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06)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06화(307/547)
(306) 에스파냐 왕실의 날갯짓이 폭풍을 일으키다
나비의 날갯짓이 때로 폭풍으로 바뀐다는 이론이 있다.
“카오스 이론인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유진?”
“아니, 그게 아니면 이 상황을 설명할 도리가 없으니까.”
파리 남쪽, 숲 속에서 군복 차림으로 말을 탄 유진이 이폴리트에게 대꾸했다.
“대체 왜 멍청한 에스파냐 왕실이 이럴 때, 청혼을 해오는 거야?”
누가 왜 청혼을 하는지 확정된 것은 없다.
하지만 에스파냐 왕실에서 구 프랑스 왕가의 적통 상속녀에게 혼담을 제안했다면 대상은 짐작이 간다.
당연히 프랑스 통령정부 입장에서는 거절하는 게 타당한 결론이다.
그런데 그 사실은 에스파냐도 알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대사에게 통보하고, 다시 특사까지 파견한 이유가 뭘까?
유진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문득 지팡이를 짚고 있던 탈레랑이 우아하게 입가에 손을 대며 일렀다.
“쉿, 이건 외교 문제입니다. 수석보좌관님.”
유진은 탈레랑을 불만스런 얼굴로 내려보다 물었다.
“에스파냐 대사가 대체 누굽니까? 이런 문제를 사전 조정도 하지 않고, 가져오다니.”
“우리 쪽에서는 프랑수아 바르텔레미 대사가 주재하고 있었지요. 지금은 이번 사안 때문에 긴급 귀국했습니다만.”
“그럼 마드리드에서 이 문제를 일단 막거나, 지연시켰어야죠. 대체 뭘 한 겁니까?”
프랑수아 마리 바르텔레미, 본래 입헌군주파에 가까운 전문 외교관이다.
원역사에서는 제1차 반혁명 전쟁을 종식시키는 바젤 조약을 체결했고, 총재 정부의 총재를 잠시 지냈다가, 피슈그뤼 쿠데타에 동참하는 남자였다.
허나 유진의 개입으로 푀양파와 강경 왕당파가 갈린 터라, 출세는 못 했지만 대신 무탈히 외교관의 코스를 밟는 중이었다.
그러나 프로 외교관인 바르텔레미도 이번 사태는 막지 못한 것이다.
탈레랑이 우아하게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에스파냐의 고도이가 워낙 급한 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었답니다. 저기, 에스파냐 특사가 오는군요.”
남쪽 방면, 대로를 통해 육두마차가 달려왔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긴급한 사안에 어울리지 않는 거창한 마차가 돋보인다.
마차는 특사를 맞이하기 위해 나온 프랑스 고위층 환영단 앞에서 멈췄다.
특사가 육두마차에서 내리다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휴, 정말 피레네 산맥은 험난하군요. 그래도 프랑스에 와서는 신나게 왔답니다. 핫하!”
아주 유창한 프랑스어다.
또한 탈레랑과도 안면이 있는지 아는 척부터 하는 넉살마저 엿보인다.
예전 유진의 요구로 에스파냐에 플로리다 교섭을 한 바 있는 탈레랑이 마주 손을 잡으며, 유진에게 소개했다.
“에우제니오 이스키에르도 특사십니다. 고도이 재상의 최측근으로 유명하지요.”
“반갑습니다. 탈레랑 외무장관님. 예전에 뵐 때만 해도 특사셨는데, 역시 금방 외교 총책임자가 되셨군요. 고도이 알쿠디아 공작 각하는 이제 총사령관으로 자리를 바꿨답니다.”
“호오, 그러셨군요. 하지만 여전히 하는 일은 같지 않습니까? 자, 이쪽은 통령의 아들, 유진 보나파르트 수석비서관입니다.”
그러자 이스키에르도가 눈을 반짝이며 유진에게 호들갑을 떨었다.
“오, 유명한 [공주의 기사]로군요! 만나 뵈어 영광입니다. 부르봉 왕가는 장군께 큰 빚을 지고 있지요!”
