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08)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08화(309/547)
(308) 스파이 마스터의 음모를 폴린이 잡다
오늘도 폴린은 늦게서야 아침에 일어난다.
“폴린, 대체 요새 어딜 쏘다니길래, 이렇게 늦게 오는 거야!”
호텔 콩테 드 브리엔느, 통칭 브리엔느 백작 저택의 아침은 레티치아의 불호령으로 시작된다.
본래 혁명 전에는 브리엔느 백작가의 저택이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보나파르트 가문의 소유가 되었다.
며느리 조세핀을 썩 좋아하지 않고, 아직 독립하지 않은 딸들을 돌봐야 하는 레티치아가 거주하는 곳이다.
당연하게도, 이 저택을 구입한 돈은 유진에게서 나왔다.
그러나 폴린은 유진이 사준 이 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검소한 레티치아의 취향 때문에 화려하게 꾸미지도 못하고, 통풍도 썩 좋은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의 원역사에서는 프랑스 국방부장관의 관저로 사용되는 장소답게 투박하달까.
졸린 눈을 비비며 나서던 폴린이 응접실에 있던 레티치아에게 대꾸했다.
“엄마, 그건 어젯밤에 왔을 때 얘기하셨어야죠.”
“네가 내가 잠든 사이에 들어와, 내가 미처 야단칠 틈이 없었으니까!”
“그럼 그냥 이해해 주세요.”
폴린은 허리에 손을 얹으며 아주 뻔뻔하게 말했다.
“저 요새 남자들 만나러 다니니까.”
저택 응접실 식탁에 앉아 있던 레티치아와 자매들이 서로 돌아보았다.
“다, 다, 다 큰 처녀가 어떻게 이런 참담한 말을 가볍게 하니!”
“어머니, 폴린이 남자들 만나는 건 차라리 좋은 거 아니에요?”
“뭐라고? 엘리자! 넌, 동생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장녀 엘리자는 수프레를 떠먹다 코웃음을 쳤다.
“그렇잖아요. 양조카를 만나는 것보단 낫잖아요. 너, 최소한 외간 남자 만나는 건 맞지?”
폴린은 낯을 찌푸렸다.
생각해 보니 무려 유진이 골라준 저택을 폴린이 싫어하는 이유는 따로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마음에 안 드는 가족들 탓이다.
“언니나 잘해. 그렇게 남자 아무도 안 만나면, 나중에 결혼해서도 쑥맥 취급받아. 프랑스 남자들이 얼마나 이중적인지 몰라?”
“내가 왜 모르니? 여자에게 정숙한 걸 요구하면서도, 또 정숙한 여자는 재미없다고 바람을 피우지. 굳이 너처럼 온갖 살롱을 들락거리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야.”
“그렇게 잘 알면서 왜 학교와 집만 오가는 거야?”
그 순간 엘리자가 스푼을 내려놓으며 폴린을 쏘아보았다.
“오직 지식만이 여자를 보호해주는 힘이니까. 난 내 힘으로 내 미래를 개척할 거야.”
나폴레옹의 여동생들 중, 엘리자는 가장 성격이 강하고, 또한 똑똑하다.
하지만 이 시대는 아직 19세기, 여자가 독립적인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아니다.
물론 폴린이 알고 있는 한 사람이 있긴 하지만.
살롱을 자주 드나드는 폴린이 머릿속에 떠오른 한 여자를 언급하며 비꼬았다.
“스탈 부인이나 만나보지 그래? 아주 그 여자가 좋아하겠어.”
“됐거든! 그런 음란한 여자와 날 비교하다니!”
“아니, 나름 샤토브리앙이랑 함께 요새 가장 잘 나가는 작가잖아? 흥.”
엘리자와 폴린이 서로 노려보고 있을 찰나, 가만히 앉아 있던 카롤린이 물었다.
“폴린 언니, 마리 테레즈 마드모아젤이 에스파냐로 시집간다는 거, 정말이에요?”
폴린은 놀라 카롤린을 홱 돌아보았다.
“와, 이 나라에는 기밀이란 게 없나 봐?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정말이군요! 마르몽이 알려줬어요. 그런 얘기가 돈다고.”
