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4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44화(345/547)
(344) 민주주의 국가끼리도 싸울 수 있다
이른바 후세, 미합중국 정치학자들이 논한 법칙이 있다.
민주주의 국가끼리는 싸우지 않는다.
당연히 개소리다.
허나 논리 자체에는 유의미한 함의가 숨어 있다.
군주가 아닌 의회나 선출직이 결정권을 갖는 사회에서는 전쟁 결의가 느리고, 어렵다.
“하지만, 지금 워싱턴을 보니,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군.”
아직 하얗지 않은 미국 대통령 집무실 건물을 보다 루이 필리프는 혀를 찼다.
도시 곳곳이 반프랑스 팜플렛으로 가득하다.
그렇지만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사람이다.
포토맥 강을 거슬러 도달한 배에서 내리자마자 시위대가 필리프를 맞이했다.
백인 일색인 시위대가 부르짖었다.
“프랑스를 몰아내고, 플로리다를 되찾자! 노예를 회복하라!”
실로 무시무시하지만 적나라한 구호다.
물론 19세기 초에도 미국 북부는 노예제도를 반대하는 여론이 꽤 강하다.
허나 워싱턴은 버지니아 인근으로 남부의 영향력이 이 시대에는 센 도시다.
19세기 초에 영향력이 세다는 것은 이른바 상경하기 쉬운 곳에 산다는 뜻이다.
예컨대 잭슨의 지지 스테이트인 테네시, 사우스 캐롤라이나, 조지아라든가.
필리프가 시위대에 휘파람이라도 불어줄까 생각할 찰나였다.
문득 예의바르게 생겼지만 앞머리는 벗겨진 신사 청년이 모자를 쓴 채 다가왔다.
“간만에 봅니다. 미스터 카페.”
“얼굴이 더 좋아진 것 같군요. 미스터 애덤스.”
“하하! 저야 요새 좋은 걸 많이 먹거든요. 대접받을 일이 많아서. 특히 프랑스 대사관에서 아주 맛있는 식사들이 많이 나오더군요.”
존 퀸시 애덤스, 바로 애덤스 대통령의 아들로 현재 북부 메사추세츠 주의 상원의원인 남자다.
본래 러시아 영사에 네덜란드 대사를 지냈고 이른바 유럽 여행, 곧 그랜드 투어도 다녀온 터라 전형적인 유럽통 엘리트기도 했다.
유럽을, 특히 프랑스를 이상향으로 여기는 존 퀸시가 시위대를 보며 비아냥거렸다.
“저분들도 프랑스 미식을 먹고 나면, 좀 부드러워질 텐데 말이죠.”
그러나 정작 반쯤은 시위대가 공격하는 대상인, 프랑스 동맹자 대표 필리프는 피식 웃었다.
“파리 시민에 비하면 아주 온건하군요.”
“저게요?”
“미스터 애덤스, 당신도 러시아 대사나 네덜란드 대사가 아니라, 프랑스 대사로 와봤어야 했습니다. 그랬으면 아마 파리 시민들이 얼마나 과격한지 직접 봤을 겁니다.”
프랑스 혁명 당시, 시위대는 그저 구호만 외치지 않았다.
아예 총을 들고 건물을 태우며 처형식까지 벌였다.
그 여파로 원역사에서는 오를레앙 공작이 죽을 정도다.
나름 구 혁명파 망명귀족으로 과격 시위대라면 이골이 난 필리프에게 저 정도는 귀여운 수준인 셈이다.
존 퀸시 상원의원이 어깨를 으쓱였다.
“뭐, 우리는 폭동을 일으키기엔 면적이 좀 넓긴 하죠. 한데, 어쩐 일로 이렇게 오게 되신 겁니까?”
“먼저 보낸 우리 막내 알퐁스가 얘기하지 않았던가요?”
“자세한 사정은 모릅니다. 잭슨 상원의원이 플로리다에서 쫓겨난 건과 관련 있다는 것만 알죠. 설마 특사로 오신 겁니까?”
