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7)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6화(37/547)
(36) 보아르네 카르텔이 총기제작 천재를 영입하다
혁명기는 참, 바쁜 시대기도 하다.
“아니, 무슨 신혼인 남편이 결혼하자마자 아내를 놔두고 가나? 간만에 오슈 씨, 아니 오슈 장군 얼굴이나 보나 했더니.”
서기 1793년 6월 초.
유진의 부름에 마르세유까지 달려온 또 다른 남자가 있다.
바로 소시에테 드 보아르네의 사장, 다마스다.
“결국, 오슈 장군은 이 마르세유에 없다는 거구만.”
다마스가 입맛을 다시며 유진에게 말했다.
결국 오슈는 신혼부인 데지레를 마르세유에 놓아두고 출진했다.
사실 카르토가 그랬듯이, 이 시대에는 전장에도 부인을 동반하는 경우는 왕왕 있다.
허나 오슈는 위험을 아내에게 감수시키는 남자가 아니다.
반대로 말하면, 데지레가 아직 오슈와 생사를 함께 할 각오가 없다는 뜻이긴 하다.
그래도 다마스는 꽤 아쉽기 그지없었다.
어쨌든 오슈는 다마스 입장에서 지인이다.
그런데 지인이 전장에서 이름을 날리는 영웅이 되었다?
만나고 싶은 게 당연하지 않은가.
유진은 피식 웃다 커피를 내밀며 대꾸했다.
“그렇다고 전쟁터에 신혼인 부인을 데려갈 수는 없잖아요, 다마스. 이거나 마셔요.”
“아, 우리 아버지는 식민지에 어머니 데려갔다고.”
“그때는 마르티니크가 평화로웠겠죠. 하여간, 잘 왔어요. 마르세유에.”
그러자 다마스는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후후, 우리 [파트롱]께서 부르시면 당연히 와야지! 또 뭘 시킬 거야?”
앙투안 드 다마스, 마르티니크 총독의 외아들이자 유진의 동업자다.
엄밀히 말하면 밀수업체인 무역회사 소시에테 보아르네의 ‘사장’이랄까.
그러나 유진이 부르자마자, 만사를 때려치고 마르세유로 달려온 것이다.
유진은 가볍게 다마스를 보다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불렀다고는 생각 안 하나 보군요.”
“에이, 원래 쉬르쿠프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보르도에서 벌어들이던 돈이 얼마인데? 심지어, 우리 산 마리아 호도 정박시켜 놓고 온 거 알아? 그거 무사할라나 몰라. 요즘 같은 세상에.”
“없어져도 상관없어요. 영국 브리간딘 급 상선이 10척이 넘으니까.”
순간, 다마스는 마시던 커피를 뱉을 뻔 했다.
“뭐? 설마 그거, 다 군용 아냐? 어떻게 빼돌린 거야?”
지금 프랑스 남부에 있을 영국 상선이라면 뻔하다.
프랑스와 영국이 교전 상태에 돌입한지 벌써 반년이다.
당연히 나포되었거나, 혹은 툴롱에서 탈취한 배다.
그럼 틀림없이 군에 몰수된 선박이 아닌가?
어떻게 유진이 군용 선박을 손에 넣었을까?
아주 당연하다는 듯, 유진이 주스를 마시며 대꾸했다.
“그야, 연줄이란 좋은 게 있죠. 소개시켜 드려요? 나폴레옹 장군이라고 이 도시, 주재 무관이십니다.”
“아, 들었어. 거, 구귀족들 다 싹 쓸어내야 한다는 강경 공화파 장군 아냐? 으, 무서운데.”
“어째 다마스 당신은 소문을 듣는 건 빠른데, 정확하지 않은 경향이 있군요. 나폴레옹 장군도 알고 보면 귀족이라구요.”
1793년 6월 현재, 나폴레옹은 강력한 자코뱅 지지자다.
파리에 있는 다마스가 들을 정도다.
물론 실은 나폴레옹도 나름 구왕실 시대, 하급귀족이다.
그러나 귀족 출신이라고 구귀족 처형에 찬성하지 말란 법은 없다.
굳이 유진에게 그 점을 지적하는 대신, 다마스가 사람 좋게 웃으며 대꾸했다.
“뭐, 그런 분은 나중에 뵙기로 하고. 뭘 하려는 거야? 파트롱.”
