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75)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75화(376/547)
(375) 전쟁이 사자의 업이다
이 순간 황제는 진노해야 할지, 망설인다.
“내 말을, 아니 짐의 말을 듣지 않겠다?”
프랑스 제국이 세워진 후, 황제는 무수한 일을 행했다.
법전을 새로 만들고, 도로를 건설하며, 무역과 산업을 진흥했다.
대혁명 전쟁으로 정련된 군대는 여전히 징병 상태로 놓아두어 농업만은 예전처럼 돌아가지 못했다.
그래도 이집트 식민지로부터 들어오는 밀과 동방 교역품 덕분에, 경제는 호조다.
그러나 정작 황제에게 그런 일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어려웠던 것은 권위의 확립이다.
태생적 왕족도, 귀족도 아니며, 따지고 보면 프랑스 출신도 아닌 외국 이방인으로 입신한 몸이다.
그런데 제국을 새로 세우고 군주 노릇을 하니, 권위를 세우는 게 무척 어려웠다.
심지어 가끔은 제국원수로 세운 옛 동료들도 기어오르는 태도를 보이곤 한다.
양자도 황제를 우습게 보는 걸까?
그때 유진이 황제 나폴레옹에게 정중히 고개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폐하, 에스파냐는 문제의 본질이 아닙니다. 폐하께서도 알고 계시겠지만요.”
“무슨 소리냐? 에스파냐는 프랑스 남서부 방면 안보에 중요한 나라다. 세계 3위의 해군을 갖고 있고, 식민지 규모로 따진다면 단연 세계 최대다.”
“경제력, 군사력, 그리고 국민의 숫자로 따진다면 오대 열강에 뒤지죠. 프랑스, 영국, 프로이센, 구 오스트리아, 러시아.”
유진은 눈을 빛내며 말했다.
“물론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두 개의 나라죠. 영국, 그리고 러시아.”
그때서야 황제 나폴레옹은 슬며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었다.
양자 유진은 황제를 우습게 보는 게 아니다.
4년, 짧다고 생각하면 짧지만, 대혁명 이후에는 긴 시간이다.
당장 나폴레옹도 통령에 오른 후 3년도 되지 않아 황제가 되었으니까.
그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제는 완전히 청년이 되었어도, 유진은 여전하다.
나폴레옹을 존중하며, 동시에 냉철하다는 뜻이다.
에스파냐에 가지 않겠다는 건, 오로지 정치적 이유가 확실하다.
알고 보면, 나폴레옹의 속마음은 하나도 모를 유진이 자신 있게 정세를 논했다.
“제가 신대륙에서 일으킨 일에도 양대 국가가 관련되어 있습니다.”
“누에바 에스파냐가 지원했던 걸로 아는데?”
“그렇지만 주도 세력은 아니었죠. 신대륙 북방 캐나다는 러시아가 차지할 기세고, 해양은 영국이 봉쇄 중입니다. 지금 유럽 정세를 누가 주도하는지 알 수 있죠.”
나폴레옹은 유진을 응시하다 피식 웃었다.
“그 모든 건 네가 마리를 통해, 누에바 에스파냐를 통제했기 때문에 가능한 거다.”
위신 문제가 해결되자, 달아 올랐던 나폴레옹의 두뇌도 냉정해졌다.
유럽 정세라면 나폴레옹이야말로 무수한 정보와 참모, 그리고 판단 시간을 가져왔다.
이제 막 신대륙에서 돌아온 유진이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그저 후계 문제 때문에 유진에게 에스파냐로 가라고 한 것도 아니다.
따지고 보면 유진이 에스파냐왕이 되면, 오히려 후계를 다툴 때 유리한 국면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루이 14세의 차남, 펠리페 5세는 에스파냐왕으로 프랑스 왕위를 노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에스파냐 왕위가 나폴레옹에게 필요한 이유가 있다.
“영국과 러시아가 문제다? 훗, 돌려 말할 거 없다. 문제는 영국이야. 영국이 오스트리아를 조종했고, 프로이센을 후원하고, 러시아를 뒤엎으려 들지.”
“역시, 잘 아시는군요.”
“그런데, 이 영국을 견제하거나, 제압하려면, 에스파냐의 힘이 필요하단 말이야.”
유진이 흠칫 놀랄 찰나, 나폴레옹이 다그쳤다.
“네가, 신대륙에서, 에스파냐와 연합함대를 만들어 영국과 맞서고 있듯이!”
정치, 내정, 통치.
외교만을 제외하면 나폴레옹은 군주에게 필요한 모든 재능을 갖추고 있는 남자다.
그러나 가장 뛰어난 분야는 역시 군사고, 그중에서도 전략 구상이다.
유진은 나폴레옹이 간파한 바를 듣다, 되물었다.
“연합하시면 되잖습니까?”
“동맹보다 합병이 더 쉽고, 효과적이다. 그런데 내 앞에 프랑스 합병을 위한 최적의 수단이 있지.”
“저군요.”
