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80)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80화(381/547)
(380) 쌍두독수리를 죽이러 여우들이 달리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대성당에서 종이 울린다.
-뎅! 뎅! 뎅!
19세기는 이른바 혁명과 이념, 그리고 격변의 시대다.
프랑스 대혁명과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급변 앞에서 종교는 완전히 힘을 잃는 때다.
그러나 아직 어떤 변혁의 흐름도 맞이하지 않은 동쪽은 여전히 종교가 중요하다.
오늘도 귀족과 평민, 그리고 농노가 서로 다른 자리에서 똑같은 신을 믿으며 바란다.
미친 차르에게서 무탈히 하루를 살아남게 해달라고.
“차르 폐하께서 예배에 참석하지 않으셨군요. 백작.”
미사가 끝나고 나오는 길, 주보프 백작은 말을 건넨 영국 신사를 보았다.
아직 프록코트나 중절모가 등장한 시대는 아니지만, 어쩐지 칙칙한 게 런던 스타일을 체현한 듯한 남자다.
차라리 북국임에도 러시아 제국 귀족들이 더욱 화려한 복장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일견 촌스러워 보이는 옷을 입은 신사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왜냐면 배후에 세계 최고의 부국, 그레이트 브리튼을 업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주보프 백작이 당장 파산하지 않는 것도 신사 덕분이었다.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이름을 지닌 주보프 백작이 대꾸했다.
“그거 아시오, 휘트워스 대사? 우리 미친 차르께서는 의외로 신실한 신도라오.”
“일단 주위에 듣는 귀가 많을 것 같소만. 게다가 미사는 참가하지 않고, 하루가 멀다 하고 파티를 여시는데, 어째 경건한 신도란 말이오?”
“나름 성지를 지키겠다고 기사단도 만드시고, 또 몰타가 그대들에게 정복당했을 때는 내놓으라고 난리셨지요. 심지어 신 앞에서 사람을 죽이지 않으시겠다고, [사형금지령]까지 내놓으셨소.”
영국 신사, 찰스 휘트워스가 눈을 크게 떴다.
“그거 정말이오? 내 러시아 어가 그리 뛰어나진 않지만, 다들 살려달라고 기도하는 것 같던데?”
“웃기게도 사실이오. 파벨 폐하는 아무도 직접 죽이신 적이 없소. 단지, 시베리아로 추방할 뿐이지.”
“오, 무시무시하군. 그곳에는 아직도 야만인들이 득실거린다던데.”
주보프는 입가를 틀며 웃었다.
“우리 미친 차르 폐하의 ‘개혁’이란, 전부 그런 식이지. 영국과 충돌한 건 그중 하나일 뿐이요.”
차르 파벨 페트로비치 로마노프.
당대 세계 최대 영토를 자랑하는 러시아 제국의 주인.
그저 놀고 먹는 자라고 치부한다면 스스로 억울할 것이다.
등극 당시부터 파벨은 그야말로 무수한 [개혁] 조치를 강행했다.
우선, 18세기 내내 러시아를 뒤흔들었던 궁정 쿠데타를 막기 위해 제위계승을 [법]으로 정했다.
예전 차르가 마음에 드는 자를 후계로 결정하거나, 아무 원칙 없이 군사력을 가진 자가 차르가 되곤 했던 병폐를 막기 위해서다.
물론 가장 큰 목적은 후계자 시절 내내 자신의 지위를 흔들었던 여제에 대한 반감이었지만.
다음, 농노의 [매매]를 금지하고 농노 학대를 금지시켰으며, ‘일요일’에 지주가 강제하는 노동도 금지시켰다.
이런 부분 해방 조치에 반발하는 귀족들을 제압하기 위해, 귀족 체벌을 금지시키고 귀족에 대한 세금을 도입했으며, 병역 기피 귀족에 대한 제재 조치를 취했다.
또한 행정 개혁을 통해 지방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황태자 시절부터 관심을 둔 군제 개혁은 괄목할 만 했다.
군사참모제, 사단제, 군 지휘 체계의 집중화, 심지어 프로이센식 군복 도입까지 다양한 방면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 중 일부는 원역사에서도 러시아 제국군에 계속 남았을 정도다.
하지만 이 모든 정책은 단발성이다.
“비록, 나도 권좌에서 밀려나긴 했지만 처음엔 기대를 좀 걸었지. 거창하게 수많은 정책을 발표했거든. 하지만 하나도 제대로 추진된 게 없소. 심지어 후계자 문제까지도.”
아주 냉담한 플라톤 주보프 백작의 말에 휘트워스가 어깨를 움츠렸다.
“황태자는 알렉산드르 전하 아니오?”
