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15)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15화(316/547)
(315) 누벨 프랑스의 왕녀는 누구 것인가
왕당파에게 죽은 사람은 따로 있지만, 왕당파가 죽이려 했던 사람은 살았다.
“이건 부르봉 때문이야!”
바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와 유진이다.
그럼에도 프랑스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분노에 휩싸였다.
에스파냐의 보르본 일가 때문에 이 난리가 났다.
그런데 살아남은 ‘부르봉’이 있지 않은가?
“결국 부르봉 가문 사람들이, 이 난리를 일으킨 거 아닌가!”
“에스파냐와 전쟁을! 보르본 일족을 멸족시켜라!”
“후계자가 없지 않나? 이미 망한 거 같은데.”
카페 [르 프로코프]에 모여든 부르주아들조차 이런 소리를 할 정도다.
“아니야! 브라간사 왕가의 핏줄이 있어. 주앙 왕자의 아들, 페드로가 에스파냐 왕위를 승계할 거야! 그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해! 나아가 살아있는 파리의 왕실 사람들에게도!”
그 모습을 보다, 짐짓 정장을 입은 자코프 엘리가 신문을 하나 펼쳤다.
혼자 느긋하게 신문을 보는 모습은 본래라면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손님들이 모두 격분한 상태에서는 꽤 보기 드물다.
문득 지나가던 신사 한 명이 신문을 보며 물었다.
“어, 이게 뭔가?”
“오늘 나온 코르델리에 신문이오. 아주 흥미로운 소식이 있군.”
“뭔데?”
쉬르테 부국장, 엘리는 목청을 가다듬으며 카페 사람들이 들으라는 듯 말했다.
“살아남은 마리 테레즈 왕녀야말로 진정한 에스파냐 왕위 승계권이 있다는 주장이오.”
그러자 카페에 있던 신사들이 일제히 몰려들었다.
-〈누벨 프랑스의 왕녀로, 마리 테레즈 샤를로트를!〉
르 코르델리에, 곧 데물랭이 발간하는 신문이다.
물론 군주제에 반대하고, 제정을 싫어하는 데물랭이지만, 동시에 데물랭은 애국자다.
국가 긴급사태를 맞이한 상황에서, 유진에게 협조를 진행한 셈이다.
바로 여론조성 측면에서.
부르주아 신사들이 서로 돌아보았다.
간단히 신사라고 말하지만, 이들은 모두 프랑스의 전직 의원들이나, 금융가로, 한 마디로 여론주도층이다.
한데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측면을 이들이 깨닫게 된 것이다.
마리 테레즈 샤를로트의 여전한 쓸모를.
“그게 말이 되나? 물론 같은 가문이긴 하지만 여자인데?”
“어차피 여자인 건 죽은 카를로타 포르투갈 왕세자비도 똑같지 않소. 게다가 거슬러 올라가면 본래 루이 14세의 핏줄 아니오.”
“하지만 옛날에 위트레흐트 조약으로 승계권을 다 빼앗긴 거 아니었어?”
그때 엘리가 목소리를 드높여 외쳤다.
“지금은 혁명 정부의 시대요. 옛날 구왕실 때 조약이 무슨 소용이오? 통령이 무효화시키면 되지!”
서로 웅성대며 고개를 끄덕이는 시민들을 보다, 엘리는 슬쩍 자리를 떴다.
그 뒤로 아르망 가네가 수행하듯 따랐다.
그런데 엘리가 파리 도심으로 향할 찰나, 일련의 군중이 움직이는 게 눈에 들어왔다.
-뚜벅, 뚜벅, 뚜벅!
엘리도 이번에는 조금 놀라 아르망을 돌아보았다.
“뭐야, 저 사람들은?”
“어, 방데 쪽에서 온 친구들입니다.”
“방데? 거기서 왜 사람들이 온 거야?”
아르망이 미처 설명하기도 전, 군중이 외치기 시작했다.
“마리 테레즈 공주님을 살려라!”
옛 왕당파, 혹은 낭트의 감옥에서 구원받았던 3천 명의 사람들.
이른바 최초의 보나파르트파 시민들이 파리에 온 것이다.
한때 왕당파 수괴였던 앙리 포레스티에가 선창했다.
“누벨 프랑스의 왕녀를 살려라!”
“신대륙을 프랑스의 손으로!”
“왕녀여, 만수무강하소서!”
그중 가장 날뛰는 남자는 자크, 예전에 로슈자클랭 휘하에서 낭트를 점령하러 달렸던 병사다.
“누벨 프랑스의 왕녀를 지켜라!”
파리 전체가 구호로 들끓기 시작했다.