문득 필리프가 뒤를 돌아보며 빙긋 웃었다.
“아니, 특사는 따로 있습니다. 제 뒤에 있죠.”
존 퀸시 상원의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쩐지 특사라기에는 너무 젊은 청년이 필리프의 뒤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청년을 둘러싼 사복 차림의 남자들은 묘하게 분위기가 심상찮다.
청년이 존 퀸시를 향해 약간 프랑스 발음이 섞인 영어로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미스터 애덤스. 저는 유진 보나파르트라고 합니다.”
그 순간 존 퀸시는 모자가 벗겨질 정도로 놀랐다.
“누벨 프랑스 부왕? 맙소사, 최고 결정권자가 직접 왔단 말입니까?”
“아직 공식방문은 아닙니다. 의원님만 아시는 일로 해주시죠.”
“그리하겠습니다. 한데, 직접 오신다고, 저 시위가 멈출 것 같지는 않은데요.”
존 퀸시 애덤스는 당황한 얼굴로 프랑스의 부왕을 보며 솔직히 말했다.
부왕이 왔다는 것은 분명 외교적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만약 나폴레옹이 직접 온다 해도, 저 남부인 시위대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왕이란 미국인들에게는 쫓아내야 할 대상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유진은 여유롭게 웃으며 답했다.
“최소한 대화야 해볼 수 있겠죠.”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유럽에서는 군주나 재상과 논의해서 외교를 펼치기 쉬우셨을 겁니다. 하지만, 여긴 정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미스터 애덤스, 난 혁명 프랑스에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왕이 없는 세상은 나도 잘 압니다.”
오히려 민주주의 체제에 대해서라면 더욱 잘 아는 [전생자], 유진이 간명히 말했다.
“난 제퍼슨 대통령과 정상회담으로 문제를 해결하러 온 게 아닙니다. 지극히 [미국]적인 해결책을 써보려고 왔죠.”
미합중국은 이제 막 만들어지고 있는 신생국가다.
때문에 국가적 전통이랄 게 별로 없다.
혹시 영국적인 해결책을 잘못 갖고 온 게 아닌가 의심하며 존 퀸시가 물었다.
“그게 대체 뭡니까?”
유진은 존 퀸시는 아직 이해하지 못할 단어를 입에 올렸다.
“로비.”
바로 후세 원역사 미국 정치를 지배하게 될 만능의 단어다.
***
당연히 아무리 누벨 프랑스 부왕이라도, 워싱턴에서는 일개 외국인일 뿐이다.
“로슈자클랭이 아니라, 부왕 전하가 직접 올 줄은 몰랐군. 아, 설마 예를 표해야 하나?”
그러니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근거지는 단연 대사관이 될 수밖에 없다.
프랑스 대사 라파예트가 마땅찮은 얼굴로 부왕을 맞이했다.
유진은 피식 웃다 커피를 마시며 대꾸했다.
“공식적인 자리도 아니고, 마리 공주도 오지 않았습니다.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죠.”
“좋아. 그럼 옛 부하의 아들로 편히 대하지. 당장 돌아가.”
“저도 제가 후원하는 야당 당수로서 대해드리죠. 싫은데요.”
라파예트는 유진을 노려보다, 낯을 찡그리며 고함쳤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온 거야? 지금 워싱턴에선 반프랑스 감정이 최고조야!”
물론 라파예트는 유진을 야단치려는 게 아니라 걱정해서 하는 소리다.
사실 유진의 친부, 알렉상드르는 라파예트가 아끼던 부하 중 하나였다.
별로 능력은 없었지만 제법 혜안은 있었고, 라파예트와 죽이 잘 맞아 검을 선물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비록 황제의 양자가 되어 부왕이 되었다지만, 아직도 라파예트는 어린 시절의 유진을 기억한다.
괜히 워싱턴에 왔다가 폭도들에게 사고라도 하면 나중에 죽어서 알렉상드르를 볼 낯이 없다.
한데 유진은 라파예트를 향해 엉뚱한 이야기를 꺼냈다.
