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81)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81화(382/547)
(381) 단검의 밤이 황궁을 피로 물들인다
1806년 8월 8일 자정,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대성당에서 종이 울렸다.
-뎅! 뎅! 뎅!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다.
물론 상트 페테르부르크도 시계탑이 도시 한복판에 세워진지 오래다.
허나 서민 대부분의 집에 아직 시계가 없는 것은 프랑스도,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하여, 종소리를 듣고 시간을 알게 되는 국민이 대부분인 시대기도 하다.
무엇보다 아직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야간 통행이 금지되어 있다.
프랑스나 영국은 이미 17세기 말부터 야간 통행을 위한 촛불형 가로등이 세워진 것과 대조되는 형국이랄까.
러시아가 얼마나 서유럽보다 뒤쳐졌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것이다.
그러나 밤에 민간인이 움직이지 못한다는 건, 군인의 기동은 쉽다는 뜻이다.
“오늘 밤, [로시스카야 임페리야]가 바뀔 것이다!”
제국 황실 근위대, 기병연대장 우바로프의 낮은 외침과 함께 기병들이 달렸다.
-두두두!
러시아 제국군의 군복은 이른바 진녹색이라 [그린 코트]라고 영국인들은 부른다.
그러나 근위기병대의 경우 정예들은 적색 제복을 입기도 했다.
어차피 밤이라 잘 보이지 않지만, 우바로프와 함께 달리는 1백 기가 그랬다.
본래는 황제를 지켜야 할 기병대가 왜 밤의 제도를 달리고 있을까?
바로 로시스카야 임페리야, 곧 러시아 제국의 황제 교체를 위해서다.
“우바로프의 기세가 좋군. 수도경비대는 모두 외곽에 나가 있는 게 틀림없나?”
문득, 시내로 쏘아지듯 달리는 기병들을 보다, 군복을 입은 베니히센이 물었다.
질문을 던진 상대는 데프레라도비치, 황실 근위대 제1연대장이다.
베니히센과 함께 이번 [쿠데타]에서 군 동원을 책임지는 자다.
데프레라도비치가 신중하게 ‘성채’를 살피다 부동자세를 취했다.
아무리 데프레라도비치가 실제 군지휘자라도, 눈앞에 있는 남자는 야전원수이자 제국군의 핵심이고, 자신은 대령에 불과하다.
“예, 야전원수 각하. 쿠투조프 장군이 폴란드 방면이 불온해져, 시찰을 나갔다는 첩보입니다.”
문득 근위대 제1연대장의 보고를 듣던 베니히센이 코웃음을 쳤다.
“우습군. 국경이 문제가 아니라, 수도가 항상 문제라는 건 러시아 제국의 상식인데. 정작 러시아 출신인 쿠투조프가 그걸 모르다니.”
“덕분에 수도 내부를 전부 우리 쪽 근위대가 장악하지 않았습니까?”
“아직은 방심하긴 일러. 근위대 전부가 우리 편에 선 건 아니다. 가티치나 출신 근위대는 잘 봉쇄해 뒀나?”
물론 폴란드 방면이 불온해졌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아직 러시아가 폴란드를 완전 정복한지 10년도 채 안 된 시대다.
예전 폴란드를 지배했던 의회 대귀족들, 셰임의 보이보트들이 그대로 살아있다.
특히 루이 14세 시절부터 왕비가 폴란드 공주였던 탓에 교류가 컸던 프랑스로 망명한 귀족들이 많았다.
그런데 러시아령 폴란드는 하필 프랑스의 속국인 갈리치아 공국과 접경한 상태다.
자연히 프랑스 주둔군과 서로 경계할 수밖에 없고, 여차하면 충돌하기 쉽다.
때문에 황제의 총애를 받는 쿠투조프가 급히 폴란드로 파견되는 일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이다.
단지, 수도에 차르를 넘보는 자들이 너무 많을 뿐이다.
“투치코프 대령이 연회를 열어, 모두 취해서 잠든 지 오래입니다. 흐흐.”
제국 근위대 제3연대장, 투치코프를 떠올리며 데프레라도비치가 입가를 틀었다.
이번 거사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단연 차르 직속 호위대인 가티치나 근위대였다.
하여, 쿠데타를 일으키기 전, 가티치나 연대를 무력화할 필요가 있었다.