“너, 아직도 마르몽이랑 만나? 오빠가 싫어할 텐데.”
본래 원역사라면 카롤린은 벌써 뮈라에게 시집갔어야 한다.
허나 나폴레옹과 뮈라의 첫 만남이 달라진 탓에, 뮈라에 대한 보나파르트 가문의 신임도는 그리 높지 않다.
되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인 나폴레옹의 부관, 마르몽이 더욱 보나파르트 가문을 자주 드나드는 것이다.
어쨌든 나름 국가기밀 외교 사항인데, 너무 쉽게 알려져 있는 셈이다.
아무리 로열 패밀리라도 말이다.
그런데 레티치아는 정작 몰랐는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마리 테레즈가 에스파냐로 결혼하러 간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그럼, 유진은?”
폴린이 레티치아를 돌아보다 낯을 찌푸렸다.
“엄마, 유진이 마리랑 결혼하길 바랬던 거예요?”
“너보다야 낫지. 당연히.”
“딸 인생을 응원하지는 못할망정. 솔직히 내가 결혼할만한 신랑 후보감 중에 유진만한 신랑감이 있을 거 같아요?”
친족혼이란 건 사실 이 시대에 둘째 문제다.
어차피 전통적 혼례라면 교황청의 허가를 받으면 된다.
혁명 정신에 따르면 양자녀 관계를 통해 맺어진 가족 관계는 법적으로 파기하면 그뿐이다.
그러나 유진을 친손자처럼 여기는 구두쇠, 레티치아는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왜 없니! 나폴레오네는 지금 널 헝가리 왕에게 시집보낼까 고민 중인데! 물론 지참금은 좀 아깝다만, 그 정도면 많이 써도 되겠지!”
폴린은 낯을 잔뜩 찡그렸다.
예전에 오리엔트 귀국행 때 나폴레옹 군단과 마주쳤을 때, 사령부 막사에서 들은 기억이 난다.
헝가리 왕이 된 남자, 카를 대공에게 시집 보내겠다고 위협하던 나폴레옹의 모습도.
단순히 엄포였는 줄 알았는데, 꽤 진지하게 검토되는 사안이었던 모양이다.
나폴레옹식 정략결혼에 대한 반감이 치솟는 것을 느끼며 폴린은 벌떡 일어났다.
“됐거든요? 그런 아저씨는 나부터 사양이에요.”
“너 어디 가니! 빵 먹어야지!”
“일 있어요!”
재빨리 뛰쳐나가며 폴린이 외쳤다.
“엄마까지 바라는 마리의 혼사 방해를 하러 가야 한다구요!”
아무래도 나폴레옹의 계획을 단단히 망쳐놔야, 다시는 정략결혼 타령을 못 할 것이다.
***
그렇다면, 19세기 권세가의 영애들은 어떻게 저택 밖에서 활동할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 보나파르트 가문의 아가씨에게 자네가, 상황을 좀 알려줘야겠단 말이지.”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권력을 가진 남자를 움직이는 거다.
물론 그 방법이 스탈 부인처럼 애인을 다수 만드는 식이라면, 평판이 나빠지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오라버니의 부하 겸 친구의 애인을 움직인다면, 오히려 평판이 높아진다.
로르의 요새 애인 겸 파리 치안군 사령관 쥐노가 헛기침을 하자, 그 부하 헌병대장 사바리가 무표정하게 시선을 돌렸다.
“요새 경찰국과 외교부를 들쑤시고 다니신다는 분이, 마드모아젤 폴린이셨군요.”
“정정해주시죠. 성 요한 기사단 산하 간호부대 선임 지휘관, 폴린 보나파르트 대령이라구요. 이제 곧 준장으로 진급할 거고.”
“실례했습니다. 폴린 대령.”
외교적으로 말하면 외국군 대령인 영애를 보며, 사바리가 무뚝뚝하게 물었다.
“일단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습니까?”
꼭 시장에서 가격 흥정하는 듯한 질문이다.
다만 정보를 캘 때는 이쪽이 갖고 있는 정보량에 따라 알아낼 수 있는 수준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집트에서 유진이 활약하는 바를 어깨너머로 본 폴린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폴린이 가볍게 지금껏 들쑤시고 다니며 알아낸 바를 읊었다.
