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9)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8화(39/547)
(38) 마르소의 애인을 구하러 방데로 가자
항상 진짜 목적은 따로 있기 마련이다.
-척, 척, 척!
진청색의 군복을 입은 병사들이 마르세유 외곽 연병장을 돌고 있었다.
프랑스 혁명군의 상징, 청색 군복이다.
후세 원역사 기준으로 보면 은폐가 전혀 안 되는 문제가 있긴 하다.
그렇지만 시대는 18세기 말, 서로 일렬 횡대로 서서 라인배틀을 벌이는 시기다.
오히려 병사들의 사기를 올려주는 눈에 띄는 군복이 인기랄까.
유진이 새로 만든 군수품 공장에서 만드는 품목 중 하나다.
아직은 이 마르세유 사령부에 납품하는 게 전부지만.
문득 유진이 행군하는 병사들을 보다, 지휘관에게 물었다.
“잘 되가죠, 마르소?”
바로 마르세유 사령부 직할, 우편 특수연대다.
부대 편성이 파리에서 허락된 지 4개월.
이제 제법 행군과 사격은 할 줄 아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특히 이 시대에는 물자 부족, 그 중에서도 화약 부족으로 할 수 없는 ‘실탄’ 사격까지 훈련 중이다.
그 훈련을 주도하는 장본인이 바로 연대장 대리를 맡은 소령, 마르소다.
마르소가 흘깃 유진을 돌아보다 피식 웃었다.
“그야 물론이지. 간부급은 툴롱에서 보나파르트 장군 아래서 싸웠던 친구들로 채웠어.”
유진은 각 소대별로 지휘하는 하사관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익숙한 얼굴들이 꽤 있다.
유사시, 나폴레옹의 명령이 먹힐만한 이들이다.
“다들 최소한 승마보병으로 훈련시켜요. 그래도, 원래 임무는 우편배달부니까. 말은 탈 줄 알아야 해요.”
“그래. 다들 그냥 징집병은 아니야.”
“예?”
문득 마르소가 눈을 찡긋거렸다.
“툴롱에서 강제입대한 전직 왕당파들이 사병이라고. 하핫!”
유진은 눈을 크게 뜨다 묘하게 웃었다.
사실 연대 편성 자체는 유진이 거의 개입하지 못했다.
마르세유에서 시작된 사업 확대에 전념한 탓이다.
4개월은 사업 정착에도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마르소가 알아서 ‘충성파’ 병사로 채운 셈이다.
“아주 로열티가 높겠군요.”
왕당파는 애초에 보수적이고 충성심이 강한 이들이 선택하는 정파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 왕은 없고, 이들이 충성할 대상도 없다.
존재하는 것은 학살당할 뻔했던 자신들을 살려준 두 사람.
나폴레옹과 유진.
그러니 이 병사들은 다들 나폴레옹과 유진에게 충성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문득, 유진을 발견한 또 다른 충성파가 경례를 취했다.
“오셨습니까, 소령님.”
바로 뒤로크 대위다.
“그렇게 깍듯이 대할 거 없어요. 뒤로크 대위님. 전 나이도 어리지만, 다 같이 나폴레옹 장군님의 부관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 우편부대 총책임자는 마르소 소령님이 아니라 보아르네 소령님인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위계는 명확해야 합니다.”
“음, 내게 복종하면 그 반대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뭐, 어쨌든 잘해봅시다.”
어쨌든 명목상 총책임자는 마르소가 맞다.
그런데 유진의 명령을 따른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위계가 불명확해지지 않을까?
하지만 뒤로크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다른 장교나 하사관에게 들리지 않게, 뒤로크가 낮게 말했다.
“소령님과 보나파르트 장군의 의도, 확실하게 관철하겠습니다.”
요컨대 사병 창설이다.
파리의 시선에서 벗어난 남쪽, 마르세유.
이곳의 지사인 프레롱은 마침 모종의 이유로 보나파르트 일가에 호의적이다.
게다가 자금은 유진이 만든 보아르네 카르텔이 밀수로 벌어서 댄다.
그럼 이게 마르몽 대위가 지적했던 바와 뭐가 다른 걸까?
결정적으로 다른 게 있다.
이 우편부대는 단순한 군부대가 아니라, 정보 수집 조직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특수부대]인 셈이다.
물론 훈련과 경험이 더 쌓이긴 해야겠지만, 나름 툴롱 전투 참전자들이다.
승자든, 패자든 간에.
