대에는 그저 탁본 뿐이다.
그러나 나폴레옹이 가지 않고, 유진이 가서 승리했다.
때문에 로제타석은 프랑스 손에 남았던 것이다.
여기서 샹폴리옹은 한 발 더 나아갔다.
“과거, 로마의 [카이사르]가 이집트를 정복했듯이, 나폴레옹 통령 각하도 이집트 정복을 성공시키신 겁니다!”
광장 중심을 둘러싼 엘리트들의 낯빛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렇잖아도 카이사르 운운하는 얘기가 프랑스 정가를 강타하는 중이다.
이 상황에서 일개 학자가 나폴레옹을 카이사르에 비유했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이집트 정복을 행한 사람은 유진이다.
문득 이폴리트가 역시 창백해진 유진의 옆구리를 찔렀다.
“야, 샹폴리옹에게 네가 시킨 말이야?”
“아니. 갑자기 저 사람 왜 저래?”
“분위기 죽여주는데?”
그 순간 한 사람이 벌떡 일어나 부르짖었다.
“동감합니다!”
오귀스트 로베스피에르.
혁명 초기, 왕의 목을 자르기 위해 분주히 파리를 누볐던 로베스피에르의 동생.
동시에 보나파르트의 광팬인 남자가 나폴레옹의 이름을 부르며 외쳤다.
“나폴레옹 통령 각하는 과거, 그 어떤 프랑스왕도 실패했던 성지와 이집트의 정복을 성공시키셨습니다. 그것도 탁월한 양자를 가진 것까지 카이사르와 똑같지요!”
지금 샹폴리옹과 오귀스트는 둘 다 프랑스인만 알 수 있는 함의를 담았다.
통령을 나폴레옹이라 불렀다는 거다.
국가의 원수 명칭이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군주나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통령을 보나파르트가 아닌 나폴레옹이라 일컬은 것이다.
왜?
이유는 간단하다.
또 다른 ‘보나파르트’를 칭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오귀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탁월한 양자를 둔 것도 같다고.
카이사르의 양자는 누구인가?
아우구스투스, 곧 오귀스트의 이름이 유래한 로마의 초대 황제다.
“이 위대한 시대를 함께할 수 있어 기쁩니다. 여러분은 그렇지 않습니까!”
동시에 화답한 것은 단상 바로 앞 엘리트가 아니라, 광장의 시민들이었다.
“옳소! 오귀스트가 자기 이름 같은 권위 있는 소리를 했군!”
“비바 이집트, 비바 프랑스, 비바 나폴레옹!”
“위대한 프랑스를 축하하라! 유진 프라이슈츠를 아들로 둔, 행운아 나폴레옹을 위해!”
문득 눈을 깜박이던 이폴리트가 유진에게 물었다.
“어, 오귀스트가 우리를 도와준 건가?”
그러나 유진은 열광하는 시민들의 함성을 들으며 정면을 주시할 뿐이었다.
“아니, 민심을 읽은 거야.”
단상 위, 나폴레옹이 한껏 달아오른 얼굴로 우뚝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