파트롱, 주인이라는 프랑스어.
이것은 다마스와 유진의 관계를 보여준다.
다마스에게 유진은 곧 ‘주인’인 것이다.
보아르네 회사의 주인이자, 또한 다마스가 소속된 울타리, [보아르네]의 주인.
굳이 비유하자면, 이것은 일종의 자코뱅 클럽 같은 것이다.
클레브 드 보아르네.
다마스는 자신이 이 클레브(클럽)의 멤버라고 확신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불안한 혁명기 프랑스 중앙을 돌파해, 마르세유까지 달려온 것이다.
클레브의 주인장, 유진이 불렀으니까.
유진은 가만히 다마스를 보다 싱긋 웃었다.
“우선, 기업연합집단을 만들 생각이에요. 그걸 좀 맡아줘야 겠어요.”
너무 심상한 말에, 다마스는 잠시 자신이 뭘 들었는지 다시 되새겨야 했다.
뭔가 너무 엉뚱하고 거창한 걸 맡겨버린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
다마스의 생각이 사실 맞다.
-꿀꺽, 꿀꺽, 꿀꺽!
목이 타들어가는지, 다마스가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유진은 웃으며 보았다.
이곳은 카페 보아르네 드 마르세유다.
요컨대 마르세유 보아르네 은행 건물 1층에 새로 들어선 카페라는 얘기다.
파리의 보아르네 은행처럼, 1층에 회의와 교섭을 위한 자리를 만든 것이다.
이 카페, 그리고 은행을 유진은 새로운 핵심으로 만들 생각이다.
그 전초가 바로 방금 다마스에게 말한 계획이다.
커피잔을 내려놓은 다마스가 유진에게 물었다.
“뭔 연합집단? 기업? 그게 뭐야?”
유진은 가볍게 백묵을 집어들며 답했다.
“날 파트롱이라고 불렀죠? 그래요. 나, 유진 드 보아르네가 파트롱, 곧 주인인 상회 연합체를 만들 거예요. 굳이 말하자면 ‘카르텔’쯤 되겠죠?”
파트롱, 영어식으로 말하면 상회의 ‘오너’다.
유진은 이 상회를 넘어서 현대적인 ‘기업집단’을 만들 생각이다.
카르텔, 그러니까 연합체.
물론 역사적으로는 콘체른(재벌)이나 트러스트(합동기업)가 더 정확한 용어다.
하지만 프랑스어로 설명하자니 카르텔(연합) 말고는 딱 어울리는 말이 없었다.
어차피 언어란 개념을 만들기 나름.
유진이 기업집단을 ‘카르텔’이라 호칭했으니, 앞으로 이 카르텔이 기업집단이란 뜻이 될 것이다.
당연히 이런 단어를 처음 듣는 다마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카르텔? 연합체? 어떻게?”
“보아르네 은행을 중심으로, 무역상회와 제조상회, 그리고 군수상회를 만들 겁니다.”
“어, 군수상회라고? 그거 말고는 지금도 하고 있는 거 아냐?”
무엇이 달라질까?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이 시대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게 있다.
하나의 기업이 여러 상품을 취급하는 것과, 각각의 다른 상품을 취급하는 기업이 연합하는 것은 효율이 다르다.
이를테면 비체계적인 장사와 체계적인 사업의 차이랄까.
유진은 테이블 위에 미리 준비한 백묵으로 구조도를 그렸다.
“달라요. 지금은 제가 지분을 갖고, 각각 따로 운영되고 있죠. 이제는 은행과 무역업, 제조업, 군수업을 하나로 묶어서 유기적으로 운영할 거예요.”
유진은 우선 제조업 쪽을 동그라미로 표시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죠. 아까 만났죠? 프랑수아 클라리 씨요.”
“아, 무슈 클라리. 만났지. 좋은 사람이더군.”
“오슈의 장인이기도 하죠. 사실 그 분 건강이 썩 좋은 건 아니라서, 그 아들인 에티앙과 할 사업이긴 한데. 어쨌든 그 분은 비누 제조공장을 갖고 계세요. 이걸 우리 쪽에 이번에 넘길 겁니다. 지분은 7대 3 정도, 우리가 7이죠.”
다마스가 손뼉을 쳤다.
“오, 비누! 요새 너무 비싸서 잘 못 사고 있는데! 나도 좀 싸게 주나?”
