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71)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71화(372/547)
(371) 재상은 부왕이 싫다
그럼에도 바쁘지만 평화로운 내정만 하며 지낼 수 없는 게 곧 패권국가, 제국이다.
“역시, 에스파냐에 개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캉바세레스 제국대재상 각하?”
문득 장 자크 캉바세레스는 퇼르리 궁전, 내각 회의실에 들려온 말에 눈썹을 치켜떴다.
방금 전까지 다른 문제를 논의 중이던 제국의 신료와 장관들도, 모두 똑같은 표정이다.
만약 이 말을 그저 일개 장관이나 비서가 했다면 가볍게 무시했을 것이다.
허나 입을 연 남자가 탈레랑이기 때문에 아무도 무시할 수가 없다.
가만히 심기를 다스리다, 캉바세레스가 부드럽게 말했다.
“갑자기? 우리는 지금 헝가리 문제를 논하고 있소. 탈레랑 외무장관.”
“헝가리 문제는 분명 중요하긴 하지요. 나아가 카를 대공, 아니 카를 국왕이 우리의 중요한 동맹인 투르크를 넘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게 잘 아시면서, 난데없이 왜 에스파냐를 거론하는 거요?”
그러자 탈레랑이 우아한 태도로 답했다.
“그건 우리의 적이 [영국]이기 때문입니다.”
너무 뜬금없는 화법이다.
물론 이 자리에 있는 [황제내각] 대신들은 탈레랑의 비유적 말버릇에 익숙하긴 하다.
또한 황제만 해도 걸핏하면 뜬금없는 얘기를 꺼내 닦달하는 게 다반사다.
허나 그래도 헝가리 사안을 거론하는데, 에스파냐 개입을 해법으로 내놓고, 다시 영국이 이유라니 너무하지 않은가?
나름 국무장관으로 내각의 수반인 위고 마레가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이 문제는 그렇게 보실 일 같지 않습니다.”
“마레 국무장관님, 외교는 제 일입니다.”
“영국과 우리 프랑스가 상호 경쟁관계이긴 하지만, 적이라 하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게다가 영국과 적이라 한들, 왜 에스파냐에 개입해야 한단 말입니까?”
캉바세레스의 속마음도 같다.
다만 대재상은 직위는 높지만, 엄밀히 말해 명예직이다.
이른바 나폴레옹 민법전을 사실상 만든 캉바세레스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주어진 지위랄까.
무엇보다 황제의 직신 지위라 내각과 황제를 연결하는 게 대재상의 직무다.
그 때문에 특별히 의견을 말하지 못할 뿐이다.
지금 논의되는 안건은 헝가리 사태다.
헝가리가 급격히 군비를 확장하더니 동부로 군대를 배치하고 있다.
그런데 헝가리의 동쪽에 있는 나라는 2개 뿐이다.
하나는 대국 러시아고 다른 하나는 오스만 제국이다.
당연히 오스만 제국을 겨냥한 배치라는 것을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제국내각이 긴급히 모인 이유다.
이 상황에서 뜬금없이 에스파냐 타령을 하니 어이없는 게 당연하다.
단지 탈레랑의 위세가 워낙 높으니 예의를 차리는 거다.
그때 장 앙투안 샤프탈 내무장관이 입을 열었다.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혹시 제가 모르는 외교 분쟁이나 전략 문제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프랑스는 해외에 개입할 여유가 없습니다.”
샤프탈은 뤼시앵의 후임이다.
본래 과학자로 라플라스와 학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성 높은 신예학자였다.
허나 기술관료를 중시하는 나폴레옹이 발탁한 후, 샤프탈의 인생은 변했다.
국내 행정과 내정 전반을 관리하는 전천후 [개발] 관료가 된 것이다.
때문에 신참이지만 말에 무게감이 있어, 탈레랑도 마레처럼 무시하는 대신 우아하게 되물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오? 샤프탈 내무장관님?”
“법치, 교육, 산업, 도로, 무역. 내정의 모든 면에서 지금 프랑스는 재건국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만일 해외개입을 한다면, 특히 도로와 산업건설에 쓰여야 할 재원이 사라질 겁니다.”
