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65)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65화(366/547)
(365) 신대륙의 불타는 마지막 밤을 만끽하다
부활절, 가톨릭 교회 국가에서는 크리스마스보다 더 중요한 명절이다.
“바야흐로, 누벨 프랑스 부왕으로서 이 땅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시기도 하죠!”
펜서콜라, 부왕궁 앞 광장에 펼쳐진 [야외연회장]을 보다, 유진이 쓰게 웃었다.
“그래서, 리셉션을 열어야 한다는 건가?”
“맞아요, 전하. 그간 고생한 장병들과 시민들, 그리고 귀국할 사람들을 생각해 보세요. 당연히 부활절 맞이 리셉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로르, 네가 가십 말고 이런 데도 신경 쓰는 세심한 배려를 보일 줄은 몰랐는데.”
이 연회장을 주최한 장본인은 로르 페르몽이다.
보급 담당관이자 중개상, 오빠 알베르 페르몽을 따라온 지 벌써 2년 반이 지났다.
한때는 가십을 좋아하던 소녀도, 이제 벌써 22세의 완연한 숙녀다.
물론 가십을 좋아하는 것은 여전한 로르가 눈을 찡긋거리며 유진에게 대꾸했다.
“훗, 사람은 성장하기 마련이죠. 저도 장래 부왕 근위대장 부인으로서, 이 정도 일은 척척 해낼 줄 알아야······.”
그 순간 포도주를 마시며 웃고 있던 근위대장 쥐노가 마시던 술을 토했다.
“푸흡!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야!”
“어머, 설마 쾌락만 즐기고 책임은 안 지려는 생각이었어요? 무책임한 남자네. 부왕 전하, 저 사람 때려주세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커흠! 그, 뭐시냐. 결혼이란 건 모름지기 양가의 부모님이 서로 얘기를 하고. 어, 하여간 유럽 복귀 이후의 얘기지!”
아직 공인된 부부가 아닐 뿐, 사실상 신대륙의 공인된 커플 쥐노 일가를 둘러싼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을 신호탄으로 하기로 한 듯, 부활절을 맞이한 저녁 연회가 개시되었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술잔을 부딪치고, 군악대가 음악을 연주한다.
하지만 웃지 못하는 이들도 리셉션에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문득 연회의 중심에서 화려한 옷을 입은 채, 수심에 잠긴 미녀 한 사람이 입술을 뗐다.
“다들, 즐거워 보이네요. 필리프.”
문득 옆에서 수행원처럼 따르던 화려한 군복 차림의 남자가 시선을 돌렸다.
“걱정됩니까, 알렉산드라 공주?”
“부황 폐하는 유진 부왕 말대로, 충성심을 끌어내는 분은 아니니까요. 게다가 괴팍한 분이기도 하죠. 그런데, 제가 부담을 얹어 버린 것 같아요.”
“만일, 부담이 주어졌다면 그건 내 탓입니다.”
러시아 공주 알렉산드라가 남편, 루이 필리프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나도 바랬어요. 내 남자가 신대륙에서, 왕이 되는 모습을.”
루이 필리프는 지금 사실상 추방 프랑스 장군들이 주축인 군대를 지휘하는 중이다.
하지만 국가 대사에는 항상 명분이 필요하다.
단순히 추방자의 군대를 이끄는 것뿐이라면, 필리프의 행위는 미국과 영국, 에스파냐에게 좋은 먹이감을 갖다 바치는 일일 뿐.
그런데 러시아 제국의 신대륙 세력 확장이란 대외목표가 있기에, 필리프의 군대는 단순한 방랑부대가 아닌 것이다.
이 명분을 가져다 주는 자가 누굴까?
차르의 장녀, 알렉산드라다.
본래 원역사라면 이 시점을 전후해 헝가리에서 출산 도중 사망하는 여자다.
하지만 신대륙에 와서 고생을 한 대신, 알렉산드라는 살아있다.
