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90)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90화(391/547)
(390) 총사령관 나폴레옹이 친정을 나선다
그러나, 선언만으로 군대가 움직이지는 않는다.
“황제는 제국의 정점으로, 헌법상 지위는 통치자이자, 군통수권자입니다. 허나, 그건 지위일 뿐이지요.”
퇼르리 궁전 집무실, 탈레랑이 군 명령서를 갈겨쓰는 황제 앞에 고했다.
“그러니까 통수권은 행사하실 수 있지만, 지휘는 원수들에게 맡기시는 게 옳습니다.”
“하면, 부왕에게 맡기는 게 낫지 않나?”
“나중에 군을 돌려 파리로 진군하면 어쩌시려구요?”
나폴레옹은 집무실에서 보급 서류를 직접 확인하다, 눈썹을 치떴다.
“탈레랑, 유진은 그런 애가 아니야. 다만, 사실 총사령관으로서의 능력은 아직, 부족하지. 원수들을 다룰만한 연령도 아니고.”
총사령관, 곧 로마 제국의 [임페라토르]에서 유래한 직책이다.
현재 프랑스에는 총사령관이 없다.
황제 나폴레옹이 군 통수권자이자, 곧 총지휘관이기 때문이다.
사실 구왕조 시절에도 유사했는데, 당시에도 군주인 프랑스 국왕이 군 통수권이자 총지휘권을 행사했으며, 전선마다 실질적인 총지휘관을 임명하는 형태였다.
그렇지만 알고 보면 나폴레옹은 아직 전쟁을 총괄해본 적이 없다.
본래 원역사라면 통령 정부 시절에 경험할 일이다.
하지만 통령 시절이 상대적으로 짧아졌고, 그 사이 벌어졌던 전쟁은 유진과 모로, 오슈가 분담해서 처리했다.
그러니 이번 제3차 반프랑스 동맹 전쟁이야말로, 나폴레옹에게는 첫 총지휘전인 셈이다.
그런데 탈레랑이 제2군단이자 별동군을 유진에게 맡기는 것 자체를 위험하다 주장하는 것이다.
나아가 황제가 파리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요구도 함께 하면서.
나폴레옹이 밀라노에서 얼마 전에 만들어져 온 고급 탁자를 두들기다 이를 드러냈다.
“요컨대 짐에게 출진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거군. 탈레랑.”
“신이 어떻게 폐하께 요구하겠습니까? 단지, 수도를 군주가 비우는 일은 위험하단 것을 알리는 것입니다. 언제, 누가 배신할지, 혹은 어떤 적이 쳐들어올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렇다면 짐이 제국의 진정한 힘이 있는 곳을 알려줘야겠군, 탈레랑.”
순간 나폴레옹은 눈을 번뜩였다.
“짐이 짐의 근위대와 함께 있는 곳이, 곧 프랑스다!”
탈레랑은 반대로 쓴웃음을 머금었다.
대혁명의 후계를 자처하는 프랑스 제국이다.
허나 실상 프랑스 제국, 외국에서는 [나폴레옹 제국]이라 부르는 이 나라는 혁명가보다, 혁명군이 만든 나라에 가깝다.
때문에 권력의 원천도 정치가나 자본가, 혹은 시민이 아니라 군대에서 나온다.
나폴레옹이 오히려 직접 군을 이끌고 출진하겠다고 외치는 이유다.
문민 외교관인 탈레랑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진실이랄까.
그러나 나폴레옹은 탈레랑을 무시하지는 않는지, 달래는 태도로 부드럽게 다시 말을 걸어왔다.
“다만, 우리 충실한 외무장관이 수도 기습 가능성을 논하는 걸 보니, 뭔가 첩보라도 있나?”
“첩보라면 쉬르테의 로슈자클랭이나 경찰장관 푸셰가 전문이 아니겠습니까? 다만, 영국은 기습과 테러에 능하고, 또한 언제든 ‘저지대’로 기습 진공해올 전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파리까지 뚫기에는 육군 병력이 모자라. 그렇지 않나?”
언뜻 무모한 작전을 논하는 것처럼 들리는 얘기다.
