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2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24화(325/547)
(324) 프러 신대륙 동맹이 결성되다
한때 적이었던 자를 이역만리에서 만날 때, 어떤 태도를 취하면 좋을까?
“오랜만입니다, 왕자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펜서콜라 총독부 외곽 건물, 역시 손님으로 찾아온 전직 오를레앙 공작가의 이공자, 루이 앙투안이 웃으며 물었다.
그간 아이들을 가르치며 사교성이 아주 높아진 모양이다.
예전에 사실상 정적이었던 부르봉 왕가의 자손에게 인사를 건네는 걸 보면.
한때 ‘부친’을 처형하라 요구했던 자의 아들을 보다, 루이 샤를 카페가 대꾸했다.
“난 더 이상 왕자가 아닙니다. 루이 앙투안 오를레앙.”
“하하! 왕의 적자가 아니라는 프라이슈츠의 주장 말입니까? 그게 거짓이라는 건 전 프랑스인이 다 알지 않나요?”
“거짓말이 아니기에 내가 살아있는 겁니다.”
루이 샤를은 앙투안을 노려보며 단언했다.
“난 왕위를 요구할 생각도 없고, 부르봉 가문의 일원임을 주장할 생각도 없습니다. 그저 루이지앵 여공작의 동생 자격으로, 이곳에 와 있을 뿐이죠.”
루이 샤를 카페, 구왕실 국왕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폰 합스부르크의 아들.
혁명 당시 루이 샤를은 로베스피에르에게 처단당할 뻔했다.
한데 유진이 앙투아네트를 구하기 위해 재판에서 [쇼]를 펼치면서, 루이 샤를의 목숨도 구원받았다.
스웨덴 섭정, 페르젠 백작과 앙투아네트 사이에서 사통해 태어난 아이라는 오명과 함께.
따지고 보면 출생을 모독당한 일이다.
그러나 혁명정부 때는 물론이고, 현 보나파르트 제정 체제에서도 구왕실 후계자는 목숨이 위태롭다.
때문에 루이 샤를은 자신이 루이 16세의 아들이 아니라는 걸, 마음 깊이 내면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스웨덴에서 페르젠 백작의 사생아로 살 수도 없는 일.
성년이 가까워 오면서 샤를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 신대륙으로 떠나는 마리 테레즈를 따라, 샤를도 대서양을 건너게 된 것이다.
이 상황에서 왕자 운운하는 앙투안이 곱게 보일 리 없다.
그 순간, 샤를의 어깨를 누군가 거칠게 감싸쥐었다.
누벨 프랑스 부왕근위대장, 앙도슈 쥐노다.
“이런, 그건 곤란한 말이군요. 도련님. 부왕 왕비 전하께 우리가 혼날 것 같은데요?”
“쥐노 장군, 사실 엄밀히 말하면 두 분은 아직 혼인 전입니다. 물론 혼인 전이라고 해서 아무 일도 없는 건 아니겠지만요.”
“이런, 드제. 뭘 모르는군. 애석하게도 둘 다 동정일걸. 큿큿! 하렘을 만들던 솜씨로 좀 가르쳐주라고. 아니지. 어이, 이폴리트! 이리 와.”
유진과 마리가 총각 처녀라는 말을 외설적으로 드제에게 떠들다, 쥐노가 손짓했다.
“우리 신임 ‘소위’님도 동정일 거 같은데, 신대륙에서 많이 가르쳐 주라고. 하하핫!”
“이런 근위대장께선 아주 정숙한 남자인양 말하십니다?”
“아무렴 파리 사교계 ‘마담 헌터’에 비할 바인가? 크큭!”
이폴리트와 쥐노가 낄낄 웃으며 농담할 찰나, 샤를이 눈을 깜박이다 물었다.
“예, 그게 무슨 말이시죠?”
“뭡니까, 도련님. 설마 혼인도 안 했는데 벌써 동정이 아닌 겁니까? 오우, 사나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소위라뇨?”
그러자 쥐노가 샤를의 어깨를 여전히 감싸 쥔 채, 장교들을 돌아보았다.
“그야 도련님이죠. 아니, 이젠 내 부하인가? 자, 여러분. 누벨 프랑스 주둔군 사령부 부관 루이 샤를 카페 소위를 소개합니다. 참고로 사령관 부관이 아니라, 내 부관이지요.”
