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22)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22화(323/547)
(322) 유진은 초장거리 원정을 구상한다
지도상에서 철저한 구상을 해도, 현지에 오면 모든 게 뒤바뀌는 게 초장거리 원정이다.
“역시, 너무 멀어. 그게 문제야.”
호루스 호의 갑판 위에서 유진은 미간을 좁혔다.
사실 유진이 대서양을 넘어온 게 처음은 아니다.
예전 조세핀 구출 작전 때 마르티니크로 달려온 적이 있다.
허나 어린 시절에 절박하게 넬슨의 배를 타고 왔던 것과 반대로, 지금은 만만의 준비를 하고 왔음에도 거리가 아득하게 느껴진다.
이 신대륙을 지배하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니란 게, 항해 거리에서 느껴졌달까.
얼마 전 처리하고 온 생 도맹그 섬만 해도, 세력가들 다툼에 직접 지배를 관철하지 못했다.
하지만 원역사에서 나폴레옹도 실패한 일이라, 유진도 섣불리 손을 대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플로리다, 나아가 루이지애나는 다를까?
“오, 저기 봐! 드디어 플로리다가 보인다!”
“이번엔 진짜 대륙이지? 섬 아니지? 아이고, 지겹다!”
“황열병 같은 질병은 없겠지? 으, 드디어 도착이군!”
문득 수병과 선원들이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유진이 시선을 돌릴 때였다.
“흐음, 드디어 신대륙이군요. 프랑스 프린스 전하.”
유진은 옆으로 다가온 이방인, 영국 동인도회사 수송선단 제독을 보다 피식 웃었다.
“이상한 호칭이군요. 플로리다 부왕이란 칭호는 인정하기 싫은 겁니까?”
“혹시 우리가 초면이 아닌 걸 아시오?”
“무슨 말씀입니까, 그게?”
수송선단 제독이 유진을 뚫어져라 보다 말했다.
“당신은 날 모르지. 하지만 난 당신을 압니다. 프라이슈츠. 알렉산드리아 앞바다에서, 난 당신에게 제독을 잃었소.”
사실 유진은 부왕으로서 10만 이민선단의 총책임자다.
일개 동인도회사 제독 따위에 큰 관심을 둘 시간조차 없었다.
허나 제독이 유진에게 말하는 바를 들은 순간, 떠오른 뭔가가 있었다.
제독의 성이 [베리]라고 했던 걸 서류에서 무심히 보았던 게 기억났다.
“에드워드 베리, 넬슨의 함장.”
“기억하고 있었다니 기쁘군. 명단이라도 봤던 거요?”
“그야 내게도 최고의 전장이었으니까, 당연하죠. 어째서 이 수송함대의 제독을 신청한 겁니까? 민간직 일인 데다, 원수를 운송하는 일인데?”
에드워드 베리, 알렉산드리아 해전에 참가했던 넬슨의 부관이 엄숙히 말했다.
“이 정도 운송은 사상 초유의 일이오. 2번째가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고. 나아가, 정당한 해전에서 원수 같은 게 있을 리 없지 않소?”
10회, 1백만의 운송을 예정한 대이민계획.
분명 동인도회사와 프랑스 정부가 체결한 계획은 그렇다.
이를 위해 유진은 레카미에 은행과 보아르네 은행, 나아가 프랑스 중앙은행까지 동원해 자금을 분할로 집행하도록 계획을 짜고 왔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 관계는 언제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그러니 베리 입장에서는 역사에 남을 운송에 참가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당연히 유진의 얼굴도 보고 싶었을 것이다.
유진을 뚫어져라 보며, 베리가 거수 경례를 취했다.
“하지만, 다음에는 이렇게 평화롭게 만나진 않을 거요.”
유진은 베리를 향해 마주 경례를 취하며 웃었다.
“그때도 명예롭게 싸워 봅시다, 제독.”
다시, 자신의 배로 건너가는 베리를 보는 유진에게 마리가 다가왔다.
