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77)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77화(378/547)
(377) 피트가 동인도회사의 체어맨을 해임시키다
세계의 바다를 영국이 지배한다면, 그 바다의 경제는 동인도회사가 지배한다.
“그렇기에, 저 의자에 앉는 자는 영국 재계의 왕이라 할 수 있지요. 미스터 그랜트.”
수상이 동인도회사를 직접 방문했다.
아주 드문 일이지만, 놀랍게도 동인도회사의 의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모른다.
문자 그대로 비밀 방문.
오직 그랜트를 만나기 위해 저지른 일이다.
어떤 의미에서든 동인도회사 이사진에 의혹을 살 수밖에 없는 일인데, 그랜트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
중개자 캐슬레이는 무시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랜트가 경애하는 유일한 영국인, 윌버포스는 무시할 수가 없었다.
문득 수상 피트가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
“우리 친구 윌버포스가 노예무역을 금지한 탓에, 동인도회사의 지배력이 더욱 강해졌지요?”
“글쎄요. 상대적으로 이익이 되긴 했습니다. 멘체스터 상인들의 힘이 약해졌으니.”
“그렇지만 그랜트 당신이 노예무역 금지를 후원한 건 다른 이유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랜트는 피트의 말에 쓴웃음을 머금었다.
“개인적인 이유입니다. 수상.”
찰스 그랜트는 오랫동안 진짜로 [인도]에서 활약해온 동인도회사 임원이다.
보통 동인도회사 임원들은 영국 최고의 상인, 금융가, 사업가로 구성되어 있다.
직접 배를 타고 오가는 일도 드물고, 인도까지 부임하는 이들은 더욱 적다.
허나 그랜트는 인도에서 직접 부임해 무역에 종사하며 거대한 부를 쌓았다.
그러다 천연두로 자녀들 중 둘을 잃고, 일종의 [개심]을 하는 사태를 겪었다.
노예를 해방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된 것도 그때부터다.
이후로 귀국한 뒤로는 업적을 인정받아 동인도회사 이사가 되었고, 또한 윌버포스와 함께 노예무역 폐지에 앞장서 왔다.
동인도회사의 대상인들이 보기에는 그야말로 괴짜다.
하지만 동시에 그랜트의 행동은 진심에서 나온 것이기도 했다.
문득 피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난 당신 같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현실을 알면서도 이상을 꿈꾸고, 나아가 공동체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인재가.”
하지만 노예무역 폐지를 주장한다고 해서, 그랜트가 바보란 뜻은 아니다.
오히려 무역업으로 거부가 된 만큼, 계산은 누구보다도 정확했다.
자딘이 요구하던 아편무역을 단번에 거절하지 않고 검토하던 이유기도 하다.
수상을 보던 그랜트가 미간을 좁혔다.
그간 동인도회사 때문에 쫓겨나, 교류조차 없던 수상이 왜 동인도회사로 왔을까?
“수상, 무엇을 요구하기 위해 오신 겁니까?”
“나는 주기 위해 왔습니다. 바로 저 의자죠.”
“의장 직위는 루싱턴의 자리입니다. 만약 물러난다면 루싱턴이 지명한 자가 의장이 되겠죠.”
예상대로 정적, 루싱턴을 쫓아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랜트로서는 루싱턴 체제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지만, 그 권력은 결국 동인도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다.
주주, 이사, 사원들 모두가 루싱턴 체제에서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다.
그런데 꼭 쫓아내야 할까?
“미스터 그랜트, 만약 당신이 의장이 되지 않겠다면, 난 동인도회사를 신뢰할 수 없습니다.”
피트의 협박에 그랜트는 눈썹을 치떴다.
“수상, 우리 동인도회사는 영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연전에도 인도에서 식민지를 넓히고, 다시 영국 영토로 만드는 데 조력했죠.”
“당신네, 동인도회사가 통제하는 영토일 뿐이죠.”
“수, 수상. 그건.”
그 순간 피트가 그랜트를 돌아보았다.
“난 동인도회사의 무역독점권을 박탈할 수도 있습니다. 동인도회사가 현재와 같이, 루싱턴의 지배하에 계속 놓인다면.”
순간, 그랜트는 마른침을 삼켰다.
사실 영국 정부가 동인도회사의 동방무역 독점권을 폐지하려 벼른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심지어 피트의 전임 수상 중에도 독점 폐지 시도를 한 이들이 있을 정도다.