유진이 군 지휘를 위해 바삐 다시 움직이는 뒤로크를 보다 피식 웃었다.
“눈치가 빠르군요, 참.”
“말은 없고 말이야. 아, 저 친구랑 같이 일하고 있으면 무슨 목석이랑 일하는 거 같아.”
“대신 일처리는 나폴레옹 장군의 사람 중 가장 확실해요, 마르소. 무슨 문제가 생기면, 전부 다 뒷감당해 줄 겁니다.”
그때 마르소의 이상한 눈빛에 유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세요?”
“아니, 나폴레옹 장군 사람 중에서 가장 일 잘 하는 건 유진 소령 아냐?”
“에이, 전 아니죠. 할 수 있는 일에 아직 한계가 있는데.”
유진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최소한 3년은 지나야 하지 않겠어요? 키나 빨리 컸으면 좋겠네요. 머스킷이라도 들게.”
사실 유진이 발휘하는 능력은 대부분 역사를 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조금씩 역사를 바꿀수록, 모르는 게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금은 아직 애라서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다.
당장 우편부대, 곧 연대 규모로 만들어지는 이 특수부대도 어른이었다면 유진이 직접 지휘 감독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머스킷도 제대로 들 수 없는 키로는 무리다.
낯을 찌푸리는 유진을 보다 마르소가 껄껄 웃었다.
“하하하! 이럴 땐 또 애 같군.”
“갑자기 뭐래요? 난 아직 애 맞아요.”
“푸하핫! 공장에, 은행에, 이제는 군부대까지 만드는데 그게 애라고? 웃기는 소리지.”
마르소는 정말 순수한 의미에서 감탄하고 있었다.
물론 부대를 만드는 일도, 실무는 마르소와 뒤로크가 한다.
그렇지만 애초에 발상 자체가 유진의 몫이었다.
무력의 중요성, 정보의 필요성, 명분의 적절성.
이 모든 것을 우편부대 하나로 해결했다.
혁명의 혼란기, 헤쳐나갈 길을 마치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문득 감탄에 젖어있던 마르소가 생각난 일을 말했다.
“참, 오늘 저녁에는 콜로가 좀 들르라던데. 결재받아야 할 중요 거래가 있다고.”
“그거 별로 안 중요할 걸요. 얘기는 미리 들었어요. 폴리 씨의 군수공장에 새로 자금 투자하는 거 싫어서 그러는 거예요. 게다가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응? 무슨 약속? 설마, 새로운 여자친구라도 생겼나?”
가볍게 놀리는 마르소에게 유진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했다.
“여자의 초대이긴 하죠. 애석하게도, 미망인의 초대입니다. 레티치아 부인이 저녁 식사 꼭 오래요.”
바로 나폴레옹의 모친이다.
이것도 마르소가 신기해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보나파르트 일가와 친해지고, 또 조세프의 경우에는 사업까지 끌어들였다.
사실 망해버린 하급귀족 가문과 친해지는 게 뭐 쓸모 있을까?
그런데 오히려 그 덕에 유진은 나폴레옹과 더욱 친해졌다.
이 친분을 바탕으로 연대급 규모 우편부대를 만드는 것도 쉽게 허락 받았다.
나아가, 우편연대에 군복과 총기, 화약을 납품해 군수사업을 돌리는 중이다.
물론 대금은 아직 외상이긴 하지만.
다시 한 번 치밀어 오르는 감탄을 삼키며, 마르소가 물었다.
“그건 또 왜 그렇지? 어차피 그 집에서 하숙중이잖아.”
“요새 맨날 다른 집에 초대받고 다녀서 저녁은 못 먹기도 했고. 또 보나파르트 장군이 간만에 집에 들르신다고 하더라구요. 같이 먹을래요?”
“이런, 사양하겠어. 상관이랑 빵을 먹는 것보단 밀린 일처리를 좀 해야 해서.”
유진은 싱긋 웃으며 장난처럼 경례했다.
“그럼 내일 보자구요.”
바삐 사라지는 유진을 마르소가 보고 있을 찰나, 뒤로크가 옆에 와서 섰다.
“저 소령님이 어디까지 갈지, 참 궁금해지는군요.”
“깜짝이야! 뒤로크 대위. 당신 말 할 줄 알았습니까?”
“무슨 말입니까? 방금 전에도 대화 들으셔 놓고는.”
마르소는 피식 웃다, 책상 위 잔뜩 쌓인 우편들을 살폈다.
어쨌든 실질은 정보 특수부대 창설이지만, 명목은 어디까지나 군사우체국이다.
