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17)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17화(318/547)
(317) 유진과 마리의 추방약혼식이 치러지다
약혼이란 유럽 전통에서는 신의 축복을 받는 행사다.
“하지만 이건 어째 추방기념식 같군.”
내무장관 뤼시앵이 심드렁하게 예식 상황을 살피다, 투덜거렸다.
이곳은 저 유명한 노트르담 대성당.
프랑스 구왕실에서 혼례를 치를 때 주로 사용하던 장소다.
아무리 통령의 양자라 해도, 이곳에서 결혼식도 아니고 약혼식을 치르다니 과도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따져 보면 결코 과하지 않다.
약혼에 에스파냐의 잠정 추정상속인이 된 약혼녀가 걸려 있고, 루이지앵이 사실상 지참금으로 걸린데다, 무엇보다 [황제선거]가 걸려 있으니까.
게다가 이 약혼의 대가로 약혼자와 약혼녀가 모두 신대륙으로 사실상 추방된다면 더욱 그렇다.
문득 외무장관 탈레랑이 지팡이를 유려하게 짚으며 웃었다.
“원래 약혼식이란 가문 대 가문의 약속이오. 그러니까, 이건 보나파르트 가문과 부르봉, 아니 카페 가문간 약속이어야 하지. 그러니 이 정도 장소는 필요하오.”
“그럼 누가 신부 측 아버지 역할을 맡습니까? 설마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자칭 루이 17세를 데려오실 건 아니겠지요. 탈레랑 장관님?”
“설마. 그랬다간 오히려 부르봉 가문을 겨냥한 자코뱅의 테러가 일어나지 않겠소? 내가 적당한 사람을 생각해 봤는데.”
문득 탈레랑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서렸다.
“그러니, 스웨덴의 페르젠 백작을 내세우는 게 어떻겠소?”
대성당에서 예식 준비를 둘러보던 장관들이 일제히 서로 돌아보았다.
아직 따지고 보면 사인이지만, 향후 황족이 될지 모를 유진의 약혼식이다.
또한 프랑스는 왕정에서 벗어난 지 고작 10년.
다들 이 약혼식이 이를테면 국혼이라 여기는 중이었다.
그런데 국혼에 스웨덴 총리급 인사가 오는 것은 그렇다 치자.
구왕실 왕비와 스캔들이 있었던 외국 귀족을 부른다?
당연히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르브룅, 캉바세레스, 뤼시앵이 분분히 외쳤다.
“맙소사. 그건 너무 과도한 얘기 아닙니까?”
“아니지. 탈레랑 장관 말이 일리가 있어요. 어차피 부친을 일찍 잃었을 때는 계부가 대신하는 거 아뇨. 따지고 보면 유진 프라이슈츠도 통령 각하가 이를테면 계부잖소?”
“그쪽은 양자결연을 한 경우니까 다르죠! 게다가 신부 측, 마리 테레즈 샤를로트는 [루이지앵] 혹은 북부 [누에바 에스파냐] 지역의 여공작입니다! 스웨덴 백작의 양녀가 될 수 없죠!”
하지만 탈레랑은 느긋하게 고개를 저으며 일렀다.
“그저, 신부의 아버지 역할을 하자는 거요. 애초에 이 혼사는 한 가지 전제하에 진행되고 있다는 걸 잊었소? 황제선거.”
본래 국혼이라면 재상이나 내무장관의 일이다.
허나 이 사안은 외교적인 문제가 엮여 있는 데다, 정치적 책략이 결부된 사안이다.
보통 나폴레옹 일파에서는 이런 문제는 유진이 전담해 처리해왔다.
그런데 유진이 당사자가 된 데다, 신대륙 이동 준비로 바쁘다 보니 탈레랑이 이런 문제를 마음대로 처리하는 셈이다.
다른 장관들은 탈레랑의 기세에 휘말려, 결국 수긍하고 말았다.
“그러니까, 순서가 이런 거요. 황제 선거가 진행되기 전, 먼저 약혼식을 발표할 거요.”
“다음으로 이 약혼식의 결과, 황제의 양자인 유진 프라이슈츠가 누벨 프랑스의 [부왕]으로 선임된다고 발표되는 거요?”
“그건 선거 결과, 보나파르트 통령이, 나폴레옹 1세가 될 때 얘기지요. 르브룅 장관.”
이 약혼식의 진짜 목적은 결국 제정 성립이다.
누벨 프랑스도, 에스파냐 후계자를 보나파르트 가문이 획득하는 일도, 오리엔트의 영웅 유진의 약혼식이란 선전도 모두 겉치례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프랑스의 국체를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바꾼다는 데 있다.
누구도 반대할 수 없도록, 약혼식을 포장하는 게 바로 탈레랑의 목적이었다.
“다만 선거 기간에는 지속적으로 소문은 퍼질 거요.”
“어떤 소문입니까? 페르젠 백작이 공주의 계부가 된다는 거?”
