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23)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23화(324/547)
(323) 신대륙도 비어 있는 땅이 없다
타지에서 모국인을 만나면 우선 경계부터 해야 한다.
“흐음, 그렇다고 이렇게 삼엄한 경비병들을 둘러쳐야 합니까?”
“잊으셨나 보군요. 샤르트르 공작. 아직 부르봉 왕가의 귀국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여긴, 법적으로 프랑스 영토죠.”
“그렇군요. 이름으로 불러 달라 하고 싶지만, 프랑스는 다시 군주제로 돌아갔지요?”
루이 필리프 드 부르봉, 샤르트르 공작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었다.
“부왕 전하.”
1802년 10월 23일.
루이 필리프가 탄 배가 플로리다에 찾아왔다.
물론 이곳은 신대륙 프랑스령 제일인자, 부왕이 머무른다 하기에는 너무 초라한 장소다.
이 도시의 이름은 펜서콜라, 서부 플로리다의 핵심으로 요새다.
16세기부터 에스파냐인들이 정착했고, 한때 영국령 플로리다의 의회가 설치되었으며, 지금은 프랑스에게 할양된 도시.
주민은 에스파냐인과 영국계, 프랑스계에 아프리카 노예 출신들이 뒤섞여 살아간다.
물자는 부족하고 원주민과 늘 교전 상태에 있으니, 요새 사령관실도 그저 목조 건물에 불과했다.
부왕, 유진도 통나무 건물에 놓인 간이 의자에 앉아 손님을 맞이해야 했다.
“모친께선 잘 지내고 계십니다.”
“혹시 협박하시는 건 아니지요? 제가 과문해서.”
“아니, 그냥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다만 본국에서 왕당파 폭탄 테러 때문에 민감한 건 사실입니다. 어쨌든 공작 당신도 부르봉이니까요.”
마치 어제 일인양 말하지만, 당연히 유진의 정보는 3개월 전 버전이다.
아마 지금쯤이면 [제위]에 오른 나폴레옹 아래, 프랑스 정국은 안정된 이후일 터다.
이미 그 사실을 뉴욕에서 인지하고 온 필리프는 태연한 안색이었다.
“제가 새로운 황제 폐하와 부왕 전하께 신뢰받지 못하다니 아쉽군요. 루이지앵 여공작께선 제게 신뢰를 보여주시리라 믿습니다. 참, 콩데 공작의 후계자는 잘 있습니까?”
이 말에는 유진도 무슨 말인지 몰라 눈을 깜박였다.
“누굴 말하는 거죠?”
“앙기앵 공작 말입니다. 제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있을 때만 해도, 바덴에 머무르고 있었지요. 타지 생활에 지쳐 귀국하고 싶어하더군요. 혹시 귀국했나 해서.”
“글쎄요. 부르봉 왕가의 동향을 일일이 파악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아주 잠깐 유진이 당황한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다.
본래 원역사에서 앙기앵 공작은 제정 전환시 살해된다.
바로 카두달 음모의 배후라는 혐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카두달과 달리 콩데 공작의 손자, 앙기앵 공작은 실은 결백했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푸셰와 탈레랑의 진언을 받고, 이제 막 결혼해 신혼 생활을 즐기던 청년을 납치해 살해한다.
암살 직후니 이해가 갈 법한 일이긴 하지만, 그 이후로 나폴레옹의 평판은 유럽 상류층에서 아주 나빠졌다.
대신 프랑스 강경 혁명파, 구 자코뱅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높아졌지만.
문제는 지금은 앙기앵 공작은 특별히 카두달 사건에 연루된 바가 없다는 거다.
그 때문에 유진도 앙기앵 공작 동향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때 유진의 옆에 동석하던 로슈자클랭이 입을 열었다.
“잘 지냅니다. 부왕 전하가 프랑스에서 떠나시던 6월에는 스트라스부르 여행중이었습니다.”
원역사에서는 스트라스부르에서 납치된다.
역사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유진은 새삼 실감했다.
반면 필리프는 로슈자클랭을 보다 반색했다.
“누군가 했더니 앙리 드 로슈자클랭 백작이군요. 동생 되시는 루이나 오귀스트는 저와 함께 망명생활을 했지요.”
“이제는 저와 길이 달라진 가족입니다.”
“부친이신 로슈자클랭 후작과 연락하지 않고 지내는 겁니까?”
