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19)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19화(320/547)
(319) 흑인 혁명가를 유진이 굴복시키다
지도상에서 철저한 구상을 해도, 현지에 오면 모든 게 뒤바뀌는 게 초장거리 원정이다.
“역시, 너무 멀어. 그게 문제야.”
유진은 호루스 호 선실에 앉아, 지도를 보다 중얼거렸다.
1802년 9월, 3개월의 여정 끝에 누벨 프랑스행 이민 선단은 대서양을 건넜다.
무려 10만 명이 3백척의 배에 실려 떠나는 여정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속도다.
대규모 초장거리 해상 운송에 특화된 동인도회사의 조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하지만 이미 그 사이 육지에서는 수많은 사건이 있었을 게 뻔하다.
예컨대 피트가 그 사이 복귀했을 수도 있고, 러시아의 차르 파벨이 쿠데타 위험에 직면했을지도 모르며, 나폴레옹이 최초의 13원수를 임명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일이 있다.
그 사이 조세핀이 산달을 맞이했을 테니까.
동생이 태어나는 일은 기쁜 사건이지만,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이게 권력의 세계다.
순간, 밖에서 고함이 들려왔다.
“아이고, 육지다! 땅이야!”
“이봐, 거기 함부로 배에서 내리지 말라고! 여긴 영국 영토니까!”
“대체 언제쯤 프랑스 땅이 나오는 겁니까? 죽겠네, 정말!”
유진은 피식 웃다 선실을 나섰다.
기왕 신대륙에 왔으니 생각을 바꿔야 한다.
예를 들면 초장거리의 문제도 신대륙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당장 유럽에서 군사력을 투사할 때, 너무 멀다.
미국이 독립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다.
원역사 남미 각국이 19세기 초반에 각기 독립해 버리는 원인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부왕이 된 유진은 이런 신대륙 독립 사태를 막아야 할 처지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뒤는 망망대해, 앞은 섬이니 어쩐지 막막한 기분이 든다.
그때 옆에서 오던 또 다른 배, 영국 함선 테세우스 호에서 누군가 외쳤다.
“우리 동인도회사의 협력을 요구한 이상, 영국식 룰에 따라주기 바라오. 수송함대 제독은 나고, 승객인 여러분은 모두 내 통제하에 있소!”
유진은 그쪽을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호루스 호의 선장, 니콜라스 쉬르쿠프가 차갑게 테세우스 호의 선장을 노려보다 돌아섰다.
당장이라도 뛰어 내릴 기세이던 이주민들도 멈췄다.
한판 붙을 모습이던 누벨 프랑스 함대 수병들과 전직 병사들도 다시 자리에 앉았다.
영국 제독이야 알 바 아니지만, 그들의 지도자가 수긍했다.
방데에서, 이탈리아에서, 오리엔트에서 모두를 구했던 구원자가.
그런데 유진의 수석 부관 이폴리트가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이야, 선장 무서운데. 그런데 정말 언제쯤 프랑스 땅이 나오는 거야?”
“남쪽으로 가면 마르티니크가 있지.”
“엥? 정말? 그런데 왜 거길 안 들르고 여길 온 거야?”
유진은 질서있게 부두로 배를 인도하는 테세우스호의 [제독]을 보다 대꾸했다.
“첫 번째로 이곳 도미니카가 분쟁지역이라서 그렇지.”
“응? 분쟁 지역?”
“이곳은 원래 프랑스 식민지였어. 7년 전쟁 때 빼앗겼다가, 다시 되찾아서 1784년까지 갖고 있었지. 영국 동인도 회사에서는 이 섬이 영국령이란 걸 나와 프랑스에게 인정받고 싶겠지?”
여기는 도미니카, 서인도제도의 영국 식민지인 섬이다.
위치는 마르티니크의 북쪽, 버진 아일랜드의 남쪽에 해당한다.
여기서 서쪽으로 항해하면 푸에트로리코 섬, 그리고 생 도맹그 섬이 있다.
다시금 북서로 항해하면 바하마 제도가 나온다.
어쩐지 현대의 조세 회피처들처럼 들리는데, 맞다.
