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7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74화(375/547)
(374) 부왕은 에스파냐에 가지 않는다
4년여 만에 황후가 된 조세핀은 구왕실의 공주를 만났다.
“피부가 오히려 좋아진 것 같구나, 마리.”
만나자 바로, 미용 얘기부터 꺼내는 걸 보면, 천상 파리 여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 조세핀이야말로 신대륙의 변경, 마르티니크 출신이다.
애완견 말티즈를 쓰다듬는 걸 보면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문득 마리가 고이 신대륙에서 가져온 [선물]을 내놓으며 화사하게 웃었다.
“전부, 이 [젤리 루아얄] 덕분이랍니다. 황후 폐하.”
“호호호, 공주님이, 아니 여대공 전하가 황후라 불러주다니. 쑥스럽네. 응? 그런데 뭐라고?”
“꿀이에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파리 서북쪽, 말메종 별궁 황후 응접실에서 마리 테레즈는 꿀을 보며 설명했다.
“신대륙 특제, 플로리다 농민들이 양봉해 만든 꿀이거든요. 그것도 여왕벌을 위한 꿀이죠.”
본래 벌꿀은 프랑스 남부에서도 전통적으로 생산되는 품목이다.
무려 로마 멸망 후 메로빙거 왕조 시절에도 성행해, 꿀벌 문양이 쓰였을 정도다.
허나 양산을 위해서는 꿀벌들에게 설탕물을 줘야 하는데다, 사치품이라 많이 생산되지 않았다.
반면 신대륙에서는 사탕수수가 현지 생산되고, 특히 플로리다 일대는 따뜻해 꿀벌 대량 양봉에 적합했다.
21세기 원역사 현대에도 세계 최대 벌꿀 양산지는 단연 미국이다.
그러니 여왕벌을 키우기 위해 만들어지는 꿀, 젤리 루아얄 혹은 로열 젤리도 많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순수한 꿀은 방부 효과가 있으니, 신대륙에서 직접 공수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실은 염장고기에 질린 폴린이 꿀을 잔뜩 실은 덕이었지만.
“이게, 피부에 그렇게 좋다고?”
“물론이죠. 전 땡볕에 돌아다녔는데도, 피부가 말짱하잖아요?”
“어머나, 그러고 보니 정말 곱네? 우리 마리, 이렇게 고운데 언제쯤 아이를 가질지.”
갑작스런 조세핀의 말에 마리 테레즈는 깜짝 놀랐다.
아이.
그러고 보면 마리 또래의 여자는 보통 10대 후반에 첫 아이를 가진다.
조세핀이 아이 얘기를 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3개월 전, 생애 첫 잠자리를 가진데다 정식 결혼도 하지 않은 마리에게는 부끄러운 얘기다.
어젯밤 유진과 간만에 파리의 보아르네 저택에서 보낸 밤을 떠올리다 마리가 낯을 붉힐 때였다.
옆에서 짐짓 우아한 척 커피를 마시던 오르탕스가 끼어들었다.
“엄마, 아니 모후 폐하도 참. 아직 마리 언니는 미혼 상태잖아요.”
그때서야 비로소 마리는 오르탕스를 의식했다.
정확히 말하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오르탕스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여독이 심했던데다, 따지고 보면 시어머니인 조세핀이다.
황후가 되어 신분이 달라진 조세핀을 보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가득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오르탕스는 신대륙에 아주 강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 않았던가?
미처 그 점은 모르는지 조세핀은 마리에 대해서만 놀라는 눈치다.
조세핀이 당혹한 얼굴로 오르탕스를 돌아보며 물었다.
“아직, 유진과 결혼하지 않았다고? 벌써 4년 전에 약혼하지 않았니?”
“그 사이 아무도 허락해주지 않았잖아요? 물론 그냥 내버려 두진 않았겠지만.”
“어머나, 그래도 나 같으면 벌써 미국이나 누벨 프랑스 교회라도 가서, 혼인 성사를 올렸을 텐데. 응?”
문득 눈치빠른 조세핀이 새빨개진 마리의 얼굴을 보다 묘한 웃음을 머금었다.
“뭐니, 뭐니? 뭔가 하긴 했구나?”
그 눈치를 딸에게 발휘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게다가 오르탕스야말로 과년한 처녀다.
그렇지만 예비 시어머니 눈치도 함께 살필 수밖에 없는 마리는 오르탕스에 대해 말하는 대신, 조세핀을 향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아, 아직 혼인은 하지 못했어요. 허락받지 못했으니까.”
“후훗, 그래도 같이 침대는 쓰는 거지?”
“어, 얼마 전부터······.”