일단 저지대란 구 네덜란드, 현 바타비아 공화국 일대다.
프랑스 제국의 위성공화국이니 영국의 침공을 저지하지 않을까?
애석하게도, 위성공화국이기 때문에, 방어 의욕이나 군사 자율성이 더욱 떨어진다.
그래서 저지대 상륙전 자체는 나폴레옹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원역사에서 그랬듯, 영국은 저지대 상륙보다 육지 진공이 더 어려운 나라다.
그런데 탈레랑은 다른 부분을 파고 들었다.
“군사 문제라면, 신은 전문가가 아닙니다. 폐하의 말씀이 옳겠지요. 허나, 원정을 나가신 후 시일이 지날수록 위험은 더욱 높아질 것임을 잊지 마십시오. 남쪽 에스파냐에 자칭 루이 17세가 와 있는 판국이옵니다.”
루이 17세, 그러니까 프로방스 백작 얘기다.
놀랍게도 프로방스 백작은 러시아 제국에 머물고 있지 않다.
이번 에스파냐의 정변에 참여해 새로운 국왕의 섭정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같은 ‘부르봉’ 가문이라 먼 친족이라는 게 명분이었다.
물론 실권은 영국인들과 에스파냐 귀족들이 쥘 것이다.
허나 프랑스 본국이 빈다면, 이 틈을 노리지 않을까?
한데 나폴레옹은 그 말을 듣다 오히려 흥미로운 표정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진짜 ‘루이 17세’도 프랑스에 와 있군?”
“예? 아, 폴린 황녀님의 수행 무관 말씀이십니까? 그자는 [가짜]임이 공식 재판에 의해 밝혀져 있습니다만.”
“스웨덴 왕국원수 페르젠의 아들이라는 헛소리 말인가? 그거야 유진이 목숨을 살리려 만들어낸 말이고.”
탈레랑이 우아한 태도로 눈썹을 살짝 허물었다.
“혹시, 죽이실 생각이십니까?”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은 제정 전환 직전에 앙기앵 공작이라는 왕족을 죽인다.
그 죽음을 통해 부르봉 왕가가 귀환할 수 없음을 대내외적으로 보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현재는 나폴레옹이 그럴 이유도 없을뿐더러, 따지고 보면 더 위험한 마리 테레즈가 양며느리가 될 판이다.
나폴레옹이 피식 웃었다.
“왜, 나보고 왕족 시해자라도 되란 말인가?”
“그럼 내버려 두실 겁니까? 폐하께서 자리를 비우시려는 마당에?”
“차라리 끌고 가기라도 하란 말인가? 후후, 그것도 제법 재미있겠군.”
탈레랑의 말을 엉뚱하게 해석한 나폴레옹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마리 앙투아네트의 아들을 한 번 만나볼까?”
미처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 탈레랑은 눈썹을 다시 찌푸릴 수밖에 없었지만.
***
그간 신대륙에서 돌아와 방치되어 있던 루이 샤를은 잔뜩 긴장했다.
“이쪽입니다, 루이 샤를 소령.”
만약 루이 샤를이 그저 평범한 군인이라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지금 샤를을 안내하는 이는 경찰청장 사바리 장군이다.
또한 사바리가 끌고 가는 장소는 다름 아닌 퇼르리 궁전이었다.
옛날 퇼르리 궁전에 루이 샤를이 머물 때는 혁명 시위대가 왕족을 죽이라고 노래를 부르던 시절이었다.
문득 샤를이 긴장한 얼굴로 사바리에게 물었다.
“혹시, 저를 황제 폐하께서 왜 부르셨는지 아십니까? 사바리 장관님?”
“나는 모릅니다. 단지 폐하의 명을 이행할 뿐이죠.”
“뭔가, 짐작 가시는 거라도 없을까요? 저 같은 말단 장교를 폐하께서 직접 독대하실 이유는 없으실 텐데요.”
그러자 사바리가 무표정한 얼굴로 샤를을 돌아보다 툭 뱉었다.
“황제 폐하의 여동생, 폴린 전하의 애인이 그저 말단 장교는 아니지요.”