“이런, 신입 인원 배정은 부왕 근위대 업무가 아니라, 사령부 업무인 것 같습니다만.”
“아, 부관 정도는 봐달라고, 드제. 그렇다고 다른 친구들에게 배정할 것도 아니잖아? 뒤마 장군, 혹시 탐나나?”
흑백혼혈의 냉정한 남자, 뒤마가 힐끗 돌아보다 고개를 돌렸다.
“구왕실 인사는 내 쪽에서 사양입니다. 쥐노 장군.”
본래 뒤마는 이탈리아 원정 당시 나폴레옹 휘하에서 활약했다.
나름 이탈리아 군단 멤버랄까.
다만 그 이후로 로마 교황청 주둔 업무를 맡느라, 공적을 세울 기회가 적었다.
게다가 혼혈이라는 한계도 있어서, 유진이 신대륙으로 갈 때 자발적으로 나선 처지다.
하지만 역시 혼혈이기에 받았던 차별 탓에, 노예제를 폐지한 혁명에 대한 강경 동조자다.
그러니 구왕실 후계자인 샤를이 달갑잖을 수밖에 없다.
쥐노는 뒤마의 냉담한 말에도 개의치 않고, 샤를과 얼굴을 마주했다.
“들었지? 부관, 첫 임무는 여기 전직 오를레앙 공작의 아드님들 사령부 안내야.”
“예? 아니, 하지만.”
“제대로 안내해. 저 안쪽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간에, 이 두 분은 꽤 오래 머무실 것 같으니 말이지.”
그러자 루이 앙투안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결과가 안 좋을 거라고 보시는 겁니까, 쥐노 근위대장님?”
“그건 모르죠. 뭐, 형님께서 러시아 황실 부마시니, 안전 문제는 걱정 않으셔도 될 겁니다.”
“볼모가 될 수는 있다는 거군요. 감옥 생활이라면 경험이 있긴 하지만, 다시 하고 싶지는 않은데요?”
그런데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던 누벨 프랑스 사령관, 드제가 입을 열었다.
“오히려 그게 안전할 수도 있습니다. 혹시 귀공자님들께서, 군에 강제 입대하실 수도 있으니까.”
드제는 몰락 귀족으로 사관학교 출신이다.
그러다 보니 발음에서부터 우아한 느낌이 확연히 풍겨 나왔다.
앙투안 입장에서도 단순한 협박으로 들리지는 않아, 예의 바르게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보다시피 부관을 즉석에서 선발할 정도로, 우리 누벨 프랑스군은 인력이 모자랍니다. 그것도 장교가 될 고급 인력이 말이죠. 그런데, 어라? 여기 장교 경력자가 있군요.”
“프랑스 추방자인 우리를 장교로 쓰시겠다구요?”
드제가 빙그레 웃으며 앙투안에게 커피를 권했다.
“장군직은 못 드립니다, 신생 제정 프랑스는 능력주의 사회가 될 테니까. 특히, 이 신대륙에선 더욱 그렇죠.”
커피를 받아 마시다, 루이 앙투안은 눈을 빛냈다.
“정말 재미있는 신대륙 생활이 되겠군요.”
한때 루이 필리프와 함께 혁명군 중령을 지낸 자.
그간 망명객의 신세로 교사를 지내며 세월을 죽여온 구귀족.
루이 앙투안이 프랑스군에 복귀할 때가 온 셈이다.
물론, 회담장 안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달렸지만.
***
그러나 회담장 안에 앙투안이 들어왔다면, 오히려 자신의 전공이라 외쳤을 것이다.
“미합중국은 드넓은 땅에 인구는 아직 유럽에 비해 적죠. 프랑스 인구의 6분의 1입니다. 반면 국토 크기는 프랑스 본토 기준으로 4배쯤 되죠.”
미국 경험은 사실 1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 풋내기, 루이 필리프가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1802년 현재, 아메리카 연방의 국토 크기는 약 2백만 제곱 킬로미터에 달한다.
프랑스는 본국 기준으로 대략 50만 제곱킬로미터 내외니, 국토 크기는 4배라 할 것이다.
반면, 인구는 미국이 약 5백만, 프랑스는 3천 1백만명이 넘으니 필리프의 계산은 대충 맞다.
문제는 증가율이다.
본래 미국 독립 당시 인구는 약 390만명 정도였다.