순간, 조세핀이 손뼉을 쳤다.
“축하할 일이구나. 이제 폴린, 그 건방진 시누이가 내 며느리 행세하는 건 안 봐도 되겠어!”
마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소한 유진과 결합하는 데 있어서, 예비 시어머니의 반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게다가 폴린이 개입하는 것을 조세핀이 싫어하는 것도 다행스런 일이다.
요새는 폴린의 관심이 루이 샤를에게 돌아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폴린의 눈이 유진에게 닿을 때마다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
그런데 일순, 오르탕스가 입술을 뗐다.
“다행이긴 한데, 두 가지 문제가 있어요.”
“뭐니, 오르탕스? 아까부터 그 불만스런 얼굴은? 오빠가 무려 4년 만에 돌아왔는데! 마리도!”
“그 혼사, 부황 폐하가 허락하신 건가요?”
사실, 진짜 문제는 이거다.
나폴레옹.
대혁명 이후, 사라졌던 군주라는 지위를 황제라는 명칭으로 되살린 남자.
유진 보나파르트의 양부로 사실상 생사여탈권과 운명을 쥐어버린 권력자.
또한 유진과 마리를 약혼시켜놓고, 결혼은 허락하지 않았던 자다.
“다음으로, 드제는 대체 어디 있죠?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던데.”
이것은 마리가 오르탕스의 시선을 피하는 이유다.
어쨌든 오르탕스가 드제와 심상찮은 사이였다는 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4년이나 지났고, 그 사이 오르탕스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실은 드제조차도.
한데 아무래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잠시, 망설이다 마리 테레즈가 고개를 모로 꼬았다.
“드제는, 신대륙에 남았어.”
순간, 오르탕스가 고함쳤다.
“왜!”
전에 없이 온몸을 떨며 오르탕스는 핏대를 세웠다.
“내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데! 대체 어째서!”
“신대륙에서 누군가는 지켜야 했어.”
“그러면 난, 난 누가 지키는데?”
마리는 떨고 있는 오르탕스를 직시할 수 없었다.
어쩐지 옛날 유진을 기다리던 마리를 보는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마리 대신 조세핀이 소리쳤다.
“오르탕스!”
황후 조세핀이 공주 오르탕스를 노려보며 다그쳤다.
“네 가족은 파리에 있어. 여기, 플로랑스와 샤를도.”
“하지만!”
“드제가 그렇게 좋다면, 허락을 받고 신대륙으로 가. 다만.”
문득 조세핀의 시선이 이번에는 다시 마리를 향했다.
“전쟁이 곧 있겠지?”
이 질문은 마리에게 던지는 게 아니다.
보다 정확한 정세를 알고 있을 유진의 생각을 대신 묻는 거다.
마리는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어, 엄마. 누구예요?”
고개를 돌렸을 때, 아이 둘이 있었다.
10살짜리 소녀와 4살짜리 소년.
어쩐지 누군가를 닮은 것 같다.
유진, 혹은 나폴레옹이다.
“귀엽지? 플로랑스가 이렇게 컸어. 그리고, 샤를은 처음 보겠구나?”
화사하게 웃는 조세핀의 말에 마리는 아주 잠깐 낯빛이 변했다.
저 아이다.
나폴레옹의 친자로, 누벨 프랑스에서도 고위층은 불안하게 생각했던 존재.
결국 유진 보나파르트를 부왕의 지위를 주어 신대륙으로 사실상 추방했던 이유다.
그럼에도 마리는 그 아이를 미워할 수가 없었다.
아마 유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만히 아이를 보던 마리가 활짝 웃었다.
“제 동생과 이름이 같네요. 안녕? 난 마리라고 해.”
유진의 이부동생, 샤를 나폴레옹이 마리 테레즈와 만난 순간이었다.
***
무관의 재상은 신대륙의 근위대장을 보다 고개를 기울였다.
“흐음, 어째서 쥐노 장군께서 저를 보러 오신 거지요?”
이전에도 탈레랑과 쥐노는 아무런 접점이 없었다.
또한 이제 막 신대륙에서 돌아온 쥐노는 외무장관보다는 총참모장을 만나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쥐노는 아주 여유롭게 탈레랑을 보다 웃었다.
“원수라고 부르시죠. 탈레랑.”
“아직 원수로 임명된 적은 없는 걸로 압니다만.”
“뭘 모른 척하쇼? 어차피 곧 황제 폐하가 나랑 드제에게 원수직을 하사할 건 알면서. 신대륙 몫이란 게 있으니까.”
순간, 전장의 사자 쥐노가 갈기 같은 머리를 들이밀며 눈을 번뜩였다.
