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1)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0화(31/547)
(30) 소령 유진이 마르세유로 나폴레옹과 간다
전쟁은 항상 전후처리가 훨씬 어렵다.
비록 학살을 막았어도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전범 처리, 파괴 복구, 사후 보상.
특히 어려운 것은 역시, 보상이다.
이 순간 툴롱 인근의 농민들이 군부대로 달려와 외치고 있었다.
“아니, 왜 징발표가 교환이 안 되는 거요!”
“거, 나라가 돈이 없으니까 될 리가 있나! 좀 참으시오. 곳곳이 전쟁이오!”
“우리는 그럼 굶어 죽으란 말인가!”
항변하는 농민에게 상사로 진급한 투르네가 악을 쓰며 고함쳤다.
“이봐, 노인네! 지금 저 북방 라인 전선은 난리도 아니라고! 파리가 위험할 정도야! 알아?”
본래 징발표란 군대가 강제로 물자를 민간에게서 빼앗고, 그 대가로 주는 표다.
이번 툴롱 반란 진압 당시, 나폴레옹은 포병대를 만들기 위해 민간 징발을 했다.
대부분 농부들이었고 군부대의 압력에 못 이겨 식량과 옷감을 내놓았다.
그렇지만 정작 반란이 진압된 후, 군대는 나 몰라라 하는 것이다.
유진 직속 하사관, 루이 투르네도 명령을 받고 어쩔 수 없이 농부를 막는 중이다.
어쨌든 징발표 가격만큼 쳐줄 돈과 물자가 없는 상황이니까.
그 모습을 보다 상관, 유진은 부대 밖으로 나와 버렸다.
“엉망 진창이군.”
“그나마 툴롱은 오히려 나아. 지중해 함대도 돌아왔으니, 군항으로 기능도 하고. 또 학살도 적었거든.”
“무슨 말이야, 이폴리트? 들은 거 있어?”
항상 유진을 수행 중인 사실상 부관, 이폴리트가 주위를 둘러보다 낮게 말했다.
“라푸아프 장군 처남인 프레롱 의원 알지?”
“알지. 여기서 학살을 주도하려던 자잖아.”
“그 자가 프로방스를 돌면서 이미 싹 쓸고 왔다는걸. 도시마다 최소 100명씩 단두대로 날려 버렸대.”
이미 역사 기록에서 읽었던 사실을 떠올리며, 유진이 냉소했다.
“혁명의 이름으로, 사람을 죽여서 정화한다. 이건가.”
본래는 1793년 5월, 지금쯤 벌어질 일이다.
하지만 루이 왕의 빠른 죽음이 일련의 왕당파 반란을 앞당겼다.
그러니 왕당파 학살극도 훨씬 더 빨리 벌어진 모양이다.
이 모든 것은 아직, 유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다.
게다가 어차피 유진은 피스톨로, 혹은 명령으로 적군이라는 사람을 죽인 뒤다.
그럼에도, 민간인 학살을 막지 못한 것, 분명 마음의 짐이다.
무거운 마음으로 유진이 돌을 걷어찼다.
그때 저 멀리서 휘파람을 불며 쥐노가 다가왔다.
“여, 편지 왔다. 소년 기수!”
유진은 쥐노의 손에 들린 편지를 보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예요, 쥐노? 우편 담당까지 맡았어요?”
“아, 이 상사님께서 드디어 소위로 진급하셨거든! 뭐, 임시직이야.”
“임시직이라구요? 그럼 다음 보직은 뭔데요?”
쥐노가 껄껄 웃으며 유진의 어깨를 툭 쳤다.
“그거야 내가 아니라, 우리 보나파르트 장군이 정하시겠지? 뭐, 우리 소년 기수도 특별승진이라며? 소령이라고 했나?”
“뭐, 곧 발령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게 뭡니까?”
“글쎄? 발신인이 마리 테레즈? 그거. 공주 맞지?”
그 순간 유진은 편지를 부리나케 낚아채 달려갔다.
-후다닥!
낯이 새빨개진 유진은 한참을 뛰어서야 멈췄다.
쥐노는 굳이 뛰어오는 대신 천천히 걸어오는 게 보인다.
이폴리트야 숨을 헐떡이며 뛰어왔지만.
아주 조심스레 유진이 편지를 펼쳤다.
-〈친애하는 유진.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
첫 번째 편지는 아주 달콤한 연서다.
그러나 문제는 편지가 한 장이 아니란 거였다.
