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30)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30화(331/547)
(330) 탈레랑이 XYZ 스캔들을 터뜨려놨다
이 이야기는 이른바 [제이 조약]이라는 외교 협약에서부터 시작된다.
“미국인들은 모든 조약을 자기네 책임자 이름을 붙이는 경향이 있군요.”
“하여간, 이게 영국과 미국 사이의 사실상 동맹 조약이라는 건 사실입니다. 물론 우리 민주공화당에선 절대 반대하는 조약이죠. 치욕이에요. 압제자와 동맹을 체결하다니.”
“옳은 말씀입니다. 미스터 먼로.”
유진이 짐짓 먼로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일 찰나, 해밀턴이 훼방을 놓았다.
“정반대지! 제이 조약은 우리 신생 미합중국의 지평을 여는 최고의 협상이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고!”
물론 이 조약을 강력하게 추진한 게 해밀턴을 비롯한 [연방당] 파벌이란 건 비밀도 아니다.
1793년, 미국은 독립전쟁 후 10주년을 맞이했다.
그런데 아직도 여전히 미국 서부지역 변방에 영국군이 주둔했고, 원주민들을 선동해 미국인들을 습격하는 일이 잦았다.
만약에 이 정도로 그쳤다면, 미국과 영국의 새로운 충돌로 끝났을 것이다.
문제는 프랑스 대혁명이었다.
대혁명 후, 영국은 서인도제도의 프랑스 식민지 공격에 나섰고, 생 도맹그와 교역하는 미국 선박을 무차별 공격했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 영국과 싸울만한 국력이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당시 집권파였던 워싱턴 행정부가 추진한 게 바로 미영수교다.
제이 조약의 내용은 이렇다.
미시시피강 영국 통행권 보장, 미국의 영국 채무 상환, 그리고 프랑스 지원 금지.
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대신, 먼로는 간단히 요약했다.
“어쨌든 초대 대법원장이셨던 미스터 제이가 진행한 협상으로, 영국과 수교하는 게 골자지요.”
“특별히 체결한 이유가 있습니까?”
“영국령 서인도제도 때문이오, 누벨 프랑스의 부왕 전하.”
먼로가 냉랭히 말할 찰나, 해밀턴이 다시 끼어들었다.
“우리 미합중국은 독립 전부터, 식량과 목재를 수출했고, 다시 서인도제도의 설탕과 커피, 당밀과 럼을 수입해 영국으로 재수출했지요. 어쨌든 항로상, 뉴욕이 자메이카보다 유리하거든.”
아직 미국이 세계의 공장이던 시절이 아니라, 신대륙의 [농장]이던 시절이다.
그러다 보니, 가장 중요한 수출품은 단연 식량이었다.
영국에서도 대혁명 이후, 전쟁 탓에 프랑스산 밀을 수입하기 어렵다 보니, 미국산 밀이 긴요한 상태였다.
게다가 미국도 프랑스와 수교했던 조약들은 어디까지나 국왕과 체결했던 사안이다.
국왕이 쫓겨난 이상 미국 입장에서는 더 이상 예전 동맹조약을 인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영국과 다시 무역을 할 기회가 왔다.
옛 파트너 프랑스를 걷어차고, 다시 영국과 수교하게 된 제이 조약이 체결된 배경이랄까.
“그런데 독립 후에는 이게 갑자기 끊겼단 말이지. 세상 일 모두가 다 돈 문제라오.”
“우리 프랑스가 미국 독립에 막대한 도움을 주었는데도 말이죠?”
“하! 당장 나라가 망하게 생겼는데, 신의가 중요하겠소?”
해밀턴이 껄껄 웃으며 대꾸할 찰나, 먼로가 참지 못하고 외쳤다.
“국가간 외교에는 신뢰가 제1순위입니다, 해밀턴! 게다가 애초에 영국이 우리 무역선들을 밀무역이라고 주장하며, 강제로 나포해 벌어진 일 아닙니까!”
순간, 유진은 이게 어떤 상황인지 깨달았다.