부황을 배신했다는 죄책감을 안고서.
차르의 딸, 알렉산드라가 필리프를 향해 일렀다.
“난 말이죠. 원래 스웨덴 왕비가 될 운명이었죠.”
“들었소. 개종을 요구했다지.”
“따지고 보면 당신도 우리 정교회 신자는 아니었는데. 오히려 나 때문에 개종을 택했죠.”
스웨덴 왕자에게 혼담을 거부당했던 일을 떠올리는 알렉산드라의 턱을 필리프가 붙들었다.
“내 입장에선 어차피 가톨릭이든 신교든 정교회든, 다 똑같아 보였거든. 게다가 당신이 더 중요했소.”
필리프의 시선은 부드러우면서도 냉철하다.
인정 많고, 모험심 강하지만, 동시에 야심이 넘치는 남자.
생명을 기꺼이 모험에 바치며 한때는 혁명에 뛰어들어 체제 전복을 꿈꿨던 불온한 방계 왕족.
알렉산드라가 기꺼이 사랑하기로 결심한 사람.
문득 알렉산드라가 눈웃음을 머금다, 필리프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래도 난 당신이 희생했다는 걸 알아요. 향후, 혹시라도 부르봉 가문이 다시 복귀하더라도, 왕위에 오르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걸.”
“응? 아니, 그건 내겐 희생도 아닌데. 난 왕위승계권에서 꽤 멀다오.”
“보상을 해주고 싶었어요. 신대륙에서 마음껏 활개 칠 수 있도록.”
살짝 낯을 붉히다, 알렉산드라는 눈물을 글썽였다.
“너무 욕심이었던 걸까요? 필리프?”
가만히 알렉산드라를 보던 필리프가 두 손을 잡았다.
“지금은 춤을 춥시다. 유럽의 일은 돌아갈 자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이 신대륙에 남아 우리만의 나라를 만드는 거요.”
어느새 야외 연회장은 모닥불과 탁자 주위로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다.
특별히 러시아 황궁이나 프랑스 살롱처럼 격식을 차린 것은 아니다.
눈물을 닦으며, 알렉산드라가 미소를 머금다 눈을 크게 떴다.
“그래요. 어머, [빈]의 왈츠네요?”
빈에서 최근 유행한다는 경쾌한 최신 음악, 왈츠가 군악대를 통해 연주되고 있었다.
-징, 지징, 지지징!
수많은 남녀가 신나게 부활절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
***
이 밤, 술기운과 분위기에 취해 어쩔 줄 몰라하는 미녀도 있다.
“흐응, 몸이 달아오르는 것 같네.”
벌써 낯이 새빨개진 게, 주흥이 돋는 모양이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본래 원역사라면, 지금쯤 애인은 하룻밤마다 갈아치우고, 아이도 벌써 낳았다가 황열병에 죽었을 것이다.
한데 그야말로 강제로 숙녀처럼 살고 있으니, 몸이 달아오르지 않으면 이상하다.
문득 갈망하는 눈빛으로 연회장의 남녀를 보던 미녀, 폴린에게 누군가가 다가섰다.
“그럼, 나랑 오늘 춤을 추시는 게?”
“뭐야, 이폴리트. 혹시 유혹이라도 하는 거야?”
“이런, 황녀 전하를 유혹하면 내 목이 두 개라도 남아나지 않겠는걸? 물론 나야 기꺼이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남자긴 하지.”
폴린은 잠시 마른 목을 포도주로 적시다 코웃음을 쳤다.
“됐거든. 넌 매독이나 조심해. 그러다 걸리면 고치지도 못하고 죽어.”
물론 이폴리트라면, 한 번 잠자리를 같이 할 만 하다.
실은 입술 맛이라면, 이미 옛날에 맛본 사이니까.
문득 폴린에게 다가서며 잔을 건네는 이폴리트의 몸을 보다 폴린은 시선을 다시 돌렸다.