***
처음에는 선동이었어도, 한 번 불이 붙으면 자연발화하는 게 시위다.
-와아아!
오늘도 파리는 거센 시위 함성으로 가득했다.
다행히 정부 전복을 꾀하는 시위가 아니라, 강제해산하고 있진 않지만 당국자 입장에서는 불안한 일이다.
어쨌든 통제받지 않는 군중이 어떤 일을 저지를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문제는 도덕률이나 이념과도 무관하다.
일단 집결한 집단의 힘이 벌이는 일종의 물리학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창문 밖에서 함성을 지르는 시민들을 힐끗 내려다 보다, 재무장관 르브룅이 혀를 찼다.
“참, 할 일 없는 사람들이군.”
“요새는 먹고 살 만한가 보지. 그게 아니면 저런 일로 시위까지 할 리가 없으니.”
“글쎄, 캉바세레스 자네는 늘 미식을 즐기니, 신뢰할 수가 없는데. 참, 신대륙에서 들어온 보고는 어떻소? 탈레랑?”
외무장관 탈레랑이 르브룅의 질문에 안경을 고쳐쓰며 대꾸했다.
“미합중국이 루이지앵에 눈독 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플로리다는 물론이고.”
에스파냐가 프랑스에 루이지앵, 곧 루이지애나를 주겠다고 협상한 지 3개월이다.
미국에도 소식이 전해지기 충분할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아직 왕세자 참극까지 전해지진 않았지만, 미국의 탐험가들은 루이지애나 땅을 탐색하겠다고 들쑤시고 다니는 중이다.
페르난도의 죽음이 알려진다면, 그게 기폭제가 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원역사에서도 미국은 이 시기를 전후해 플로리다와 루이지애나를 얻기 위해 애쓰기 때문이다.
“역시, 누벨 프랑스는 골치 아픈 땅이죠. 프랑스가 갈 길은 신대륙이나 인도가 아니라, 아프리카에 있는데.”
“외무장관, 에스파냐 문제는 어떻게 됐죠? 고도이에게 책임이 있다는 얘기를 받던가요?”
“아무래도 고도이가 실각할 것 같더군요. 내무장관님. 왕위 후계자가 목숨을 잃었는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죠.”
뤼시앵은 탈레랑의 대답을 듣다, 충혈된 눈을 누르며 다시 물었다.
“그럼, 누벨 프랑스 교섭은?”
엄밀히 말해, 누벨 프랑스는 내무장관의 관할이 아니다.
심지어 플로리다조차도 그렇다.
어쨌든 본국의 영토 내에서 벌어진 일이 내무장관의 총괄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리가 없고, 사실상 실세던 유진이 칩거하는 지금, 누군가는 국정을 총괄 운영할 필요가 있다.
뤼시앵 내무장관이 그 역할을 하는 셈인데, 평소와 달리 전혀 기꺼워 보이지 않았다.
테러는 뤼시앵에게도 큰 상처를 입힌 셈이다.
그때 누군가 장관들의 내각회의실로 뛰쳐 들어왔다.
-타다닥!
차석보좌관 브리엔이 탈레랑을 찾았다.
“외무장관님! 마드리드에서 소식이 왔습니다.”
“흐음, 설마 선전포고는 아니겠지요?”
“국왕이 직접 친서를 보내왔습니다.”
살짝 긴장한 장관들을 둘러보며 브리엔은 떨리는 목소리로 친서를 읽었다.
“유일한 왕위 후계자가 될, 마리 테레즈 샤를로트를 마드리드로 보내달라.”
모든 장관들이 서로 돌아보며 말을 잊었다.
현재 데물랭을 중심으로 의원들 사이에서, 마리 테레즈가 에스파냐의 왕위 후계자라 주장하는 여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에스파냐는 프랑스와 달리 살리카 법이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물론 보르본 일가가 왕가가 되면서 일부 도입되었지만, 실상 원역사에서도 여왕 승계가 이후에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후계자를 프랑스 때문에 잃었다 생각할 카를로스 4세다.
어떻게 프랑스의 구왕실 공주를 왕위 후계자, 정확히는 추정상속자로 생각하게 되었을까?
탈레랑도, 뤼시앵도 입을 열지 못하고 있을 때, 르브룅이 벌떡 일어났다.
“정말 마리 테레즈를 왕위 후계자로 삼겠다고?”
“그렇다는데요.”
“포르투갈의 페드로는?”
브리엔도 이유를 몰라 답하지 못할 때, 탈레랑이 중얼거렸다.
“그렇게 될 경우, 포르투갈 왕실이 에스파냐를 장악하게 됩니다. 보르본 왕가는 그 사태를 피하고 싶은 겁니다.”