“차르와 황태자 사이가 나쁘다는 건 누구나 알지요. 조만간 폐위된다는 소문이 자자하오. 심지어, 이걸 황태자도 알고 있소.”
“하긴, 그러니까 ‘팔렌’ 총독에게 황태자가 설득당한 거겠군요. 후후.”
이번에는 주보프 백작도 조금 꺼려지는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귀족도, 대상인도, 농노도 이쪽을 보는 자는 없었다.
한때는 제국 전체를 호령하던 권력자였던 여제의 총신, 그러나 파벨의 시대에는 황제가 꺼리는 어머니의 애인이었던 자일 뿐이다.
오히려 그 덕분에 남들의 눈을 피해 ‘불만세력’을 모으는 게 훨씬 쉽긴 했지만 말이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주보프 백작이 입맛을 다시다 낮게 말했다.
“어쨌든 준비는 완벽하오. 마지막으로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레이브 그바르디야]를 포섭할 자금만 영국에서 준다면.”
“황실 근위대를 말하는 거군. 한데, 그들이 정말 설득되는 거요? 현재의 황실 근위대는 파벨 차르가 황태자 시절부터 육성한 자들 아뇨?”
“그놈의 가트치나 부대는 소수요. 게다가, 차르가 일관성 없이 장교들을 자르는 바람에 사기가 엉망이지.”
가트치나 부대, 곧 차르 파벨이 황태자 시절 지내던 거처, 가트치나 궁전의 호위대다.
당시 여제가 홀대한 탓에 아무런 실권이 없던 파벨은 이른바 ‘군대 장난’에 몰두했다.
그때 형성된 부대가 바로 파벨의 황태자 호위대, 곧 가트치나 근위대다.
현재 제국 황실 근위대, 영어로 [라이프 가드]에 해당하는 부대의 핵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황실 근위대 전체가 가트치나 출신으로 구성될 수는 없었다.
나아가 파벨의 비일관성은 근위대 확충에도 적용되어, 걸핏하면 장교를 자른 후 보충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때문에 황실근위대 내부에도 불만과 기강해이가 가득한 상태다.
괜히 전직 총신인 주보프가 반란 세력의 중심이 된 게 아니란 얘기다.
물론 그 모든 게 영국의 자금 지원 덕분이긴 했지만.
아주 흡족하게 웃으며 영국측 자금지원책이자 암살 음모의 기획자, 휘트워스가 입가를 틀었다.
“그럼, 새로운 은행을 통해 드리겠소.”
“응? 원래 영국 정부는 주로 베어링스 뱅크를 이용하지 않소, 이럴 때?”
“그쪽은 프랑스와 너무 이해관계가 깊어서 말요.”
휘트워스는 슬쩍 눈살을 찌푸리다 일렀다.
“로스차일드 뱅크란 곳이오. 최근에 상트 페테르부르크 지점을 냈지.”
만약 유진이 이 사실을 들었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사실 로스차일드 뱅크는 영국 입장에선 이방인이 세운 은행인데다, 이제 막 영국에 진출한 신출내기다.
또한 베어링스 뱅크는 원역사에서 19세기 중반까지, 영국의 기간은행처럼 행세한다.
한데 유진이 개입한 탓에 베어링스 뱅크가 [친프랑스]로 낙인 찍혔다.
결국 엉뚱하게 신진인 나타니엘 로스차일드가 영국 정부에 선택된 것이다.
“어디든 상관없겠지요. 내일까지, 300만 루블 부탁합니다. 모두 진짜 은이어야 하오.”
재차 다짐하는 주보프에게 휘트워스가 히죽 웃으며 대꾸했다.
“확실히, 보내 드리지요. 후후.”
러시아 제국, 아니 유럽을 뒤엎을 모의를 하던 두 사람이 헤어졌다.
미사가 끝나고, 제국의 각 계층이 몰려나오던 상트 페테르부르크 대성당 앞에서.
***
그렇다면, 차르는 왜 이런 음모를 인지하지 못했을까?
“지금쯤, 플라톤이 휘트워스를 만나고 있겠지? 제 때 돈이 들어와야, 근위대 놈들도 움직일 텐데 말이야.”
후세 원역사의 러시아 제국은 공안질서수호국, 곧 [오흐라나]라는 비밀경찰로 유명하다.
다만 이 오흐라나가 탄생한 것은 19세기 말의 일이다.
그럼 그 전에는 제국에 비밀경찰이 없었을까?
있다.
니키타 페트로비치 파닌, 여제 시절의 외무장관과 같은 이름이자 그 장관의 조카인 귀족.
또한 19세기 초 러시아 제국의 비밀경찰 집단, [프리카즈]의 수장인 남자다.
그런데 황제와 황실, 제국을 수호해야 할 프리카즈 수장이 암살 음모자들을 거론한다.