로슈자클랭은 냉랭히 대꾸했다.
“그분은 여전히 부르봉 왕가만을 지지합니다. 전 아니죠.”
언뜻 차갑게 거절하는 말투지만, 이 대화에는 중요한 함의가 있다.
눈앞의 루이 필리프가 프랑스라는 세계 밖의 존재가 아니란 거다.
대귀족으로서 귀족가의 네트워크가 있고, 한때는 혁명군이었으며, 지금은 망명자로서 러시아 제국의 부마가 되어 돌아온 남자.
그러니까,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자다.
아주 유들유들한 태도로 필리프는 유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뭐, 그건 여기 부왕 전하도 비슷하겠군요. 백부님과 사이가 안 좋으시죠?”
“가계도에 정통하시군요. 하지만 백부님이신 프랑수아 후작님 얘기는 하지 않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왜냐면, 그분 따님이 이번 신대륙 항해에 동행했거든요.”
“이런, 불편하겠군요. 실례했습니다.”
슬쩍 유진의 낯빛을 살피며 한 발 뺀 필리프가 이번에는 다른 장군들을 보았다.
“함께 온 군인 분들도 이색적으로 보이는군요. 이 신세계에 어울리는 구성입니다.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유진 뒤에 시립하고 있던 장군들을 가리키는 얘기다.
확실히 뻔뻔하다는 생각을 하며, 유진은 고개를 돌렸다.
프랑스의 성공 가도를 버리고, 유진과 신대륙에서 함께 하겠다고 달려온 이들.
굳이 따지자면 [유진 클럽]이라 할만한 이들이다.
“이쪽은 부왕 근위대장 쥐노 장군입니다. 그 옆은 누벨 프랑스 원정군 사령관이 될 드제죠. 부사령관 다부, 참모장 조미니, 그리고 보병 지휘관 뒤마 장군의 순서군요.”
“오, 모두 반갑습니다. 이탈리아의 영웅 쥐노 장군과 이집트 원정의 영웅 드제 장군은 저도 알죠. 다부 장군은 플랑드르 전선에서 저와 함께 뛴 적도 있고. 뒤마 장군은, 어라.”
“혼혈입니다. 다만 라 파예테리 후작 가의 자손이니 존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대륙에서 많은 활약을 해줄 겁니다. 그 옆은 생 도맹그 총독, 투생 루베르튀르죠.”
꽤 개방적인 남자, 필리프도 이번에는 잠깐 말을 잃었다.
뒤마는 유명한 작가 뒤마의 부친으로, 흑백혼혈이다.
그래도 뒤마는 알고 보면 라 파예테리 후작가의 부친을 두었기에, 나름 프랑스 사회의 일원인 셈이다.
하지만 투생쯤 되면 아예 노예 출신이 아닌가?
그때 말석에 있던 호쾌한 청년이 불쑥 나섰다.
“아, 왜 전 빼십니까? 설마 이 라살이 부끄러워지기라도 하신 겁니까?”
이제 27살의 기병 장군, 라살을 필두로 샹포와 주베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제가 열병 걸렸다고 시리아에 버리고 가시더니, 이젠 찬밥이십니다?”
“아니, 샹포. 자네만 그런 게 아니야. 애초에 부왕 전하께서 수석보좌관 직 지내면서, 우리 오리엔트 군단 돌아보지도 않은 듯 하군.”
“아, 이럴 수가. 주베르 자네까지? 사냥개는 사냥이 끝나면 버려지는 것인가! 실로 비극적이로다!”
마지막 라살이 덧붙이는 헛소리를 듣다, 유진이 피식 웃었다.
“헛소리 그만. 그런 식이면 오슈 이집트 총독이나 마르소 오리엔트군 사령관도 버려지고 온 건가?”
그러자 이폴리트, 드제, 쥐노가 낄낄 웃으며 농담을 나누었다.
“버려진 거 아니었어요?”
“맞는 거 같군요.”
“그쪽도 지금쯤 신대륙에 온 우리를 부러워할걸? 아니지, 마르소 사령관은 하렘 구경하면서 더 좋아하려나?”
필리프는 눈을 깜박이다, 빙그레 웃었다.
“실로 활발한 조직이군요. 전혀 추방된 기색이 없습니다. 군신간에 격의도 없고.”