고작 10여년 사이에, 딱히 산업혁명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1백만이나 늘어난 것이다.
향후 국토가 넓어질수록 이민 유입과 자체 출생률 증가로, 인구 폭증이 이뤄질 게 뻔하다.
현시점이 미국을 유럽이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랄까.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유진이 고개를 까딱였다.
“루이지앵 크기와 비슷하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루이지앵에 사는 유럽인은 5만 명이 채 안 되지요? 후후. 미국이 당연히 탐낼 수밖에 없습니다.”
“인구가 5백만밖에 안 되는데도, 더 넓은 땅이 필요하다던가요?”
필리프는 간명히 대꾸했다.
“모든 미국인들은 대지주가 되고 싶어합니다. 루이지앵은 미국인들이 원할 수밖에 없는 풍요로운 땅이고.”
후세 서부 개척의 주요 동인 중 하나다.
물론 금광 발견에 따른 골드러시도 한 몫 했지만, 그보다 더 큰 원인은 땅이다.
자기 땅을 갖고자 하는 농민들의 열망이 미국을 원역사에서 거대국가로 만들었다.
한데 사실 현재 미국 영토인 24개 [스테이트]에는 빈 땅이 대부분 없다.
미합중국 영토보다 큰 대지, 212만 제곱 킬로미터의 루이지앵을 원하는 이유라 할 것이다.
“누구나 지주가 되고 싶어하긴 하죠.”
“미합중국의 시민들은 유독 심합니다. 그중 선두에 선 자가 앤드류 잭슨이죠. 이름은 들어 보셨습니까?”
“테네시 주 상원의원이라고 들었습니다. 확장 강경파라죠?”
후일 원역사에서 미국 대통령이 되는 남자다.
현재는 미합중국 ‘서부’ 경계인 테네시 주의 정치인이기도 하다.
서부개척이 완료된다면 미국 ‘동남부’로 일컬어지겠지만 지금은 여기가 서부다.
필리프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그렇습니다. 물론 따지고 보면 [서부]의 정치인일 뿐이죠. 미국 정치 중심은 [동부]의 주요 [스테이트]들이고, 그곳의 정치인들이 만사를 결정합니다. 독립 전쟁의 영웅들이죠.”
동부 해안 13주.
본래 영국 식민지였고, 독립전쟁을 주도했으며, 현 미합중국을 지배하는 세력이다.
다만 아직 이 미국이란 나라는 하나의 유기체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듣기로 연방주의와 공화주의라는 파벌이 서로 싸운다고 하더군요.”
“오, 많이 아시는군요.”
“신대륙에 오기 전에 기초 공부는 해야죠. 실제로도 그렇습니까?”
후일 연방국가가 강화되는 것은 남북전쟁 이후의 일이다.
그 전에는 [스테이트], 그러니까 주별로 서로 독립국가나 마찬가지인 것처럼 기능했다.
1802년 현재는 더욱 이런 경향이 심해, 연방국가 중시파와 주립자율파가 싸우는 중이다.
“맞습니다. 각 스테이트의 권리를 중시하는 공화주의자들, 연방국가를 중시하는 연방주의자들. 프랑스가 손잡아야 할 쪽은 당연히 공화주의자겠지요?”
“지금은 누가 셉니까?”
“역시 공화주의자들 쪽입니다. 이번에 대통령이 된 토머스 제퍼슨도 민주공화당을 만든 대표적인 공화주의자죠. 마침, 프랑스통이기도 합니다.”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취임한 게 1800년의 일이다.
프랑스 건축가, 피에르 샤를 랑팡의 설계 하에 건설 중이던 [워싱턴 D.C]로 수도가 이전된 것도 그때다.
아직은 기능이 옮겨가는 중이라, 주미 프랑스 대사관만 해도, 필라델피아에 머물고 있지만.
제퍼슨이 집권한 것 자체가, 친프랑스 외교 정책과 주립자율을 외친 덕이니, 공화주의가 승리한 시대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루이지앵 문제에선 얘기가 다르겠죠. 후후.”
필리프가 묘하게 웃었다.
실제 원역사에서도 루이지앵, 아니 [루이지애나]를 사들인 대통령은 제퍼슨이다.
다만 친 프랑스파인 만큼, 프랑스와 전쟁을 치른다는 선택지는 뒤로 미룰 게 분명하다.