한 장씩, 유진이 편지를 펼칠 때마다 이상하게 어조가 강해진다.
-〈대체 왜 소식이 없는 거야? 건강한 거야? 다친데는 없지?〉
-〈툴롱이 지금 한창 싸우고 있다면서? 레카미에 씨에게 들었어. 대체 왜 답장은 없지? 꼭 줘.〉
-〈어째서 답장이 없는 거야? 내가 툴롱으로 가야 하는 건가? 이 편지를 보는 즉시 답장을 보내길 바래.〉
마지막 편지를 보다, 유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간 당연히 전쟁 때문에 너무 정신이 없었다.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벅찼는데, 공적까지 세우고, 여기에 나폴레옹의 마음까지 얻어야 했다.
이제야 주위를 좀 돌아볼 틈이 난 셈이다.
하지만 파리의 전직 공주가 알 리는 없을 것이다.
황급히 달려온 이폴리트가 슬쩍 어깨 너머로 편지를 보다 휘파람을 불었다.
“어, 공주님이 이렇게 집착적인 사람인 줄은 몰랐는걸.”
“오해를 살만한 말은 삼가자구, 이폴리트. 폐위 공주고, 마드모아젤 마리가 정확한 명칭이지.”
“마드모아젤이나 공주님이나. 하여간, 답장 빨리 써야 하지 않겠냐?”
유진은 다른 편지를 들며 고개를 저었다.
“일단, 이것부터 좀 확인하고.”
그 편지를 보던 이폴리트가 다시 휘파람을 불었다.
“와, 역시 은행가. 애인보다 역시 돈인가!”
그때 막 천천히 도착한 쥐노가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이폴리트? 돈이라니?”
“아, 쥐노 상사님, 아니 소위님. 이 녀석, 레카미에 씨 편지부터 보고 있잖아요.”
“그게 누군데?”
그때서야 이폴리트는 쥐노가 유진을 [공주의 기사]로만 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파리에서 그야말로 화려한 명성을 날렸다는 것, 전혀 모를 것이다.
조금쯤 자랑하는 기분으로 이폴리트가 웃으며 말했다.
“레카미에 씨는 방크 보아르네의 현재 경영대행자죠.”
“바, 방크 보아르네? 그건 들은 적 있는데? 설마 그거 저 녀석 아버지 거냐? 부자였어?”
“하하하! 정확히는 유진이 설립한 거죠. 뭐, 나름 파리에선 다섯 손가락 안에 들던 은행이구요. 저는 거기서 행장 비서였고. 하핫!”
쥐노가 입을 쩍 벌리며 혀를 내둘렀다.
“이야, 너 진짜 황금줄을 잡았구나? 나보다 어째 나아 보인다?”
사실 원역사에서 쥐노와 이폴리트는 그리 좋은 관계는 아니다.
이폴리트는 조세핀과 불륜의 관계였고, 쥐노는 이걸 나폴레옹에게 이르다가 미움을 샀다.
그렇지만 조세핀이란 존재가 빠지자, 엉뚱하게 둘은 농담을 나누는 전우가 된 것이다.
유진은 그 모습을 흘깃 보다 피식 웃으며 레카미에의 편지를 접었다.
“이것부터 답장 보내야겠군.”
“이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짜 돈이 애인보다 중요하구나! 훌륭하다, 은행가 유진! 그대의 몸에는 피가 아니라 은이 흐르리라!”
“시끄러, 이폴리트. 레카미에 씨가 전해왔어. 이제 더 이상 영국과 거래하기가 어렵다고.”
흠칫 놀라는 이폴리트를 향해 유진이 선언했다.
“강제로 사업 분야를 바꿔야 될 상황이 온 거야, 이폴리트.”
슬슬 방크 보아르네 사업도 전환기를 맞이한 것이다.
***
사업 확장과 전환을 하려면, 인재 영입이 필수다.
“날 보자고 한 이유가 뭐지, 공주의 기사?”
5월의 툴롱은 이제 막 반란에서 해방된 도시다.
그 말은 무수한 포로들도 풀려나고 있다는 얘기다.
반란 당시, 툴롱에 잡힌 포로들은 대부분 툴롱 시내에 있던 해군이었다.
본래는 대부분 귀족으로 이뤄진 해군 장교라, 영국군에 투항해 도망친다.
그렇지만 유진이 너무 빨리 툴롱에 진입한 탓에, 영국군은 포로를 제대로 데려가지 못했다.
