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72)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72화(373/547)
(372) 보르도의 해안으로 부왕이 돌아왔다
보르도, 프랑스가 대서양으로 나아가는 가장 크고, 유서 깊고, 상징적인 항구도시다.
“하지만 여기서 또 다시 대서양 연락이 끊긴 지가 벌써 반년이군. 쯧!”
문득 쉬르테의 고참 요원, 비독이 망망대해를 보다 투덜거렸다.
물론 비독의 말은 조금 과장이다.
일단 최소한 3개월 전까지는 연락선 정도는 오갔으니까.
허나 이후로는 영미전쟁에 이어 프영충돌까지 카리브해에서 벌어진 탓에, 배가 쉽사리 오가기 어려웠다.
문득 비독이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쉬르테 부하 요원을 돌아보며 한 마디 던졌다.
“심지어 우리 기관의 수장도 연락이 끊긴 거 알아? 혹시 신대륙에서 뒈진 거 아닐까?”
“비독, 말조심하게. 그러다 로슈자클랭 [총장]이 돌아오면, 자네는 모가지야.”
“아, 우리 진짜 수장은 사실 따지고 보면 부총장 당신 아뇨. 무슈 엘리. 그건 그렇고 정말 아무 소식도 없소?”
물론 쉬르테 부하 요원이 안절부절못하는 진짜 이유는 부총장 자코프 엘리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 걱정되나, 비독?”
엘리가 비독을 보며 질문하자, 비독은 코웃음을 쳤다.
“아, 걱정은 무슨! 총장이 내게 미지급한 보수가 얼마인 줄 아쇼! 무려 3천 리브르요! 프랑으로 따지면 1만 프랑이 넘소!”
그러니까 돈 문제가 걸려 있었던 것이다.
물론 비독도 나름 로슈자클랭이 걱정이 되긴 한다.
일단 신대륙은 황열병을 비롯해 신종 전염병이 무척 많다.
또한 로슈자클랭은 단순히 유진만 수행한 게 아니라, 미국과 에스파냐에 미개척지 캘리포니아 일대까지 돌아다녀야 했다.
대부분 기존 탐험가들이 개척한 경로를 오갔지만, 그렇다고 쉬운 길은 아니다.
도중에 원주민에 습격당할 수도 있고,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는 길이었다.
그러니 총장이 죽어 버릴 수 있다고 직원이 걱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돈 문제가 가장 크긴 했지만.
3천 리브르면 유진 같은 거부에게는 작은 돈이지만, 비독 같은 서민에게는 저택 한 채 값이다.
그때 엘리가 지나가듯 말했다.
“뭐, 에스파냐 쪽에서 들어온 정보는 있네.”
“엥? 그걸 왜 지금 말하는 거요? 오르탕스 공주님이 내게 요새 얼마나 닦달하는지 아시오?”
“흠, 그거라면 더 당할지도 모르겠는데. 왜냐면 드제는 신대륙에 남기로 했다고 하거든.”
비독은 눈썹을 치떴다.
황제의 양녀이자 황후의 친딸, 신제국 프랑스의 공주 오르탕스의 혼사는 파리 사교계의 커다란 관심사다.
특히 오르탕스가 구왕정 시대 기준으로는 이미 과년한 처자라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쉬르테 요원쯤 되면 오르탕스가 드제에게 푹 빠져 신대륙에 편지를 매월 보낸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런데 드제가 신대륙에 남는다?
틀림없이 오르탕스가 난리가 날 법한 소식이다.
허나 비독 같은 고위요원이 되면 국제정세부터 생각하게 된다.
“그럼, 신대륙 방면 전쟁은 모두 드제 장군이 맡는 거요?”
“해전은 로베르 쉬르쿠프 제독이 맡을 걸세. 물론, 정식으로 교전이 선포되면 말이지.”
“곧 선포되지 않겠소? 어차피 영미전쟁 배후에 프랑스가 있다는 거, 런던에서도 다 알 거 아뇨.”
물론 신대륙과 유럽의 소통 시간 차를 이용해 유진이 계교를 부려놓긴 했다.
그럼에도 영국이 프랑스가 배후에 있음을 짐작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엘리는 고개를 저었다.
“글쎄, 미국 독립전쟁 때 말이야. 당시 미국 편에는 우리만 섰던 게 아니라네.”
“무슨 소리요, 그게?”
“알고 보면 에스파냐, 그리고 프로이센까지 미국에 지원했지. 물론 중립국을 가장해서, 용병을 보내는 형태를 취했지만 말이야.”
그때만 해도 엘리는 일개 청년 하사관이긴 했지만, 큰 판이 돌아가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예컨대 미국 독립전쟁 당시, 에스파냐와 프로이센이 합세해 반영정책을 폈다는 것도.