샤를이 입을 쩍 벌릴 찰나, 사바리는 성큼 걸어 복도 끝 문 앞에 섰다.
-똑, 똑, 똑.
안쪽에서 커다란 회답이 돌아왔다.
“들어와!”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들어섰을 때, 퇼르리 궁전 접객실은 붐비는 중이었다.
“그래서, 에스파냐 방면 제1군단은 편성이 아직도 완료가 안 됐나?”
“기마 숫자가 부족합니다. 폐하가 칙명으로 각 부대 별로 최소 5분의 1을 기병으로 채우라고 명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동부 전장으로 기마를 확충해야 하다 보니.”
“이탈리아에서라도 끌고 와! 에스파냐 방면이 주력 전장은 아니지만, 절대로 모자라면 곤란해!”
그랑 다르메, 곧 대육군은 기병 비율을 최소 20프로 이상으로 맞춘 부대다.
여기에 포병 출신답게 포병 부대를 각 사단 내지 여단별로 모두 포함시키도록 구성했다.
한 마디로 1개 여단급쯤 되면 독립 작전이 가능한 전술 단위가 될 수 있도록 만든 셈이다.
그런 사실을 떠올리던 샤를은 주위를 둘러 보았다.
접객실 중심에는 커다란 테이블과 함께 참모 장교들이 몰려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자는 단연 황제, 나폴레옹이다.
그 옆에서 베르티에를 필두로 하는 총사령부의 참모진이 서류와 지도, 보고서를 들고 뛰어다니는 중이다.
문득 나폴레옹의 부관 뮈롱 중령이 달려와 외쳤다.
“폐하, 긴급 보고입니다. 라인 동맹에서 지원군을 5만 이상 할당하기 어렵다는 통지가 돌아왔습니다.”
그 순간 나폴레옹이 눈을 번뜩이며 들고 있던 서류를 던져 버렸다.
-촥!
접객실, 혹은 임시 총사령부의 모든 이가 돌아보는 가운데 나폴레옹이 다그쳤다.
“누구야. 마인츠 대주교의 말인가?”
“아닙니다. 바이에른 대공의 회신입니다. 지난 전쟁의 피해를 아직 복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도저히 10만을 동원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헛소리! 거기, 브리엔! 내 말 전부 정확히 받아 써! 똥덩어리 같은 개소리를 집어치우고, 당장 라인 강변까지 지원군을 끌고 와라! 그렇지 않으면 [그랑다르메]의 리코르네 대포가 뮌헨을 겨냥할 거다!”
브리엔이 받아 쓰다가 혀를 내둘렀다.
“일단, 알겠습니다. 폐하.”
라인 동맹, 곧 라인 강변의 옛 신성로마제국 소속 제후국 집단이다.
명목상 맹주는 성직 영주였던 마인츠 대주교지만, 실질적인 일인자는 바이에른 대공이다.
그렇지만 본래 프랑스의 적이었던 바이에른 대공은 전쟁에 열의가 없다.
하지만 라인 동맹을 반드시 참전시켜야 보조병과 보급 문제가 해결된다.
그러니 나폴레옹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라인 동맹을 끌어들여야 했다.
간단히 협박으로 해결법을 내놓은 나폴레옹이 다른 부관을 찾았다.
“좋아. 그럼 모로가 남았나. 뒤로크! 뒤로크가 어디 갔지?”
“폐하께서 유진 부왕에게 하사하셨습니다만.”
“뒤로크가 무슨 물건이야? 빌어먹을. 오, 수우코프스키, 자네가 있군. 자네가 받아쓰게.”
또 다른 부관, 수우코프스키 대령이 바짝 따라 붙자 나폴레옹이 서신을 구술했다.
“모로, 그대의 공적은 짐이 잘 아는 바다. 현재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프로이센의 무리들이 무도하게도 우리의 제국을 침범하려 드니, 그대의 역할이 막중하다! 에잇, 미사여구 집어치워!”
“예, 아. 예, 폐하.”
“하여간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둘 다 붙잡아두라 해! 보헤미아의 베르나도트가 도울 거야!”