모두가 원역사 미래에는 세금을 피하려는 부자들이 피신하는 장소다.
그러나 지금은 유럽이 신대륙으로 갈 때, 기착지로 삼는 중요한 항로 길목이다.
“두 번째로 도미니카는 원래 영국의 중요 항로 기착지야. 여기서 자메이카나 혹은 미합중국으로 가는 게 일반적인 무역 루트지.”
“뭘 무역하는데?”
“설탕, 커피, 그리고 노예.”
멀리, 도미니카 섬으로 들어간 다른 배들을 보다 유진이 어깨를 움츠렸다.
“피할 수 없는 신대륙의 현실이지.”
마치 굴비를 엮은 듯한 풍경이 항구에 가득하다.
-저벅, 저벅, 저벅.
배에서 끌려나온 흑인들이 항구 위를 걷는다.
대부분 아프리카 내륙에 살다 끌려온 이들이다.
유럽이 세계를 누비던 18세기, 대서양 무역의 최고 상품이 노예였다는 것은 결코 비밀이 아니다.
프랑스도 사실 혁명보다는 영국에게 패배했기에 노예무역을 포기한 것에 가깝다.
그럼에도 대혁명이 노예무역 폐지를 가장 먼저 시도했음도 사실이다.
이로부터 영국도, 에스파냐도, 결국에는 미국도 노예제도 폐지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상념에 잠겨있던 유진의 귀에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세 번째는 뭐야?”
깜짝 놀란 유진이 고개를 돌리자, 마리가 웃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멀미는 괜찮아? 한참 고생하는 것 같던데.”
“난 적응했어. 나보다 루이가 더 걱정이야.”
“루이? 아, 루이 샤를 말이군.”
이폴리트가 옆에서 음흉하게 웃다 감히 부왕의 어깨를 쳤다.
“이제는 처남이지. 낄낄! 좀 친해지라구!”
그렇다.
루이 샤를, 곧 마리 앙투아네트의 아들이자 마리 테레즈의 동생도 이번 신대륙 일정에 참여한 것이다.
나름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보겠다고 참가한 일이지만, 유진에게는 꽤 껄끄럽다.
부친 루이 16세의 자결은 그렇다 쳐도, 출생의 비밀을 억지로 만들어낸 장본인이 유진이니까.
나름 아직은 정식 처남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얼굴로 유진이 고개를 돌렸다.
“차차 교분을 나누도록 하지. 어쨌거나, 세 번째는 간단해. 내가 중도에 만나야 할 친구가 있거든. 플로리다로 바로 가면 만나기가 어렵지.”
“누군데?”
“투생 루베르튀르.”
문득 유진의 시선이 저 멀리 서쪽을 향했다.
“사실상 생 도맹그의 왕이 된 자야.”
바로 서인도제도에서 가장 큰 프랑스 식민지 섬, 생 도맹그의 사실상 지배자였던 옛 노예다.
***
이 시대는 흑인이 노예로 취급받는 게 신대륙에서는 상식이던 때다.
“받들어, 총! 본국 부왕 전하의 도착에 경례!”
그러나 자신의 운명을 뒤엎고 이 땅의 주인이 된 남자가 있다.
투생 루베르튀르, 이제 59세의 나이에 이른 중년인.
프랑스에서 혁명이 일어나자, 그 기회를 틈타 봉기했고, 다시 영국군과 에스파냐 군의 침략을 물리친 남자다.
투생의 활약에 힘입어, 프랑스는 제1차 대프랑스동맹이 끝나던 바젤 조약에서 이스파니올라 섬의 나머지 절반도 획득했다.
덕분에 본래 서부는 프랑스, 동부는 에스파냐 땅이었던 이 섬은 온전히 프랑스 땅이 되었다.
명목상 그렇다는 얘기다.
실제로는 그간 투생이 사실상 지배해왔다.
-척, 척, 척!
투생의 혁명군이 일제히 제식을 맞춰 경례 자세를 취했다.
이곳은 이스파니올라 섬의 서부, 산토 도밍고라는 곳이다.
프랑스가 명목상, 투생이 실질적으로 차지하기 전까지는 에스파냐 군대가 이곳에 주둔했다.
