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0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04화(305/547)
(304) 나폴레옹은 종신통령이 싫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한다.
“역시 10년은 매우 부족해! 그러니까, 이런 말이 나오지! 안 그래, 탈레랑?”
퇼르리 궁전, 통령 집무실로 탈레랑이 소환되었다.
어쩐지 나폴레옹의 표정은 복잡해 보인다.
나폴레옹을 영웅이라 칭송하던 시민들의 외침에 단순히 흥분한 것 같지는 않다.
탈레랑은 복잡미묘한 나폴레옹의 기분을 살피다, 우선 경조사부터 챙기기로 했다.
“내년에 자녀분이 태어난다는 걸, 혹시 아셨습니까? 축하할 일입니다만.”
“아니, 나도 유진이 얘기할 때 처음 알았는데.”
“그렇지만, 팜플렛을 만든 게 사실은 마담 보나파르트란 사실은 알고 계셨지요?”
나폴레옹은 지그시 탈레랑을 쏘아보다 비꼬며 수긍했다.
“그래. 별로 문제 삼을 생각도 없었는데, 뤼시앵이 자꾸 파더군. 자네 사람인 푸셰와 함께.”
그러니까 나폴레옹도 자신만의 [비선]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아마 치안군 헌병대장 사바리나 근위대장 란이 알렸을 가능성이 높다.
누군지 캐볼까 하다가, 탈레랑은 관두기로 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나폴레옹의 진의다.
“푸셰는 제 사람이 아닙니다. 통령 각하의 사람이지요.”
“나중에 푸셰에게 물어보기로 하지.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이 모든 사태가 가져온 결과야.”
“군주제 개헌은 역사적 법칙입니다.”
갑작스런 탈레랑의 발언에 나폴레옹이 흠칫 놀랐다.
“왕가의 부활이 아닙니다. 제정, 로마 시대의 제일인자가 부활하는 겁니다. 이건, 공화정의 또 다른 형태라고도 말할 수 있지요. 모든 로마사 전문가들이 증언할 겁니다.”
탈레랑은 아주 천연덕스레 설명했다.
이 얘기는 현재 탈레랑을 중심으로 퇼르리 정가에서 돌고 있는 얘기다.
로마, 유럽 문명의 시원점.
이곳에서도 결국 공화국은 제정이 되었다.
그런데 제정 초기에는 분명 프린캡스란 원로원의 일인자가 군림했다.
이 지위는 종신이었고, 때로 세습까지 되었지만, 이른바 전제군주와는 분명히 달랐다.
하지만 나폴레옹도 로마사 역사책 애독자다.
“내가 카이사르고, 유진이 아우구스투스인가? 그건 마음에 안 드는데.”
“암살당하지 않으시면 되지요.”
“그래, 카이사르는 딸은 일찍 죽었고, 아들도 없었어. 사실 아우구스투스가 양자 입적된 것도 죽은 뒤였단 거 아나? 난 다르지.”
로제타 스톤 기념식장에서 샹폴리옹이 외치던 바를 나폴레옹은 기억한다.
당연히 통령인 나폴레옹을 연호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분명 이집트 원정의 실행자인 유진을 기억하는 이들도 상당했다.
프랑스 시민들은 승리는 쉽게 잊고, 불평은 많은 이들이지만, 또한 영광을 의외로 오래 기억한다.
지금 나폴레옹이 이룩한 영광의 일부가 유진에게 빚지고 있음을, 누구나 안다.
과연 유진은 아우구스투스를 꿈꾸고 있을까?
잠시 생각해보던 나폴레옹이 다시, 다른 발상에 흥분했다.
“게다가 조세핀이 임신을 했어! 포기하고 있었는데! 만약, 남자아이가 태어난다면!”
후계자.
플로랑스가 태어났을 때, 아직 나폴레옹은 장군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문제는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다.
또한 조세핀도 상당히 나이를 먹었으니, 더 이상 임신하는 것은 어려울 거라 여겼다.
하지만 국권을 쥐게 된 이 시점에서, 새로 태어나는 아이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혹시나 아들이 태어난다면 어떨까?
흥분한 얼굴로 외치던 나폴레옹이 탈레랑의 시선을 느끼며 헛기침을 했다.
“하지만 딸이 태어날 수도 있지. 흠!”
“그렇게 되면 형님이신 조세프 롬바르디아 수상이나 동생이신 뤼시앵 내무장관이 아무래도, 1순위가 되겠군요. 구왕실의 살리카 법에 따르면.”
“누구 멋대로? 당연히 플로랑스지! 아니, 잠깐.”
순간, 나폴레옹이 정신을 차리고 이를 드러냈다.
“유도신문하지 말라고, 탈레랑. 난 제정으로 가야 한다는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어.”