“황제 선거에서 압도적인 찬성이 나와야, 누에바 에스파냐 북부가 누벨 프랑스에 포함될 수 있고, 그곳은 황제 양자의 혼사를 통해 프랑스로 넘어오게 될 거라는 걸.”
르브룅의 호기심 어린 질문에 탈레랑은 상세히 설명을 건넸다.
결국 파리 시민들을 중심으로 유권자들은 은연중 깨달을 것이다.
황제 선거가 무탈히 진행되어야 프랑스에 번영이 찾아온다고.
사실 완전히 거짓말만도 아니다.
당장 신대륙 영토가 고스란히 굴러 들어온다.
또한, 토스카나와 교황령을 제외한 이탈리아 반도도 프랑스 병합을 기다리고 있다.
모두 황제라는 강력한 중심이 있을 때, 비로소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복잡한 문제다.
그때 뤼시앵이 퉁명스레 말했다.
“결국 혼사가 제위 창설의 가장 중요한 명분이 되는군요.”
탈레랑은 눈썹을 치뜨다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아무래도 그렇지요? 다만 원래 대관식이란 교회에서 해왔던 전통이 있소. 이 전통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문제요.”
“무시해야죠. 우리가 왜 교회를 신경 씁니까, 탈레랑? 당신만 해도 교회에서 쫓겨났으면서, 그런 말을 합니까?”
“나야 교회를 무시하오, 뤼시앵 장관처럼. 그러나 국민은 그렇지 않소.”
본래 원역사에서도 교회의 권위를 빌리기 위해, 나폴레옹은 교회식 대관식을 치른다.
다만 교황의 권위에 굴복하지는 않기 위해서, 제관을 스스로 쓰는 퍼포먼스를 행한다.
한데, 현재는 원역사와 달리 선거를 통한 입헌 황제정을 추진하는 중이다.
굳이 교회가 진행하는 대관식을 치를 필요가 있을까?
그때 로마법 전문가, 캉바세레스가 끼어들었다.
“이건 어떻습니까? 대관식은 옛날 로마식으로 [원로원], 그러니까 상원에서 발표하는 식으로 바꾸고, 약혼식을 교회식으로 하는 겁니다.”
그 말에 르브룅과 탈레랑, 그리고 카르노가 서로 마주 보았다.
“생각해보면, 그게 에스파냐 왕실의 비위를 맞추는 셈이 되겠는데?”
“에스파냐 인들은 아직도 신앙심이 대단하죠. 이 기회에 교회와의 우호관계를 증진 시키는 묘책입니다.”
“다만 그렇게 되면, 이혼을 못 할 텐데.”
순간, 뤼시앵이 장관들을 향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아, 왜. 결혼이란 건 원래 이혼할 수 있어야 하는 거라구요. 근데, 가톨릭은 이혼 금지잖아요. 안 그래요?”
이 결혼 자체가 마음에 안 든다.
또한 제정은 더욱 마음에 들지 않는다.
허나 뤼시앵을 괴롭히는 것은 따로 있다.
테러 현장에서 보았던 죽음, 그리고 그 죽음을 딛고 올라가야 하는 권력의 세계다.
그런데 이를테면 기술관료인 카르노가 그 말에 엉뚱한 대답을 내놓았다.
“내 생각엔, 이혼한다고 하면 아마 마리 공주가 프라이슈츠를 쏴버리지 않을까?”
장관들은 저마다 눈을 크게 뜨다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 농담이 심하군.”
“거참, 마리 공주를 한 번도 못 본 친구답소.”
“나중에 약혼식에서 보시오. 얼마나 여리여리한 여자인데!”
그러나 카르노의 혜안이 군사 분야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란 걸, 장관들은 미처 알지 못했다.
***
물론 옆에서 부추기는 사람도 당연히 있기 마련이다.
“마리, 유진이 혹시 바람 핀다면, 칼로 찔러줘라.”
짐짓 근엄하게 말하는 페르젠 백작을 흘깃 보다, 마리는 커피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기쁨과 황당함, 그리고 분노와 굴욕, 환희가 동시에 뒤엉킨다.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난감했다.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힌 마리가 [카페] 가문의 저택 응접실에 앉아 페르젠을 노려보았다.
“어이없는 소리를 하네요. 페르젠. 당신은 내 아버지가 아니에요.”
“알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로부터 의뢰받은 것도 사실이니까. 이 약혼식이 치러지는 동안, 국제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스웨덴은 이 약혼을 지지한다는 건가요?”
그때 페르젠의 입에서 기묘한 단어가 흘러 나왔다.
“뉘아 스베리예.”
스웨덴 어를 모르는 마리는 눈을 깜박이다 되물었다.
“그게 뭔가요?”
“스베리예, 곧 스웨덴이 신대륙에 갖고 있던 식민지다. 네덜란드에 빼앗긴 후, 다시 신대륙에 식민지를 얻는 게 스웨덴의 열망 중 하나였지.”
“설마, 프랑스에서 어딘가를 내주기로 했나요? 누에바 에스파냐 중에서?”
페르젠은 어깨를 움츠렸다.