“부왕 전하 대신 왔소. 에스파냐로 가지 않겠다는 말을 하러.”
단순히 능력이나 전장의 공적만이라면, 쥐노는 원수감은 아니다.
본래 원역사에서도 쥐노는 끝내 원수가 되지 못한다.
허나 신대륙에 유진을 따라간 단 두 명의 장성급 장교로, 황제의 직속 부하이자 부왕의 최측근이라는 위치는 중요하다.
사실 이른바 26원수 중에는 장군이 아닌 정치가도 있기 때문에, 쥐노에게 원수직이 내려진다고 해도 꼭 이상한 것이 아니기도 하다.
다만 현재는 고작 7명에게만 주어진 게 원수직.
하여, 드제와 쥐노에게 원수직이 주어질 경우 제국의 300명 장군 중 단 9명 뿐인 원수가 된다.
또한 내각의 사실상 정점이나 다름없는 탈레랑과 대화할 수 있는 존재라 할 수 있다.
탈레랑은 묘하게 웃다, 되물었다.
“그건 매우 곤란한 얘기입니다만, 왜 제게 와서 말씀하시는지? 게다가, 왜 장군님, 아니 원수 내정자께서 제게 전하시는 겁니까?”
“계통을 밟으라 이건가? 굳이 말하자면, 당신이 부왕 전하보고 에스파냐에 가라는 장본인이고, 내가 부왕궁 실세라서?”
“부왕이란 직위는 신대륙에서만 통하는 겁니다. 본국에 돌아온 후에는 아무 것도 아니지요. 그것도 무단귀국했다면.”
그러자 쥐노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럼, 본국에서도 인정받으면 되겠군. 그림자 재상 나으리.”
부왕의 에스파냐 출국 거부.
듣기에 단순해 보이지만, 정치적 함의는 매우 크다.
일단 나폴레옹이 구상하는 유럽 세계전략에 차질이 빚어지는 건 둘째 문제다.
프랑스의 권력 구도가 흐트러진다.
탈레랑은 쥐노를 빤히 보다 커피잔을 들어 올렸다.
“사실과 거리가 먼 표현입니다만, 그렇다고 치고 묻지요. 왜 에스파냐에 가지 않겠다는 겁니까?”
“가면 뭐가 좋지?”
“국왕이 될 수 있지요.”
에스파냐에서 들어온 쿠바산 커피향을 음미하다, 탈레랑이 다시 말했다.
“이곳 프랑스에서 받을 가짜 왕위가 아니라, 대대로 승계할 수 있는 진짜 왕위를.”
쥐노는 코웃음을 쳤다.
“왜 프랑스는 안 되지?”
탈레랑은 잔을 내려놓았다.
바로 이게 첫 번째 문제다.
프랑스 제국 황제 후계자를 둘러싼 경쟁.
지금, 쥐노는 누벨 프랑스를 대표해 묻고 있다.
왜, 유진은 안 되냐고.
***
마침내 황제는 부왕과 마주했다.
“얼굴이 많이 탔구나, 유진.”
로슈자클랭이나 레스퀴르 정도는 아니지만, 유진도 햇살 좋은 신대륙의 평원과 바다를 누볐다.
그러다 보니 프랑스에 있을 때와 달리 제법 얼굴이 검어진 모양이다.
슬쩍 얼굴을 매만지다, 유진이 싱긋 웃었다.
“이제야 제대로 인사드리는군요.”
“푹 쉬었느냐? 조세핀은 봤고?”
“아직 못 뵈었습니다. 어젯밤에는 여독을 푸느라.”
그러자 황제 나폴레옹이 야릇한 표정이 되었다.
“그래, 마리 여공작과 좋은 밤을 보냈다지?”
유진은 놀라지 않았다.
어쨌든 기본적으로는 쉬르테와 부왕 근위대가 호위한다지만, 이곳은 파리다.
푸셰의 눈은 창녀에서부터 도둑까지 가리지 않는다는 기록을 읽었던 전생의 기억이 문득 난다.
“침실까지 푸셰의 스파이가 있는 줄은 몰랐군요.”
“같이 들어가는 걸 확인했을 뿐이다. 투르네 때문에 가까이 가진 못했다더구나.”
“결혼을 허락하실 겁니까?”
황제는 부왕을 보다 집무실 의자에 앉아, 턱을 괴었다.
“네가 에스파냐로 가서, 왕위에 오르겠다고 하면.”
유진은 그 앞에 서서, 단호히 답했다.
“저는 에스파냐에 가지 않겠습니다. 폐하.”
이것이 파리에서 황제가 재상과 결정해 버린 사안에 대한, 유진의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