나폴레옹은 힘 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데 내가 왜 강요하지 말아야 하지? 넌 그냥 싫어서 하지 않겠다는 어린애가 아니다. 아니, 이젠 어린애조차 아니고! 날 납득 시켜라. 유진. 아니면!”
나폴레옹의 눈이 문득 불꽃을 튕겼다.
“넌, 마리와 혼인하고, 에스파냐로 가서 권력을 장악해야 한다! 그 다음, 프랑스와 종속 동맹을 맺고 영국을 공략해야 해!”
여기서 핵심은 [종속] 동맹이다.
유진은 여전히 나폴레옹의 ‘아들’로서 에스파냐왕이 되어야 하며, 에스파냐는 프랑스의 하위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나폴레옹은 기꺼이 선택할 것이다.
원역사 결정이 그렇듯, 반도전쟁을.
가만히 나폴레옹을 응시하던 유진이 다시 정중히 고개를 조아렸다.
“마리와 결혼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응? 얘기가 그렇게 되나? 뭐, 그거야 필요한 일이니.”
“또한 에스파냐 왕위도 좋은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황태자보다는 그렇지 않겠지만요.”
살짝 나폴레옹이 찔린 기분으로 움찔거릴 찰나, 유진은 고개를 들며 싱긋 웃었다.
“하지만, 지금은 제가 부황 폐하 옆에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에스파냐로 못 가는 겁니다.”
나폴레옹은 눈을 깜박이다 미간을 좁혔다.
“너, 설마?”
아무래도, ‘아들’ 유진이 신대륙에서 사고를 치고 온 것 같았기 때문이다.
***
재상이 아님에도 모두가 재상이라 생각하는 남자, 탈레랑도 같은 시각, 경악했다.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영국과 교전 상태에 들어갔다고?”
물론 탈레랑도 영미전쟁 배후에 프랑스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안다.
또한 프랑스가 러시아를 부추겨 캐나다를 공격하게 만들었다는 정보도 입수했다.
현재 러시아에 차르 암살 음모가 영국 대사관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유기도 하다.
허나 신대륙의 해역에서 영국과 프랑스가 격돌했다는 사실은 미처 알지 못했다.
이제 막 따끈따끈한 최신 정보를 들고 온 쥐노가 낄낄 웃으며 말했다.
“그렇죠. 프랑스 왕위, 아니 제위는 뭐, 황제 폐하가 아직 37세밖에 안 되셨으니까, 나중에 생각해도 되겠죠? 하지만 당면한 전쟁은 별개 문제죠.”
“미친! 아니, 실례했습니다. 하지만, 귀국하면서 전쟁을 일으키고 왔다고? 누구 마음대로?”
“이런, 우리 우아한 미식가 외무장관 선생. 이거 왜 이러시나. 다른 얘기도 내가 해줬잖소. 러시아 차르가 지금 암살 위기라고.”
쥐노는 외교의 대가 탈레랑에게 거만한 얼굴로 감히 외교를 논했다.
“러시아가 친영파로 돌아서는 순간, 어차피 유럽대륙 동부 전체가 반프랑스로 돌아설 거요. 그럼 에스파냐 왕위니, 프랑스 내부 권력 다툼이니 하는 건 모두 부차적 문제가 돼지.”
문제는 이 모든 게 맞는 소리란 거다.
에스파냐가 친프랑스를 넘어서, 종속국이 되면 당연히 좋다.
또한 유진을 파리에서 밀어내 마드리드로 몰아내면, 역시 파리 엘리트들에게 편하다.
그러나 대혁명 국면처럼 전쟁이 다시 터진다면 어떨까?
전면 전쟁 상황에서는 어줍잖은 계략 같은 게 통하지 않는다.
탈레랑도 10년간 충분히 보아왔다.
쥐노는 창백해진 탈레랑을 재미있다는 듯 보며 일렀다.
“물론 우리도 손써보긴 했소. 차르에게 [모종]의 루트로 주베르 장군을 보내기도 했고. 도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중에 잡혔겠군요. 어떤 해로로 갔든, 들었다는 얘기를 못 들었습니다.”
“이런, 그럼 차르 암살 모의, 안단 얘기잖아? 당통이 보고했나 보지? 아니면 영국대사 바라스?”
탈레랑이 침묵을 지킬 찰나, 쥐노가 쥐잡듯 다그쳤다.
“어느 쪽이든! 그럼 당신도 알겠군. 차르 암살 모의를 막는다면 모를까, 막지 못한다면 전쟁은 불가피해! 그때, 마탄의 사수 없이 이길 수 있겠나!”
그때 퇼르리 궁전, 외무장관 집무실 밖에서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너무 우리를 과소평가 하는 거 아닌가. 쥐노?”
쥐노는 고개를 돌리다 환호하며 일어났다.
“여, 란이로군. 재혼은 잘 했나?”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지. 자넨 아직도 미혼인가 보지?”