선례가 없는 게 아니다.
예전에 합스부르크 가문이 아직 에스파냐를 장악하고 있던 시절, 직계 후계자가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에 카를로스 2세는 합스부르크 친족 대신, 왕비를 통해 승계권이 있던 루이 14세의 손자를 골랐다.
에스파냐를 분할하자는 강대국들의 논의가 싫었기 때문이다.
현재 국왕인 또 다른 카를로스도 포르투갈의 왕실과 귀족이 에스파냐 궁정을 차지하는 게 싫었던 것이다.
반면에 마리는 강점이 있다.
주위에 귀족이 없다는 점이다.
“이건, 우리 선에서 결정할 일이 아니군.”
뤼시앵이 파리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통령 각하께 보고하지요. 내가.”
이 보고는 구왕실을 싫어하는 뤼시앵에게 괴로운 일이다.
모두가 짐작하면서도 입을 다물었다.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수 없었으니까.
한 마디로 장관들은 다들 불똥을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
어두운 밤, 아직도 퇴근하지 않은 통령은 수석보좌관을 집무실에서 맞이했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겠지.”
유진은 나폴레옹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일국의 왕세자가 죽었다.
아무리 에스파냐가 빛바랜 개살구 같은 나라라지만, 그래도 신대륙 대부분을 아직 차지한 강대국이다.
해군력 측면에서도 세계 5위권을 자랑한다.
그 죽음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황제가 되실 거죠, 아버지?”
“물론이다.”
“그럼, 저를 추방하시고 군주가 되시겠군요.”
아주 정확하게 자신의 의도를 이해하는 아들을 보다, 나폴레옹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탈리아로 가라. 네게 [부왕] 자리를 주마. 조금 시간은 걸리겠지만, 곧 진행될 거다.”
부왕, 곧 왕을 보좌하는 군주의 지위다.
총독보다 우위에 있고, 왕의 권리를 대리 행사하지만, 작위가 아니라서 승계는 할 수 없다.
에스파냐에서 식민지를 다스릴 때 썼던 방식인데, 나폴레옹이 이를 언급한 거였다.
다만 부왕을 임명하려면, 임명권자는 군주여야 한다.
그러니까 나폴레옹은 황제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유진은 나폴레옹을 보다 웃었다.
이탈리아는 결코 나쁘지 않은 추방지로, 나폴레옹의 배려가 돋보이는 곳이긴 하다.
하지만 유진이 원하는 지위는 따로 있다.
“기왕 부왕 자리를 주실 거라면, 또 다른 자리를 주세요.”
“어디? 이집트로 할까?”
“누벨 프랑스.”
나폴레옹이 눈을 크게 뜰 찰나, 유진이 말했다.
“이미 플로리다에서 반란이 일어났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누군가 가서 처리해야죠.”
나폴레옹은 유진을 뚫어져라 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그곳을 원했구나.”
“예.”
“일부러 보로본 왕가 사람들을 죽인 거냐?”
유진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왕가의 죽음은 절대로 바란 적이 없다.
왜냐면 마리에게 엄청난 부담이 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가만히 유진을 보던 나폴레옹이 품속의 친서를 꺼냈다.
-탁!
유진은 얼결에 친서를 받아들다 물었다.
“이게 뭡니까?”
“에스파냐 국왕 카를로스 4세가 보내온 친서다. 내용은 간단해. 마리를 후계자로 삼겠다는 거다.”
“예?”
완전히 벙찐 유진의 얼굴을 보다 나폴레옹이 묘하게 웃었다.
“정말로 예측하지 못했구나. 하긴, 나도 예측 못 했으니. 왕족들이란 정말 이상한 인간들이야. 자기 자식을 죽게 만든 조카뻘 여자를 후계자로 삼겠다고?”
그럼에도 에스파냐로서는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현재 왕가의 기득권자들이 권력을 유지할 가장 좋은 수단은 허수아비를 세우는 일이다.
나아가 혹시 카를로스가 새로운 아이를 얻을 때까지, 방패막이로도 좋지 않은가?
아직 어안이 벙벙한 표정인 유진을 향해 나폴레옹이 물었다.
“그냥 내줄 수야 없지. 그렇지?”
“그건, 그렇죠.”
“하면, 방법을 생각해봐라.”
순간, 나폴레옹의 눈에서 불꽃이 튕겼다.
“네게 신대륙을 주마. 아니, 마리를 주겠다. 대신, 이건 네가 해결해야 한다.”
황제가 되기로 결심한 나폴레옹이 [부왕] 유진에게 맡긴 첫 임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