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07)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07화(308/547)
(307) 마리가 세기의 신부로 떠오르다
사실 원래 마리 테레즈 샤를로트는 세기의 신부였다.
“옛날 이야기 아니야? 구왕실 시절.”
“그 구왕실의 후예가 에스파냐 부르봉 왕가라고.”
“맙소사. 이거, 교회가 금지하는 근친혼 아닌가?”
나폴레옹 클럽 멤버, 란과 쥐노, 마르몽이 서로 돌아보며 말했다.
본래 프랑스의 공식 권력기구는 어디까지나 통령과 통령이 임명한 장관들로 이루어진 내각이다.
이른바 라틴어로 [콘실리움], 곧 황제 보좌위원회에 뿌리를 둔 유서깊은 기관이랄까.
그렇지만 로마 제정 때도 그랬듯, 실질 의사결정은 권력자의 최측근 사이에서 이뤄지기 마련이다.
퐁텐블로로 소환된 최측근들의 대화를 듣던 나폴레옹이 빙그레 웃었다.
“그럼, 교황에게 특사를 보내서, 해석을 받아와야겠군.”
그때까지 조용히 앉아 있던 포병 사단장 겸 부관, 뒤로크가 펄쩍 뛰었다.
“통령 각하, 수용하실 겁니까?”
“안 될 게 뭐 있지? 토스카나 따위는 다 줘도 상관없어. 루이지앵이라니, 지도를 보라고. 프랑스의 몇 배나 되는 거대한 대지야!”
“인구는 6만이 채 안 됩니다. 대부분 ‘인디언’들이 사는 미개척지고, 무엇보다 미합중국에 너무 가깝습니다. 반면.”
나름 사관학교 출신으로 풍부한 교양이 있는 뒤로크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토스카나 일대는 유서 깊은 이탈리아의 중심부로, 180만 명의 인구가 사는 곳입니다.”
이른바 원역사 나폴레옹의 원수 집단은 란이나 쥐노, 마세나와 오주로 때문에 밑바닥에서 출세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물론이고, 마르몽이나 뒤로크, 드제처럼 정통 사관학교 출신 장군들도 상당히 많다.
쥐노도 선입견과 달리 알고 보면 법학대학 출신이기도 하다.
하사관 출신들에게서 볼 수 없는 뒤로크의 지식에 흡족하게 웃으며 나폴레옹이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는 클럽 멤버는 아니지만 요새 빈번히 부르는 탈레랑이다.
“흐음, 지금 아메리카 인구가 얼마나 되지?”
“1790년에는 390만쯤 됐는데요. 제가 미국에 다녀와 봐서 알지요.”
“520만.”
문득 유진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화 도중 끼어들었다.
“현재 인구증가율을 생각해보면 10년 이내로 700만이 넘을 겁니다. 국력 면에서 무시할 수 없죠.”
모든 클럽 멤버의 시선이 유진에게 쏠렸다.
굳이 대놓고 말하는 사람이 없을 뿐, 모두가 안다.
이번 혼사의 대상이 된 마리가 유진의 연인이라는 것을.
비록 나폴레옹의 동생, 폴린과 이집트발 스캔들이 있었다지만, 여전히 유진과 마리가 만난다는 사실은 파리 정가에서는 공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에스파냐발 혼사에 대해 ‘실세’ 유진은 어떻게 반응할까?
“뭐냐, 유진. 루이지앵이 쓸모없는 땅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냐?”
“아뇨, 그 반대입니다. 프랑스의 미래죠. [누벨]이란 말이 결코 거짓이 아닙니다.”
“그럼, 국익을 위해서 마드모아젤 마리를 내주고, 그 거대한 땅을 받는 게 맞지 않나?”
나폴레옹이 빙글빙글 웃으며 묻자, 유진이 여전히 무표정하게 답했다.
“공짜가 아니란 점을 생각해 주십시오, 통령 각하. 토스카나를 내주는 것으로 족하지 않겠습니까?”
일부러 감정을 억누르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단순히 득실만 계산한다면 유진의 말도 합리적이다.
영토와 영토의 교환.
원래 프랑스와 에스파냐가 원역사에서 이 무렵 체결하는 외교 조약이기도 하다.
물론 정작 프랑스는 루이지앵, 혹은 영어식으로 루이지애나라 불리는 북미 대륙 중앙부 땅을 지키지 못한다.