한데 러시아인은 고래로 술고래들이다.
해서, 베니히센은 아주 간단한 계책을 생각해냈다.
바로 연회를 열어 모두 술에 취해버리도록 만든 것이다.
아주 흡족한 얼굴로 웃으며 베니히센이 몸을 돌렸다.
“그럼, 밖을 잘 지키고 있게. 난, 저 [수상성]으로 들어갈 테니까.”
물에 둘러싸인 거성을 돌아보던 데프레라도비치가 다급히 물었다.
“제가 수행하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안에는 이미 주보프를 비롯해 대검귀족들이 들어가 있네. 근위대가 직접 차르의 피를 손에 묻힐 필요는 없지.”
“장군께서는, 하실 겁니까?”
아주 조심스럽게 묻는 제1연대장을 힐끗 보다, 베니히센이 마른 얼굴에 묘한 미소를 띠었다.
“이런, 데프레라도비치 대령. 오늘 우리가 하려는 일은 공식적으로는 차르에게 [퇴위 요구]를 하려는 거야. 죽이는 게 아니라. 혹시 귀족들이 섣불리 날뛰다 사고가 일어날지는 모르지만.”
차르 퇴위와 암살은 완전히 다른 의미다.
사실 러시아 제국은 성립 이후, 무수한 반란에 시달렸다.
차르가 폐위당한 것도 최소한 세 번 이상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황실 쿠데타는 형식적으로 차르를 폐위하고, 후일 암살하는 실질적인 방식을 취해 왔다.
그러니 베니히센도 직접 손을 더럽힐 생각은 없다는 얘기다.
어쨌든 차기 차르에 오를 자는 결국 알렉산드르니 말이다.
그제야 상관의 속마음을 알아차린 제1연대장이 경례를 취했다.
“알겠습니다, 야전원수 각하.”
베니히센은 손을 흔들어 보이며, 황제가 거처하는 거성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뚜벅, 뚜벅, 뚜벅.
미하일롭스키 성, 곧 파벨이 태어났고 다시 해자에 둘러싸인 요새로 재건한 황제 개인 거처로.
***
이 거성은 6년 전, 차르가 몰타 기사단을 동경하며 그 요새를 본따 만든 성채다.
본래 원역사라면 차르 파벨은 본거지를 잃고 떠돌던 몰타기사단장을 잠시 자처한다.
허나 지금은 유진이 개입한 탓에 몰타기사단이 멀쩡히 남아 이집트 다미에타로 본부를 옮긴 항태다.
다만 그럼에도 유명한 몰타기사단을 동경하는 파벨의 성향은 남아, 이런 러시아답지 않은 거성이 수도 남쪽에 지어진 것이다.
보통 황궁의 번잡함을 피해 변덕스런 차르가 휴식을 취하는 이 성의 내실은, 고함으로 가득찼다.
“역시, 황후가 날 배신한 게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날 죽이려는 음모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벌어질 리가!”
바로 차르 파벨이 편집증적인 분노를 터뜨리고 있는 탓이다.
당연히 이 분노는 아무런 근거도 없다.
그러나 차르는 최근 황태자와 갈등을 빚으면서, 황태자의 모친인 황후도 의심하는 중이었다.
어쩌면 새로운 애인들 때문에 괜히 성질을 부리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시종들과 긴급히 불려온 재상 쿠라킨이 쩔쩔맬 찰나, 당통이 험상궂은 얼굴로 웃으며 차르를 달랬다.
“폐하, 진정하시지요. 일단 저희가 먼저 파악했으니, 군을 소집해 격퇴하면 됩니다. 또한 황후 폐하는 이 일을 일절 모르십니다. 아셨다면, 벌써 제도가 난리가 났을 겁니다.”
“그럼, 알렉산드르인가? 아니면 콘스탄틴? 설마 니콜라이는 아니겠지?”
“니콜라이 황자 전하는 이제 10살이십니다. 당연히 아니지요. 황태자 전하와 콘스탄틴 대공께선, 음, 확신하긴 어렵군요.”
슬쩍 황태자에 대한 의심을 당통이 심자, 차르는 바로 그 의심을 잡아챘다.
-쾅!
황제의 침전, 집무용 책상을 내려치며 파벨은 이를 갈았다.