이 간단한 대담에서 필리프는 세 가지를 동시에 판단했다.
먼저 누벨 프랑스 원정군 지휘부는 핵심이 서로 친밀하다.
다음, 이들은 절대로 프랑스에서 밀려나 추방된 게 아니다.
허나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
부왕, 유진에게 충성으로 결속되어 있다는 거다.
그때 유진이 필리프를 정시했다.
아직 필리프는 자신의 얘기를 하지 않았다.
“이제, 공작의 얘기를 해보시죠. 왜 오신 겁니까? 이 먼 플로리다까지.”
대체 왜 필리프는 유진을 만나러 뉴욕에서 플로리다까지 달려온 걸까?
***
사실은 뉴욕이 아니라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왔다고 해야 정확하다.
“대체 왜 이 먼 곳까지 공주님이 오신 거예요? 오, 정말 궁금해요!”
펜서콜라는 나름 2백 년이 넘는 정착 역사를 갖고 있다.
대부분 수비군이나 식민 개척 종사자가 살아왔지만, 여자들이 머물만한 장소도 있다는 뜻이다.
파리의 대저택에 비하면 폐가나 다름없는 오두막이지만, 나름 새로 지어 나무 냄새가 신선하다.
이곳에 프랑스에서 초장거리 배를 타고 함께 온 귀공녀들이 한 여자를 둘러싸고 모였다.
바로 루이 필리프와 함께 온 여자, 러시아 공주 알렉산드라다.
그런데 방금 알렉산드라에게 질문한 여자는 프랑스 입장에서는 [극서]에 위치한 도시, 펜서콜라에 전혀 안 어울리는 소녀다.
왜냐하면 사교계 가십계 최고봉에 있는 여자, 로르 페르몽이니까.
여전히 군복을 입고 있는 폴린이 마뜩찮은 얼굴로 물었다.
“로르, 너야말로 여기 왜 온 거야? 너, 아직 쥐노랑 약혼도 안 하지 않았어? 페르몽 부인은 허락했고?”
“무슨 소리야. 난 오빠 따라온 거잖아.”
“뭐? 너희 오빠가 여기 왔다고? 오리엔트에서 장사하는 거 아니었어?”
오빠, 알베르 페르몽에 대해 거론하며 로르가 웃었다.
“신대륙에서 사업이 더 잘 될 거 같다던데? 보급관도 마침 필요했다고 하구. 오는 길엔 힘들었지만, 와보니 좋네!”
알베르는 키프로스 점령 당시, 동지중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유진이 오리엔트를 떠난 뒤에도 사업에 매진 중이었지만, 프랑스 통령정부가 성립할 무렵 귀국했다.
사실 그저 동업자인 보아르네 카르텔과 거래 차 온 터였는데, 정국이 급변해 버린 것이다.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그것도 폭탄 테러와 함께.
기민한 알베르는 이게 엄청난 기회가 될 거라 판단했고, 유진이 신대륙으로 떠날 때 동행했다.
그러니까 로르 페르몽은 오빠를 보호자로 두고, 이곳 신대륙까지 온 셈이다.
물론 진짜 이유야 애인 쥐노 때문이겠지만.
가볍게 고개를 흔들며 가장 연장자인 마리 테레즈가 우아하게 알렉산드라에게 사과했다.
“소란스러워서 죄송해요, 공주님. 다들 아직 어려서.”
“괜찮아요. 소개해 주시겠어요? 여공작님?”
“예, 이쪽은 프랑스의 새로운 황제 폐하 동생분인 폴린 보나파르트, 그리고 그 인척인 로르 페르몽, 여긴 제 시녀로 따라와 준 에밀리 드 보아르네랍니다.”
그러자 로르가 깔깔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우리 공주님은 꼭 본인이 가장 어려 보이면서, 나이 든 척하더라. 러시아 공주님, 정말 왜 오신 거예요? 우리야 추방당한 공주님 따라온 거지만!”
한때 모든 작위를 빼앗기고 평민이 되었던 마리는 이제 정식 [여공작]이 되었다.
프랑스 입장에서도 그래야만 유진과의 혼인을 고리로, 루이지앵을 식민지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로르가 농담하는 것처럼, 국내에 두면 곤란한 두 사람을 신대륙에 보낸 것도 꼭 틀린 얘기는 아니다.
바로 나폴레옹이 말이다.