해서, 미국에게 팔아넘긴 통에 프랑스가 실제로 통제한 기간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원역사처럼 땅만 거래하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고도이에게 중요한 건, 토스카나가 아닙니다. 수석보좌관님.”
이번에는 탈레랑이 우아하게 웃으며 끼어들었다.
“중요한 건 프랑스에서 뭔가를 빼앗아 왔다는 증거지요.”
“그게 마리여야 할 이유는 없을 텐데요. 외무장관님.”
“망국의 공주라니, 민중이 이해하기 쉬운 상징 아닙니까. 게다가 토스카나는 수년 전에는 에스파냐의 영지기도 했지요.”
여기에는 복잡한 18세기 왕위 승계의 함수가 숨어 있다.
본래 이탈리아 반도는 대부분 에스파냐의 차지였다.
17세기에 에스파냐가 패권국이었을 시절의 유산이다.
그런데 부르봉 왕가가 에스파냐 왕위를 차지하면서, 이탈리아 대부분은 오스트리아에 빼앗겼다.
그러다 17세기 중반, 바이에른 왕위 승계전쟁 때 다시 에스파냐가 이탈리아 영역 일부를 되찾았다.
하지만 토스카나는 여전히 오스트리아 영지로 남았다.
현재의 오스트리아 국왕, 전직 신성로마 황제 프란츠도 어린 시절을 토스카나에서 보냈을 정도다.
그러니 에스파냐의 귀족과 평민들 입장에서는 토스카나는 단순한 땅이 아니다.
에스파냐가 아직 패권국이던 시절을 상징하는 영지다.
탈레랑이 여기에 하나를 덧붙였다.
“미합중국 때문에 언제든 빼앗길 수 있는 땅을 내주고, 토스카나라는 실익을 챙기면서, 공주로 백성을 납득 시키려는 겁니다. 그 정도는 되어야 고도이도 권좌를 지키겠지요?”
아무리 토스카나가 루이지애나보다 가까워도, 에스파냐 인들에게는 바다 너머의 땅이다.
그러나 ‘왕비’는 수많은 공식 행사를 통해 눈으로 볼 수 있는 존재다.
새로이 왕실이 맞이한 옛 프랑스 왕가의 공주를 보며 귀족과 평민들은 떠올릴 것이다.
토스카나를 되찾고, 나아가 망해버린 부르봉 왕가를 ‘정복’했다는 쾌감을.
굳이 공주를 원하는 것에는 이런 음침한 욕망이 숨어 있기 마련이다.
유진이 낯을 찡그리며 결국 화를 내려는 찰나였다.
나폴레옹이 불쑥 일어나 탈레랑에게 물었다.
“우리가 잃는 게 뭐지?”
“없습니다. 오히려, 부르봉 왕가 복위 논의마저 막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탈레랑은 또 다른 외교적 이점을 거론했다.
“부르봉 왕가의 왕위 승계요구권자들은 모두 정당한 상속권자라기엔, 하나씩 부족합니다. 흠결 있는 루이 샤를 때문이죠. 그래서, 마리 테레즈 샤를로트가 필요합니다.”
프랑스 왕가는 이른바 [살리카 법]에 따라 여계 상속 불가 원칙을 고수한다.
이 ‘살리카’란 사실 프랑크 족의 부족 중 하나인데, 프랑크 제국이 세워질 때 주축이 되었던 부족이다.
그런데 살리카 족은 토지를 상속할 때, 남자에게만 상속하는 법칙이 있었다.
백년전쟁 전에 영국에 왕위를 주지 않기 위해 프랑스 법학자들이 찾아낸 법인데, 이 법률이 구왕실 내내 프랑스 왕위 승계의 대원칙이었다.
그럼에도 구왕실의 공주는 여전히 유력한 상속의 명분이다.
발루아 가문이 왕위를 차지하던 시절, 의외로 자주 남계가 끊겼는데, 그럴 때마다 전대의 공주가 왕비가 되어 왕위 승계 명분을 더하는 일이 있었다.
비록 유진이 명예를 꺾어놨다지만, 루이 샤를이란 전직 왕세자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부르봉 왕가의 다른 왕위 요구자들에게는 마리가 필요하다.
명분을 완전하게 만들기 위해서.