“역시, 알렉산드르군. 그럴 줄 알았어. 그놈은 늘 짐의 정책을 반대해 왔지!”
황제가 황태자와 갈등을 벌이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군주제 국가에서 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파벨과 알렉산드르의 관계는 사실 이보다 더 복잡하다.
애초에 선대 차르인 예카테리나 2세가 본래 제위를 물려주고 싶어 했던 건 알렉산드르니까 말이다.
여기에 파벨이 영국과 갈등을 벌이고, 농노를 함부로 해방하고, 행정 개혁을 남발하면서 귀족들의 반발이 드세지자, 알렉산드르는 이 문제를 조정하려 했다.
자연히, 파벨의 진노를 살 수밖에 없었다.
최근 황태자 작위를 박탈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았더니, 근신하던 황태자다.
이 순간 파벨이 알렉산드르가 반란을 일으켰다고 생각해도, 결코 얼토당토 않은 얘기만은 아니다.
그때 재상 쿠라킨이 다급히 말했다.
“폐하, 일단 침실을 벗어나셔야 합니다.”
“어째서? 여긴 짐의 성이다. 짐이 휴식을 위해 세웠고, 충성스런 근위대가 지키고 있다. 그런데 고작 한줌도 안 되는 반역자들을 두려워해 도망치란 말인가?”
“애석하게도 그 한 줌의 반역자들이 이 수도와 황궁에서는 다수입니다. 누가 충성파고, 누가 반역자인지도 정확히 알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물론 쿠라킨도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온 게 아니다.
일단 제국의 재상이라도 비밀경찰이란 눈과 귀가 작동해야 정보를 알 수 있다.
현재 역모에 파닌이 참가한 탓에 쿠라킨은 돌아가는 상황을 전혀 몰랐다.
급히 차르에 불려와 당통에게 설명을 들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반역이 일어났을 때는 일단 궁전을 비우더라도, 군을 장악하는 게 중요하다.
한데 제국 근위대 다수가 이미 반역자들에게 넘어간 뒤라고 하니, 일단 피신부터 해야 했다.
반면 파벨은 히죽 웃으며 고함쳤다.
“한 가지는 확실하군, 쿠라킨. 여기, 프랑스인 당통이 오히려 짐의 충신이다!”
그 순간 차르의 침전 문이 거세게 걷어차였다.
-쾅!
동시에 일단의 검을 든 러시아 귀족들이 뛰어 들었다.
“그런 개소리를 하니, 차르 당신이 폐위되어야 하는 거요.”
선두에 선 자는 단연 플라톤 주보프다.
그 뒤로 비밀경찰 수장 파닌, 상트 페테르부르크 총독 팔렌, 주보프 백작의 동생이자 장군 출신인 니콜라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르 파벨에게 밀려난 옛 선제의 총신들과 불만을 품은 현직 고관들이 즐비하다.
파벨은 몸을 부들부들 떨다 물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플라톤?”
“차르, 당신이 나라를 구렁텅이에 빠뜨리고 있소. 대영 무역 봉쇄, 무분별한 친프랑스 정책, 거기에 신대륙에서 사위를 위해 벌이는 전쟁까지!”
“그게 무슨 헛소리냐! 무역 봉쇄는 영국이 먼저 관세를 두 배로 매긴 탓이다! 프랑스는 이제 공화국도 아닌데 친교를 맺는 게 무슨 문제냐? 게다가 신대륙 전쟁은 짐이 원한 바가 아니야!”
파벨은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물론 유진이 제도를 방문했을 때, 파벨이 영국령 캐나다 공략에 합의한 것은 사실이다.
허나 그건 벌써 4년 전 일이다.
또한 신대륙에서 러시아 세력이 참전한 영미전쟁은 어디까지나 부마 필리프의 독단이다.
그럼에도 당연히 영국도, 그리고 친영파 대귀족들도 믿지 않는다.
“그럼, 책임을 지고 퇴위하여, 진심을 입증하시오. 아니면, 영국과 우리 제국은 승리의 기약도 없는 절망적인 전쟁을 치러야 할 테니까!”
파닌이 차갑게 외치자, 파벨은 부들부들 떨다 마주 소리쳤다.
“짐은 신께 선택받은 군주다! 절대로, 반역자에게 굴복하지 않는다!”
귀족들은 서로 돌아보았다.
본래 주보프와 파닌, 팔렌이 세운 계획은 이렇다.