“무슨 얘기를 나눈 거야?”
“글쎄, 결투?”
“뭐? 너, 절대 안 돼! 무슨 결투야! 그건 구왕실 시절에도 이미 금지였는데, 혁명 정부, 아니 황제 폐하가 허락 안 할 거야!”
언제부터 나폴레옹이 황제였다고, 이렇게 친숙하게 부르는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마리에게 나폴레옹은 이제는 은인이다.
애초에 부르봉 왕가를 무너뜨린 자들, 자코뱅은 벌써 실각한 지 오래다.
반면에 나폴레옹은 왕가 폐지와 무관한데다, 마리에게 에스파냐 여공작 자리까지 확보해 주었다.
물론 루이지애나를 프랑스가 꿀꺽 삼키기 위한 계책이다.
그럼에도 마리가 나폴레옹 덕에 공식적 지위를 얻은 것도 사실이다.
유진이 피식 웃다 베리의 뒷모습을 보았다.
“저 사람과는 결국 한 번은 싸우게 되겠지. 시드니 스미스처럼.”
가능하면 그 시간이 좀 더 후일이기를 바라면서.
***
1802년, 플로리다의 최대 도시는 마이애미가 아니라, 펜서콜라다.
-와아아!
플로리다 북서부 해안, 펜서콜라 항구에서 프랑스 인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세상에, 레스퀴르! 완전히 흑인이 다 됐군요! 하하하!”
보통 때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남자, 로슈자클랭도 신나게 외쳤다.
이곳을 지키고 있던 책임자, 레스퀴르 후작과 생사를 함께 했던 세월이 8년이다.
본국에 돌아와 정보 총책임자를 지내며, 소식조차 전하지 못했다.
다행히 레스퀴르 후작은 아주 건강한 얼굴로 로슈자클랭을 맞이한 거였다.
새카맣게 탄 얼굴로 전직 방데 왕당파 장군이었던 레스퀴르가 껄껄 웃었다.
“이런, 인종차별적인 말은 삼가주게. 우리 흑인 혁명 동지들이 싫어 한다구. 아, 혁명은 이제 끝났던가?”
“좀 복잡하지만 새로운 군주제는 혁명 정신을 승계합니다. 그보다, 인사하시지요.”
“요, 우리 공주의 기사이신가! 아니, 이젠 통령 수석보좌관이었나?”
흑인 말투가 섞인 프랑스어로 레스퀴르 후작이 유진에게 말을 걸 찰나였다.
“플로리다 부왕이에요. 오랜만이네요, 레스퀴르 후작?”
레스퀴르 후작은 고개를 돌리다 눈을 크게 떴다.
“공주님?”
“알아보는군요. 루이! 인사해, 너 어렸을 때 예뻐해 주시던 분이야.”
“맙소사, 왕자님까지! 이게 어쩐 일입니까!”
레스퀴르는 무려 13년 만에 만나는 전직 왕자와 공주를 보며 펄쩍 뛰었다.
사실 방데 반란군이 괜히 왕당파가 된 게 아니다.
레스퀴르와 로슈자클랭은 왕실 군인 출신으로, 혁명 당시 왕궁을 지키기 위해 남았던 충성파 귀족이었다.
심지어 왕실 근위대마저 해산될 때,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호위하던 이들이다.
그러다 방데로 낙향해 반란을 일으킨 거였다.
때문에 레스퀴르는 마리 테레즈와 루이 샤를이 아주 어리던 시절 만났던 사이다.
그런데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중년 남자가 거수경례를 취하며 말했다.
“보다시피, 이곳 펜서콜라는 소식이 매우 늦습니다. 총독 각하, 아니 부왕 전하.”
유진은 남자를 보다 눈에 이채를 띠었다.
“루이 마리 투로 대령, 오랜만이군요. 아니, 이젠 준장이네요.”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 승진한 적이.”
