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79)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79화(380/547)
(379) 차르를 살리기 위해 제국을 분열시켜라
6개월 만의 시베리아 횡단, 실로 대모험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주베르 장군. 자네가 도착했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아. 빌어먹을. 황제가 깽판을 쳐놨거든!”
주베르는 대사관 소파에 앉아 신기한 기분으로 가죽을 쓰다듬다 고개를 들었다.
바로 코앞에 낯익지만 낯선 얼굴이 둘 보인다.
한 사람은 아주 멋들어지게 생긴 신사, 콜랭쿠르다.
귀족가 출신이지만 대혁명 초기부터 혁명군에 참가한 탓에, 빠르게 장성에 올라 전장에서 싸우던 것을 주베르도 기억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자는 단연 대사이자, 전직 총재이며, 한때 혁명 초강경 과격파의 삼거두였던 당통이다.
두툼한 살집과 천연두로 얽은 얼굴은 여전히 사납고 개성 있어 한 눈에도 띈다.
반면에 솔직하면서도 빈정거리는 태도도 여전하다.
어쩐지, 다시 [유럽]에 돌아온 게 실감 난 주베르가 피식 웃을 때, 콜랭쿠르가 갑자기 생각난 듯 물었다.
“그러고 보니, 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요? 지금 국경 지대는 군부에서 철저히 틀어막고 있을 텐데.”
“국경? 그건 서쪽을 얘기하는 거 아닙니까? 전 반대쪽으로 와서 하나도 막는 친구들이 없더군요. 뭐, 황제가 출자한 알래스카 개발회사의 모피 사냥꾼들도 도와줬지만요.”
“반대쪽? 아니, 그게, 대체. 잠깐.”
문득 신사 콜랭쿠르가 우아한 태도를 유지하지 못한 채 눈을 부릅떴다.
“설마 신대륙에서 시베리아로 달려왔단 말이오?”
주베르는 어쩐지 우쭐거리고 싶었다.
이른바 개척과 탐험, 모험은 유럽인이 근대에 세계를 지배한 원동력 중 하나다.
그런데 주베르는 이집트와 레반트, 신대륙 중서부와 북서부에 이어, 무려 베링 해협과 시베리아를 관통하는 업적을 세웠다.
예전에 이집트 모험기가 프랑스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본국에 돌아가면 모험기 출판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을지 모른다.
애석하게도 분위기가 자랑할 상황은 아닌데다, 주베르는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뭐, 그렇게 됐습니다. 유진 부왕 전하의 명령으로, 지구를 반바퀴쯤 돌았죠.”
“기가 막히는군. 그게 가능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어째서 그런 짓을 저질렀나? 정작 유진 부왕은 파리로 돌아온 모양인데.”
“부왕 전하가요? 뭔가 신대륙의 전쟁이 분기점에 다다랐나 보군요. 하지만, 정작 러시아에 별다른 해결책은 못 주셨죠?”
유진이 먼저 돌아왔다?
이건 주베르의 시베리아 횡단이 뻘짓이 되었다는 뜻일 수도 있다.
유진의 명령은 주베르가 러시아 차르에게 [쿠데타] 위험을 알리고 대처하라는 거였다.
그렇지만 유진이 유럽에 돌아왔다면 직접 대처하면 그뿐 아닐까?
전혀 그렇지 않다.
굳이 유진에게 다른 훈령을 듣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파리로 돌아온 유진이 한창 국내 문제와 에스파냐 문제, 그리고 숙적 영국 문제로 시달리고 있을 거라는 걸 말이다.
부왕은 결코 러시아 차르까지 구해낼 수 없다.
“아주 개 같은 소리를 했지! 러시아를 탈출하라더군! 차르 암살을 막을 수 없다면서!”
과연, 당통이 씩씩대며 고함쳤다.
아무래도 주 러시아 프랑스 대사관 내에 스파이가 있을지 모른다는 걱정은 없나 보다.
하긴 당통은 생긴 것과 달리 의외로 철저한 남자다.