그러니까 연방당 해밀턴과 민주공화당 먼로가 서로 충돌하고 있는 광경이다.
물론 둘 다 미국의 국익이란 점에선 협력할지 모른다.
하지만 외적보다 내부의 정적이 더 위협적인 것은 프랑스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다.
그 순간, 리빙스턴이 고함쳤다.
“꼴사납게, 남의 영토 협상장에서 이게 무슨 짓인가!”
리빙스턴이 일갈로 두 사람을 닥치게 만든 후, 엄숙한 얼굴로 유진을 보았다.
“다시 설명하지. 제이 조약 체결로, 우리는 영국과 수교했소. 그 대가로 제2대 대통령이 유력했던 존 제이는 사실상 정치적으로 몰락했지.”
“안타까운 일이군요. 신의를 지키셨다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그건 친영주의자, 연방파들의 생각일 뿐이오. 우리 민주공화주의자들은 생각이 다르지. 누가 뭐래도 프랑스는 우리의 우방이고, 미국 독립성 유지에 중요한 동맹이지.”
근엄한 얼굴로 프랑스 대사다운 대사를 읊던 리빙스턴이 문득 낯을 찌푸렸다.
“그래서, 프랑스와 다시 국교를 재개하려 했소. 그런데, 뇌물을 요구하더군.”
그때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핑크니가 입을 열었다.
“X와 Y, 그리고 Z로 우리 보고서에 내가 기재한, 탈레랑의 대리인들이 말이죠. 후후.”
장 콘래드 오팅거, 피에르 벨라미, 뤼시엥 오테발.
후일 원역사에서 미국 의회에서 폭로된 이름들이다.
물론 지금 당장은 미국에서도 일급 기밀로 다뤄지는 얘기였지만.
그때 묵묵히 듣고 있던 뤼시앵 보나파르트가 입을 열었다.
“최소한 한 명은 벨라미겠군.”
“아는 작자입니까?”
“탈레랑의 최측근이다, 유진. 다른 자들도 짐작은 가는데, 참 웃기는군. 이런 상황에서 뇌물을 요구해? 대체 얼맙니까?”
잠시 눈치를 보다 역시 전직 프랑스 대사로 국교 재개협상 당사자였던 핑크니가 말했다.
“뇌물 25만 달러, 무상 차관 1천 5백만 달러를 요구했지요.”
유진의 뒤에 시립해 있던 이폴리트가 허리를 숙여 속삭였다.
“부왕 전하, 그게 얼마야?”
“대략 1달러에 4프랑 정도일텐데. 요새 외환을 안 다뤄서 나도 정확히 모르지만.”
“4프랑이면, 어, 뇌물 100만 프랑에 6천만 프랑? 이거 도둑놈 아냐?”
이번에는 목소리가 너무 커 모두가 이폴리트를 보았다.
“큼큼. 실례했습니다”
“아니, 맞는 말씀인 것 같군요. 미스터 샤를.”
“부끄러운 일인데, 이게 왜 우리 정부에는 알려지지 않은 겁니까? 제가 이래 봬도 부왕 전하 옆에서 시종 떨어지는 법이 없는데, 난생 처음 듣네요.”
이폴리트의 질문에 최고 책임자 리빙스턴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야 우리 정부 차원에서 덮었으니까. 어쨌든 오늘 회담은 이쯤 해둘까요? 상호 간에 곤란한 얘기가 많이 나왔군요.”
그러니까 요약하면 이렇다.
미국은 영국과 수교하면서, 프랑스와 사실상 국교를 단절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19세기, 국교 단절은 교역 단절로 이어지며, 미국 농부들과 상인들의 손실로 이어진다.
때문에 미국 정부는 프랑스 혁명 정부와 수교하기 위해 특사를 거듭 파견했다.
문제는 프랑스가 정부가 너무 계속 바뀌었다는 거다.
그러다 외교 전문가 탈레랑이 주도권을 잡았다.
뇌물로 유명한 남자, 탈레랑은 수교를 요청해온 미국 특사들에게, 직접적인 뇌물과 간접적인 뇌물인 차관을 요구했다.