에우제니오 이스키에르도 데 리베라.
파리 유학파 출신으로, 사실 이 사람의 진짜 직업은 박물학자다.
박물학이란 근대에 유력했던 학문으로, 자연 만물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원역사 현대에는 식물학, 동물학, 광물학으로 전문화가 이뤄지면서 사라진 분야지만, 19세기 초에는 박식한 교양인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에스파냐의 운명이 프랑스에 달리게 된 이 무렵에는 주로 프랑스 통으로 인정받아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당연히 프랑스를 자주 오간 이스키에르도는 유진에 대해서도 안다.
반대로 이스키에르도를 잘 모르는 유진은 떨떠름하게 답했다.
“기왕이면 그런 빚은 말보다는 현물로 갚아주시면 좋죠.”
“핫하!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역시, 러시아 차르의 마음을 사셨다는 화술은 유명하지요!”
“차르께서 저를 어여삐 보아주셨을 뿐이지요. 그럼, 우선 숙소로 안내하겠습니다.”
그러자 이스키에르도가 역시 호들갑을 떨며 껄껄 웃었다.
“오오, 좋군요. 이곳이 바로 부르봉 왕가의 휴식처, [퐁텐블로]입니까!”
숲속 너머, 거대한 궁전이 엿보인다.
퐁텐블로, 무려 1만 7천 헥타르의 숲속에 위치한 프랑스 왕실의 사냥터다.
프랑수아 1세가 만들었으니 대략 200년에 달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후세 원역사에서 유명해진 이유는 엉뚱하다.
정작 주인도 아니었던 나폴레옹이 이곳에서 워털루의 패전 후, 퇴위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폴레옹은 이곳을 꽤 좋아하긴 해서, 교황 협약을 비롯한 많은 정치 결정을 하기도 한다.
다만 유진이 이곳을 특사 환영의 장소로 선택한 이유는 따로 있다.
실은 에스파냐와도 원역사에서 퐁텐블로 조약을 체결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왕녀의 혼약은 아니지만.
냉담해지는 어투를 애써 누르며, 유진이 대꾸했다.
“지금은 공화국의 소유죠. ‘돈’ 이스키에도르.”
“후후, 어차피 군주제 복귀 논의가 오가고 있다는 거, 마드리드에서도 다 압니다. 그러니 우리의 요청이 더욱 프랑스에도 좋겠지요.”
“설마 벌써 회담을 시작하시려는 건 아닐 테죠? 천천히 쉬면서 얘기해 보시지요.”
그런데 이스키에르도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사전 교섭은 빨라야 합니다. 왜냐면, 알쿠디아 공작께서 직접 오실 테니까요. 곧, 비밀리에.”
그러니까, 에스파냐의 사실상 일인자가 직접 프랑스로 온다는 소리다.
***
고도이는 원역사든, 1802년 현재든 유럽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통치자는 아니다.
“어떻게 된 건가, 이게?”
퐁텐블로 중앙 궁전, 그로스 파빌리온의 내실에 앉아 나폴레옹이 낯을 찌푸렸다.
사실 나폴레옹은 이번 교섭을 전적으로 유진과 탈레랑에게 맡길 참이었다.
탈레랑은 당연히 외무장관이라서고, 유진은 어떤 의미에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의 짖궃은 장난이랄까.
그러나 고도이가 직접 온다고 하니, 나폴레옹도 파리 남동쪽 55킬로미터 떨어진, 퐁텐블로까지 달려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에스파냐 주재 프랑스 대사, 바르텔레미가 식은땀을 닦으며 보고했다.
“시작은 결국 플로리다 획득입니다. 통령 각하.”
“무슨 말이야? 플로리다가 어쨌다고. 아직 본격적인 식민 계획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설마, [누에바 에스파냐]와 충돌이라도 일어났나?”
“그건 에스파냐 본국에선 아무 관심 없습니다. 중요한 건, 땅을 빼앗겼다는 명분이죠.”
바르텔레미는 현재 에스파냐 궁정에서 벌어지는 권력다툼을 간단히 요약했다.