비상시국이 도래한 이후, 스파이 위험이 있는 자는 진작에 색출해 내쫓았을 게 뻔하다.
주베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부왕 전하도 대책은 없군요.”
“그래, 심지어 탈출할 방법도 알려주지 않았어. 아니, 뭐, 탈출은 그냥 말로 할 수 있다던가? 당장 탈출 멤버를 꾸리고, 루트를 짜고, 파리까지 무사히 돌아가는 게 전부 어려운 일이야!”
“배를 타시고 돌아가면 되겠지요. 하지만 재산을 잃는 게 아까우신 거죠?”
아주 예리한 주베르의 지적에 당통은 찔린 기분으로 낯을 찡그렸다.
“뭐야! 자네는 내가 돈 몇 푼이 아까워 대사를 그르칠 소인배로 보이나! 난 단지 러시아 제국에 뿌리내린, 프랑스의 이권을 아까워해서!”
“허나 재산도 아까우신 건 맞지 않습니까?”
“젠장, 그래서 뭐! 자네가 내 재산 지켜주기라도 할 건가!”
문득 주베르가 눈을 번뜩였다.
“못할 건 또 뭡니까? 차르만 죽지 않으면, 그분을 방패막이로 해서 이권을 지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당통과 콜랭쿠르는 서로 돌아보았다.
쿠데타는 예정되어 있다.
프랑스는 이 문제를 예측했어도 막기 어렵다.
러시아의 복잡한 권력구도도 문제고, 프랑스에서 너무 먼 것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차르다.
그렇잖아도 불안정한 정신세계를 지닌 차르 파벨이다.
한데 영국이 압박하고 대귀족들이 반심을 품자, 차르는 제정신이 아닌 지경에 이르렀다.
때문에 외국인인 당통이나 콜랭쿠르로서는 이 문제를 막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제 막 시베리아를 통해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온 주베르에게 해법이 있을까?
“어떻게 차르를 살린다고? 역시, 탈출인가?”
당통이 기대 어린 얼굴로 주베르를 볼 순간, 주베르는 고개를 저었다.
“콜랭쿠르 장군께선 그렇게 기대하신 모양입니다만, 제가 받은 지령은 그게 아닙니다.”
“어이, 무슨 지령을 유진 부왕에게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벌써 최소 반년 전 결정된 거 아냐?”
“거의 1년 전에 가깝죠. 하지만 반년이든 1년이든, 차르가 죽지 않았고, 한 사람이 역시 죽지 않았다면 충분히 역전은 가능합니다.”
주베르가 자신에게 쏠리는 프랑스 일류 명사들의 시선을 즐기며 단언했다.
“외눈의 장군, 쿠투조프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있다면 말이죠.”
물론 주베르는 사실, 그저 잘난 척을 하기 위해 꺼낸 말이긴 했다.
이 지령, [플랜 B}를 유진이 명령 내릴 당시는 둘 다 신대륙에 있었다.
또한 벌써 1년 가까이 지난 과거에 내린 판단이다.
게다가 러시아 제국과 같은 대국의 장군은 항상 국경과 속국을 오가기에 수도에 딱 맞아 떨어지게 있을 리도 없다.
그런데 당통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떻게 알았나? 마침, 쿠투조프가 상트 페테르부르크 군정관인데?”
그 순간, 주베르는 자신이 허풍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함을 깨달았다.
***
쿠투조프, 후세에는 러시아의 구국명장으로 유명하지만, 당대에는 좀 다르게 유명한 인물이다.
“후후! 차르의 [아첨꾼]으로 악명 높은 이 몸을, 어찌 차르의 [유희친구]분이 만나러 오셨소?”
상트 페테르부르크 군정관 집무실, 곧 수도 경비대 사령관이 머무는 곳에 당통과 주베르가 왔다.
외눈을 굴리면서 호기롭게 웃는 쿠투조프의 모습은 군인이라기보다, 선술집 아저씨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베르는 상대가 현존하는 러시아 최고 군인 중 하나라는 것을 안다.
어쨌든 콘스탄티노폴리스 코앞에서 유진이 쿠투조프와 싸울 때, 주베르도 함께 참전했기 때문이다.