“샤프탈 장관님께서 참 밝게 보시는군요.”
가볍게 칭찬을 건넨 탈레랑이 문득 눈을 번뜩였다.
“하지만 만약 대륙봉쇄가 펼쳐져, 교역이 전면 중단된다면? 그러면 내정에 투자할 자원 부족이 문제가 아니겠지요?”
샤프탈은 눈을 크게 떴다.
지금 샤프탈이 말한 것처럼, 프랑스는 전면적인 환골탈태를 겪고 있다.
농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상공업, 특히 증기기관 기반 공업 중심으로 바꾸는 중인 탓이다.
특히 석탄과 철광석이 나는 라인 동부 일대와 프랑스 중앙을 연결하고, 다시 보르도와 방데 항구 일대로 교역을 진행하는 [크루아], 곧 십자가 라인 개발이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항구가 전면 봉쇄된다니, 당장 대영 무역도 중단된다는 얘기가 아닌가?
영국만 중단된다면 차라리 낫지만, 식민지 이집트나 북유럽과 연결된 교역망까지 끊기면 경제에는 치명적이다.
다급히 캉바세레스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대륙봉쇄라니, 뭔가 들은 게 있소?”
“없습니다. 다만, 영국이 미합중국과 싸우며 벌이는 전략은 압니다. 전면 해양봉쇄, 곧 미국에서 출발하는 모든 배를 가로막고, 나포하고, 격침하는 중이죠.”
“그런, 무도한 짓을! 미국 국적 선박만 있는 게 아닐 텐데!”
그러고 보니 최근 신대륙 무역이 줄어들고 있다.
사실 영국이야 신대륙과 소통하는데 8주지만, 더 먼 프랑스는 최소 3개월이다.
또한 영미전쟁이 발발했다는 소식 정도는 장관들도 알고 있었다.
허나 그 결과 신대륙 해양봉쇄가 벌어졌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탈레랑은 우아한 태도로 웃으며 장관들을 돌아보았다.
“영국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기죠. 자, 헝가리를 논하고 있다고 하셨지요? 그런데, 헝가리 뒤에 누가 있을까요?”
순간, 한때 영국 대사를 지낸 귀족 정치인, 마레가 벌떡 일어났다.
“합스부르크 가문이 아니란 말이오?”
“천만에요. [하노페]입니다. 프로이센이 아직 하노페 왕국을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탓에, 영국 스파이들이 하노페를 기점으로 대륙을 쏘다니고 있지요.”
“그럼, 헝가리 카를 국왕이 오스만 제국을 노리는 게, 전부?”
마레도 바보는 아니다.
사실 원역사에서 마레는 나름 나폴레옹의 총애를 받으며, 준 재상 노릇을 한다.
다만 지금은 유진이 사라지면서 생긴 권력공백을 탈레랑이 차지한 탓에, 핵심에서 밀려났을 뿐이다.
또한 정보를 장악한 푸셰와 탈레랑이 원래 그랬던 것보다 더 친밀한 점도 한 몫 했다.
탈레랑이 단숨에 진실에 도달한 마레에게 가볍게 손뼉을 쳐주었다.
“맞습니다. 영국의 피트가 저지르는 짓입니다. 게다가 피트의 손길은 러시아까지 향하고 있죠.”
이번에는 캉바세레스가 눈을 크게 떴다.
“아니, 러시아라니, 그게 대체.”
“잠깐, 그게 에스파냐와 무슨 상관이오?”
“어, 그러고 보니 카르노 전쟁장관의 말이 맞군. 에스파냐는 왜 개입해야 하는 거지요?”
러시아 얘기가 걸렸지만, 캉바세레스는 재차 에스파냐 건에 대해 물었다.
어쩐지 걸리는 문제가 있었던 탓이다.
탈레랑 외무장관은 아주 우아한 태도로 설명했다.
“아주 간단한 이치입니다. 에스파냐를 완전히 프랑스 수중에 넣어야, 비로소 영국의 해양 봉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캉바세레스는 미간을 찌푸린 채 탈레랑을 응시했다.