결국 상당한 해군장교, 이 중에서도 귀족들이 도시에 남았다.
그들 중 하나, 퇴역을 요구하는 해군장교가 유진의 부대 사무실로 들어섰다.
상당히 지친 얼굴의 전직 포로를 보다, 유진이 싱긋 웃었다.
“프랑수아 폴 브뤼에 데 갈리에트. 미국 독립전쟁 참전자, 알제리 주재원, 그리고 지중해 함대 장교. 그리고 툴롱 반란 당시 왕당파의 포로.”
“잘 아는군. 대위라네.”
“저는 소령입니다. 브뤼에 대위. 경칭을 붙여주시죠.”
사실 아직은 소령 진급은 정식 발령나지 않았다.
다만 나폴레옹이 약속한 이상, 소령 진급은 확실하다.
한데, 상대는 유진보다 나이도 많고, 또한 귀족이라 누르기 쉽지 않다.
해서 일부러 계급을 내세운 것이다.
과연 철두철미한 군인, 브뤼에는 조금 고쳐 앉으며 되물었다.
“그러지요. 보아르네 소령. 왜 날 부른 거지요?”
역시, 브뤼에는 유진이 누군지 안다.
미국 독립전쟁 참전자이자, 지금 혁명군의 소장인 알렉상드르 보아르네의 아들.
또한 공주의 기사로 불리는 입헌군주파 기수 중 하나.
비록 눈앞의 브뤼에가 왕당파의 포로였다 해도, 나라에 충성할 뿐 전직 귀족임은 틀림없다.
혁명이 그리 달가울 리 없을 것이다.
굳이 전역을 신청한 이유라고나 할까.
그렇지만 유진은 브뤼에를 잡아야 할 이유가 있다.
먼저, 브뤼에는 상당히 뛰어난 해군장교라는 거다.
유진이 슬쩍 말을 돌리며 이야기를 꺼냈다.
“당분간 해군에 복귀 못하실 겁니다. 아시죠?”
“대충 알지요. 난 귀족 출신이고, 또 왕당파가 장악했던 툴롱에 있었으니. 충성을 의심받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해군이 급하니, 곧 복귀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시간이 걸리겠죠.”
브뤼에는 피로한 얼굴로 대꾸했다.
“난 퇴역하고 싶은데. 이제 전쟁은 지긋지긋하군요.”
이런 소리를 하는 브뤼에는 원역사에서 후일 나폴레옹의 해군제독이 된다.
무려 이집트 원정을 떠날 때 운송업무를 맡게 되는 장군이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넬슨에게 져서 죽는다.
반대로 말하면, 이 위험한 임무를 맡을 만큼 브뤼에는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사실은 브뤼에와 유진 사이에는 한 가지 인연이 더 있다.
그러니 유진은 여러모로 브뤼에를 고를 수 밖에 없었다.
유진이 브뤼에를 보며 제안했다.
“그럼, 다시 마음이 들 때까지 당분간 나와 함께 일하지 않겠습니까?”
“일이라니? 무슨 말이오?”
“내 소문을 마드모아젤 마리 양의 얘기만 듣고, 다른 건 못 들었나 보군요.”
문득 유진은 눈을 빛내며 자화자찬을 꺼냈다.
“도박, 금융, 그리고 밀수의 신동이라고.”
가만히 유진을 보던 브뤼에가 사람 좋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다.
“실은 앞의 두 개는 들은 것 같군요. 하지만 마지막은 못 들었는데?”
“이제 들었으니까 됐습니다. 좀 도와주시죠.”
“새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거요? 하지만 왜 내가 필요한 거지요?”
역시, 브뤼에는 유진에 대해 안다.
도박신동으로 악명을 날리던 것도, 금융신동으로 명성을 날리던 것도.
방크 보아르네에 대해서도 조금은 아는 모양이다.
그러면 이야기가 더 쉬워진다.
유진이 어깨를 으쓱이며 반쯤 진실을 꺼냈다.
“지브롤터 때문에, 내 배가 지중해로 못 오거든요. 그런데 당분간 지중해 쪽에서 사업을 해야 할 것 같아서.”
결코 거짓말은 아니다.
소시에테 보아르네, 곧 유진 무역회사는 지금 대서양과 북해를 오간다.
그런데 지중해로 유진의 배, 산 마리아 호가 들어오려면 지브롤터를 거쳐야 한다.