현재 30만에 달하는 섬의 주민들은 크레올, 물라토, 그리고 흑인 노예 출신을 포함해 모두 투생의 지휘하에 있다.
다만 이 모든 게 한순간에 날아갈 수 있음을 투생은 안다.
단지 지금까지 프랑스가 서인도제도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었기에, 투생이 [총독]으로 행세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데, 본국에서 드디어 신대륙의 감독자가 온다.
문득, [생 도맹그]의 자칭 부총독 장 자크 데살린이 물었다.
“대체 이 짓을 왜 하는 거요, 루베르튀르 총독?”
“그야 우리는 엄연히 프랑스 정부 산하의 군인이니까.”
“누가 인정한다는 거요? 생 도맹그의 농장주들? 프랑스의 백인들? 바다 너머에 살다, 갑자기 신대륙에 온다는 그 부왕과 공주?”
자신과 같은 검은 피부인 데살린을 쳐다보다, 투생이 웃었다.
“지금 우리는 ‘누아르’와 ‘물라토’ 사이의 갈등도 제대로 봉합 못 하고 있어. 데살린.”
본래 조상의 고향은 투생도, 데살린도 모두 아프리카일 것이다.
허나 그들은 스스로 누아르, 곧 검은 이들이라 일컫거나, 물라토라 일컫지만 동시에 프랑스어로 이름짓고 프랑스어로 말한다.
머리 속에 든 것은 가톨릭 신앙과 계몽주의 철학이며,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은 프랑스군의 제복이고, 들고 있는 총은 프랑스 병기창에서 만들어진 머스킷이다.
완전히 프랑스화된 흑인 노예의 후예, 투생이 미간을 좁혔다.
“특히 남부를 지배하는 앙드레 리고, 알렉상드르 페티옹, 장 피에르 부아예. 이 세 사람을 어떻게든 [자크멜]에서 몰아내거나, 제압하려면 본국의 권위가 필요해.”
“본국 정부에서 별다른 훈령은 없지 않았습니까?”
“이번에 오는 부왕이 그 훈령을 전하겠지.”
셋 다 물라토, 그러니까 백인과 흑인 사이에서 혼혈로 태어난 이들이다.
서인도제도를 비롯한 신대륙에는 일종의 피부색에 따른 위계가 있다.
백인이 가장 위계가 높고, 백인과 원주민의 혼혈인 메스티소가 그 다음, 백인과 흑인의 혼혈인 물라토가 이후의 위계이며, 그 아래 해방 노예와 다시, 막 끌려온 노예들이 있다.
투생과 데살린은 해방노예 출신이다.
반면 리고나 페티옹, 부아예는 물라토라서 순수한 흑인을 싫어했다.
물론 지금까지는 유진이 보낸 방데 출신 지옥종대가 먼저 투생과 손을 잡았기에 투생이 이겼다.
허나 본국에서 도래하는 부왕이 방침을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 원역사에서도 나폴레옹이 보낸 르클레르가 페티옹과 손을 잡으면서, 투생은 잡혀 죽게 된다.
역사는 몰라도 정세에 민감한 해방노예, 투생이 눈을 번뜩였다.
“반드시, 우리가 훈령을 먼저 받아야 하고, 나아가 우리에게 유리한 형태로 바꿔야 해. 응?”
저 멀리 해안 너머, 수평선에 배 한 척이 보였다.
“저기, 옵니다! 배가!”
35세, 총독 근위대장 앙리 크리스토프가 보고하자, 투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척인가.”
“그래도 크군요. 저게 본국에서 운용한다는 [전열함]인가 보죠?”
“영국 놈들이 우리 공격해올 때도 저것보다 작은 함선들 위주였던 것 같은데.”
투생은 데살린에게 답하다, 눈을 크게 떴다.
“잠깐, 그 뒤에 또 뭔가가 오는데?”
수평선 너머로 또 다른 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쉬익, 쉬익, 쉬익.
눈 한 번 깜박일 때마다 배가 수평선 위로 떠오르듯 나타났다.
모두 수백 톤의 중량을 자랑하는 바다의 장벽, 전열함이다.