탈레랑은 약점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나폴레옹을 보다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럼 싫으십니까?”
“이런, 탈레랑. 그건 내가 판단할 일이 아니지.”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통령 각하?”
문득 나폴레옹이 탈레랑을 보며 입가를 틀었다.
“알면서 왜 이래? 여긴 공화국이야. 혁명이 일어난 나라라고. 이 나라의 정치체제를 결정하는 건 알량한 통령이 아니라, 위대한 시민들이지!”
어이가 없어 이번에는 탈레랑도 입을 쩍 벌렸다.
지금 나폴레옹이야말로 10년 임기가 부족하다고 떠들지 않았던가?
한데 도리어 시민 의사가 중요하다며 한 발 뺀다.
허나 이 말은 사실 틀린 구석이 하나도 없다.
대의명분은 둘째로 하더라도, 시민의 지지가 없다면, 나폴레옹이 아니라 그 누가 와도 프랑스의 권좌에서 쫓겨날 것이다.
그게 프랑스 대혁명이 권력자들에게 남긴 교훈이다.
탈레랑이 쓴웃음을 머금다 되물었다.
“그럼, 공론조사라도 해볼까요?”
“무슨 소리야? 이런 걸 왜 조사하지? 정치란 여론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거 아닌가? 당신들 자코뱅이 언제 국민 여론을 묻고 사형을 집행했나?”
“전 자코뱅이 아닙니다. 그 친구들에게 쫓겨났지요. 그러면.”
잠시, 말을 고르다 탈레랑이 두 손을 들었다.
“알아서, 우선 논의해 보겠습니다.”
나폴레옹이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좋은 결론을 기대하겠네. 외무장관.”
아무래도 공이 탈레랑에게 넘어온 순간이었다.
***
책임자란, 주로 문제가 벌어졌을 때 항의를 듣는 자다.
“외무장관님, 원래 다른 나라에서는 외무장관이 수상의 위치에 있다는 거, 혹시 아십니까?”
졸지에 이 문제의 책임자가 되어버린 탈레랑이 내각회의장에 앉아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나라가 있었습니까? 영국은 재무상이던데.”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에스파냐, 여기에 아메리카 합중국까지.”
“가장 마지막은 프레지던트라는 사람이 일인자인 것 같은데. 이상하군요. 하하.”
나름 미국에 다녀와 미국통인 탈레랑이 웃자, 미국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뤼시앵이 쏘아붙였다.
“내 말은, 외무장관이 그만큼 중요한 자리란 겁니다. 대외관계만 조정하는 게 아니라, 국가원수와 내각 사이도 조율하는 자리라구요!”
요컨대 나폴레옹의 [야욕]을 왜 막지 못했냐는 거다.
탈레랑 입장에서는 동생 주제에 남에게 떠들지 말고 직접 얘기하라고 쏘아붙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아한 탈레랑은 그렇게 말하는 대신, 말을 돌려서 비꼬았다.
“뭐가 불만입니까, 내무장관. 국가 행정개혁이 뜻대로 잘 안 되나요? 데파르망 구획 완성은 총재 정부 시절에 이론상으로는 끝났는데.”
“하, 그거야 문서상이죠. 당장 방데 지역을 비롯한 구 왕당파 구역, 브르타뉴를 비롯한 친영파 지역, 여기에 에스파냐 접경 나바르 지역까지 불온한 곳에는 행정력이 전혀 미치지 않죠!”
“열심히 일해야겠군요. 나아가 더 큰 중앙권력이 필요하겠는데요?”
데파르망, 곧 혁명 후 도입된 지방행정 구역을 정착시키는 문제를 거론한다.
이 지방 체제 변혁은 오래된 관습과 지방 이권이 붙어 있어서, 의외로 쉽지 않다.
혁명과 같은 대변혁이나 강력한 중앙 권력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여기에 빗대 군주정을 암시하는 탈레랑을 향해, 뤼시앵이 고함치며 단언했다.
“그렇다 해도, 군주정 부활은 안 됩니다!”
그때 내각회의장 한쪽에 앉아 있던 캉바세레스가 머리카락을 모로 꼬았다.
“흐음, 하지만 초기 로마법에 따르면, 사실 [카이사르]란 그저 시민의 일인자일 뿐이오. 전제군주가 아니라.”
“캉바세레스 법무장관! 어떻게 그런 말을! 당신도, 로베스피에르와 함께 공안위원이었던 사람 아닙니까?”
“난 법적 정당성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거요. 공화정과 군주라는 게 꼭 모순되는 구조는 아니란 거지.”
나름 로마법 전문가, 전직 공안위원 캉바세레스가 덧붙였다.
“로마식 제정이라면.”
뤼시앵은 주위를 둘러 보았다.
반반이다.