그때마다 동인도회사는 수상 교체로 문제를 해결해 왔다.
하지만 현재 피트는 상황이 다르다.
루싱턴이 이미 한 번 교체를 했다가 복귀한 터라, 동인도회사가 기습적으로 교체 시도를 하기 매우 어렵다.
그런데 의회 내에서 피트의 권력은 매우 단단하다.
노예무역 폐지, 그리고 영미전쟁.
이 과정이 피트의 권력을 오히려 반석에 올린 탓이다.
물론 피트도 동인도회사에 아무나 의장으로 꽂을 정도의 힘은 없고, 내부 협력자가 없다면 함부로 의장 교체를 할 수는 없다.
피트가 그랜트에게 다가와 일렀다.
“만일, 당신이 돕는다면 [아편무역]을 눈감아 주겠소.”
그랜트가 눈을 크게 뜨다 감았다.
아편, 곧 죽음의 약.
동방무역 적자를 막기 위해 아편을 팔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동인도회사 내에서 높다.
심지어 노예는 해방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랜트조차, 막대한 개인적 손해 때문에 혹할 정도다.
그런데 정부에서 눈감아준다고 하니, 죄책감이 완전히 사라진다.
“······계획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노예무역 해방의 주력 중 하나, 동인도회사의 양심 그랜트가 피트에게 양심을 판 순간이었다.
***
본래 음모란 수면 위로 드러날 때까지, 당하는 사람이 모르기 쉽다.
“흐음, 유진 프라이슈츠가 돌아왔단 말이지요?”
윌리엄 풀러턴 엘핀스톤, 동인도회사의 이사회 부의장으로 선박 전문가다.
주로 인도양 방면에서 운송업에 종사하며 부를 쌓아왔는데, 요 근래 더욱 큰 일감이 생겼다.
바로 프랑스 방데에서 플로리다 신도시 마이애미로 이민자들을 운송하는 일이다.
현재 멘체스터 상인들이 노예 교역이 끊겨 울부짖는 것과 정반대랄까.
그런데 최근 갑자기 프영관계가 나빠지면서 엘핀스톤의 일감이 뚝 끊겼다.
때문에 백방으로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대하며 뛰는 중인데, 마침 [프랑스통]의 전언이 온 것이다.
영국의 최고 프랑스통이라 할 만한 남자, 프랜시스 베어링이 껄껄 웃으며 답했다.
“그렇소. 엘핀스톤 부의장. 다시, 프랑스 이주 사업을 재개할 때가 온 거요.”
“다행이군. 불행한 프랑스 시민들을 행복의 땅, 신대륙으로 이주하는 거룩한 사업 아뇨? 수지타산도 맞고. 낄낄!”
“나도 조만간 파리로 가봐야겠소. 프랑스 중앙은행이 배당은 왜 안 주는지도 좀 따져야 할 거 같고.”
가볍게 농담하듯 화답하던 베어링이 발걸음을 멈췄다.
“응? 아니, 이사회 앞을 누가 막고 있는 거지?”
동인도회사 건물 옥상, 이사회 회의실로 가는 복도 앞에 적색 군복의 병사들이 있었다.
군인이다.
허나 육군국이 아닌 영국에서 육군병사들을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혹시나 정부에서 움직였다면 모를까.
베어링이 심상찮은 조짐에 눈을 크게 뜰 찰나였다.
-척, 척, 척!
레드코트, 영국 육군 병사들이 이사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게 무슨 짓인가? 왜 우리를 못 들어가게 하는 건가!”
“새로운 체어맨의 의지입니다.”
“무슨 소리야! 체어맨의 의지라니! 체어맨은 루싱턴 이사가 아닌가! 게다가 자네들은 군인 아니야?”
그때 아주 근엄하게 생긴 한 중년 남자가 복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오늘자로 동인도회사 이사회는 나, 찰스 그랜트를 의장으로 선출하기로 의결했소.”
그랜트가 레드코트 사이에서 걸어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엘핀스톤이나 베어링, 나아가 체어맨조차 그랜트를 그냥 괴짜로 여겨왔다.
한데 갑자기 자신을 [의장]으로 내세운 것이다.
잠시 당혹한 얼굴이었던 베어링이 다그치듯 물었다.
“루싱턴도, 엘핀스톤도, 나도 없는 이사회에서 말인가?”