당장 잡아들여야 할 자들임에도, 오히려 음모가 차질이 없어야 한다는 것처럼.
요컨대 비밀경찰 수장이 황제 암살 음모에 가담했다는 뜻이다.
그때 정보원들의 보고서를 살피던 파닌에게 문득 깡마른 군복의 남자가 물었다.
“파닌 백작,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소.”
“뭡니까, 베니히센 장군?”
“나야 황제에게 물먹은 몸이라 나선 거지만, 전도가 유망한 당신은 왜 이 일에 참가한 거요?”
베니히센, 후세 원역사에서는 쿠투조프의 맞수이자 후임으로 남은 장군이다.
또한 쿠투조프와 함께 오스만 제국의 일전에서 유진에게 패했고, 수보로프와 함께 모로를 이겼으며, 러시아 제국군의 현재 중핵 장성 중 하나기도 했다.
허나 베니히센은 깡마른 외모처럼 강직해, 아첨을 잘 하는 성격이 아니다.
해서, 변덕쟁이 차르 파벨에게 미움을 사서, 시베리아 추방 직전이 되어 버렸다.
시베리아로 가서 얼어 죽느니, 차라리 반란을 일으킨다.
그게 베니히센이 암살 음모에 가담하게 된 이유다.
그렇지만 전직 외무장관의 조카로, 대귀족인데다, 지금도 비밀경찰 수장으로 출세 가도를 달리는 파닌은 왜 가담했을까?
파닌이 집무실 한쪽에 기댄 채 서 있던 중년의 장군을 힐끗 보다 대꾸했다.
“구국의 결단이라고 하면 비웃겠지요? 허나 난 러시아 프랑스 동맹이 진심으로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국, 유럽, 그리고 우리 귀족들의 미래 전부에.”
베니히센은 눈썹을 치뜨다 되물었다.
“혁명 때문에? 프랑스도 이미 군주제로 바뀐 거 아니오?”
“흥! 선거로 선출된 황제가 진정한 군주라고 할 수 있습니까? 군주란 신의 뜻에 따라, 이 땅을 통치하는 자요. 또한 귀족은 신의 뜻을 대리하는 군주를 보필할 때, 그 가치가 있지요!”
“뭔가 혁명과는 또 다르게 위험한 사상 같소만. 그럼 차르에게 반역을 꾀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러나 파닌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열변을 토했다.
“틀리오! 차르 파벨은 신의 뜻을 어겼소. 프랑스의 무신론자들과 손잡았고, 제국을 구렁텅이에 빠뜨리고 있소! 누군가 나서, 차르를 끌어내리지 않는다면 이 제국도, 귀족도 모두 파멸할 거요! 특히, 프랑스에서 온 간신배 당통을 함께 죽여야 하오!”
본래 원역사에서 대부분의 암살 가담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파벨이 홀대했거나, 권좌에서 밀려났거나, 추방당해 죽음의 위기였다.
그러나 오직 파닌만은 승승장구하는 상황이었는데도, 차르를 암살하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하나, 제국의 미래에 파벨이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통이라는 역사에 없었던 자가 추가되었을 뿐이다.
“당통? 아, 그 뚱보. 뭐, 온갖 이권을 탐한다는 얘기는 들었지.”
“그자는 진정 이 시대의 오를로프 백작입니다! 황제의 총애를 바탕으로 나라를 도탄에 빠뜨리고 있소. 틀림없이, 보나파르트가, 아니 나폴레옹이 이 땅에 당통을 보낸 것도 책략의 일환임이 틀림없습니다!”
“뭐, 이권을 탐하는 건 영국인들도 다를 바 없는 거 같은데. 아직도 러시아 교역 과반은 프랑스 상인이 아니라 영국 상인들이 거래하지 않소? 파닌 백작, 당신 영지도 비슷할 거고.”
오를로프 백작은 예카테리나 여제 시절의 총신이자 간신이다.
다만 이 자리에 유진이 있었다면, 오를로프 백작이란 말에 한 마디를 덧붙였을 것이다.
19세기의 라스푸틴이라고.
황후를 꼬신 적도 없는 당통으로서는 아주 억울한 호칭인 셈이다.
그럼에도 파닌은 프랑스를 위해 이권을 탐하는 당통을 혐오한다.
“영국과 프랑스가 같습니까? 영국은 저 멀리 바다 건너에 있는 나랍니다! 반면, 프랑스는 속국인 보헤미아 공국과 갈리치아 대공국이 우리 폴란드 점령지 바로 코앞에 있죠!”
그 판단은 완전히 틀린 것만도 아니다.
19세기 초, 러시아는 21세기 원역사와 달리 프랑스와 의외로 가깝다.