“사장님에게는 공짜로 드리겠죠. 아마, 월급 대신 줄지도.”
“월급은 줘야지! 응? 사장님이라니? 또?”
유진은 싱긋 웃으며 이번에는 은행 위에 글자를 썼다.
카르텔(Cartel).
여기에 동그라미를 다시 치더니 이름을 하나 썼다.
유진, 그 아래 다마스의 이름을.
“그래요. 보아르네 카르텔의 대주주는 나지만, 총괄 사장은 당신이 될 겁니다. 앙투안 드 다마스.”
다마스는 구조도를 뚫어져라 보았다.
본래 유진이 다마스를 영입한 이유는 니콜라스 쉬르쿠프만으로는 부족한 게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신분의 문제다.
니콜라스는 뛰어난 밀수 선원이자 신예 선장이다.
그러나 일개 평민인데다, 실은 반쯤 밀수범죄자라 대외적으로 내세우기 어렵다.
반면에 앙투안 다마스는 중세 때부터 내려온 명망 높은 다마스 가문의 적자다.
게다가 유진이 미성년자인데다, 은행에 집중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이제는 조금 다른 이유가 생겼다.
유진이 군대에 투신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나폴레옹을 따르고, 또한 혁명기 동란을 이겨내려면, 군인 신분이 최고다.
왕비 재판 문제가 가라앉아도, 군에 계속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대신 사업을 총괄 책임져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다마스다.
문득 다마스가 고개를 들었다.
“과연, 대충 알겠어. 무역업은 이번에 새로 영입된 브뤼에 소령과 쉬르쿠프가 하는 거지?”
“뭐, 결국 니콜라스가 하게 될 거예요. 브뤼에 소령은 때 되면 군으로 복귀시킬거라.”
“비누를 생산해서 교역으로 팔아 치우고, 다시 그 돈으로 수입품을 사들인다? 뭐, 커피라든가. 거기에 보아르네 마르세유 은행에서 환전과 자금 모금을 하고.”
먼저 도착한 니콜라스 쉬르쿠프가 브뤼에와 함께 시작한 밀수업.
첫 밀수는 벌써 성공했다.
마르세유에서 인근 제노바 공화국을 오가는 상행이다.
당분간 이 루트를 이용해 밀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나아가 사실상 생산된 제조품을 팔고, 현금을 회전시킬 무역업도.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사업구조를 이해했군요. 이 중심에 있는 카르텔 의사결정을 당신이 하게 되는 거죠. 이를테면 지주회사, 아니 중심회사 사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니, 근데 왜 나야? 마르소도 있잖아?”
“마르소는 안 돼요.”
유진은 단호히 대꾸했다.
“나와 같이 군대에 투신해야 하니까.”
결국 이 혁명기는 군대가 최고인 시대다.
마르소는 조직적인 두뇌를 지녔고, 용기가 있는 남자다.
감정적인 측면이 있긴 하지만, 정확한 판단을 내릴 줄 안다.
사업가로 투신해도 꽤 성공할 타입이다.
그러나 원역사에서 오슈의 친구로 방데와 라인에서 승리를 거뒀던 마르소다.
어차피 유진이 군에 투신한 이상, 보좌관은 필요할 터다.
군재가 검증 안 된 이폴리트 하나로는 부족하다.
다마스는 역시, 아쉬운지 고개를 모로 꼬았다.
“난 무슈 마르소가 사업을 더 잘할 거 같은데. 마음이 약해서. 뭐, 좋아. 계획이 다 있는 거지? 그럼, 군수는 어떻게 할 건데?”
유진은 가볍게 시계를 꺼내며 시간을 확인했다.
“역시 수공업 공장을 세워야죠.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이 있어요. 아니, 사람들이군요.”
루이 16세의 유품, 회중시계가 태엽을 찰칵거리며 움직였다.
-철컥!
이제, 유진이 군수사업에 진출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
그럼, 유진이 부른 사람은 누굴까?
“휴, 이거 이렇게 가도 되나 몰라. 무슈 브리엔, 저, 정말 우리 고용해주는 거 맞죠?”
27세의 청년, 폴리는 땀을 흘리며 물었다.
지금, 폴리 일행은 국경을 넘어 왔다.
비록 프랑스는 전쟁 중이지만, 모든 국경이 닫힌 것은 아니다.
특히 중립국을 표방한 스위스 방면은 사실상 통행이 자유로운 상태다.