조금 더 취하면 참을 수 없어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밤이 더운 남국의 밤이라 그럴지도.
“유진이 드제에게 작위를 수여하기로 했다며?”
“아, 신대륙에 남기로 했으니까. 레스퀴르 후작이 부왕대리이긴 하지만, 전쟁은 드제가 치러야겠지. 프랑스 제국은 어쨌거나 군사제국이라고.”
“오빠도 군문으로 입신했지. 흥, 어쩌다 보니 나까지 군인이 되어 버렸네?”
살짝 조소하며 얘기를 하다, 폴린이 나무에 몸을 기댔다.
“옛날, 마르세유의 하숙집이 생각나.”
취기가 도는 듯 세상이 살짝 빙빙 도는 기분이다.
당시에 이폴리트는 벌써 청년이었지만, 유진은 아직 어린 소년이었다.
하숙생 신세로 지내며, 이상하게 돈이 많은 게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이폴리트도 그때가 떠오르는지 폴린을 흘깃 보다 어깨를 으쓱였다.
“어, 그때는 황녀 전하가 더 귀여웠던 기억이 나는군.”
“만약, 그때 내가 더 적극적이었다면, 유진을 잡을 수 있었을까?”
“글쎄, 당시에는 우리 부왕 전하는 아직 꼬꼬마였는데. 킥킥!”
잠시 웃음을 터뜨리던 이폴리트가 연회장 중심을 돌아보며 일렀다.
“지금도 하려고 하면 가능해. 어때, 술 취했을 때, 몰래 침대로 넣어줘?”
리셉션의 중심은 단연 부왕이 될 수밖에 없다.
수많은 남자와 여자들 사이에 둘러싸인 게 보인다.
제법 술을 많이 마셨는지 유진의 낯도 붉다.
이집트에서 유진이 폴린과 심상찮은 사이였음을 이폴리트도 안다.
만약 폴린이 작정하고 달려든다면, 유진은 결코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도 취한 상태라면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폴린의 시선은 유진이 아니라, 그 옆에 서 있는 금발 머리를 향하고 있었다.
“됐어. 이곳에 와서 깨달은 게 있어.”
“뭔데?”
“마리 테레즈는 엄청난 각오를 한 여자야.”
단순한 장식의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거니는 마리를 보다, 폴린이 낮게 속삭였다.
“루이 16세, 유진이 죽였지?”
확실히 취하긴 한 모양이다.
비밀로 간직하려 했던 말이 새어 나오는 걸 보면.
그러나 상대는 제대로 선택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는 얼굴이 아니라, 어떻게 알았냐는 경악한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든 유진의 최측근, 이폴리트 샤를이 벌벌 떨다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걸, 어떻게.”
“옛날에 유진이 오리엔트에서, 잠꼬대로 말한 적이 있어.”
“어쩐지 오해할 만한 말이군. 설마 침대를 같이 쓴 적은 없는 걸로 아는데.”
애써 농담하는 이폴리트에게 폴린이 코웃음을 쳤다.
“대제독 부인이랑 놀아나느라 바빴으면서,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흥. 그런데 말야. 아무래도 마리 테레즈도 그걸 아는 것 같단 말야?”
문득 폴린의 시선이 다시 이폴리트를 향했다.
“그러니까, 저 귀하게 자란 것처럼 보이는 공주님은, 자기 아빠의 원수랑 결혼할 셈이라고. 정말 엄청난 일 아냐?”
“어, 그렇게 되나? 생각해 보니.”
“그걸 방해하는 자는 아마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없애려 들겠지.”
이폴리트는 폴린의 눈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난 그런 각오는 못 했어. 뭐, 그렇지만 침대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단 말야.”
보통은 이럴 때 슬픔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자유연애로 유명한 프랑스에서도 단연 손꼽히는 [꾼]인 이폴리트는 직감했다.
폴린은 자조적인 기분으로 말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강렬한 욕망이 시선에서 느껴진다.