“여기, 준장 계급장입니다. 본래는 엄숙한 수여식을 진행해야 하겠지만.”
문득 유진이 펜서콜라 사령부를 돌아보다 쓴웃음을 머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리겠군요.”
말이 총독부지 사실상 요새지나 마찬가지다.
목책 방어선으로 둘러싸인 사령부와 누더기나 마찬가지인 옷을 입은 병사들, 그리고 에스파냐인들로 보이는 유럽인들이 보인다.
본래 에스파냐 식민지였던 만큼, 이곳 주민들 대부분은 아직 에스파냐인인 것이다.
겸연쩍은 얼굴로 레스퀴르가 머리를 긁적였다.
“어수선해서 죄송합니다, 총독 각하. 아니, 부왕 전하.”
“차차 칭호는 익숙해지도록 해요. 레스퀴르 후작, 그대의 작위도 다시 부활할 겁니다.”
“귀족제로 돌아오는 겁니까?”
유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다 저었다.
“예전 혈통귀족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모든 귀족은 당대 귀족이며, 공적에 근거해 작위를 받게 될 겁니다. 레스퀴르 후작, 당신은 플로리다 방어전의 성공으로 작위를 얻은 거죠.”
이것은 나폴레옹이 귀족제를 부활하며 세운 대원칙이다.
하지만 우선 나폴레옹 본인부터 원역사에서는 세습을 시도한데다, 워낙 제정이 빨리 끝나서 이 원칙은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유진은 이 대원칙을 제대로 지키게 만들 작정이지만 말이다.
레스퀴르는 아쉬움과 기쁨이 함께 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뿌듯하군요. 참, 이주민이 올 임시 거처는 마련해 놨습니다. 한데, 어, 많군요?”
“10만.”
“예? 아니,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옵니까?”
유진은 저 멀리 수평선에서 다가오는 수송선단을 돌아보다 고개를 까딱였다.
“식량과 병기는 충분히 가져왔어요. 모자란 건 쿠바에서 올 거고. 당분간 에스파냐 서인도함대가 우리와 함께 하기로 했거든요.”
“허, 생 도맹그 보급 루트가 끊겨서 걱정 중이었는데. 에스파냐와 소통이 잘 되는군요?”
“그게 바로 마리 테레즈 공주가, 이곳에 루이지앵 여공작으로 오게 된 이유죠.”
아주 간단히 상황을 요약하며, 유진이 레스퀴르에게 명했다.
“거주지 건설을 서둘러 주세요. 이주민들은 휴식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 또한, 루이지앵으로 들어갈 길잡이와 탐사대 편성도.”
이민자들이 신대륙에 왔을 때, 가장 먼저 부딪쳐야 하는 문제가 거주지 확보다.
신대륙은 유럽과 달리, 미개척지가 대부분이다.
플로리다 일대도 마찬가지라, 펜서콜라에 구 에스파냐 정착지가 있긴 했지만, 대규모 이민을 수용할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유진은 무리인 걸 알면서도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다.
아직, 영국과 싸우기 전인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이 시기가 지나면, 신대륙에 프랑스인 이주가 무척 어려워진다.
그런데 이번에는 레스퀴르가 고개를 끄덕이다 애매하게 꼬았다.
“거주지 건설은 쉽습니다. 펜서콜라의 주민들 저택을 강제로 공출하는 방법도 있구요. 하지만 탐사대는 곤란한 점이 있습니다. 아메리카인의 문제입니다.”
“어느 쪽? 원주민입니까, 아니면 미합중국입니까?”
“둘 다입니다.”
레스퀴르는 입맛을 다시다 유진에게 얼마 전 닥친 문제를 고했다.
“세미놀 족의 족장이 지금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생활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합중국에서는 [루이지애나]의 소유권을 주장 중이죠. 얼마 전에도 탐험가를 보냈구요.”
세미놀, 원역사 현대까지 살아남은 미국 남부의 원주민 집단이다.