아무리 그래도, 남의 나라 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전쟁 중인 나라라면 더욱 그렇다.
문득 폴리의 앞에서 말을 가볍게 몰아치고 있던 한 청년이 흘깃 고개를 돌렸다.
“아, 내 친구 나폴레옹, 아니 보나파르트 장군이 보증했다니까. 툴롱의 영웅 몰라요?”
루이 앙투안 포브레 드 브리엔.
나폴레옹의 유년학교 동기.
현직 슈투트가르트 프랑스 영사관 직원.
그 중에서도 가장 솔깃한 것은 단연 나폴레옹의 친구란 거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폴리는 확인하듯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나, 나 혼자면 사실 상관없어요. 한데, 여, 여기 내 친구도 같이 가니까 그렇죠.”
“하하하! 난 괜찮은데, 사무엘? 간만에 마르세유 여행도 하고.”
“그, 그럼 다, 다행이고.”
친구, 프랑수아 프렐라가 껄껄 웃으며 폴리의 어깨를 쳤다.
“어디, 툴롱의 영웅을 좀 보자고!”
프렐라, 그리고 폴리.
시골뜨기 행색이 역력한 두 20대 청년을 보다 브리엔이 낯을 찌푸렸다.
물론 브리엔도 사실 나폴레옹과 동갑이니까 24살이긴 하다.
또한 이 두 사람은 스위스 베른에서는 꽤 유명하다.
총기 애호가이자 아마추어 발명가로 말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일개 스위스 도시인 베른의 얘기다.
툴롱의 영웅, 나폴레옹이 특별히 관심을 보일 만한 상대일까?
나름 외교관 직원, 브리엔이 특별히 모셔올 거물 기술자도 아니다.
만약 나폴레옹의 서명이 담긴 편지가 오지 않았다면 절대로 브리엔은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살짝, 낯을 찌푸리던 브리엔이 눈을 번쩍 떴다.
“참, 이런 친구들을 왜 영입한다고 난리인건지. 어, 무슈 보나파르트! 여기입니다!”
보나파르트라는 이름에 기술자들도 화들짝 놀랐다.
물론 무관 일로 바쁜 나폴레옹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한가한 다른 보나파르트.
조세프가 마르세유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간만이군, 브리엔. 브리엔느 군사 학교에서 볼 때가 엊그제 같은데!”
동시에 같은 시각.
유진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보는 중이었다.
문득 유진이 홀로 중얼거렸다.
“흑과 백 중 어느 쪽이지?”
유진의 질문에 답하듯 백은문자의 알림이 떴다.
[백.]본래 유럽 도박계에서 흑은 부정을, 백은 긍정을 의미한다.
하여 흑돌을 쥐면 반대를, 백돌을 취면 찬성을 의미하는 게 전통이기도 했다.
잠시, 말고삐를 쥐며, 유진이 싱긋 웃었다.
“좋아, 그럼. 총기제조의 천재를 만나러 가 볼까? 가자구, 이폴리트.”
장 사무엘 폴리.
나폴레옹의 총기 제작자.
오늘, 유진이 만나야 할 사람이다.
***
당연히, 조세프는 오늘 만날 사람이 누군지 잘 모른다.
단지, 유진의 요청을 받았을 뿐이다.
나폴레옹이 그렇듯이.
「곧, 브리엔이 올 겁니다. 아무래도 법률고문님이 맞이해 주시는 게, 여러모로 편할 것 같습니다.」
「응? 브리엔? 나폴레옹 동기 말인가? 그 친구가 왜? 우리 사업에 끼우려고?」
「아뇨. 그 분은 돈 만지면 안 되는 분이구요. 다만, 장군의 부탁으로 데려올 사람들이 있습니다.」
유진의 말을 떠올리며 조세프는 수송마차를 향해 다가섰다.
「꼭, 영입해야 할 사람이 있죠.」
아직 브리엔느 유년학교에 나폴레옹이 다니던 시절, 조세프는 꽤 자주 학교를 드나들었다.
왜냐하면 나폴레옹에게 집에서 보내는 학자금을 전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 보았던 브리엔은 꽤 명석한 소년이었다.
이후에 군대로 가지 않고 외교관의 길을 간다는 얘기는 들었다.
만약 유진이 뭔가 사업을 크게 벌이려 한다면, 얻을만한 인재다.