“현재, 페드로 세발로스 수석비서관을 중심으로, 고도이의 실각을 꾀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들리지만 그렇지가 않다.
우선 페드로 세발로스는 이를테면 바지사장이다.
고도이의 사촌으로 워낙 고도이가 사람들의 비난을 받자, 방패막이로 세워진 남자다.
그런데 고도이는 원역사에서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욱 비난을 받는 중이었다.
왜?
얻은 것도 없이 신대륙의 땅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이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치켜떴다.
“무슨 헛소리지? 에스파냐는 남부 신대륙은 거의 대부분, 북부 신대륙은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 않나. 고작 반도 하나 빼앗겼다고 난리가 났다고?”
“약간의 영토라도 빼앗기면 격분하는 게 국민 심리입니다, 각하. 게다가 플로리다는 풍요롭고 기름진 땅으로 유명하죠.”
“그래서 외부 출구가 필요하다?”
나폴레옹 본인은 훨씬 작은 플랑드르를 얻고 선거에서 이겼지만, 타국은 알 바 아닌 것이다.
사실 원역사에서는 고도이에게 다른 악재가 있다.
프랑스와 동맹을 맺지만, 영국에게 거듭 해전에서 패한다는 거다.
그러나 이것도 유진이 워낙 빨리 아미앵 조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한 탓에, 이 악재는 현존하지 않는다.
그 덕에 고도이가 플로리다를 빼앗기고도, 아직 버티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다.
에스파냐는 이미 저성장은 고사하고 불황을 맞이한 상황이다.
귀족과 평민, 성직자 모두가 고도이에게 불만을 품고 있는 중이다.
“맞습니다. 고도이 공작에게는 반드시 성과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전쟁 승리는 요원하고, 은광이 발견될 전망도 없죠. 그래서, 혼사로 시선을 돌린 겁니다.”
그 말을 듣던 내무장관 뤼시앵이 어이없다는 듯 반문했다.
“그럼 왕가의 공주들을 이용하면 되지, 왜 엉뚱하게 남의 나라 마드모아젤을 건드린답니까?”
“에스파냐는 살리카 법의 전통이 없습니다. 사실, 부르봉 왕가가 왕위를 획득하면서 도입되긴 했는데, 그래도 명분상 약하죠. 그 말은 공주들에게도 유사시 승계권이 생긴다는 겁니다.”
“하지만 구왕실의 공주에게 우리가 내줄 건 없소. 단, 하나도. 나아가, 정략결혼은 반혁명적이오.”
물론 뤼시앵은 현재 군주제 도입 문제 때문에 단단히 마음이 상한 상태다.
또한 유진과 엮여 있는 부르봉 왕가의 공주, 마리에게도 별로 마음이 좋지 않다.
허나 선거군주제라는 유진의 명분 때문에 장관 자리를 사임하지 않고 참는 중이었다.
그런데 구왕실 공주를 이용하는 구시대적 정략결혼 정치가 벌어진 것이다.
뤼시앵이 격분해 퐁텐블로까지 달려온 이유다.
비록 기요틴으로 모두 쳐죽여도 모자랄 부르봉이라도, 구시대적 정략결혼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원역사에서 자유연애로 결혼한 남자, 뤼시앵을 향해 친왕파 바르텔레미는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아니, 명분이 있습니다. 에스파냐 국민들에게 설명할 명분이지요. 분열된 부르봉 왕가의 결합, 프랑스 왕가의 공주 구출, 여기에.”
문득 바르텔레미가 유진을 슬쩍 보며 일렀다.
“아마도, 유사시 프랑스에 왕가가 복귀할 경우, 영토 분할을 노릴 수 있다는 속내도 있겠죠.”
그러니까 부르봉 왕가의 복위다.
마리가 지닌 민감한 정치적 지위가 다시 드러난 셈이랄까.
나폴레옹이 창백해진 유진을 재미있다는 듯 돌아보다 고개를 까딱였다.