나폴레옹의 동생 폴린이 코웃음을 쳤다.
“언제는 오빠 따라 왔다더니.”
“핑계가 그렇단 거지. 아무렴 내가 오빠 보러 왔겠어? 공주님 따라다니면 재미있는 일 많을 테니까 온 거지. 레카미에가 나 얼마나 부러워하는 줄 알아?”
“아주 파리 사교계 돌아가면 할 얘기 많아서 좋겠어.”
폴린과 로르가 서로 이죽대는 모습을 보다, 알렉산드라가 웃음을 터뜨렸다.
“풋! 정말 사이 좋네요. 전 제 남편인 샤르트르 공작을 따라왔어요.”
순간, 로르가 눈을 빛냈다.
“약혼이 아니라 혼인한 거예요? 와, 밤에도 잘해줘요?”
“예?”
“아니, 부르봉 가문은 코가 크기로 유명하잖아요. 그러니까, 음, 밤에도.”
살짝 낯을 붉히며 웃는 로르 대신, 폴린이 기겁해 나섰다.
“로르! 제발 좀 예의를 지켜! 이분은 외국 황실의 공주님이야! 자, 공주님, 그렇게 말 돌리지 말고 진짜를 말해주시죠. 러시아가 신대륙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나요?”
누가 무례한 건지 모르겠다고, 마리는 생각했다.
과연 공주에게 밤일을 묻는 게 무례한 걸까, 외교적 기밀을 묻는 게 무례한 걸까?
한데 알렉산드라는 오히려 후자가 더 쉬웠던 모양이다.
“음, 아마 부황 폐하의 생각은 그럴 거예요.”
마리는 눈을 크게 떴다.
그렇다면, 지금 필리프가 알렉산드라와 온 이유는 하나다.
예전 마리가 유진과 함께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 체결되었던 비밀 조약.
알래스카발 신대륙 영국 협공 작전이다.
***
이제 펜서콜라 총독부에는 단 둘만이 남았다.
“이제, 약속을 지켜야 할 시간입니다. 프라이슈츠.”
필리프가 커피를 마시다 불쑥 말했다.
탁자 위에 놓인 커피 원두는 자메이카 산이다.
살짝 쌉싸름한 와인향이 나는 커피를 마시다, 유진은 사레들릴 뻔했다.
아주 예상 못 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갑자기 말할 줄은 몰랐다.
“알래스카 공략? 그거 핑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정확히는 영국령 캐나다 공략이죠. 덤으로 신대륙 서부도 러시아는 넘보고 있긴 합니다만. 게다가 차르께선 이제나저제나 약속을 지키실 때만 노리고 계셨습니다.”
“그럼 당통 대사를 통해, 본국에 독촉하면 되는 일 아닙니까? 왜 이런 식으로?”
문득 필리프의 얼굴에 난처한 웃음이 서렸다.
“러시아 본국 상황이 안 좋습니다. 귀족들이 연일 차르께 반발하는 중이거든요. 그 와중에 신대륙 정복은 차르 폐하의 비원이기도 했지요.”
사실 이상할 것도 없다.
본래 차르 파벨은 1801년 3월 24일에 쿠데타로 죽는다.
허나 현재는 1802년 10월.
원역사와 달리 영국과 단교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파벨은 멀쩡하다.
그러나 파벨은 기분파고, 결정은 제멋대로며, 귀족들은 걸핏하면 해임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정치적 위기가 도래할 수밖에 없다.
유진이 지그시 필리프를 보다 물었다.
“복잡한 상황이군요. 그래서, 신대륙 정복 성과로 상황을 타개하고자, 사위를 보냈다?”
“제가 엄밀히 말해, 군주 가문과 결혼하기에는 신분도 낮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본국이 아닌 신대륙에 영지를 배정한다면? 대귀족들이 납득할 만 하죠.”
“그렇다고 이 상황에서 캐나다를 공략하자는 겁니까?”
문득 필리프가 입가를 틀었다.
“그게 아니면, 부왕 전하께서는 미합중국과 싸워야 할 겁니다.”
신대륙에는 아무 곳에도 빈 땅이 없다.
혹은 공지를 차지하려는 세력으로 가득하다.
1802년 10월 플로리다.
신임 프랑스 부왕, 유진 프라이슈츠 보나파르트가 직면한 신대륙 정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