하지만 브리엔은 유진의 영입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브리엔조차 거절하면서도, 특별히 유진이 스위스에서 부르는 이 친구는 누굴까?
아주 흥미로운 얼굴로 조세프가 폴리와 프렐라를 살폈다.
그때 브리엔이 낄낄 웃으며 조세프의 어깨를 툭 쳤다.
“몇 년 전 얘기 하시는 겁니까? 나폴레오네, 아니 나폴레옹은 잘 있죠?”
“그래. 프랑스식으로 이름 바꾼 만큼이나, 잘 적응했지. 이젠 장군이라고. 하하하.”
“잘 됐군요. 하하하! 저 귀국한 다음에도, 백수될 일은 없겠는데요? 신세 좀 져야겠습니다.”
조세프는 고개를 끄덕이며, 폴리 쪽을 보았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그쪽이 무슈 폴리?”
“아, 예. 제가 폴리입니다. 여, 여기는 제 친구인 프랑수아 프렐라구요.”
“핫하!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 유명한 영웅, 보나파르트 장군의 형제 분이시군요!”
한쪽은 말을 더듬으며 낯을 가리고, 다른 한쪽은 활달하다.
조세프는 두 사람을 관찰하며 눈을 가늘게 뜬 채 웃었다.
아마 수줍은 쪽이 기술 담당이고, 활달한 쪽이 영업 담당쯤 될까.
꽤 어울리는 콤비다.
반대로 유진에게 필요한 쪽이 누군지도 분명하다.
조세프는 사업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이치에 대해서는 꽤 밝은 편이다.
유진이 조세프의 ‘장인’이 된 클라리와 함께 하려는 일이 있다.
바로 ‘제조업’ 공장을 만드는 것.
그렇다면 당연히 기술자를 영입하려 들 게 뻔하다.
친밀하게 기술 담당, 폴리의 손을 붙잡으며 조세프가 말했다.
“그렇소. 오, 손이 기술자의 손이시군.”
“어, 어떻게 아십니까?”
“하하, 나도 코르시카 시골에서 자랐소. 손을 보면 대충 농부의 손인지, 법률가의 손인지, 아니면 기술공의 손인지 알지.”
문득 조세프가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아무래도 그래서, 영입하려나 본데.”
“누가 말입니까? 설마 나폴레옹 장군이?”
“아니, 브리엔이 얘기 안 해줬소? 당신들을 고용하는 건, 무슈 보아르네라오.”
그러자 프렐라와 폴리가 서로 돌아 보았다.
이미 브리엔에게 프렐라도, 폴리도 듣긴 했다.
무슈 보아르네, 그러니까 마르세유에서 사업을 크게 한다는 사람.
만약 그것뿐이었다면 아무리 프랑스 독일 영사관 직원이 소개했다 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보증인이 무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장군이라고 했다.
툴롱에서 무적 영국 함대를 물리치고, 프랑스 항구를 해방시킨 자.
그 명성은 아직 국경을 넘을 정도는 아니지만, 병기 애호가 폴리와 프렐라는 충분히 들었다.
바로 그 보나파르트 장군이 보증한 자.
보아르네, 대체 누굴까?
말더듬이, 폴리가 조심스레 물었다.
“드, 듣긴 들었는데, 그게 대체 누구······.”
그때 조세프가 고개를 돌리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아, 저기 오는군! 무슈 보아르네! 무슈 이폴리트도 있군! 이쪽입니다!”
꽤, 키 작은 말을 타고 군복을 입은 자가 수행원과 함께 오는 게 보였다.
그런데 어째 말 위에 있는 사람도 키가 작다.
아니, 그게 아니다.
어리다.
폴리가 눈을 부릅뜨다 입을 쩍 벌렸다.
“아니, 애새끼잖아?”
이번만은 총포기술 전문가, 폴리도 전혀 말을 더듬지 않았다.
반대로 조세프는 말문이 막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한 기분에 휩싸였다.
깜박 잊었던 것이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여전히 유진은 아직 13살도 안 된 애라는 사실을.
“아니, 그러니까. 저 소년은, 아니 저 소령은······. 엄청 부자라오!”
폴리가 유진을 처음 만난 날의 일이었다.
***
그럼 유진은 이 무례한 폴리를 왜 힘들게 브리엔까지 동원해 영입했을까?
“크흠! 실례했소. 뭐, 파리에서 유명한 금융신동이시라고?”