만약에 에스파냐로 보낸다면, 이 문제가 단숨에 해결된다.
나폴레옹이 골똘히 생각하다, 정확한 핵심을 잡아냈다.
“마리 테레즈와 결혼한 부르봉 왕가 사람이 정통성을 갖는다는 거군.”
“요약하면 그렇죠. 한데, 에스파냐로 시집을 가버린다면, 오히려 왕위를 요구하지 못합니다. 위트레흐트 조약 때문입니다.”
“구왕실 조약이 무슨 소용이라고? 결국 국민감정이 문제지. 하여간.”
나폴레옹은 입가를 틀며 눈을 반짝였다.
“이거, 아주 흥미로운 외교전이 되겠는데.”
어쩐지 루이지애나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을 얼굴이다.
***
비록 에스파냐에서 몰래 특사가 왔어도, 금방 소문이 퍼지는 게 파리의 특징이다.
“잘됐구나, 마리! 마침내 기회가 왔어!”
아무리 그래도 권좌에서 밀려난 지 오래인 전직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아는 것은 이상하다.
그러나 마리는 너무 충격이 커, 의자에 앉은 채 그 점은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다.
간신히 고개를 들어 모친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기력이 다 빠질 것 같은 기분이다.
“어머니, 제정신이세요? 기회라뇨?”
“왕가의 공주란 본래 왕족과 정략혼을 하는 거야. 왜 모르는 척하니?”
“십년 전, 왕가는 망했어요, 어머니.”
마리는 머리를 감싸쥐며 속삭이듯 대꾸했다.
“전 이제 공주도 아무것도 아니에요. 게다가, 에스파냐 ‘보르본’ 가문이 왜 내 혼사를 정하죠?”
이 소식을 마리는 시녀인 에밀리 드 보아르네에게 들었다.
에밀리가 애인 로슈자클랭에게 듣고는 부리나케 달려와 알린 것이다.
하지만 소식을 빨리 들었어도, 대처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이미 에스파냐의 왕가가 되어, 부르봉이 아니라 카스티야 식으로 ‘보르본’이라 불리는 가문이다.
러시아에 망명한 숙부들도 강요하지 못한 일을, 왜 에스파냐 왕가가 밀어붙인단 말인가?
그러나 몰락한 왕족과 달리 미약해도 일국의 지배자인 왕가는 다른 무게감이 있다.
그때 마리 앙투아네트가 마리 테레즈에게 다가와 일렀다.
“틀렸다, 마리. 정하는 건 보나파르트야.”
“어머니, 이건 에스파냐에서.”
“보나파르트는 [제물]이 필요해. 군주가 되기 위해서, 뭐든 국민에게 바쳐야 하지. 그게 지금 에스파냐에서 이런 사절이 오게 된 이유야.”
문득 앙투아네트가 형형한 눈빛을 빛내며 선언했다.
“넌 결혼해야만 한다. 아니면, 유진이 표적이 될 거야.”
루이지애나, 신대륙의 거대 영토 획득은 [황제탄생]의 중대 명분이 될 수 있다.
선거군주제를 도입하려는 상황이니 더욱 그렇다.
여기까지 마리도 이해했다.
하지만 유진이 왜 문제가 될까?
“무슨 말이세요? 유진이 표적이 된다니?”
“그런 게 있다.”
“제대로 말해주세요. 어머니. 대체 뭘 꾸미셨던 거죠?”
한참동안 시선을 회피하던 앙투아네트가 결국, 털어 놓았다.
“조세핀과 함께, 군주제 복위 팜플렛을 배포하도록, 일을 꾸몄어.”
마리는 경악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왕가 복위를 촉구하는 팜플렛이라면 마리도 보았다.
유진이 그 팜플렛의 배후를 추적하다, 갑자기 제정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안다.
그렇지만 앙투아네트와 조세핀이 그 뒤에 있었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
만약 이 사실이 밝혀진다면 어떻게 될까?
“조세핀도 원래는 국왕 복귀를 원했어. 나폴레옹이 대공이나 공작의 자리를 얻고 물러나기를 바랬거든.”
“맙소사, 어머니. 대체.”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잖니? 이제 넌 에스파냐 왕비가 되는 거야. 그럼 모든 게 해결돼. 아마 루이도 에스파냐에서 운이 좋다면 공작을 받을 수 있을 거다. 어쩌면, 토스카나를 받을지도.”