다만 쿠투조프가 건넨 농담이 귀에 거슬려, 주베르는 슬쩍 당통에게 물었다.
“유희 친구는 또 뭡니까, 대사님?”
“뭐, 차르가 뭔가 취미가 바뀔 때마다 내가 가서 맞춰줬거든. 러시아 궁정에서 붙여진 내 별명일세.”
“아무래도 세상이 뒤엎어지면, 대사님도 무사하시지 못할 가능성이 높겠군요.”
그러자 쿠투조프가 눈썹을 치켜뜨며 묘하게 웃었다.
“뭔가, 귀관은? 군복 차림을 보니 프랑스에서 온 새로운 주재 무관인가?”
아무리 사람 좋게 보여도 쿠투조프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군정관이다.
외국의 무관 중 자신이 모르는 이가 있다면 신경쓰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주베르는 언뜻 보기에도 꽤 거칠어 보이는 외양을 지녔다.
사실은 지구를 반바퀴쯤 돌면서 갖은 고생을 했기 때문이지만 말이다.
주베르가 정중하게, 그러나 전혀 물러섬 없는 태도로 답했다.
“바르텔레미 주베르라고 합니다. 누벨 프랑스 부왕 근위대 소속 기병대장이자, 차르 폐하의 구원군으로서 러시아에 왔습니다.”
“구원군?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 아, 그러고 보니 신대륙에서 부마 필리프가 괴상한 짓에 가담했다던데? 영국과 교전 상태에 돌입했다지? 혹시 그 문제인가?”
“물론 그게 원인 중 하나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우리 누벨 프랑스에서 입수한 정보는 다릅니다.”
잠시, 심호흡을 하며 얕게 숨을 고르다 주베르는 준비했던 말을 토했다.
“플라톤 알렉산드로비치 주보프 백작. 아시죠?”
일순, 쿠투조프는 외눈을 깜박였다.
“그야, 알지. 전임 차리나 폐하 때 권신이었으니까.”
“총신이겠죠.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그자가 장군과 깊은 친분이 있고, 또한 [암살 음모]를 주도하고 있다는 거죠.”
“잠깐, 지금 뭐라고 했나?”
당혹한 쿠투조프를 보며, 주베르가 입가를 틀었다.
“암살음모 주도자라고 했습니다. 그것도 차르 폐하에 대한 음모죠.”
만약 쿠투조프가 단순한 수도 경비대장이었어도, 이 말은 충격적인 얘기였을 것이다.
제국 최고권력자, 차르에 대한 암살 음모를 외국인에게 들었으니 말이다.
허나 주도자가 ‘플라톤’이란 건 더욱 충격적인 얘기였다.
실은 쿠투조프를 출세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낯을 찡그리던 쿠투조프가 외눈을 희번득댔다.
“그거, 책임질 수 있는 말인가? 당장 주보프 백작에게 가서, 내가 사실을 확인할 수도 있어!”
“안 그러시는 게 좋을 건데요.”
“나보고 내 은인이자, 전대 차르 폐하의 ‘충신’이고, 대귀족인 분 대신, 처음 보는 외국인인 자네를 믿으라고?”
그러자 주베르가 대담하게 대꾸했다.
“대신 파벨 차르 폐하께 총애를 잃어, 모든 권력을 상실한 분도 주보프 백작이죠. 뭣하면 가서 물어보십시오. 대신, 우리 프랑스는 베니히센에게 갈 겁니다.”
순간, 쿠투조프는 벌떡 일어났다.
“그 독일놈을 어떻게 믿고! 좋아, 자네 말을 믿지! 대신, 만약 사실이 아닐 경우, 프랑스 대사관 전체의 목숨을 내놔야 할 거야!”
그때서야 주베르는 아주 얕게, 안도의 숨을 내쉬며 웃었다.
“제 목숨 정도야, 지금도 내놓을 수 있습니다. 에디르네 전투에서 그랬듯이.”
“뭐? 자네 설마, 아드리아노플에 있었나?”