재빨리 수습하듯 말하는 쪽은 정작 폴리가 아니라 프렐라다.
게다가 사실 폴리만이 아니라 브리엔도 낯을 잔뜩 찡그리고 있다.
기껏 나폴레옹의 부탁이라 먼 길을 왔는데 ‘애새끼’ 부탁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무엇보다 브리엔은 꽤 기억력이 좋다.
“저번에 마르세유에서 본 얼굴이군.”
4년 전 일을 입 속으로 되뇌이는 브리엔을 보다, 유진이 피식 웃었다.
“그때는 미처 인사를 못 드렸군요. 무슈 브리엔.”
“날 아시오? 무슈, 보아르네? 보아르네 장군 아드님인가?”
“그렇습니다. 보나파르트 장군 아래서 부관직을 맡고 있죠.”
브리엔은 눈을 치뜨다, 묘하게 웃었다.
“뭐, 나폴레옹은 생각이 있겠지. 알겠소.”
어릴 때부터 나폴레옹을 보아온 친구, 브리엔이다.
나폴레옹의 비범함 또는 엉뚱함은 실컷 보아서 알고 있다.
일전에 마르세유에서 유진을 볼 때도, 무슨 유부녀에게 반했다고 헛소리를 하던 나폴레옹이 아닌가?
변덕이든, 혹은 이유가 있든 나폴레옹이 결정했다면 말릴 수 없다.
그렇게 대충 납득한 브리엔이나, 수습하려는 프렐라와 달리, 여전히 납득 못한 사람도 있었다.
폴리가 말을 더듬으며, 커피를 연신 들이키다 유진을 향해 쏘아 붙였다.
“사기는 아니겠지? 대체 왜 부른 거지? 호, 혹시 돌려보낼 거면 여비는 줘야 해!”
이런 상황을 한심하게 보던 다마스가 혀를 찼다.
“이 시골뜨기들, 꼭 같이 일해야 하는 거야?”
“아니, 시골뜨기라니! 당신은 어디 출신인데!”
“나? 당연히 파리지. 뭐, 마르티니크에서 자라긴 했지만. 하하하!”
알고 보면 스위스보다 더 깡촌인 마르티니크가 사실상 고향, 다마스가 뻔뻔하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보던 유진이 피식 웃었다.
어쨌든 사업을 맡기려면 이런 뻔뻔한 면모도 필요한 법이다.
반면 겉보기에 시골뜨기인데다 촌스럽고, 말더듬이지만 폴리는 중요한 인물이다.
장 사무엘 폴리.
원역사, 프랑스 최초로 화약과 탄약이 하나가 된 ‘독립탄’을 만들어낸 병기제조자.
기구를 이용한 비행선 개발자.
그러나 이 사람은 사실 더 유명한 기술공의 스승으로 역사에 남았다.
존 니콜라스 폰 드라이제.
최초의 ‘대량생산’된 후장식 바늘소총의 개발자.
그럼 드라이제를 영입하면 되지 않을까?
애석하게도 드라이제는 지금 6살이다.
때문에 유진은 폴리를 영입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구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자랄까.
유진은 다마스를 보며 가볍게 일렀다.
“친하게 지내도록 해요, 다마스. 당신이 경영자로서 일한다면, 이 분들이 군수공장을 책임지실 겁니다.”
“대체, 이 친구들에게 뭘 제작하게 할 건데? 뭐, 대포라도?”
“아니, 후장식 머스킷이요.”
유진은 이 자리에 있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단언했다.
“이 분들이 우리가 마르세유에 세울, 군수공장의 엔지니어가 되어줄 겁니다. 첫 작품은 후장식 소총이죠.”
순간, 폴리가 가장 먼저 경악해 벌떡 일어났다.
“자, 잠깐, 후장식이라니? 난 그런 얘기 못 들었소. 그리고 그게 어떻게 가능하단 거요?”
후장식 소총, 그러니까 총탄을 총구가 아니라 총신의 뒤쪽으로 장전하는 총이다.
이른바 브리치로딩이라고 불리는 방식.
현대에는 당연해 보이지만, 18세기 말에는 대포도, 총기도 전장식이 상식이다.
왜냐하면 후장으로 장전할 경우, 화약폭발을 일으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나름 군인의 아들인 다마스도 머리를 긁적이며 끼어들었다.