“이번에 프랑스는 남부 신대륙에 있는 영토 일부를 내주기로 했지. 물론, 프랑스 영토가 아니라 네덜란드 영토지만.”
뉘아 스베리예는 바로 저 유명한 니우 암스테르담의 일부다.
그러니까, 현대로 따지면 뉴욕이란 얘기다.
스웨덴이 정말 한때 차지했다가 네덜란드에 빼앗겼는데, 이후 스웨덴은 신대륙에 한 톨의 식민지도 갖지 못했다.
그런데 탈레랑이 스웨덴과 교섭하면서, 이번에 [바타비아] 공화국의 식민지 한조각을 멋대로 내주기로 결정한 거였다.
후일 원역사에서는 네덜란드령 기아나, 혹은 [수리남]으로 불리는 곳이다.
바타비아 공화국 입장에서도 프랑스가 실론 섬을 되찾아준 터라, 별 쓸모없는 수리남까지 고집하긴 어렵기도 했다.
그렇지만 왜 프랑스가, 정확히는 탈레랑이 스웨덴을 필요로 할까?
“에스파냐와 프랑스가 결합한다는 건, 유럽 각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야. 특히 친프랑스 세력이 들어서고 있는 러시아조차 수용하기 어렵지. 한데 우리는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어.”
페르젠의 설명에는 외교관들에게만 상식인 사실이 숨어 있다.
덴마크로는 부족하다는 거다.
특히 러시아가 갑자기 틀어질 때 북방에서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은 스웨덴 밖에 없다.
어쨌든 이른바 북방전쟁을 통해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군사적 가시권에 넣을 수 있는 나라는 당대에는 스웨덴뿐이니까.
모두 알아듣지는 못 했지만, 마리도 하나는 확실히 깨달았다.
“약혼이란 게 정말 보통 일이 아니게 됐군요.”
“왕가의 혼사란 원래 그런 거다.”
“우리 엄마를 사랑했나요?”
물끄러미 마리를 보던 페르젠이 굳은 얼굴로 답했다.
“지금도, 또한 앞으로도, 영원히.”
비록 마리 테레즈도, 루이 샤를도 페르젠의 아이는 아니다.
하지만 자녀가 없는 페르젠은 두 사람을 자녀처럼 여긴다.
루이 16세의 죽음을 아직 기억하는 마리로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마리는 지금 루이를 죽게 만들었던 남자와 약혼하려 하고 있다.
그 사실이 마리의 마음을 아주 조금 열었다.
“내 계부가 되도록 허락해줄게요. 페르젠.”
페르젠이 활짝 웃으며 답했다.
“고맙군. 나의 딸, 마리.”
순간 마리는 다시 뺨이라도 쳐줄까 하는 기분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다만 그럴 시간은 마리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문득 응접실로 지금 이 순간, 예비신부보다 바쁜 모친, 마리 앙투아네트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어머나, 마리야. 드디어 약혼식을 하게 되었구나! 누에바 에스파냐의 여공작이라니! 정말, 우리 루이도 앞길이 열렸어. 어머나.”
“앙투아네트. 벌써 왔군요.”
“페르젠?”
깜짝 놀라 굳어지는 앙투아네트를 보다, 마리는 일어났다.
“얘기들 나누세요. 전, 이제 나가봐야 하니까.”
아무래도 마리는 모친도, 페르젠도 용서하지 못할 모양이다.
***
본래 서로 용납할 수 없을 두 일족, 아니 세 가문이 한 곳에 모였다.
“유진 보나파르트와 마리 테레즈 샤를로트 카페, 두 사람은 신의 뜻으로 혼약을 약속함을 맹세합니까?”
의식을 주관하는 자는 보나파르트 가문의 이복 친족, 페슈다.
최근 페슈는 교황의 친 보나파르트 정책에 힘입어 추기경이 되었다.
일개 코르시카 시골 사제가 프랑스의 중심, 노트르담 성당에서 약혼식을 주관하게 된 이유랄가.
페슈 뒤로 수많은 하객과 함께 약혼 당사자들의 친족이 앉아 있었다.
부르봉, 보아르네, 그리고 보나파르트 가문의 사람들이다.
“이거, 내버려 둘 거야. 폴린?”
문득 보나파르트 가문의 친구, 로르 페르몽의 질문에 폴린이 고개를 꼿꼿이 세운 채 대꾸했다.
“신대륙으로 간다고 했지?”
“응? 맞아. 둘의 신혼여행 겸인가? 아니지, 아직 결혼식은 미정이지?”
“둘만 가게 할 수는 없지.”
폴린은 뚫어져라 유진과 마리를 보다 입가를 틀었다.
“절대로 놓치지 않겠어. 어쨌든 저 둘은 내게 빚을 졌잖아?”
그 순간 유진과 마리가 서로 반지를 교환했다.
-짝짝짝!
1802년 6월.
유진과 마리의 약혼식이 노트르담에서 치러졌다.
신대륙 추방을 예정한 약혼식.
혹은 19세기를 풍미하게 될 프랑스의 3대 가문이 결합하는 순간으로 기록될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