원역사에서는 1817년부터 미국군과 싸우기 시작할 정도로, 호전적인 면이 있다.
허나 그거야 이집트를 정복한 오리엔트 군단, 유진 부왕군이 쉽게 처리할 것이다.
문제는 미합중국이 관심을 두고 있다는 루이지애나다.
유진이 미간을 찌푸릴 찰나, 그 옆에서 한 청년이 눈을 빛냈다.
“부왕 전하, 전쟁의 냄새가 나는군요.”
“아직, 아니야. 조미니.”
“허락하신다면, 정보 수집에 착수해 보겠습니다. 후후!”
유진은 조미니를 흘깃 보다 어깨를 으쓱였다.
“어디, 해보게. 유럽인이 없는 곳에서 얼마나 할 수 있나 보지. 일단, 난 우리 마드모아젤 분들을 안으로 모셔야겠는데?”
마리를 비롯해, 도미니카 섬에서 곧바로 온 상류층 여성들이 피로해 하는 게 보인다.
대서양 항해도 힘들었지만, 그보다 서인도 제도를 천천히 오는 게 더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중 유독 묘하게도 군복을 입고 있는 여자가 한 발 나서더니 코웃음을 쳤다.
“흥, 간호부대를 얕보지 말라구. 어디부터 막사를 건설하면 되죠? 병사들 부리는 건 저도 잘 해요!”
여자가 군복을 입은 모습이 이색적이라, 레카미에가 흑인처럼 휘파람을 불다 물었다.
“요, 의욕이, 참 넘치는데요? 그런데 누구십니까?”
“나폴레옹 황제 폐하의 동생입니다. 경호에 각별히 신경 써요.”
“예? 아니, 어쩌다 나폴레옹, 아, 아니, 황제 폐하의 여동생분께서, 이곳까지?”
유진은 다시 쓰게 웃었다.
“사연이 있죠.”
이 모든 것을 설명하려면, 아무래도 밤을 새야 할 것 같은 날이었다.
***
그러나 부왕이 해야 할 일은 설명보다, 보고를 듣는 일이다.
“미국은 지금 루이지애나 진출을 벼르는 중입니다. 군사 행동도 불사할 기세라고 하더군요. 현재, 강경파들이 난리라고 합니다.”
“제법 빠르게 조사했군. 강경파의 대표자가 누군가?”
“엔드루 잭슨이라는 정치가입니다. 지금, 테네시라는 스테이트의 사령관이라는데요?”
펜서콜라 임시 사령부, 조미니가 잽싸게 보고를 시작했다.
아직 도착한 지 1주일.
유진조차 여독이 풀리지 않아 주로 침대 위에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그런데 조미니는 벌써 정보를 입수해 보고하는 거였다.
조금 놀란 얼굴로 유진이 로슈자클랭을 돌아보았다.
“상당히 상세한 정보군. 로슈자클랭, 자네가 도와줬나?”
“아닙니다, 파트롱. 아니, 부왕 전하.”
“그럼 어떻게 현지 정보를 이렇게 상세하게 접수했지?”
그러자 조미니가 중도에 갈라져 ‘뉴욕’으로 향했던 또 다른 고위 일행을 입에 올렸다.
“라파예트 대사님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또한 라파예트 대사님께는 묘한 협력자가 있더군요.”
“누군데?”
“루이 필리프 드 부르봉.”
문득 조미니는 묘한 웃음을 머금었다.
“샤르트르 공작이 주미대사관을 통해, 부왕 전하께 면담을 요청해 왔습니다.”
아직 유진에게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은 조미니다.
이런 상황이 재미있어 못 견딜 것 같은 가벼운 성격이기도 하다.
허나 그걸 알면서도 유진은 놀라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앤드류 잭슨이나 세미놀 족 같은 일은 유진의 예상 범위 내다.
그러나 루이 필리프는 전혀 상정 외의 존재였다.
“루이 필리프가 아메리카에 왔다고?”
역사에서 벌어진 적이 없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