“어, 그래. 총은 원래 앞에서 장전하는 거 아냐?”
“그렇게 생각해요? 만약 이미 후장식이 있다면?”
“뭐?”
유진이 손을 튕겼다.
-척!
그때다.
이폴리트가 길다란 장총을 하나 들고 왔다.
유진은 장총을 보며 눈을 빛냈다.
“자, 소개합니다. 세계 최초의 후장식 소총, 퍼거슨 라이플입니다.”
드라이제 소총 이전 전장에서 쓰였던 후장식 소총.
퍼거슨 라이플을 유진이 입수했던 것이다.
***
사실, 엄밀히 말하면 후장식 소총 자체는 이미 16세기부터 존재했다.
저 유명한 펠리페 2세의 애장품 중에도 후장식 소총이 있을 정도다.
단지 대량생산된 적이 없고, 실용화가 더뎠으며, 일종의 기호품으로 만들어졌을 뿐이다.
그러면, 지금 유진과 모두의 눈앞에 있는 물건은 뭘까?
미국 독립전쟁 때, 영국이 썼던 물건이다.
또한 영국이 버린 물건이기도 했다.
이폴리트가 휘파람을 불며, 장총을 들어 보였다.
“휴, 밀수하느라 죽는 줄 알았어. 아, 물론. 내가 아니라 니콜라스가.”
“이게 뭔가, 이폴리트?”
“여, 간만입니다? 다마스. 이걸로 말할 것 같으면.”
이폴리트는 총을 들더니, 나사를 꽂아 총기 뒤에서 화약과 원형의 탄알을 장전했다.
-척, 척, 척!
그야말로 순식간에 탄알이 약실에 들어갔다.
곧이어 나사를 한 바퀴 돌리더니 공이가 닫힌 찰나.
이폴리트가 총을 들어 전방을 겨눴다.
-탕!
빠르다.
총알이 쏘아져 벽에 박혔지만, 모두가 총탄 자체는 보고 있지 않았다.
너무나 빠른 장전 속도에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유진이 이폴리트의 총을 받아들며 웃었다.
“보다시피, 후장식 소총. 패트릭 퍼거슨의 플린트락 라이플입니다. 미국 독립전쟁 때 영국군이 쓴 거죠.”
이른바 브리치 블록, 그러니까 탄알이 아닌 [블록]을 교체하는 후장식 소총이다.
미국 독립전쟁 때 영국군 대위, 패트릭 퍼거슨이 처음 개발했다.
분당 발사 속도는 6발 내외.
보통 머스킷 사수의 연사 속도는 1분당 2발이다.
아주 숙련된 사수나 겨우 3발을 쏘는 것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빠르다.
브리엔도, 다마스도, 프렐라도 놀라 입을 쩍 벌렸다.
“세상에 이런 물건이!”
“아니, 이걸 어떻게 만들었지? 맙소사.”
“이거라면, 연사가 충분히 가능한데? 이게 기술적으로 가능해? 폴리?”
폴리가 말없이 뚫어져라 라이플을 보는 가운데, 유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대신 문제가 있죠. 이건, 비싸요. 단가가 보통 머스킷의 10배니까. 게다가,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으면 이 나사가 쉽게 부러져요.”
“10배? 그럼 군수품으로 납품할 수가 없잖아?”
“그러니까 싸게 쏠 수 있는 걸 만들어야죠.”
문득 유진의 시선이 폴리를 향했다.
“당신의 솜씨를 기대합니다, 폴리.”
사실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결국 후장식 소총의 관건은 화약 폭발에 따른 가스를 밀폐처리하는 거다.
아주 정교한 장전폐쇄기가 요구된다는 뜻이다.
후일 원역사에서 이 문제에만 매달린 드라이제도 1836년에나 성공한다.
그러나 폴리는 약간 ‘천재과’의 인물이다.
원역사에서는 이 천재성을 총기보다 비행선에 쏟아 붓다 파산한다.
지금 천재 기술자, 폴리가 후장식 소총에 꽂혔다.
폴리는 눈을 번뜩이며 유진을 정시했다.
“좋아, 해보지! 후장식!”
이 순간, 보아르네 군수공장의 총 공장장이 결정되었다.
천재 총포기술자, 폴리로.
1793년 6월 6일, 아직 이른바 혁명력이 시작되기 이전 시기.
보아르네 카르텔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진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