폴란드 동부가 러시아 영토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진과 나폴레옹이 신성로마제국 해체를 하며 만든 [위성국]과는 아예 국경이 붙어 있는 상태다.
만약 프랑스가 원한다면, 최소 러시아 서부 변경은 순식간에 침공당할 수 있다.
물론 군사 전문가 베니히센이 보기에는 너무 과도한 걱정이다.
사실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은 더 유리한 조건에서 러시아 대원정에 참혹하게 실패했다.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베니히센이 고개를 돌렸다.
“군사적으로 위험성이 있는 건 사실이지. 뭐, 상관없소. 나야, 그리고 우리야, 차르를 엎고 군부를 정화하면 그만이니까. 그렇지 않나, 데프레라도비치?”
그러자 제국 근위대 보병연대장, 니콜라이 이바노비치 데프레라도비치가 군례를 취했다.
“맞습니다. 베니히센 야전원수 각하!”
이 자리에는 데프레라도비치만 있는 게 아니다.
표도르 페트로비치 우바로프, 표트르 알렉산드로비치 탈리진, 그리고 후일 원역사에서 러시아 대원정의 영웅 중 하나였던 파벨 알렉세예비치 투치코프.
현재는 근위대의 신진이지만, 러시아 제국의 미래를 책임질 엘리트 장교들이 도열해 있다.
사실상 제국 근위대가 차르를 배신한 것이다.
러시아 제국군의 제2인자이자 쿠투조프의 맞수, 베니히센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래. 변덕쟁이 차르를 죽여야, 제국군에도, 제국에도 미래가 있지!”
물론 베니히센의 미래도 말이다.
***
러시아 제국 여름궁전, 페테르고프의 심처에서 운명의 결단을 내릴 자가 있다.
“나슬레드니크 체사레비치, 결심은 서셨습니까?”
나슬레드니크는 러시아어로 후계자란 의미이며, 체사레비치는 차르의 아들을 말한다.
그러니 이 말은 곧 [황태자]를 뜻하는 러시아어다.
당대 러시아 제국에서 이런 호칭으로 불릴 자는 오직 한 사람.
황태자 알렉산드르가 창가를 보다 입을 열었다.
“팔렌 총독, 어째서 본 황태자에게 무도한 짓을 저지르라 요구하는 건가?”
“차르 폐하께선 황후 폐하의 자녀들에 대한 상속권을 박탈하려 하십니다.”
“증거가 있나?”
상트 페테르부르크, 곧 수도 총독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팔렌이 굳은 얼굴로 서신 하나를 건넸다.
-슥.
서신을 받아든 알렉산드르의 눈이 커질 찰나, 팔렌이 긴장한 채 설명했다.
“황태자 전하가 수상한 동향을 보일 경우, 즉시 체포하여 구금하라는 폐하의 명령서입니다. 또한, 황후 폐하에 대한 이혼 준비도 진행 중입니다.”
보통 이런 서신을 본다면, [위조]를 의심할 것이다.
허나 알렉산드르는 팔렌을 의심하지 않았다.
전대 차르 때부터 지금까지 궁정에서 성실성을 인정받은 61세의 노인, 팔렌은 거짓말을 할 자가 아니다.
만약 주보프와 친분이 있어, 차르가 언제 목을 날릴지 모르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음모에 가담할 이유도 없었을 자다.
게다가 황태자 알렉산드르도 짚이는 데가 있었다.
“새로운 황후는 안나 로푸키나인가?”
“그 여자가 가장 유력하긴 합니다만, 황후 폐하의 시녀인 마브라 유리예바란 얘기도 있고, 프랑스 배우인 ‘마담 슈발리에’란 얘기도 있죠. 모두 왕족이 아닌 귀천상혼이 될 겁니다.”
“터무니 없는 소문이군. 하지만, 부황 폐하께서 날 의심하는 건 맞겠지.”
황태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난 영국과 전쟁을 벌이는 일도, 신대륙에서 프랑스를 무한정 돕는 일도, 원치 않으니까.”
가장 큰 문제는 결국 [대외정책]에 대한 의견 대립이다.
차르는 영국과 싸우기를 원한다.
황태자는 당연히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 최고권력자가 전쟁을 원할 때, 후계자가 반대한다면 어떻게 될까?
둘 중 하나는 권좌에서 제거되어야 한다.
그게 러시아 제국, 아니 군주제에서 피할 수 없는 법칙이다.
가만히 창밖을 보던 알렉산드르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입만 움직였다.
“폐하의 목숨만은 살려주게. 팔렌 백작.”
수도 총독 팔렌이 고개를 조아렸다.
“물론입니다. 황태자 전하. 모른 척, 황궁을 벗어나 있기만 하십시오.”
1806년 8월 7일.
차르 암살 쿠데타 전야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