“장군의 뛰어난 전술 때문에 죽을 뻔했죠. 다행히 운이 좋아 저희가 이겼습니다만.”
이번에는 쿠투조프가 묘한 얼굴이 되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본격적인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그때의 전투담이나 얘기해보자고. 뭐, 음모라는 게 당장 오늘 벌어질 일은 아니지?”
옆에서 지켜보던 당통은 어이가 없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니, 내 목숨은 왜 걸어?”
어쨌든 첫 번째 관문은 넘은 셈이다.
***
그렇다면 왜 쿠투조프가 필요할까?
“플라톤 주보프는 전임 차르, 예카테리나의 마지막 애인이었던 자입니다. 당시 20대, 예카테리나는 60대죠.”
“그야말로 창남이군. 그래서?”
“주보프는 예카테리나의 총애를 입고 승승장구했지만, 권력 기반이 불안정했습니다. 그래서 후원했던 게 러시아 군부의 장군들, 특히 수보로프와 쿠투조프입니다.”
특히 쿠투조프는 주보프에게 오스만 제국산 커피까지 직접 끓여 대접하며 아첨했다.
그 덕에 출세가 어려웠던 한미한 쿠투조프는 군부의 요직을 돌며 장군으로 승진했다.
한데 예카테리나가 1796년 사망하면서, 주보프는 일시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그간 쌓아온 기반과 재물, 영지가 있어 제법 버티긴 했지만, 최근 궁지에 몰리는 사건이 있었다.
러시아 제국 귀족들이 보통 그렇듯, 주보프의 주된 수입원은 영지의 산물을 영국에 수출하는 거였다.
그런데 파벨이 친영정책 대신 친프랑스 정책을 선택한 데 이어, 신대륙에서 러시아와 영국이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자연히 대영수출이 전면 중단되었고, 주보프는 파산 위기에 이르렀다.
권력을 잃은 데 이어, 재정적 궁지에 이른 주보프에게 영국 대사 휘트워스가 다가온 게 그때였다.
「만약, 도착했을 때, 아직 차르가 살아있고 쿠데타는 진행 중이라면, 쿠투조프를 잡아. 주보프와의 관계 때문에라도, 쿠투조프는 협력할 수밖에 없을 거야.」
물론 이 지령을 내린 유진도 그게 될 거라고 생각해서 말한 것은 아니다.
혹시 주베르가 파벨이 살아있을 때 도착한다면, 쓸 수 있는 계책을 얘기했을 뿐이다.
또한 유진이 러시아 역사를 이미 바꿔버린 것도 있어서, 원역사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지 여부도 불확실했다.
허나 파벨이 더 오래 살았음에도, 성격과 지정학이 바뀐 것은 아니었기에, 결국 영러대립이 발생하고 만 것이다.
이런 역사야 몰라도, 신대륙에서 파악한 러시아 내부 정세는 아는 주베르가 어깨를 으쓱였다.
“요컨대 영국 대사와 몰락 러시아 대귀족의 결탁, 이게 [암살 음모]의 핵심인 거죠.”
“그걸 신대륙에서 다 알아냈다고? 정말 유진 부왕의 쉬르테는 엄청나구만.”
“그렇지만 이건 첫 단계일 뿐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주베르가 프랑스 대사 집무실, 소파에 앉아 입맛을 다셨다.
“우리는 이제부터 [기적]을 일으켜야 합니다. 러시아 근위대, 대귀족, 그리고 황태자까지 엮여 있는 이 음모를 깨부수기 위해서.”
당통과 콜랭쿠르는 눈을 깜박이다 함께 외쳤다.
“뭐?”
하지만 사실 역사를 아는 유진이 봤다면 다른 지점에 놀랐을 것이다.
실은 주베르는 당통과 마찬가지로 원역사에서는 이 시점에 죽었을 자다.
그것도 다름 아닌 수보로프의 마지막 전장에서.
서기 1806년 8월 초, 무더운 북국의 여름.
러시아 제국의 명장에게 죽어야 했을 주베르가 차르를 구하기 위해 활약할 시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