가장 먼저 우편 체제를 사용하는 이들은 단연 마르세유 주재 군인들.
특별히 뭔가 이상한 편지가 있다면 가려내는 것도 우편연대장의 일이다.
“뭐, 나도 처음 봤을 때부터 그런 생각 하고 있습니다. 응?”
순간, 마르소는 눈을 크게 떴다.
“이건!”
수신인, 마르소.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발신인의 이름.
이 마르세유에서 받을 거라 예상하지 못한 편지가 마르소에게 와 버렸다.
***
어느 시대, 어떤 집안, 누구라도 어머니는 사람 먹이기를 좋아한다.
“자, 오늘밤은 닭고기 특식이랍니다. 청년 여러분! 많이 먹어야 해!”
대가족 집안 보나파르트 가문의 모친, 레티치아도 마찬가지다.
특히 유진의 하숙비 덕분에 궁핍에서 벗어난 뒤로, 더욱 잘 먹이려 애쓰는 중이었다.
그렇지만 보나파르트 집안에는 음식에 별 가치를 안 두는 구성원도 있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유학생활을 하며, 급히 먹는데 익숙해진 나폴레옹이 그랬다.
너무 많은 음식을 뜨악한 얼굴로 보다, 나폴레옹이 물었다.
“너무 양이 많은데? 어머니, 이거 다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괜찮아. 네 위만 버텨주면 돼. 여기 유진 군이 하숙비를 톡톡히 내줘서 집안 살림 걱정이 없단다?”
“예? 하숙비라구요?”
나폴레옹이 눈썹을 치뜰 찰나, 레티치아가 손뼉을 치며 덧붙였다.
“그래. 조세프도 요새 유진 군 아버지가 세웠다는 은행에서 일한다던데? 못 들었니?”
사실, 정작 나폴레옹은 마르세유 사령부 관사를 쓴다.
그 때문에 집안 사정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애초에 유진이 마르세유에 오기로 했을 때부터, 했던 말은 기억한다.
보나파르트 집안 생활을 보살펴 주겠다고 하는 제안이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그저 농담으로 생각했던 얘기였다.
게다가 큰 형까지 신세를 지고 있을 줄이야.
은행에 대한 살짝 왜곡된 정보를 헤아리다, 나폴레옹이 옆에 앉아 있던 유진에게 낮게 물었다.
“그렇게 말했나, 소년기수? 은행이 뭐?”
“제가 은행 만든다고 어머님께 말씀드리긴 좀 어려워서요.”
“진실을 말한다고 해도, 어차피 믿지는 않으셨겠지. 흠. 하지만, 가족들에 자네에게 너무 신세를 지는 건.”
한 마디 나폴레옹이 하려던 찰나, 불쑥 누군가 끼어들었다.
“정말이야? 유진, 네가 직접 은행 만들었어?”
나폴레옹의 여동생, 폴린이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유진은 눈을 굴리다 싱긋 마주 웃었다.
폴린이라면, 굳이 복잡한 이야기를 깊게 캘 성품은 아니다.
“하하. 말이 그렇다는 거죠. 저희 집이 좀 돈이 많긴 해요.”
“그래? 얼마나 많은데? 하긴 하숙비도 참 많이 내는 거 같더라. 군부대 월급 많이 줘, 오빠?”
“그럴 리가 있냐. 대체 얼마나 내는데 그래?”
유진이 미처 막기도 전에, 폴린이 그만 말해 버렸다.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월 1만 리브르는 내는 거 같던데?”
“쿨럭? 뭐? 1만 리브르?”
“그렇지? 월급으로 감당 안 되지? 참, 신기해라.”
연간 12만 리브르가 된다.
아무리 인플레이션이 심해진 때라도, 일개 하숙생의 하숙비 수준이 아니다.
나폴레옹이 결국 미간을 찡그리다, 유진에게 다그쳤다.
“우리 집안을 도와주는 건 좋지만, 무리하라고 한 적은 없어. 소년기수.”
“도움은 마다하지 않는 분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장군님?”
“아니, 뭐랄까. 자네 돈이 내 돈이고 내 돈이 자네 돈이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잖나? 뭐, 그게 아니라도 거, 조세프 형이 받기로 한 클라리 집안 유산이 고작 8만 리브르라고.”
어째 걱정하는 것도 꽤나 소시민적인 답이다.
사실 나폴레옹은 수학에 뛰어난만큼 의외로, 돈 계산에도 밝다.