이폴리트가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마른 침만 삼킬 찰나였다.
“황녀님.”
고개를 돌리다, 이폴리트는 자리를 떠날 기회가 왔음을 깨달았다.
“이런, 불타는 청춘남녀의 밤인가. 난 다른 미녀를 찾아 떠나지!”
“흥, 피임도구 잘 써.”
“아이고, 말하지 않아도 내가 더 전문가랍니다. 황녀 전하!”
황급히 떠나던 이폴리트는 황녀 앞, 열정에 불타는 또 다른 청년을 보았다.
“대답하러 왔습니다. 같이, 귀국하겠습니다.”
마리 테레즈의 동생, 루이 샤를.
이폴리트가 끝내 침대로 끌어들이지 못했던 폴린과 어쩌면 같이 침대를 쓸지도 모를 또 다른 샤를.
그러나 어쩐지 이폴리트는 루이 샤를 드 카페가 썩, 부럽지는 않았다.
-쪽쪽쪽!
심지어, 열정적인 미녀 폴린이 키스 세례를 퍼붓는 광경까지 슬쩍 보았음에도.
***
한밤중, 아직도 연회는 끝나지 않았다.
“유진.”
문득 유진은 시선을 돌렸다.
취기가 올라 잠시 바람을 쐬러 바닷가로 나왔는데, 예상치 못한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호위도 따르지 못하게 몰래 나왔는데 언제 따라붙은 걸까?
유진이 가볍게 손을 건네며 다가섰다.
마주 잡은 손이 아주 뜨겁다.
“아직, 리셉션이 다 끝나지 않았는데.”
“그런 건 됐어. 어차피 다들 즐기느라 바쁠 거야. 게다가, 오늘밤은 부활절이잖아.”
“어라, 이런 대사는 보통 크리스마스 때 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때, 유진을 바싹 끌어당기며 손의 주인, 마리 테레즈 샤를로트가 속삭였다.
“벌써 2년이야. 이대로, 그냥 내가 귀국하면, 난 마드리드로 끌려갈지도 몰라.”
유진은 너무 가깝다고 말하려 했지만, 미처 말하지 못했다.
달이 빛나는 밤바다, 바람에 달라붙듯 나부끼는 드레스, 취기에 달아오른 홍조 어린 얼굴.
그 모든 것이 이미 취해버린 유진을 타오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마리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유진도 안다.
마드리드, 에스파냐 왕실에서는 아직도 정식 후계자를 얻지 못했다.
귀국한다면 당연히 추정상속자 마리 테레즈를 에스파냐로 부르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유진과 마리는 약혼관계일 뿐, 정식 혼인을 하지 못했다.
무언가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
관계를 영속할 연인의 증표다.
그럼에도 강철 같은 이성으로 유진은 이를 악물며 버텨냈다.
“마리, 하지만 아직 우리는 혼인을.”
이전에 폴린이 다가설 때도 유진은 참는 데 성공했다.
욕망을 이기는 일이라면, 유진은 자신 있다.
그런데 마리는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뒤로 물러나더니 몸을 돌렸다.
-사라락.
드레스가 흘러 내리고, 새하얀 등이 달빛을 받아 도드라진다.
“유진, 날 부끄럽게 할 거야?”
고개를 돌려 묻는 마리를 보는 순간, 유진은 깨달았다.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게다가 유진도 더 이상 머릿속을 타오르게 만드는 욕망을 참지 못했다.
“그럴 수는 없지, 공주님.”
유진이 바다 위를 달려가 나신의 마리를 껴안았다.
-펑! 펑! 펑!
저 멀리 축제용 폭죽이 터지는 순간.
27세의 마리 테레즈와 24살의 유진 보나파르트가 맺어졌다.
베르사유에서 만난 지 17년 만의 일이었다.
1806년 4월 3일.
유진이 유럽행 배를 출발시키기 바로 전날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