“거절해야겠군.”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사실상 국가 최고권력자가 직접 특사로 오는 일입니다. 이번에 거절당한다면 에스파냐는 우리와 동맹을 끊을 겁니다.”
“탈레랑, 우리는 가만 있나? 에스파냐 군대 따위는 프랑스군의 어떤 장군이 가든 이길 수 있어!”
나폴레옹이 거만하게 탈레랑에게 대꾸할 찰나, 유진이 여전히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에스파냐는 군대는 약하지만, 국민들은 강합니다. 교전이 벌어지면, 민병대 때문에 보급이 끊겨서 패배할 겁니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의외라는 듯 유진을 보았다.
유진은 실적 면에서 단연 나폴레옹과 오슈 다음이다.
오슈가 이집트 총독 자리를 차지한 상황에서, 사실상 나폴레옹 다음가는 프랑스의 사령관급 장군이다.
그런데 자신없는 소리를 한 것이다.
유럽의 누구도 프랑스의 상대라 여기지 않는 에스파냐가 아닌가?
물론 유진이야 원역사에서 [게릴라] 전투로 망하는 프랑스 에스파냐 침공군의 운명을 아는 탓이다.
그 실책을 저질렀을지 모를 장본인, 나폴레옹이 우습다는 듯한 얼굴로 유진을 응시했다.
“뭐냐, 유진. 너 설마 마리를 내줄 셈이냐?”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만, 아버지께서 제 결혼을 허락하지도 않으실 것 같은데요.”
“하면, 국익을 위해서 연인을 내줘도 되겠나?”
유진은 낯을 찌푸리다 나폴레옹에게 고했다.
“얘기나 들어보시죠. 고도이가 무슨 제안을 가져올지.”
사실 유진도 고도이의 제안이 궁금했다.
***
왕실 정략결혼은 기브 앤 테이크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에스파냐의 왕세자, 페르난도 아스투리아스 공작과 프랑스의 전 공주인 마리 테레즈 샤를로트 드 부르봉의 혼사를 원합니다.”
마침내 퐁텐블로에 도착한 에스파냐 일인자, 고도이가 굳은 얼굴로 제안을 던졌다.
맞은 편에 앉은 협상 파트너는 나폴레옹이 아니라, 탈레랑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격에 맞지 않지만, 나폴레옹은 자신의 맞상대는 왕이라 생각했다.
해서, 외무장관인 탈레랑이 나선 것이다.
물론 그 옆에는 유진이 앉아있었지만.
슬쩍 유진의 눈치를 살피던 탈레랑이 여유롭게 웃으며 되물었다.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얼마든지요. 페르난도 왕세자와 마리 테레즈 공주님의 정략혼을 추진하러 왔습니다.”
“대체 왜 국왕의 후계자와 몰락한 공주를 결혼시키려는 겁니까?”
고도이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
“이미 바르텔레미 대사가 다 말했을 텐데, 어째서 모른 척 하시는지? 우리 국왕 폐하와 왕비 폐하, 그리고 내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탈레랑 외무장관.”
반대로 탈레랑은 빙그레 웃으며 슬쩍 말을 돌렸다.
“일단, 현재 구왕실은 프랑스 공화국의 감시하에 있으니, 일단 혼인도 국가의 허락하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지요. 내각에서 검토를······.”
“지참금으로 토스카나를 원합니다.”
“수석비서관, 지금 무슨 말씀을 하는 겁니까?”
실로 어이없는 제안이다.
사실 정략결혼은 영토와 이권을 주고받는 일이다.
또한 공주는 마땅히 지참금을 가져가는 게 일반적인 것도 맞다.
허나 혁명이 몰락시킨 구왕실의 공주를 내어주는데, 어째서 프랑스가 토스카나를 줘야 할까?
그 순간 고도이의 눈이 번뜩였다.
“대신, [루이지앵]을 돌려드리죠.”
그때서야 유진은 깜박 했던 사실을 떠올렸다.
1802년, 이 시기에 에스파냐가 프랑스에게 빼앗기는 영토가 있다는 것을.
바로, 신대륙 중부의 거대한 대지.
루이지애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