한때 악명높은 집행위원회의 일원이었던 캉바세레스다.
다른 모든 장관이 납득해도, 캉바세레스는 탈레랑이 진짜 중요한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음을 안다.
바로 권력의 문제다.
현재 에스파냐는 모자란 권신과 국왕의 혼미로 국정 혼란 상태인 것은 맞다.
이를 빌미로 프랑스가 개입해 주도권을 잡는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에스파냐 최고 권력, 국왕 문제에 가장 가까운 프랑스인 둘이 이미 있다.
유진과 마리다.
탈레랑은 두 사람에 대해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캉바세레스는 일생 권력싸움에 개입한 적이 없는 사람이다.
“일단, 외무장관이 기획안을 만들어 보시오. 그럼, 폐하께 상주하겠소.”
그게 황제가 가장 총애하는 양자와 가장 총애하는 신하의 권력투쟁이라면 더욱 그렇다.
***
확실히 미식가의 명성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고, 콜랭쿠르는 생각했다.
“무슈 카렘, 오늘 요리는 아주 좋군. 이름이 뭐라고?”
문득 콜랭쿠르는 눈앞의 [호스트]가 말하는 말에 시선을 돌렸다.
마리 앙투안 카렘, 본래 거리의 버려진 아이였던 소년이다.
허나 지금은 왕실에서 쫓겨난 요리사들에게 거듭 요리 비법을 전수받은 끝에, 파리 최고의 요리사로 불리는 청년이었다.
워낙 미식으로 유명한 정치가, 탈레랑에게 고용되어 전속 요리사로 일하는 중이었다.
카렘이 자신의 주인, 탈레랑을 향해 웃으며 답했다.
“에스카르고, 달팽이 요리입니다. 부르고뉴에서 주로 사용하는 요리법으로 만들었습니다.”
갑자기 달팽이라고 하니, 이상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구역질을 하기에는 너무 맛 좋은 음식이었다.
주인인 탈레랑도 마찬가지인지 껄껄 웃으며 손뼉을 쳤다.
“호오, 역시 훌륭하군. 진미야.”
“과찬이십니다.”
“이 요리를 다음 번에는 러시아 대사에게 대접해 주게.”
문득 탈레랑이 입가를 틀며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아주 좋아할 거야.”
어쩐지 러시아 대사 당통에게 골탕 먹이려는 수작 같다고 콜랭쿠르가 생각할 찰나였다.
“콜랭쿠르 영사, 어디까지 얘기했지요?”
“예, 외무장관님. 당통 대사께서 많은 우려를 표방하고 계십니다.”
“흐음. 어떻소. 암살이 이뤄질 것 같소?”
러시아 모스크바 영사, 콜랭쿠르는 가만히 미간을 좁히다 당통의 분석을 읊었다.
“영국에서 찰스 휘트워스 남작이 전권특사로 왔습니다. 이 자는 동유럽 전문가로, 러시아 대귀족들과 커넥션이 깊습니다. 또한 막대한 정치자금을 동인도회사로부터 받고 있답니다.”
찰스 휘트워스, 전임 대사인 존 스펜서 스미스와 달리, 정치 공작으로 유명한 남자다.
또한 원역사에서 차르 파벨을 암살한 장본인이기도 했다.
물론 탈레랑도, 콜랭쿠르도 역사는 모르지만, 영국의 음험한 음모 수법은 안다.
사실 영국은 나폴레옹도 통령 시절 암살하려 하지 않았던가?
분명 반영정책을 펴고 있는 차르 파벨에 대한 [쿠데타]가 준비되고 있을 것이다.
“암살 음모 가담자는?”
“페테르 루드비히 폰 팔렌 백작, 니키타 페트로비치 파닌, 그리고 니콜라이 알렉산드비치 주보프 백작입니다.”
“파닌이야 애송이고, 주보프 백작이 문제군. 차르는 이 사실을 알고 있소?”
러시아 주요 인사들마저 꿰고 있는 탈레랑에게 내심 감탄하다, 콜랭쿠르가 어깨를 으쓱였다.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조차 불신하니, 손을 쓸 수 있을 리 없지요.”