해협, 지브롤터의 양안은 이미 7년 전쟁 때부터 영국이 장악한지 오래다.
하지만 배는 못 와도, 선장 니콜라스나 사장 다마스는 부를 수 있다.
그럼에도 브뤼에에게 접촉한 이유는 따로 있다.
해군장교 집단.
그것도 대부분 왕당파거나, 반혁명파에 가까운 자들.
본래는 영국군의 시드니가 철수할 때 데려가게 된다.
하지만 유진이 너무 빨리 온 탓에 대부분 툴롱에 강제로 남게 되었다.
이들을 흡수하려면 브뤼에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속셈을 모르는 브뤼에는 골똘히 생각하다 되물었다.
“함선은 있습니까?”
“영국인들이 놔두고 간 배 중에서 세네 척쯤, 불하받을 생각입니다. 어차피 모든 배를 유지할 만큼 툴롱시 당국이 돈이 있지는 않을 테니까.”
“정확히 어떤 사업을 할 겁니까? 밀수가 불가피한 상황이란 건 알고 있소. 하지만, 그것만 하겠다면 협력하기 어렵소. 어쨌든 영국이 봉쇄한 상황이라도, 밀수는 범죄니까.”
사실 보통 때라면 밀수는 전직 해군이 도와줄 일이 아니다.
하지만 혁명 후 프랑스는 영국 해군과 사실상 교전 상태에 들어갔다.
그 말은 해상에서 영국 해군의 봉쇄가 자주 펼쳐지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지중해 방면은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다름 아닌 코르시카 때문이다.
영국 해군이 코르시카에 주둔한 터라, 정상적인 무역이 어려운 상태다.
그러니 밀수는 불가피한 것, 브뤼에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밀수만 한다면, 브뤼에가 계속 협력하긴 어렵다.
당연히 유진도 니콜라스 때와 달리, 브뤼에를 위해서는 다른 비전을 준비했다.
유진이 가볍게 사업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단 은행을 세울 생각입니다. 그리고······.”
방크 보아르네도 쉬르쿠프의 밀수 환전으로 상당한 돈을 벌었다.
이번에 새로이 브뤼에와 함께 하는 밀수 무역도 마찬가지로 은행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당연히 부족하다.
금융업, 무역업, 그리고 제조업.
아직 이른바 산업혁명은 영국에서나 싹틀 때다.
그럼에도 공장식 수공업은 이미 프랑스에도 존재한다.
그런데 이 혁명기, 전쟁 시국에 쓸만한 산업이 있을까?
있다.
바로, 군수사업이다.
“군수 사업에 손을 대야죠. 다행히 내겐 꽤 강한 배경이 있습니다. 바로 툴롱의 영웅, 보나파르트 장군이시죠.”
군복, 병기, 식량.
그 어떤 것을 만든다 해도 군납은 돈이 된다.
게다가 군에 강한 연줄이 있다면 더욱 쉽다.
원역사 현대라도 마찬가지인데, 18세기 말 프랑스 군대라면 말할 것도 없다.
브뤼에가 고개를 끄덕이다 미간을 좁혔다.
“좋소. 그럼 왜 나요?”
이미 브뤼에는 반쯤 넘어왔다.
그렇다면 여기서 진실을 말해야 할까?
사실 브뤼에의 부인, 안 오뱅 드 벨뷔는 마르티니크 출신이다.
요컨대 조세핀의 친구다.
꽤 많은 해군장교 후보 중, 유진이 굳이 브뤼에를 고른 인연이다.
그러나 유진은 이 얘기를 꺼내는 대신 말을 돌렸다.
어쨌거나 부인의 음덕을 좋아하는 남편은 세상에 별로 없다.
“프리메이슨.”
브뤼에가 입을 쩍 벌린 찰나, 유진이 재빨리 말했다.
“수장이신 라파예트 장군이 제 진짜 배경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잠깐, 그건.”
“쉿, 당연히 이 공화국 정국에서 얘기할 소리는 아니죠.”
유진은 입에 손가락을 대며 낮게 속삭였다.
“내가 괜히 공주의 기사라고 불리는 게 아닙니다, 브뤼에 대위.”
프리메이슨, 그러니까 비밀 결사 집단.
현재 프랑스 프리메이슨의 수장은 라파예트 장군이다.
자유와 평등을 외치던 프리메이슨이지만, 자코뱅이 주도권을 잡은 후 프랑스 프리메이슨의 강령은 바뀌었다.