캉바세레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 그리고 뤼시앵에게 동조하는 이들.
아마도 프랑스의 현재 정치 엘리트들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그때 어느 쪽도 아닌 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종신제는 어떻습니까?”
이공계형 인사로, 프랑스 군제 개혁을 주도했던 전쟁장관을 돌아보다, 탈레랑이 물었다.
“무슨 말이요, 카르노?”
“까놓고 말해 봅시다. 프라이슈츠가 왜 헛소리를 했습니까? 통령의 종신집권을 위해서죠. 그런데 우리는 왕이 싫습니다.”
“그래서 임기를 종신으로 하자?”
나름 한때 로베스피에르와 함께 일했던 카르노는 장관들을 돌아보며 반문했다.
“과거 네덜란드의 통령은 종신제였죠. 베네치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따지고 보면, 원래 카이사르도 종신 독재관을 지내려 했다는 거, 모르십니까?”
결국 문제가 권력의 임기라면, 그 임기를 종신으로 만들어주면 된다.
또한 종신제 국가원수는 예전 공화정 체제를 유지하던 도시국가 공화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사례다.
나름 프랑스 공화국이 모범으로 삼던 네덜란드가 그랬듯이.
아주 무거운 태도로 뤼시앵이 볼멘 소리를 꺼냈다.
“그 정도라면, 타협할 수 있을 것 같군요.”
탈레랑은 이 타협안을 나폴레옹이 받아주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
그러나 나폴레옹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거부하네.”
탈레랑은 난처한 기색을 숨기며 나폴레옹을 보았다.
후세 프랑스 외교의 일인자로 남은 탈레랑이지만, 나폴레옹은 참 까다로운 상대다.
외교란 제로썸 게임이 아니다.
타협안을 통해 서로의 이해관계 거리를 줄이며 해법을 도출하는 협상이다.
그런데 이 군인 출신 권력자는 도통 협상이란 걸 모른다.
“통령 각하. 종신통령은 군주와 다를 바 없는 지위입니다. 나아가, 사실상 후계자도 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언제든 의회의 변덕에 따라, 끌어 내려질 수 있는 지위지. 베네치아와 네덜란드에서 몇 번이나 있을 뻔했던 일이야.”
“각하, 그건.”
순간, 나폴레옹은 포효하듯 외쳤다.
“난 사욕으로 권력을 원하는 게 아니야, 탈레랑. 내가 바라는 건 프랑스의 영광이야! 그런데, 영광의 프랑스를 이루려면, 내게 침범할 수 없는 권위와, 일을 추진할 권력이 필요해!”
이 말은 거짓이자, 진실이며, 나폴레옹의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있는 외침이다.
나폴레옹이 권좌를 바라는 이유는 사적 야망이다.
그러나 그 권력으로 이루고자 하는 일은 국가라는 거대공동체의 영광이다.
이미 수천만의 사람이 나라를 이루고, 수억 명의 사람이 지구에 살며, 물질문명이 발달하고 있는 19세기에 영광의 패권국가란 쉽지 않다.
프랑스를 변혁하고, 패권을 장악해, 영광을 이룩하고자 한다면, 그만한 힘과 권위가 필수다.
실제 원역사에서도 나폴레옹은 몇 번이나 이 시기에 암살음모에 휩쓸린다.
밑바닥에서 올라온 권력자를 모두가 우습게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제정이 이루어진 뒤에는 암살시도가 사라진다.
이것이 군주와 통령의 차이다.
하지만 탈레랑은 혁명가가 여전히 주류인 프랑스 정치 엘리트 사이의 반대를 꺾을 방안이 없었다.
복잡한 심산을 안고 통령 집무실을 나서던 탈레랑 앞에 유진이 나타났다.
“탈래랑 장관님, 제 도움이 필요하시죠?”
유진을 빤히 보던 탈레랑이 쓰게 웃었다.
“이번에는 내가 한 방 먹은 것 같군요.”
“난 해외에서 여러 번 물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복안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러니 이 사고를 쳤겠지요?”
유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글쎄요. 우리에게는 여러 사례가 있죠. 로마 제국 말고도, 신성로마제국이란 사례가.”
“무슨 말입니까? 선제후라도 뽑자는 겁니까?”
“선거권자가 제후가 아니라 시민이 되면 어떻습니까?”
문득 유진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국민선거군주제.”
탈레랑이 눈을 크게 뜰 찰나, 유진은 단언했다.
“자코뱅과 왕당파와 보나파르트파, 그리고 아버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이죠.”
물론, 모두가 불만족할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진만은 이것만이 미래에도 지속 되리라 확신했다.
왜냐하면 결국 후일 원역사에서는 군주정은 입헌군주제만이 남으니까.
1802년을 앞둔 19세기 초.
역사를 바꿀 실험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