차르 파벨을 기습해 제압한다.
다음, 억지로 퇴위 성명서에 서명하게 만든다.
이후 평화적으로 쿠데타를 성공시킨 후, 새로운 알렉산드르 정권에서 귀족들은 공신이자 실세가 된다.
허나 아무래도 먼저 당통이 온 탓에 억지로 서명하게 만드는 건 글러버린 일인 것 같았다.
문득 쉽게 흥분하는 남자로 유명한 니콜라이 주보프가 주먹을 불끈 쥐며 나섰다.
“그럼, 죽일 수밖에!”
그 순간 총소리가 침전 밖, 복도를 울렸다.
-탕! 탕! 탕!
복도를 지키고 있던 근위대 병사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대귀족들도 놀라 분분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 차르의 근위대장, 아라크체예프가 수하들과 함께 총을 든 채 서 있었다.
바로, 가티치나 연대가 나타난 것이다.
“모두, 멈춰라! 나, 알렉세이 아라크체예프가 있는 한, 누구도 폐하를 건드릴 수 없다!”
음모의 설계자, 상트 페테르부르크 총독 팔렌 백작이 당혹해 비명을 질렀다.
“가티치나 레이브 그바르디야! 어떻게 된 거요, 베니히센! 분명, 저놈들을 모두 봉쇄했다고 하지 않았소?”
대귀족들 대열 뒤편에 서 있던 베니히센은 빠르게 눈을 굴렸다.
아무래도 직접 손을 쓰지 않고, 데프레라도비치에게 지시만 한 게 실수였던 모양이다.
혹은 먼저 정보가 샜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쿠데타는 실패했다는 거다.
찰나, 전장에서 기민하기 그지 없는 여우, 베니히센이 사브르를 뽑아 들었다.
“차르 만세! 이 역도 놈들을 모두 잡아라!”
“베니히센, 그게 무슨 헛소리!”
“흥, 내가 반역자 무리에게 가담했을 줄 아느냐? 난, 단지 너희를 잡기 위해 가짜로 움직였을 뿐이다!”
아주 기세등등한 몸놀림으로 팔렌의 목을 치며, 베니히센이 외쳤다.
“폐하, 이 반역자들을 당장 죽이소서!”
이 순간, 황궁은 반역자들이 의도했던 바와 정반대로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
총격은 황제의 거성 밖에서도 요란하다.
-탕!
머스킷 총탄에 맞아 숨을 헐떡이며, 데프레라도비치가 부르짖었다.
“쿠투조프 야전원수,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분명 도시 밖을 떠나는 걸 데프레라도비치도 확인했다.
한데 수도경비대 전부와 함께 쿠투조프가 돌아온 것이다.
문득 쿠투조프는 외눈을 찡긋거리며, 바로 옆에 같이 달려온 한 청년 장교를 가리켰다.
“뭐, 외국인 친구 도움이 있었지.”
바로 바르텔레미 주베르다.
그러니까 쿠투조프는 정말 수도 밖으로 달려갔다.
허나 실제 수도 경비대는 외국인 장군인 주베르의 지휘를 받아 수도 인근에 잠복하고 있었다.
쿠투조프는 미행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자마자 긴급히 돌아와, 주베르로부터 지휘권을 이양받아 수도로 다시 회군한 것이다.
거기까진 몰라도, 외국인이란 말에 진실의 일부를 알아차린 제1연대장이 고함쳤다.
“설마, 프랑스 놈들? 어떻게 그놈들과 손을 잡을 수 있소!”
“이봐, 데프레라도비치 대령. 자네들은 영국인과 손을 잡았다고 하던데?”
“그, 그건!”
순간, 제1연대장 데프레라도비치의 머리에 휴대용 피스톨이 겨누어졌다.
“반역자는 우리나라에서는 기요틴이야. 그보다는 총살이 낫겠지?”
주베르가 방아쇠를 당겼다.
-탕!
본래 아우스터리츠, 예나, 그리고 러시아 대원정에 모두 참전했을 남자.
프랑스의 적수이자, 알렉산드르 황제가 기병 총사령관으로 임명했을 용맹한 장군.
데프레라도비치가 수보로프에게 죽었어야 할 주베르에게 죽었다.
차르 파벨 암살 음모가 실패로 돌아간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