다름 아닌 잭슨에 대한 문제였다.
“잭슨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미합중국 유권자 사이에서 널리 퍼진다더군요.”
“여론조사라도 했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 미국이란 나라가 그런 게 가능한 상황은 아니잖아요? 다만 각 주의 목사들이 일요일 설교 때마다 잭슨 지지 기도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죠. 꼭 그건 이집트 같더군요.”
라파예트가 시큰둥하게 되물었다.
“미국 달러 지폐에 피라미드가 그려져 있긴 하지. 그래서?”
이 시대 이집트가 인기를 끈 것은 프랑스만이 아니다.
프리메이슨 회원들이 혁명을 주도한 미국도 이집트 상징을 자주 사용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1달러 지폐에 들어간 게 피라미드와 전시안, 혹은 호루스의 눈이다.
물론 유진은 프랑스 프리메이슨의 수장, 라파예트에게 프리메이슨이라도 이용하라고 말한 것은 아니다.
단지, 이집트의 경험담을 통해 설명하려는 게 있을 뿐이었다.
“제가 이집트에서 싸울 때 경험한 건데, 이집트 인들은 당연히 프랑스 인을 싫어했습니다. 하지만 투르크 인을 적으로 내세우니, 협조가 되더군요.”
공동의 적이 있을 때, 서로 사이가 나쁜 이들은 뭉치기 쉬워진다.
그런데 미국과 프랑스에게 공동의 적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던 라파예트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지? 혹시, 또 영국을 내세우기라도 할 건가? 심코 리포트는 효력이 다했어. 영국의 위협은 멀고, 노예 피해는 가까워.”
“그렇다고 제가 지금 대평원으로 진격 중인 흑인 병사들을 노예로 돌려보낼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노예를 잃어버리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따로 있죠.”
“뭔데?”
문득 유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노예무역을 금지당하는 겁니다.”
라파예트가 눈을 크게 떴다.
흑인 노예는 현재 미국의 농업경제, 특히 남부의 경제를 지탱하는 중대한 노동력이다.
결코 남부인들 입장에서는 빼앗길 수 없다.
현재 시위를 벌이는 이들도 궁극적으로는 플로리다 영토를 원하지만, 당장 문제가 되는 이익은 플로리다로 도주하는 흑인 노예들이다.
그런데 아예 노예를 공급받을 수 없게 된다?
남부의 농장주들이 대거 들고 일어날 수밖에 없다.
황급히 라파예트가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무역 금지라니?”
“노예가 하늘에서 내려오진 않죠. 바다를 건너오는 겁니다. 가장 많은 물량을 공급하는 건, 단연 영국이죠. 대략 절반에서 때로는 3분의 2를 공급한다던데요?”
“그거야 그렇지만, 영국이 노예무역을 금지할 리가 있나? 그렇게 많은 이익이 걸려 있는데?”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이미 영국 하원에서 [클래펌 클럽]이 요구하는 노예무역 폐지 법안이 올라가 있어요. 이 법은 지금 하원 통과 가능성이 높아요. 문제는 상원이죠.”
사실은 원역사에서도 영국은 노예무역을 1807년, 결국 폐지한다.
완전히 노예제도를 금지하는 것은 1833년의 일이지만, 무역이 금지되면서 사실상 노예 철폐로 이어진 게 사실이다.
그런데 1804년 현재, 아슬아슬하게 노예무역 제도 폐지 법안이 통과되려다 만 사건이 있었다.
유진이 이용하려는 건 바로 이 사안이다.
라파예트가 미간을 좁히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이번에 영국에서 새로운 총선이 있었지. 지금쯤 피트가 확실히 복귀했을 거고.”
“그렇겠죠. 대략 미국에서 영국까지 6주 정도 걸리던가요? 쾌속선으로 정보만 오갈 때.”
“아마 그 정도 걸릴 거야. 알아보지. 한데, 영국 대서양 무역업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법안이야. 통과시킬까?”