“혼사가 진행된다, 대상은 마리다, 영토 교환이 본질이다?”
“다 알고 오셨군요. 대체 뭘 더 알고 싶으신 겁니까?”
“이상하다는 생각 안 들어요?”
폴린은 눈을 반짝이며 군부의 경찰, 헌병대장 사바리에게 다그쳤다.
“내가 이집트에서 본 바로는, 세상일이란 건 이렇게 딱딱 맞아 떨어지지 않아요. 혹시 누군가가 계획하지 않으면.”
“에스파냐의 재상, 고도이가 기획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어머나, 우리 치안군 헌병대장님이 왜 이리 순진한 말씀을 하실까?”
사바리의 회피에 폴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사람들의 평가가 틀렸을 때도 있지만, 보통 그 나라 국정운영 보면 대충 답이 나오죠. 고도이는 겉만 번지르르한 바람둥이일 뿐이에요. 안 그래요?”
고도이는 에스파냐 제일의 권력자다.
당연히 옆나라 프랑스 사교계에도 소문은 파다하게 퍼져 있다.
물론 소문과 달리 알고 보면 유능한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에스파냐의 현재 꼴을 보면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무능한 바람둥이 권력자가 이렇게 빈틈 없는 계획을 세운다?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건 겉으로 보기엔 에스파냐와 프랑스, 둘 다 이익인 것 같지만 안 그래요.”
“왜 그렇습니까? 군인이 그걸 평가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프랑스는 신대륙을 얻지만, 너무 멀어서 관리하기 힘들어요. 에스파냐는 토스카나 하나를 받는 건데, 모두 프랑스 영토에 포위당한 상태겠죠?”
폴린이 사바리의 눈을 살피며 생각한 바를 털어 놓았다.
“언제든 프랑스가 마음을 바꾸면 빼앗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오빠도 기꺼이 토스카나를 내주려는 걸 거고.”
물론 폴린은 정밀한 정보 분석을 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루이지애나의 경제성 분석이나, 토스카나의 군사적 점령 가능성을 파악하고 말한 게 아니란 소리다.
그렇지만 거시정치의 세상은 의외로 상식과 맞아 떨어질 때가 있다.
너무 크기 때문에 변수가 작용할 여지가 적어서다.
후일 원역사에서 비밀경찰의 영수가 되는 남자, 사바리가 묘한 웃음을 머금었다.
“재미있군요.”
“프랑스와 에스파냐, 둘 다 불이익이 발생하죠. 좋아할 만한 사람들은 정해져 있지 않나요? 왕당파나 오빠 반대파? 아니면, 유진의 정적?”
“상상력이 풍부하십니다만, 하나를 빼먹으신 것 같군요.”
사바리는 조용히 나폴레옹의 여동생을 보며 일렀다.
“우리의 적국들.”
비록 21살의 젊은 여성치고는 면밀히 분석했지만, 중요한 것이 빠졌다.
결국 에스파냐 왕실 혼사는 외교 문제다.
이런 문제에 개입할만한 제1순위는 다름 아닌 프랑스의 적국 외교부다.
지금껏 그 생각은 못 했던 폴린이 깜짝 놀라 물었다.
“적국이 움직인다는 건가요? 어디? 오스트리아? 영국?”
“러시아일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치안군 헌병대장이지, 수사관은 아닙니다.”
“그래서 가만있겠다는 거예요? 이봐요, 쥐노 사령관님. 부하한테 뭐라고 해줘 봐요.”
파리 치안사령관 쥐노가 그때서야 휘파람을 불며 끼어들었다.
“아주 흥미로운데. 그럼 전문가에게 맡겨야겠군.”
“생각해두신 바가 있습니까?”
“아니, 지금 생각났는데. 이런 건 비밀경찰에게 맡겨야겠지? 그 친구들, 최근에 기술자 영입한다고 해외도 많이 쏘다니고 있고.”
폴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 말하는 거예요?”
그러자, 쥐노가 껄껄 웃으며 눈을 찡긋거렸다.