어느새 수평선으로 일렬로 전열을 이룬 배들이 밀어닥친다.
“어, 어, 어?”
“아니, 뭐가 저렇게 많아?”
“10척, 아니, 20척이야! 게다가, 그 뒤에 있는 수송선들까지 합하면, 최소한!”
그때까지 침착하던 44세의 부총독, 데살린이 고함쳤다.
“2백 척이다!”
투생도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새로운 부왕이 정말 작정하고 왔군.”
“당장, 여기서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일단 서부의 우리 본거지인 포르토프랭스로!”
“도망치면?”
데살린의 주장에 투생은 고개를 힘차게 저었다.
“본국 프랑스와 전쟁이라도 벌이자고? 그거야말로 미친 짓이다. 데살린.”
본래 원역사에서도 투생은 프랑스 정부와 싸우기를 극도로 꺼린다.
젊은 시절부터 볼테르의 책을 읽었던 투생에게 프랑스는 한 번도 가지 못한 꿈의 나라다.
해서, 결국 나폴레옹이 보낸 르클레르에게 속아, 프랑스로 끌려가 죽는다.
그렇기에 투생은 이 순간에도 믿음을 입에 올렸다.
“혁명정부, 아니 본국 프랑스 부왕의 양식을 믿어보지.”
생 도맹그 섬으로 파도가 요란하게 몰아쳤다.
-철썩!
무려, 20척이나 되는 전열함대의 진격과 함께.
***
한때 에스파냐의 식민 도시였던 산토 도밍고에 프랑스 깃발과 혁명가가 울린다.
-빰빰! 빰빰! 빰빰!
라 마르세예즈가 연주되는 가운데, 투생이 거수경례를 취하며 외쳤다.
“새로운 부왕 전하의 도착을 환영합니다. 저는 공화국, 아니 프랑스의 충성스런 군인 루베르튀르라고 합니다.”
함선에서 내린 자는 놀랍게도 이제 겨우 21세쯤 된 애송이 청년이다.
그러나 도열해 있던 생 도맹그 흑인병사들, 그 누구도 청년을 우습게 볼 수 없었다.
배후 바다에 정박해 있는 거대한 20척의 전열함대와 포구를 본다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전열함대의 주인, 유진 보나파르트가 싱긋 웃었다.
“장군, 그간 생 도맹그를 지키느라 고생 많았다.”
투생이 반색하며 나섰다.
“감사합니다. 하면.”
“그대를 생 도맹그의 정식 총독으로 발령한다. 단, 총독부는 플로리다에 두겠다.”
“예?”
당황한 투생을 향해, 유진이 단호하게 명했다.
“싫다면, 총독 대신 본국의 상원의원 자리를 주지. 어느 쪽을 택하겠나? 총독부 본부에 대한 이의는 받지 않겠다.”
투생은 모를 것이다.
유진은 지금 프랑스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제안을 했다.
현재도 서인도제도에 이해관계가 있는 프랑스 부르주아 상인들이 의회와 정부, 그리고 신생 황실에 로비 중이다.
노예제 부활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투생은 다른 점에서 유진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유진의 배후에 있는 전열함, 그리고 상륙한 전직 방데 우편연대 때문이다.
현재는 [부왕근위대]가 된 병사들이 들고 있는 신식 총들을 보다, 투생이 한숨을 내쉬었다.
싸워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알겠습니다. 부왕 전하.”
힘없이 돌아서는 투생을 보다, 이폴리트가 유진 옆에서 속삭였다.
“의외로 순순히 받네?”
“물량에 압도당한 것뿐이야.”
“그런데 정말 저 흑인을 총독으로 내버려 둘 거야?”
유진은 투생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일렀다.
“그건, 앞으로 루베르튀르가 얼마나 신의를 보이느냐에 달렸지. 게다가, 어차피 이곳은 우리가 머물러 있을 장소가 아냐.”
프랑스가 나갈 길은 서인도제도가 아니라, 대륙이니까.
1802년 9월.
유진이 서인도제도의 프랑스 식민지령 중심, 생 도맹그에 상륙했다.
프랑스 대서양 함대, 그리고 에스파냐 서인도제도 함대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