“정족수는 채워졌소.”
“뭐라고?”
베어링은 눈을 크게 떴다.
그랜트 뒤로 이사들이 줄줄이 나타나는 게 보인다.
사실상 주류라 할 수 있는 루싱턴 일파를 제외하고, 모두가 그랜트에게 선 것이다.
누군가 거대한 힘을 가진 자가 움직이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때 베어링 뒤로 누군가 외눈 안경을 쓴 남자가 다가섰다.
루싱턴,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체어맨]이었던 남자다.
외눈안경을 고쳐쓰며, 루싱턴이 물었다.
“미스터 그랜트. 이게 무슨 짓이지?”
루싱턴에게는 조금 목소리를 떨며, 그랜트가 답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미스터 루싱턴.”
“수상인가? 피트와 손을 잡고 우리를 배신한 건가!”
“피트와 손잡은 건 맞습니다. 다만 배신이 아니라 동인도회사를 위해서입니다.”
그랜트는 오연한 얼굴로 루싱턴을 정시하며 말했다.
“수상 피트가, 루싱턴 당신을 해임하지 않으면, 동인도회사 무역독점권을 의회 결의로 박탈하겠다고 최후 통첩을 보내왔습니다.”
그러니까 협박 때문이란 얘기다.
물론 영국 정부 입장에서도 동인도회사의 무역 독점권을 폐지하는 일은 정치적 부담이다.
허나 피트는 원역사에서도 몇 번이나 이 독점권을 폐지하고자 검토하곤 했다.
정부 권력을 넘어서, 인도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초거대기업이란, 당연히 그 자체로 위협적이니까.
그런데 현재 피트 내각은 경쟁자인 폭스가 완전히 밀려난 상태라, 다수파다.
나아가 권력을 위협하려는 자들도 함부로 피트에게 저항하기 어렵다.
왜냐면 미국과 전쟁이 시작되었고, 이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는 의회가 일치단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혹시 크게 패전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이상 피트의 권력은 탄탄하다.
하여, 피트의 위협은 현실이 될 수 있다.
다만 그 결과 동인도회사는 독립성을 잃게 될 것이다.
루싱턴이 말없이 돌아설 찰나, 베어링이 빤히 그랜트를 보다 경고했다.
“이 행동, 반드시 후회할 거요. 미스터 그랜트. 피트의 꼭두각시가 된 뒤에 울어도 늦을 거고.”
그러나 그랜트는 베어링을 향해 콧방귀를 뀔 뿐이었다.
“당신 은행이나 챙기시오. 미스터 베어링. 프랑스와 전쟁이 터지면, 모든 자산이 몰수될 수도 있으니까.”
순간, 베어링은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피트 내각은 지금, 프랑스 제국과 전쟁을 불사하려 들고 있다는 것을.
***
다우닝 가 10번지, 수상 관저가 환호성으로 가득했다.
“마침내 체어맨을 끌어 내렸군요!”
언제 반대했냐는 듯, 신나게 외치는 캐닝을 보며 웃다, 피트가 고개를 돌렸다.
“훌륭하군, 캐슬레이.”
“과찬이십니다. 시의적절한 시기에 수상께서 협박해 주신 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럼, 우리 본업으로 돌아가지.”
피트는 그랜빌과 캐슬레이, 그리고 윈덤을 돌아보며 일렀다.
“러시아 [쿠데타] 프로젝트, 시작하게.”
외무장관, 육군장관, 그리고 수상 수석비서관이 함께 진행해온 대외음모 공작.
차르 암살, 그리고 정권 전복 프로젝트다.
이방인국의 요원들은 이미 영국 대사관으로 파견된지 오래다.
문득 외무장관 그랜빌이 고개를 기울이다 물었다.
“바라스가 프랑스 황제의 항의 서한을 가져왔습니다. 받아 보시겠습니까?”
“아니, 시간을 최대한 끌어.”
“러시아에서 쿠데타가 일어날 때까지로군요.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피트는 가만히 지구본을 보다 흡족히 웃었다.
“그 다음에는 유럽의 [지도]를 새로 그려야지. 지배자도 모두.”
이곳은 런던, 세계의 중심을 자처하는 섬의 수도.
그곳에서 세계 최대 국가 러시아를 전복할 음모가 시작되었다.
나아가, 궁극적으로 프랑스 제국을 멸망시키고자 하는 음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