“쉬르테.”
바로 유진이 만든 비밀 정보조직 얘기다.
***
쉬르테에는 돈을 사랑하는 명탐정이 있다.
“그래서, 당신이 쉬르테 최고 수사관이라구요? 안 그렇게 보이는데?”
허름한 옷차림의 청년, 비독이 어깨를 으쓱이며 골목에서 대꾸했다.
“뭐, 믿거나 말거나. 나야 돈만 받으면 뭐든지 합니다. 돈은?”
“가져왔죠. 하지만 당신 정보가 맞다는 걸 누가 입증해주죠?”
“틀렸으면 내 상관에게 떠들면 될 거 아뇨? 아니면 그쪽 오라버니에게 가서 꼰지르거나.”
폴린은 비독을 노려보았지만, 이제와서 다른 방법은 없다.
어쨌든 폴린이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인맥은 모두 활용한 터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면, 실체를 잡기도 전에 유진이나 나폴레옹에게 들켜, 아무것도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쩔렁!
폴린의 경호원이 던진 은화 자루를 허공에서 잡아채다, 비독이 휘파람을 불었다.
“이야, 귀하신 집 아가씨께서, 언제 또 이렇게 돈을 모으셨소?”
“성 요한 기사단은 프랑스에도 지부가 있거든요? 그곳 책임자가 나구요.”
“헉, 부자셨군. 거기 프랑스 자산이 어마어마하다던데.”
당장 폴린의 뒤에 서 있는 경호원부터 구호기사단 파리 지부의 기사들이다.
본래 혁명 직후, 구호기사단은 전 재산을 정부에 빼앗기고, 조직을 강제 해체 당할뻔했다.
허나 간신히 위기를 넘기고 난 뒤, 오리엔트 원정 과정에서 프랑스와 화해하면서, 다시 프랑스의 자산을 되찾은 상태다.
하지만 구호기사단 본부가 멀리 이집트 다미에타에 세워진 탓도 있어서, 파리 지부를 아무에게나 맡기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마침 나폴레옹의 동생인 폴린이 구호기사단 소속 군인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폴린은 알고 보면, 구호기사단의 파리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물론 대혁명이 지난 이후니, 이렇게 자금원으로나 쓸 정도의 세력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가져온 정보나 내놔요. 어때요?”
폴린이 다그치자, 비독이 히죽 웃으며 그간 조사한 바를 읊었다.
“카두달이 입국했다는 사실을 알아왔지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름에 폴린은 눈을 깜박였다.
“그게 누군데요?”
“방데 반란군 중 거물급 수괴요. 물론 방데가 아니라 브르타뉴가 중심 거점이었지만.”
“로슈자클랭 같은 사람인가 보죠? 그런데요?”
문득 비독은 주위를 살피다 목소리를 낮췄다.
“이 작자는 원래 추방자인데, 아미앵 조약 이후 밀입국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소. 영국인으로 위장해 들어온 모양이오.”
“망명자가 뭐하러 들어온 거예요?”
“글쎄, 하지만 이 작자가 에스파냐와 영국을 자주 오갔다는 첩보도 같이 입수되었지. 어떻게 생각하시오?”
폴린은 아주 흥미진진한 얼굴로 물었다.
“그럼, 영국이 음모를 꾸몄다?”
사바리가 추리했던 바가 들어맞은 모양이다.
만약 이 사실이 밝혀지면, 혼사를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비독의 조사는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비독이 한 장의 러프 초상화를 품 속에서 꺼냈다.
“게다가 나도 흥미가 생겨서 들쑤시다 보니, 이 작자와 카두달이 런던에서 자주 만났다는 걸 알게 됐소.”
“이 못생긴 사람이 누군데요?”
“껄껄! 이 남자를 그냥 추남이라고 말하는 건 아가씨밖에 없을 거요.”
잠시 웃던 비독이 눈을 번들거리며 고했다.
“이 자는 영국의 스파이 마스터, 필립 오베르뉴 드 부이용이오.”
그 순간, 폴린도 직감할 수밖에 없었다.
에스파냐 왕실발 혼사가 유럽을 뒤흔들 스캔들이 되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