입헌군주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브뤼에는 원역사에서 바로 이 프리메이슨 회원이었다.
혁명이 진행된 지금도 프리메이슨의 회원일까?
유진은 브뤼에를 주시했다.
순간, 브뤼에가 꾹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재미있겠군. 좋소. 선원이 될 자들은 있나?”
됐다.
브뤼에는 아직도 프리메이슨 회원이었던 것이다.
라파예트의 덕을 본 셈이다.
유진은 가볍게 손을 튕기며 진짜 속셈을 던졌다.
“북쪽에서 한 사람 부를 생각이긴 하지만, 대부분 여기서 채용하셔야죠. 해군 장교들과 수병들, 많지 않습니까?”
이제 왕당파 해군장교 집단을 무사히 흡수하게 된 것이다.
방크 보아르네의 이름 아래.
바로, 유진 드 보아르네가.
***
하지만 인생은 항상 계획과 다른 폭풍이 몰려오기 마련이다.
“자, 우리 소년 기수! 그럼 마르세유로 갈 준비는 다 됐나?”
갑자기 불려온 [장군] 집무실에서 유진은 엉뚱한 얘기를 들었다.
준장 나폴레옹이 엄숙한 표정으로 이런 얘기를 꺼낸 것이다.
집무실에 있던 쥐노와 마르몽, 그리고 마르소가 껄껄 웃고 있었다.
아무래도 유진과 방금 따라온 이폴리트만 이야기를 못 들었던 모양이다.
유진은 머리를 긁적이다 나폴레옹에게 되물었다.
“장군님, 왜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시죠? 갑자기 마르세유라뇨? 전 얘기 못 들었는데요?”
“무슨 말이야? 당연히 가야지. 내가 가니까.”
“아니, 장군님이 가시는 것도 몰랐지만, 제가 왜요?”
나폴레옹은 유진을 내려다보다 빙긋 웃었다.
“그야 신임 소령, 유진 그대는 이제부터 이 나폴레옹의 부관이니까!”
유진은 눈을 크게 떴다.
나폴레옹의 부관.
원역사에서 쥐노, 마르몽, 그리고 브리엔이 가졌던 영광.
그 자리가 지금 유진에게 주어진다.
잠시, 답하지 못한 찰나 유진의 어깨 위에 나폴레옹이 견장을 매달았다.
-철컥!
계급장이다.
소령의 계급장.
문득 쥐노와 마르몽, 그리고 마르소가 웃으며 말했다.
“흐흐, 귀걸이 꿴 거야. 못 빠져나가. 우리 소년 소령.”
“잘 부탁하오. 쥐노에 이어 동료가 생겼군. 아, 혹시 마르소 대위, 아니 소령도 같이 가나?”
“하하! 사실 내가 우리 유진 소령에게 빚진 게 있어서 말이오. 가능하면 같이 가고 싶군요.”
아마도 대위였던 마르소도 소령으로 진급한 모양이다.
유진은 어안이 벙벙해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오히려 적응력 좋은 이폴리트가 먼저 유들유들하게 끼어들었다.
“아이고, 나도 그럼 같이 가야지? 뭐, 저는 유진 소령의 부관 이폴리트입니다. 하핫!”
그러자 나폴레옹이 농담처럼 웃으며 받아쳤다.
“소령 주제에 벌써 부관까지 있군. 제법이야?”
그때서야 유진은 잔뜩 굳었던 몸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쇠붙이로 된 계급장이 낯설다.
하지만 이제 유진은 정말로 나폴레옹의 부관이 된 것이다.
지금껏 계획했던 모든 일은 더 이상 툴롱에서 진행할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문득 유진이 싱긋 웃었다.
“좋아요. 그럼 대신 장군님과 가족분들 생활은 제가 책임지죠.”
이번에는 나폴레옹이 어안이 벙벙한 채, 눈을 깜박였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제가 돈이 좀 있잖아요? 대포 구할 때 못 보셨어요?”
“아니, 그야 이전엔 사업을 했으니까 있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나?”
아주 간단한 해결법이 있다.
툴롱에서 진행하려던 모든 것.
밀수, 은행, 군수사업.
전부 마르세유에 가서 하면 된다.
유진이 어깨를 으쓱이며 간명히 말했다.
“새로 은행 세우려구요. 마르세유에 가서.”
1793년 5월.
유진은 마르세유로 다시 가게 되었다.
이번에는 나폴레옹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