한 마디로 차르의 인간 불신이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차르를 믿는 인간도 없다는 거다.
혹, 자식들이라도 차르를 돕는다면 모르겠는데, 지금 차르는 알렉산드르를 비롯한 후계자들도 의심 중이다.
골똘히 생각하며 커피를 마시다, 탈레랑이 일렀다.
“역시, 에스파냐 개입을 서둘러야겠군. 일단, 러시아로 돌아가는 건 잠시 멈추시오.”
“어떻게 하실 겁니까?”
“곧, 부왕이 돌아오지 않소?”
문득 탈레랑은 사람 좋은 웃음을 머금은 채, 무시무시한 얘기를 꺼냈다.
“허락 없는 귀국을 하는 벌을 받아야지.”
잠시 눈을 굴리다 콜랭쿠르는 커피잔으로 시선을 피했다.
아무래도 무관의 재상이 무관의 왕자와 한 판 붙을 모양이었으니까.
***
어두운 밤, 파리는 아직 불야성과는 거리가 멀다.
“유진 프라이슈츠가 옵니다. 외무장관.”
런던은 조금 달라서, 밤에도 램프가 켜져 있는 저택으로 가득했다.
하긴 귀족들이 지배하던 시절에는 파리도 대저택 정도는 불야성이 아니었던가.
어떤 의미에서 제정은 정말 시민과 맞닿아 있는 정치제도일지도 모른다.
묘한 미소를 머금은 채, 상념에 잠겨 있던 탈레랑이 고개를 돌렸다.
그 뒤에 침실까지 달려온 초조한 얼굴의 남자, 경찰장관 푸셰가 서 있었다.
“자네보다, 내가 먼저 알았다네. 무슈 푸셰.”
“내버려 둘 겁니까?”
“그럼 오는 길에 암살이라도 할까?”
푸셰가 다급히 외쳤다.
“황제 훈령도 없는데, 멋대로 오는 거 아닙니까. 당장 재추방해야 합니다!”
사실 친 유진파에 가까운 살리체티 앞에서는 태연한 척했던 푸셰다.
허나 본심은 유진의 귀환 소식에 아주 불안했던 것이다.
본래 유진을 추방하다시피 신대륙으로 보냈던 게 누구였던가?
푸셰, 탈레랑, 그리고 나폴레옹이다.
그런데 나폴레옹은 부하들을 책임져 주는 자가 전혀 아니다.
그러니 푸셰와 탈레랑이 알아서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유럽에 돌아와 복수심에 불타며 달려들 유진 프라이슈츠, 마탄의 사수가 쏠 마탄으로부터.
하지만 탈레랑은 웃으며 엉뚱한 답을 내놓았다.
“가장 간단한 건 에스파냐 왕이 되도록 만드는 거지. 그럼, 파리에서 다시 멀어진다네.”
“예? 잠깐만요. 뭐가 되게 해요?”
“마리 테레즈 공주와 약혼시킬 때부터 가능했던 미래 아닌가? 신대륙에서 황열병이나 걸려 죽을 줄 알았는데, 명줄이 길단 말이야.”
가볍게 악의적인 농담을 하다, 탈레랑이 창밖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럼에도 돌아온다면, 우리도 조금쯤 귀환 선물은 준비해야지. 후후.”
에스파냐는 혼란에 빠져 있다.
이곳을 장악한다면, 프랑스에 이익이며, 장래 영국이 행할 봉쇄령을 돌파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만약에 다른 자가 에스파냐 왕이 되려 했다면 탈레랑은 극력 반대했을 것이다.
원역사 조세프가 왕이 될 때 그랬듯이 말이다.
하지만 유진이라면 다르다.
후진국 에스파냐 따위는 충분히 장악할 수 있다.
프랑스 제국이라 해도 마찬가지라는 게 문제겠지만.
순간, 탈레랑이 입가를 비틀었다.
“이 제국은 절대로 프라이슈츠에게 줄 수 없어. 제국을 만든 건 나고, 황제도 내가 결정한다.”
이것이 유진을 인정하지만, 동시에 싫어하는 탈레랑이, 에스파냐로 다시 부왕을 보내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