그때 망연자실해 쓰러져 버린 마리의 뒤로 누군가 놀라 외쳤다.
“어머니, 설마 유진 장군을 함정에 빠뜨린 건가요!”
16세 소년, 루이가 입을 쩍 벌리며 집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루이, 그러니까 이건 말이다.”
“말도 안 돼요. 그분은 우리 가족의 은인이라구요. 비록 제게 오명을 씌웠지만, 저도 기억해요. 어머니가 죽을 뻔했던 그 날을! 제가 잡혀갔던 그때를!”
“이건 다 같이 좋은 일이야. 루이.”
앙투아네트는 자신의 아들을 붙잡으며 설득했다.
“만약, 유진이 보나파르트 통령의 노여움을 산다고 생각해봐라. 그 아이는 미래가 있겠니? 보나파르트는 지금 황제가 되는 데 미쳐 있어.”
“아무리, 그래도, 누나를 팔아넘기면서까지!”
“루이!”
순간, 앙투아네트가 오히려 루이를 다그쳤다.
“이건 왕실과 왕실의 정당한 혼사다. 매매혼이 아니라, 정치야! 영락한 우리 가문이, 그리고 네가, 나아가 마리까지 다시 화려한 궁전으로 복귀할 기회란 말이다!”
만약 부르봉 왕가가 멀쩡하던 시절이라면, 앙투아네트의 말은 틀림이 없다.
또한 18세기식 왕가의 정략혼이 유효하던 때라도 마찬가지다.
허나 지금은 19세기고, 왕가는 몰락했다.
그럼에도, 마리는 앙투아네트의 이어진 말에 항변하지 못했다.
“그러니, 받아들이렴. 유진을 위해서라도. 마리.”
분명 나폴레옹의 노여움을 산다면, 유진이라도 무사하지 못할 테니까.
***
어쨌든 파리는 정말 비밀이란 없는 도시가 확실하다.
“꺄하하! 지금쯤 마리의 얼굴이 아주 볼만하겠어!”
레카미에 저택에 놀러온 폴린이 이런 외교 기밀을 들을 정도니 말이다.
집주인 줄리에는 쓴웃음을 머금은 채 커피를 마시며 입을 다물었다.
반면, 절대로 침묵하지 않는 소녀 로르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래서, 기분 좋아? 폴린?”
“글쎄, 마리가 골탕 먹는 건 좋은데, 정략결혼은 짜증 나네. 우리 오빠가 지금 엘리자 언니부터 나랑 카롤린에게도 강요하고 있거든. 참, 루이 오빠는 벌써 갔지?”
“경쟁자 하나 사라지는 건 좋은 일이잖아?”
로르가 슬쩍 떠볼 찰나 폴린이 입가를 비틀었다.
“로르, 이 여우 같은 계집애야. 또 뭔가 꾸미고 있지?”
그러나 로르는 어깨를 으쓱이며 커피잔을 들어올릴 뿐이다.
“난 그냥 마리든, 너든 파리에 있으면 좋겠어.”
“왜?”
“재밌잖아. 서로 싸우는 거 보는 게. 에스파냐 궁전은 칙칙하다던데. 근친혼이 성행해서 귀족들도 이상하다고 하고, 거기에 ‘모드’도 옛날식이래.”
모드, 그러니까 패션 스타일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이 시대 프랑스가 패션 유행의 최첨단이라면, 에스파냐는 오스트리아보다도 뒤처진 나라다.
로르나 폴린, 줄리에처럼 사교계를 신나게 누비는 여자들에게는 지옥 같은 곳이랄까.
어째 정략결혼보다 그게 싫은 기분이라, 줄리에가 부르르 떨며 입술을 뗐다.
“끔찍한 곳이네요. 마리 공주님이 가서 살기에는.”
폴린은 턱을 괴다 묘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래. 일단 정보나 캐보자.”
“응?”
“요새, 너 쥐노랑 논다며? 로르?”
가볍게 커피잔을 놓으며 폴린이 눈을 빛냈다.
“뭔가 속사정이 있는지, 그것부터 알아봐야지?”
1802년, 개헌 정국에 빠져 있던 파리에 갑자기, 혼담 스캔들이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나폴레옹 일가의 여자들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