당시 탈레랑의 의지를 전달했던 메신저가 세 명.
은행가 오팅거, 심복 벨라미, 외교 관료 오테발이다.
이게 미국과 프랑스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갔던 [XYZ] 사건의 전말이다.
유진은 가볍게 탁자를 두들기다 일어났다.
“그러죠. 미스터 리빙스턴. 숙소로 안내하겠습니다. 레스퀴르 후작, 부탁하네.”
아무래도 이건 공식 협상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
펜서콜라 총독부로 들어온 순간, 쥐노가 통나무 기둥을 걷어찼다.
-쾅!
당연히 아파서 펄쩍펄쩍 뛰는 꼴을 보다, 유진이 피식 웃었다.
“왜 당신이 화를 내요? 쥐노.”
“아야! 아파 죽겠네. 탈레랑, 이 절름발이 새끼 미친 거 아냐? 뇌물에, 무상차관? 아니, 브리튼과 아메리카 사이 갈라놓는 게 중요하단 건 나도 아는데!”
“세상 일이란 게 상식대로만 돌아가진 않죠. 게다가 어차피 탈레랑은 그게 안 될 일이라 생각했을 거예요.”
유진은 총독부 의자에 앉으며 대꾸했다.
“결국 미국을 주도하고 있는 건, 영국의 후예들이죠. 우리 프랑스의 손을 영영 잡긴 어려워요.”
탈레랑도 욕심만 많아서 뇌물을 요구한 게 아니다.
본래 뇌물이란 혼자 받는 게 아니라, 한 파벌의 보스가 부하들과 나눠 먹는 돈이다.
나아가 국가 무상차관쯤 되면, 이미 프랑스가 미국에 갖고 있던 전시채무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리베이트를 받긴 했을 테니 역시 뇌물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쥐노가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하다.
본래는 원역사에서 이로 인해 프미 수교가 틀어지고, 프랑스와 미국이 서인도제도에서 사실상 교전 상태로 돌입한다.
영국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엉뚱하게 미국까지 프랑스의 전쟁 상대가 된 셈이다.
이 문제는 나폴레옹이 집권한 후, 미국 사절과 수교하고, 다시 루이지애나까지 매각하면서 해결된다.
하지만 유진은 루이지애나 매각을 할 생각은 없다.
그때 드제가 물었다.
“그럼, 어쩌면 좋겠습니까? 부왕 전하?”
“뭘? 우리 외무장관이 뇌물을 받았으니, 죄송하다고 말하고 누벨 오를레앙을 팔기라도 할까?”
“그럴 수야 없지만, 이대로 그냥 넘어갈 문제도 아닙니다.”
드제는 온화하지만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최소한 본국에 탈레랑의 책임은 물어야죠.”
사관학교 출신이라 교양은 넘치지만, 정치에 대해서는 모르는 드제다운 판단이다.
이 문제가 탈레랑의 책임인 것은 맞다.
법대로 하면 뇌물을 받는 정치인은 당연히 19세기라도 유죄다.
그렇지만 세상이 법대로만 돌아간다면, 나폴레옹은 황제가 되지도 못했다.
유진이 드제를 보다 어깨를 으쓱였다.
“책임을 묻기 시작한다면, 주미 대사인 라파예트는?”
“예?”
“진작에 알아내서 우리에게 알리고, 사태를 수습했어야지. 벌써 필라델피아로 먼저 간 지 3개월이 지났는데, 그동안 뭘 한 거야?”
순간, 놀란 뤼시앵이 끼어들었다.
“라파예트 대사는 최선을 다하고 있어. 게다가 이런 뇌물 스캔들은 은밀한 사건이다. 일찍 알기 어렵지.”
“알아요, 숙부님. 그러니까 본국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구요.”
“설마 그냥 넘어갈 거냐?”
유진은 의자에 앉아 뒤로 넘어갈 듯, 의자를 기울이다 대꾸했다.
“나중에 귀국해서 한 번 쓸 카드 정도는 되겠죠. 언제든 미국이 문제 삼을 수 있는 사안이니까. 하지만 결국 문제는 영토란 말이에요.”