그런데 정작 영국이 적수로 삼아 싸운 상대는 노골적으로 국가함대를 보낸 프랑스뿐이다.
만약, 노골적으로 영국이 전유럽과 싸웠다면, 단순히 신대륙을 잃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정식 선전포고란, 의외로 간단하지 않은 선택지야. 영국은 당연히 우리도 적국으로 돌리고 싶겠지만.”
그러자 비독이 으스대며 다른 정보를 내놓았다.
“그럼, 이 얘기는 들으셨소? 이번에도 에스파냐 왕비가 사산했다는데.”
“또? 벌써 두 번째지? 자넨 그건 또 언제 들었나?”
“아, 나야 에스파냐발 직통 소식은 모르지만, 외교부에 첩자가 있잖소? 탈레랑 집안 하녀가 내 애인이라오. 흐흐흐.”
잠시 여성편력을 자랑하던 비독이 목소리를 낮췄다.
“한데 묘한 얘기가 마드리드에서 돈다고 합디다. 두 사산아 전부, 왕이 아니라 고도이 자식이라는 얘기가 말이오.”
에스파냐 왕비, 마리아 루이사는 그 사이 후계자 생산을 위해 전력을 다했다.
다만 두 차례나 임신했지만 모두 조기 사산하고 말았다.
그런데 마드리드 정가에서는 이 아이들의 부친을 권신 고도이로 지목한다는 거다.
엘리가 미간을 좁혔다.
“정말인가?”
“그걸 어떻게 알겠소? 왕과 왕비와 고도이만 알겠지.”
“하지만 에스파냐 귀족들은 정말이라고 믿는다는 거지?”
비독이 어깨를 으쓱였다.
“당장, 육군 수장인 돈 페드로 카로이 수레다, 로마냐 후작이 가장 떠들고 다닌다오.”
물론 로마냐 후작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잠정 추정상속인인 마리 테레즈의 위치가 더욱 중요할 수 있다.
무엇보다 권신 고도이부터 마리 테레즈 확보에 나설지 모른다.
머리를 굴려보던 엘리가 혀를 찼다.
“부왕 전하와 공주님이 돌아오시면, 아주 골치 아픈 일에 직면하시겠군.”
“그 소문은 사실이오? 전하들이 오면, 바로 에스파냐로 보내 버린다고?”
“황제 폐하나 외무장관은 그러고 싶겠지. 하지만 황후 폐하가 그렇게 내버려 둘까?”
파리도 복잡하다는 얘기다.
사실 엘리는 거기까지는 모르지만, 나폴레옹만 해도 유진을 필요로 한다.
물론 나폴레옹은 전쟁을 염두에 둔 탓이긴 하지만.
그때 황실의 속사정은 정확히 몰라도, 눈은 좋은 엘리와 비독의 부하, 세자르 하보가 외쳤다.
“일단, 한 가지는 확실하군요. 저 배가 도착하면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러자 비독이 시선을 돌리다 환호성을 터뜨렸다.
“어, 내 빚을 받을 수 있겠군! 환영하오, 빚쟁이 로슈자클랭!”
저 멀리, 구식 프랑스 삼색기를 단 배 3척이 다가오고 있었다.
뿌연 증기를 뿜어내는 노틸러스 호를 선두로 한 채로.
***
물론 로슈자클랭은 아주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난 모르는 돈인데?”
3천 리브르, 곧 1만 프랑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표정이다.
사실 프랑스를 떠난지 4년이나 된 데다, 상호간에 차용증을 쓴 것도 아니니 잡아떼기도 쉽다.
물론 비독 입장에서는 펄쩍 뛸 소리였다.
“이럴 수가! 내게 성공수당으로 약정한 돈 아니오! 어떻게 모른 척할 수 있소!”
“자네 쉬르테 정식 요원 아닌가? 그럼, 월급으로 만족해야지.”
“아니, 애초에 난 성공보수를 받기로 하고 채용된 몸 아니오! 3천 리브르, 내놔!”
그때 비독 앞에 은화꾸러미가 떨어져 내렸다.
-쩔렁!
비독이 고개를 돌리자, 배에서 내리던 유진이 보였다.
“전하, 이렇게 사여금을 남발하면 요원의 버릇이 나빠집니다.”
“됐어, 로슈자클랭. 그보다 비독, 이거면 충분하겠나?”
“오호, 역시 관대하신 부왕 전하! 감사합니다. 잠깐, 이거 뭡니까?”
유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는 비독에게 간단히 대꾸했다.
“달러 은화지. 내가 신대륙에서 오다 보니 프랑으로 된 돈이 부족해서.”
유진이 신대륙에서 거주했던 것도 벌써 4년이다.