지금 유진이 기대려 하는 바도 그 부분이다.
유진도 대략은 알았지만, 상세한 내역을 현지 전문가에게 들으니, 확실히 다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정보는 유진이 노력한다면 획득할 수 있는 수준이다.
나아가 굳이 필리프가 먼 길을 와서 알려줄 필요는 없다.
유진은 필리프를 향해 슬슬 본론을 꺼내라는 말을 던졌다.
“대충 상황은 이해했습니다. 미국이 루이지앵과 플로리다를 공략하고 싶어 하는 배경도. 한데, 그래서 하고자 하는 말이 뭡니까?”
필리프는 목이 마른지, 뜨거운 커피를 벌컥 들이키며 말했다.
“판은 부왕 전하가 만들었던 거 아닙니까? 알래스카발, 영국 신대륙 식민지 공동 공략이죠. 캐나다에서 난리가 나면, 자연히 미국의 압박도 늦춰질 수밖에요.”
“그렇지만 러시아 [본국] 상황이 안 좋다면서요? 우리가 당장 영국을 공격하는 건 무리입니다만.”
“해주셔야 합니다. 아니면, 파벨 차르 폐하의 정권이 무너질 겁니다.”
한때 프랑스 혁명 정부 정권을 노렸던 오를레앙 공작 가문이다.
허나 이제는 필리프가 러시아 부마가 되면서, 러시아 제국의 이해관계에 휘말렸다.
또한 신대륙으로 온 이상, 필리프는 이제 신대륙의 러시아 세력 확장이 자신의 정치적 생명과 직결된다.
그 점에서 유진은 필리프와 어쩐지 동질감을 느꼈다.
“내년, 1803년 초까지 성과가 필요합니다. 러시아 귀족들에게 보여줄 정도만 되면 됩니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러시아 신대륙 총독부는 프랑스에 전면적인 협력을 할 겁니다.”
아주 여유로운 척하면서도 절박하게 필리프가 말했다.
유진은 필리프를 빤히 보다 웃었다.
필리프에게 전적으로 휘둘릴 생각은 없다.
다만, 신대륙에 온 이상 유진이 실행하려고 했던 계책이 있다.
그 계책을 러시아에 생색을 내며 쓸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내가 약속했던 바였죠. 알래스카 총독부에 사람을 보내서, 다시 차르께 알려드리기엔 너무 멀죠? 올해 말까지 성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로써 유진과 필리프가 손을 잡는 것으로 회담이 결정되었다.
***
펜서콜라 중심부에서 음악이 연주된다.
-빰빰! 빰빰! 빰빰빰!
이른바 군악대는 18세기 군대의 필수품이다.
프랑스 혁명군, 아니 이제는 제국군인 군대도 완전히 유습을 버리지는 않아, 군악대가 같이 신대륙까지 왔다.
하지만 군악대 병사들도 첫 임무가 조약 체결식이라는 건 몰랐을 것이다.
총독부 건물 앞 단상에 앉아, 군악대 연주를 구경하던 마리가 유진에게 낮게 물었다.
“유진, 대체 어떻게 하려구? 난 정치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물자 관리는 보아르네 카르텔에서 해봐서 조금 알아. 지금, 전쟁을 일으키는 건 무리야.”
“그동안 사장 노릇 시킨 보람이 있군. 우리 부왕비 전하.”
“놀리지 말고. 정말 영국이랑 싸울 거야? 아직 본국에서도 영국과 동맹 중인데?”
유진은 묘하게 웃었다.
“우리가 싸울 필요 없어. 마리. 이 신대륙의 주도 세력은 어차피 우리가 아니야.”
마리는 눈을 깜박였다.
물론 프랑스는 아직 이민 대책도 완료되지 않았고, 신대륙에 뿌리박은 상태가 아니다.
그렇지만 주도세력이 아닌데, 어떻게 미국과 영국이라는 신대륙의 강자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그러나 유진은 설명을 덧붙이는 대신, 일어나 잔을 들었다.
“자, 여러분. 축배를 듭시다. 프랑스와 러시아의 영원한 동맹을 축원하기 위하여!”
러시아측 루이 필리프와 프랑스측 쥐노를 비롯한 장군들이 잔을 들었다.
“영원한 동맹을 위하여!”
물론, 이 세상에 영원이란 없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