원역사 후일에는 유언장에 일일이 남은 재산을 계산해, 유산 상속을 세분화해 명시할 정도다.
현 시기에는 본래는 모자란 월급 때문에 꽤 골머리를 앓는 때기도 하다.
그러나 반대로 너무 유진이 돈을 많이 쓰는 것 같아, 자기 방식대로 걱정하는 모양이다.
당연히 유진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쓸데 없는 걱정이다.
유진은 빤히 나폴레옹을 보다 진지하게 답했다.
“나중에 장군님은 이 돈의 100배로 제게 하사하실 겁니다.”
“뭘, 하사해?”
“전 확신하고 있어요. 언제나.”
나폴레옹의 눈이 잠시 감동으로 일렁일 찰나, 폴린이 호들갑을 떨며 감탄했다.
“와, 우리 오빠 정말 아첨꾼을 부하로 뒀구나?”
“아첨꾼이라니! 정확한 눈을 가진 부하지.”
“킥, 그래. 돈 많은 소년병이지? 어디, 소년병 씨? 혹시 오늘 만찬인데, 내게 주는 선물은 없어요?”
그냥 한 말이었는지 눈을 찡긋거리는 폴린을 보다 유진이 손뼉을 쳤다.
“이폴리트.”
그러자, 이폴리트가 씩 웃으며 밖에서 우편부대 사병에게 뭔가를 받아왔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될 찰나, 이폴리트가 잔뜩 싸온 뭔가를 펼쳐 들었다.
옷이다.
-촤아악!
유진은 여성복 드레스를 한 벌 들어올리며 폴린에게 눈을 마주 찡긋거렸다.
“마담 보나파르트와 마드모아젤 보나파르트들에게 드리는 선물입니다. 프랑스 최고의 옷 수선가였던 로즈 베르탱의 작품이죠. 파리에서 우편부대가 가져온 겁니다.”
로즈 베르탱, 바로 마리 앙투아네트의 전속 의복 디자이너다.
본래 혁명 당시 추방당해 거리를 전전해야 할 사람이다.
하지만 왕실을 구할 당시, 유진이 손을 써서 방크 보아르네에 채용해 두었다.
그때는 썩 쓸모가 없을 거라 여겼는데, 여자들의 환심을 살 일이 생기니 바로 쓰게 된 것이다.
과연 카롤린, 폴린, 엘리자 모두가 놀라 옷에 달려들었다.
“와, 예쁘다.”
“세상에, 이거 대체 얼마야?”
“마담 베르탱? 들어본 적 있어. 세상에, 왕비의 의복상담사!”
방금 전까지 활짝 웃고 있던 레티치아도 옷을 받아들다, 흐느끼기 시작했다.
“흑! 내가 이런 호사를.”
“어, 어머니. 울지 마세요.”
“정말, 아들을 잘 둔 덕에, 아니 유진을 만난 덕에 이런 일을 겪게 되는구나.”
고작 10개월 전, 보나파르트 일가는 생명을 걸고 코르시카를 탈출했다.
그때만 해도 누군가 죽을 수도 있었다.
간신히 가족 모두가 살았지만, 섬에서 일구었던 모든 것을 잃었다.
빈곤에 시달리며 버티다, 나폴레옹이 돌아왔고 희망이 조금 생겼다.
그런데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이런 호사를 누리게 된 셈이다.
옛 왕실 의복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한 옷.
단지 예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정성이 마음을 울리는 것이다.
가만히 그 광경을 보다, 나폴레옹이 유진의 손을 꽉 붙들었다.
“정말 고맙다, 유진.”
물론 유진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사실 현대에도 여자들의 환심을 살 때는 명품을 사는 게 최고 아닌가?
단지 그 정도 생각으로 한 일인데, 그간 고생했던 보나파르트 여자들의 마음은 달랐던 모양이다.
이폴리트가 유진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말했다.
“야, 이거 효과 만점인데?”
“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이거 그냥 옷 가게를 차려보는 건 어떨까? 나 사실 옷감상회 주인 아들인데. 마담 베르탱도 그냥 마르세유 내려오라고 하고.”
보나파르트 일가의 저택이 감동으로 가득차 있을 때였다.
-쿠당탕!
갑자기 문이 거세게 걷어차이듯 열렸다.
모두가 시선을 돌렸을 때, 그 자리에는 엉뚱한 사람이 숨을 헐떡이며 서 있었다.
마르소, 나폴레옹 휘하 우편 특수연대 지휘관 대리인 소령이다.