유진이 싱긋 웃었다.
“당연히 반대하려 들겠죠. 하지만 제가 얼마 전 입수한 정보가 맞고, 상원만 문제라면 손쓸 수 있어요. 영국 동인도회사를 통하면 되니까.”
물론 유진은 정보를 입수한 게 아니라, 기억을 떠올렸을 뿐이다.
허나 영국의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게 없기 때문에, 윌버포스와 클래펌 클럽이 주도하는 노예제도 폐지 운동은 계속되고 있을 터다.
분명 인류사에 유의미한 위대한 운동이다.
그럼에도 유진은 이 운동을 지금, [전쟁]에 이용하려는 거였다.
“그러면, 노예무역 폐지 소식을 먼저 퍼뜨리는 방법이 있겠군. 어떻게 할 거지?”
라파예트가 묻자, 유진이 싱긋 웃었다.
“해밀턴을 불러주세요. 몰래.”
물론 해밀턴은 유진이 부른다면, 모든 것을 제치고 달려올 것이다.
***
그렇다면 로비는 어떻게 시작될까?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미스터 보나파르트?”
해밀턴이 입을 쩍 벌렸다.
반면 유진은 프랑스 대사관을 몰래 방문한 해밀턴을 다른 의미로 주시했다.
1804년, 그러니까 올해 해밀턴은 원역사에서 결투로 죽는다.
이 결투를 막는 것도 이번 워싱턴 방문길에 처리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애런 버를 어떻게 처리할지 잠깐 고민하다, 유진은 본론부터 꺼냈다.
“뉴욕포스트, 아니 뉴욕 이브닝 포스트를 통해 [영국위협론]을 제기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우리는 친영지예요. 게다가, 지금 여론은 반프랑스로 가득한데?”
“노예무역이 폐지된다면 어떻습니까?”
해밀턴은 두뇌회전이 빠른 남자다.
유진의 아주 간단한 말에도 상황을 대략 간파했다.
노예무역이 폐지된다면 미국 남부의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눈을 빠르게 굴리던 해밀턴이 급히 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영국에서 곧 노예무역 폐지법안이 상정될 겁니다. 통과 가능성이 아주 높죠.”
“아니, 그건 벌써 20년 넘게 올라왔다가 폐지된 걸로 아는데.”
찰나, 유진이 웃는 모습을 본 해밀턴이 혀를 찼다.
“당신이 통과시킨다는 소리군.”
“저야, 어차피 통과될 법안, 조금 빨리 통과되도록 손을 쓸 뿐이죠.”
“확실히 통과되는 거요?
유진은 고개를 까딱이며, 가볍게 일렀다.
“물론입니다. 한데,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미합중국 남부 스테이트들이 아주 심각한 타격을 입겠죠?”
플로리다나 루이지앵을 탐내는 미국 농민들은 많다.
하지만 그 땅은 일단 누벨 프랑스 영토인 것은 둘째치고 미실현 장기적 이익이다.
반면 당장 금지될 노예무역은 현실의 실현 단기 손해다.
인간은 항상 단기 손해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나아가 미국 독립운동 자체가 단기적인 세금에 반응해 일어난 일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런 논란을 선도하는 자는 정치에서 주도권을 잡기 쉽다.
가만히 턱을 쓰다듬던 해밀턴이 입가를 틀며 말했다.
“정확한 시점을 알려주시오. 그러면, 내가 [선도적]인 반영주의자가 되어 보겠소.”
유진이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올해, 6월입니다.”
민주주의 국가가 싸울 수 없다는 후세 미국 정치학자들의 말을 유진은 다시 떠올렸다.
영국은 수상내각제 국가고, 미국은 대통령제 국가로, 둘 다 의회가 중심 축이다.
그러나 유진은 지금 이 둘을 충돌하게 만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울러, 반영주의자가 된 해밀턴은 애런 버 따위는 신경 쓸 여유도 없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단순해 보이는 [노예무역 금지]발 반영운동은 결국 단 하나를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곧, 영미전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