뒤로 기댄 유진의 시야에 총독부 벽에 걸린 지도가 보인다.
미주 신대륙 지도.
비록 19세기 지도지만 정밀하다.
현재 미국이 차지하고 있는 영토와 맞먹는 땅이 보인다.
루이지앵.
이 땅을 차지하면서 미국은 원역사 현대의 초강대국으로 한 발 다가서게 된다.
유진은 그렇게 내버려둘 생각이 없다.
“루이지앵을 루이지애나로 바꾸는 것. 그게 저 사절단의 목표고, 미국의 목표죠. 이걸, 최소한 20년 이상 지연시키는 게, 내 과제입니다.”
“왜, 20년이야?”
“그야 간단하지, 이폴리트. 그 정도면 최소 1백만 명을 이 신대륙에 이민시킬 수 있을 테니까. 가능하면 3백만이 목표지만.”
결국 19세기에는 인구가 국력이다.
미국이 유럽을 압도하게 된 것도 급성장한 인구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직 프랑스가 다산하고 있을 때, 그 넘치는 인구를 전쟁으로 죽이는 대신 신대륙으로 보낸다.
이게 유진의 구상이다.
“미국과 맞설 수 있는 진정한 [누벨 프랑스]가 이 땅에 탄생해야 해. 그러니까 20년은 필요한 거지.”
그것도 가능한 한 방데 출신을 중심으로 하는 [왕당파] 누벨 프랑스를 말이다.
***
원래 알렉산더 해밀턴은 서인도제도의 한 섬, 네비스 섬 출신이다.
“아함, 여긴 고향처럼 공기가 참 따뜻하군. 응?”
어쩐지 고향이라도 되는 것처럼 편안히 잠자리에 들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누군가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해밀턴이 문을 열자, 꽤 오래 전에 보았던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십니까, 미스터 해밀턴.”
싱글벙글 웃는 청년을 보다, 해밀턴이 미소 지었다.
“오랜만에 보는군요. 미스터 부르봉.”
“후후, 필리프라고 부르십시오. 우리 사이가 그 정도는 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당신도 날 알렉산더라고 불러야지. 하하!”
가볍게 어깨를 두들기며 해밀턴이 물었다.
“잘 지냈나, 필리프. 러시아 황제 사위가 됐다던데?”
물론 두 사람은 나이차이가 꽤 많다.
해밀턴은 45세로, 3남 4녀를 둔 가장이다.
반대로 루이 필리프는 이제 막 늦게 혼인한 29세의 청년.
그럼에도 두 사람은 워싱턴에서 꽤 죽이 잘 맞는 교우관계를 보냈다.
필리프가 웃으며 답했다.
“여기서 오래 머무르셔도 됩니까? 그럼, 공주님을 보여드리죠.”
“오우, 러시아 제국 공주님이 아메리카에 있다고? 이거 정말 놀랍군. 대체 무슨 일로?”
“쫓겨난 거 반, 신혼여행 반입니다. 하하! 그보다.”
문득 필리프가 슬쩍 한 발 옆으로 물러났다.
“내가 친구 하나를 소개해줄까 하는데.”
해밀턴은 눈을 크게 뜨다 묘한 표정이 되었다.
필리프 뒤에, 예상치 못한 청년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왜 자신을 찾아온 걸까?
“부왕 전하로군요. 흐음, 굳이 저를 보셔야 할 거라면, 옛 친구까지 동원하실 건 아니었을 텐데.”
“오늘 나눠야 할 얘기는 중재자가 반드시 필요하거든요. 나 혼자서 진행했다가 오해라도 하시면 풀어드려야 할 테니.”
“무슨 이야기길래, 그리 거창하십니까? 난 어차피 야당 신세에 끈 떨어진 전직 장관일 뿐입니다. 프랑스어도 잘 모르고.”
누벨 프랑스의 부왕, 유진 보나파르트가 해밀턴을 보다 심상하게 던졌다.
“당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드리죠. 미스터 해밀턴.”
역사를 바꾸는 제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