그동안 가져갔던 알루미늄 은화나 본국에서 수송된 은화는 거의 다 써버린 뒤다.
이후로 미국과 교역을 하며 확보한 은화나 누에바 에스파냐산 은화를 자주 사용하곤 했다.
이번에 귀국할 때도 미국 달러은화를 가져온 것이다.
물론 나름 유진 입장에서는 후세에 남을 기념품을 수집한다는 취지도 있긴 했지만 말이다.
“이거, 위조은화는 아니겠죠?”
“나중에 환전상에게 가서 확인해 보게. 그보다, 쉬르테가 가장 먼저 마중 나올 줄은 몰랐군.”
“아, 그야 저는 돈 받으러 온 거고, 부총장은 보고할 게 있어서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지요.”
비독의 말에 엘리가 쓴웃음을 짓다, 우아하게 허리를 숙였다.
“인사드립니다. 부왕 전하. 제가 보르도로 수행한 경우는 많아도, 이렇게 맞이하게 되는 건 처음이군요. 공주님도 강녕하셨습니까?”
한때 유진과 함께 마르티니크로 가기도 했던 엘리다.
허나 투르네는 유진의 호위장이 되고, 고미는 밀라노 방크에 자리잡는 동안, 엘리는 쉬르테의 사실상 수장이 되었다.
예전, 오슈와 마르소가 함께 했던 여행을 유진이 회상하고 있을 때였다.
마리가 생긋 웃으며 유진을 껴안은 채 답했다.
“무탈해요. 다만 폴린 황녀님은 배멀미가 심해서, 좀 쉬었다 나올 거 같네요.”
“그렇군요. 모후 폐하께서 아주 벼르고 계십니다.”
“어느 쪽이죠? 제 어머니? 아니면 레티치아 부인?”
그러자 엘리는 눈을 굴리다 빙긋 웃으며 절묘한 답을 내놓았다.
“아무래도 둘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폴린 황녀 전하는 임박한 결혼 문제가, 공주님은 에스파냐 복귀 문제가 기다리고 계시거든요.”
사실 폴린이야말로 오르탕스보다 더욱 과년한 처자다.
심지어 다른 누이들은 벌써 혼사를 치렀기 때문에 더욱 큰 문제가 있었다.
그렇지만 유진은 에스파냐 복귀 문제란 소리에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휴식 시간이 부족하겠군. 마리, 먼저 숙소에 가 있어.”
“나도 들어야 하지 않아?”
“여독은 풀고 들어야지. 심각한 문제는.”
그런데 엘리가 고개를 저었다.
“함께 들으셔야 할 겁니다. 부왕 전하. 왜냐면, 에스파냐 왕위 승계 문제가 걸려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왕위 추정상속자가 피할 수 없는 문제다.
***
보르도 상관, 급히 비워진 밀실에서 엘리가 차분히 설명했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파리에서는 에스파냐 왕위를 두 분 전하께서 승계하시기를 바랍니다.”
나폴레옹, 탈레랑, 그리고 사실 조세핀조차 원하는 바다.
어쨌든 유진이 후계 때문에 부담스러운 나폴레옹도, 쫓아내고 싶은 탈레랑도, 높은 자리를 주고 싶은 조세핀도 모두 합의할 수 있는 지위니까.
허나 유진은 원역사를 알기에 떨떠름한 얼굴이었다.
“필요하다면 전쟁을 불사하고?”
“그렇죠.”
“이베리아의 늪에 빠지고 싶은 사람들이 많나 보군.”
가볍게 유진이 혀를 찰 순간, 엘리는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총참모부와 외교부에서는, 향후 벌어질 수 있는 전쟁 중에서, 이베리아 전장이 가장 승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겉보기로는 그렇다.
또한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이 판단한 바고, 일시적으로 성공하기도 했다.
허나 실질은 결국 제국의 무덤이 된 장소가 에스파냐 전장이다.
“그래, 하지만 가장 망할 가능성이 높은 곳도 이베리아지.”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백성이 아주 까다롭다고. 이탈리아보다 더욱 말이야.”
가볍게 말을 돌리던 유진이 벌떡 일어났다.
“일단, 파리로 가야겠어. 마리. 괜찮겠지?”
그 순간 마리는 유진을 놓아주지 않을 듯, 찰싹 달라붙으며 속삭였다.
“응. 하지만, 이번에는 약혼으로 끝낼 수 없어.”
그 목소리가 너무 달콤해, 유진은 잠시 주위를 잊고 입맞춤을 퍼부을 뻔했다.
1806년 7월, 보르도.
부왕 유진과 여대공 마리가 프랑스로 돌아왔다.
프랑스 제국 정국에 파란을 예고한 채로.
혹은, 새로운 전쟁의 물결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