유진이 마르소를 보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마르소. 왜 그래요? 저녁 식사라면 아직 많이 남았어요. 그리 서두를 필요는 없었는데.”
“장군께선 어디 계시지? 부탁드려야 할 게 있다.”
“여기 계신데요?”
그 순간 마르소가 나폴레옹 앞에 달려가 부르짖었다.
“보나파르트 장군! 제게 장기 휴가를 허락해 주십시오!”
나폴레옹은 갑작스런 요청에 미간을 찌푸렸다.
“대체 왜 그러나, 마르소 소령? 갑자기 장기 휴가라니? 자네가 맡은 업무가 있는데.”
물론 정작 나폴레옹 본인은 혁명 직후, 무려 2년 가까이 장기 휴가를 쓴 장본인이다.
허나 본인에게는 관대해도 부하에게는 엄격한 나폴레옹은 사유부터 물었다.
반면 마르소는 타당한 이유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남자다.
“제, 어린 시절 소꿉친구가 죽을 위기입니다. 방데에서!”
군에서 탈영해서라도 달려가야 할 이유.
첫사랑이 죽음의 위기에 처했다는 급전이 도착한 것이다.
***
문제는 방데가 지금 바야흐로 저 유명한 [방데반란]에 휘말린 후라는 거다.
“안젤리크 드 메슬리, 방데에 사는 수많은 귀족 아가씨 중 하나일텐데. 하필, 마르소의 친구라.”
유진은 보나파르트 하숙방에서, 마르소에게 온 편지를 들어보며 입맛을 다셨다.
안젤리크 드 메슬리.
역사에 살아서 기록이 남는 사람도 있지만, 그보다 죽어서 기록에 남는 자가 더 많다.
메슬리도 마찬가지다.
그저 평범한 방데 지역의 소귀족 아가씨.
하지만 방데 반란 때, 전쟁을 치르러 갔던 마르소와 눈이 맞는다.
마르소는 메슬리를 살리기 위해 애썼고, 약혼까지 해버린다.
그러다, 다른 전장으로 마르소가 갔을 때 혁명군이 메슬리를 처형해 버리는 사건이 벌어진다.
유진은 그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 봤더니 좀 더 깊은 인연이 있었던 모양이다.
일부러 마르소를 방데로 보내지 않았던 유진의 배려가 허사였달까.
“모르고 지나가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는데, 참.”
가볍게 투덜거리는 유진을 보다 이폴리트가 어깨를 으쓱였다.
“말이 소꿉친구지, 첫사랑이란 거 아냐? 가야 할 거 같은데?”
애정사에 죽고 죽이는 게 프랑스 인이다.
이미 구왕실 시절부터 연애 스캔들로 결투나 살인이 벌어지는 일도 흔했다.
그러니 마르소가 달려가 버린다고 하면, 막기가 무척 어려운 게 프랑스 문화다.
하지만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방데는 위험해. 마르소 혼자 간다고 될 일이 아니지.”
“그렇다고 저렇게 방방 뛰는데 반대하는 것도 그렇잖아? 장군님도 허락할 거 같던데.”
“글쎄, 이게 처음부터 방데로 갔으면 또 모르겠는데.”
유진이 편지를 쏘아보다 불쑥 말했다.
“만약 내 생각대로라면 방데로 가도 못 구할 거란 말이야.”
“왜?”
“너, 기억 안 나? 여기서도 왕당파 처형하려고 의원들이 난리였어. 거긴, 툴롱보다 더 심각하다고.”
사실, 이것은 유진 탓이다.
본래 원역사에서 마르소는 1793년에 방데로 파견된다.
그곳에서 공적을 세워 군부대 지휘권 일부를 손에 넣는다.
이 정도의 권력이 있었기 때문에, 처형 위기에서 안젤리크 메슬리를 살릴 수 있었다.
허나, 지금은 소령이긴 하지만 마르세유 사령부 소속이다.
방데에서 어떤 권력을 행사하기 너무 어렵다.
어쩐지 책임감을 느끼다, 유진이 벌떡 일어났다.
“할 수 없군.”
“뭐, 반대하자고? 쯧, 어쩔 수 없지.”
“아니.”
문득 유진은 품속에 있던, 루이 16세의 시계를 만지며 이를 악물었다.
“내가 따라가야겠어. 마르소를.”
방데, 최소 30만이 죽게 될 혁명기 내전의 현장.
그곳으로 유진이 가기로 결심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