“조만간 결혼할 거거든! 낄낄! 오, 마세나에 오주로까지 왔군. 다들 프랑스에서 좋은 거 많이 먹었나 봐? 살집이 꽤 있는데?”
쥐노 말대로 마세나나 오주로는 제법 살이 찐 상태다.
오직 지금도 기마경주가 취미인 란 만이 날씬하다.
문득 외무장관실로 들어오던 삼원수 중 하나, 마세나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큭큭! 여전하군. 쥐노. 어이, 외무장관. 나도 이 친구 말에 동의하오.”
“마세나 원수, 그리 간단히 말할 일이 아닙니다. 외교 정책이란.”
“나도 외교에 대해선 모르지. 하지만 전쟁이 터지고, 그것도 유럽 전체와 또 싸워야 한다면, 황제 폐하 혼자서 모든 전선을 감당할 수가 없단 말요.”
순간, 마세나가 탈레랑 앞에 고개를 디밀며 입가를 틀었다.
“부지휘관이 필수인데, 폐하가 오주로나 나를 전적으로 믿지 않으신단 말이지? 이건 신뢰성의 문제요. 외무장관.”
돌려서 말했지만, 결국 군권을 쥔 자가 반란을 일으킬지 말지의 문제다.
당연히 마세나도, 오주로도, 란도 믿으니까 나폴레옹이 원수직을 맡긴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부사령관 지위는 원수들의 경쟁심 때문에라도 아무에게나 맡기기 어렵다.
그런데 유진은 [부왕]에 양자란 지위, 거기에 오리엔트 정복 실적 때문에라도, 누구라도 부사령관 지위를 납득하게 될 것이다.
탈레랑은 미간을 좁히다 커피잔을 들었다.
“전쟁을 함부로 일으킨 사안, 분명히 책임져야 할 겁니다.”
쥐노는 껄껄 웃다 어깨를 으쓱였다.
“그건 부왕 전하와 황제 폐하가 알아서 하시겠지요. 외무장관.”
그러나 전쟁이 코앞일 때, 명장이 처벌받는 법은 없다.
***
퇼르리 궁전, 파리의 유력 인사들이 황제의 부름을 받고 모였다.
-빰! 빰빰! 빰빰빰!
원로원과 오백인 의회 각 정당 지도부.
제국군 총사령부와 사원수.
그리고 내각의 장관들이 집결했다.
나팔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황제가 중앙 홀로 나와 선언했다.
“들으라! 짐의 아들, 유진이 귀국했노라!”
황제의 우편을 차지하고 서 있는 얼굴은 다름 아닌 유진 보나파르트다.
“오오, 누벨 프랑스의 영웅이 돌아왔군!”
“그 옆은 마리 테레즈 공주가 아닌가?”
“아니, 대체 언제 돌아온 거요?”
사전에 소식을 듣지 못한 오귀스트, 캉바세레스, 푸셰가 서로 돌아볼 때, 나폴레옹이 선언했다.
“유진 부왕은 루이지앵을 획득하고, 막대한 식민 인구 이주에 성공했다. 또한, 원주민 [귀족]들의 협력을 얻어, 다시 신대륙에 거대한 [누벨 프랑스]를 건설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키가 큰 근위병들이 나와 지도 하나를 양 옆에서 들어 올렸다.
-펄럭!
바로 신대륙이 보이는 지도다.
플로리다, 루이지앵, 생 도맹그가 또렷이 그려진 신대륙 식민지가 보인다.
그것을 본 유력자들이 저마다 외쳤다.
“오, 저 넓이를 보라!”
“비로소 7년 전쟁 이전의 영토를 다시 되찾은 것인가?”
“그거야 명목상 넓이만 그런 거 아닌가? 쯧.”
서로 이해에 따라 분분히 떠드는 유력자들을 둘러보다, 나폴레옹이 눈을 번뜩였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다시 나폴레옹을 볼 순간, 황제가 폭탄 선언을 했다.
“영국인들이 우리의 누벨 프랑스를 [침략]했다는 것이다!”
의회도, 군부도, 내각도 다들 눈만 깜박이다 부릅떴다.
영국이 신대륙에서 프랑스를 공격했다.
아미앵 조약 이후, 불안하게나마 유지되던 평화가 깨졌다는 뜻이다.
황제가 모두를 돌아보며 선언했다.
“짐은 이에, 영국에 책임을 묻고자 한다. 아미앵 조약을 파기할 것인지, 영국에 묻는 특사를 보내겠다!”
파리 지배 엘리트들이 서로 불안에 차 돌아보는 가운데, 황제는 부왕을 보았다.
“자, 이제 판은 깔았다. 유진.”
“전쟁은 어차피 피할 수 없습니다.”
“이런, 네가 바라는 건 평화 아니었느냐?”
유진은 나폴레옹을 보다, 싱긋 웃었다.
“사자의 업은 전쟁입니다. 저도, 사자의 자식이죠.”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전쟁이라면, 싸워서 이겨야 한다.
그게 사자의 아들 유진이 사자의 품으로 돌아와 저지른 첫 번째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