아주 정신없이 돌아가지만, 빈틈이 없는 작전 회의다.
다만 이 회의는 오직 나폴레옹만이 판단하고, 다른 참모와 부관들은 명을 수행할 뿐이었다.
문득 샤를은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 유럽을 위압하는 프랑스 제국 황제가 지휘하는 군대다.
그때다.
문득 그 광경을 보던 사바리가 틈이 났다고 판단했는지, 슬쩍 다가섰다.
“폐하, 그보다 부르신 루이 샤를 소령이 왔습니다.”
순간 나폴레옹이 샤를 쪽을 돌아보다 히죽 웃었다.
“호오, 네놈이 감히 내 여동생의 침실을 범한 놈이냐?”
샤를은 다시 또 다른 의미로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을 느꼈다.
이를테면, 공포로 말이다.
***
식은 땀이 등골 전체를 적시는 것이 느껴진다.
-주르륵.
샤를이 창백한 얼굴로 황제 앞에 안절부절 못한 채 앉아 있자, 나폴레옹이 잔을 가리켰다.
“먹어. 이건 이집트에서 공수해온 커피니까. 아주 맛이 좋지.”
“가, 감사합니다. 폐하.”
“어쭈, 잘 먹는군. 내 여동생도 그런 솜씨로 해치웠나?”
뜨거운 커피를 마시다, 사레들린 샤를이 긴급히 변명했다.
“콜록, 콜록, 콜록! 폐하, 소신은 그저 폴린 전하와 사랑하고 있을 뿐입니다.”
“건방지군. 누가 감히 황녀의 순결을 범하라 했나?”
“그, 그것은.”
샤를은 더욱 창백해졌지만, 할 말을 멈추지 않았다.
“폴린 전하께서 허락하셨습니다. 또한, 저는 폴린 전하를 사랑합니다.”
당장이라도 나폴레옹이 처형 명령을 내린다면, 샤를은 끌려나갈 것이다.
그러나 근위대장 란도 웃음을 참지 못할 뿐, 긴장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과연, 나폴레옹이 죽일 듯 샤를을 노려보다 두 손을 들어 버렸다.
“어째서 짐의 가족들은 전부 혼인을 마음대로 하려는지 모르겠군. 아작시오든, 베르사유든 혼인은 원래 가부장이 정할 일이 아닌가? 쯧!”
샤를은 그 점에선 할 말이 없다.
왜냐면 나폴레옹의 말이 이 시대 기준으로는 맞기 때문이다.
아무리 혁명 이후 남녀의 결혼이 정식으로 자유화되었다지만, 아직 상류층 혼사는 당연히 어른들이 결정한다.
그런데 황녀의 침실을 드나들고 있으니, 구왕실 왕자로서도 할 말이 없지 않은가?
그러나 나폴레옹은 대답을 원한 게 아니었는지 전혀 다른 화제를 꺼냈다.
“좋아. 이번 전쟁을 어떻게 보지. 루이 16세의 아들?”
“예? 폐하, 저는 루이 카페의 아들이, 아닙니다.”
“헛소리 그만 집어치우고. 유진 아래서 3년이나 있었는데 배운 바가 있겠지? 어때?”
샤를은 정신없이 반사적으로 답했다.
“적군의 숫자는 우리 프랑스군의 2배입니다.”
나폴레옹이 눈썹을 치뜰 찰나, 샤를이 마른 침을 삼키며 재차 말했다.
“비록, 우리 프랑스가 최대 백만을 동원할 수 있다지만, 에스파냐와 영국, 구 신성로마제국과 프로이센을 전부 합치면 우리 인구의 2배에 달할 겁니다.”
“우리에겐 러시아 이반 놈들이 있는데?”
“그자들이 과연 제대로 움직일까요? 이미 파벨 1세는 민심을 잃었고, 대군을 출격시키면, 내부에서는 반란이 일어날 겁니다.”
이번 전쟁이 무모하다는 얘기를 거창하게 말하는 소리 같았지만, 샤를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니, 우리는 사실상 홀로 전유럽을 상대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반프랑스 동맹의 핵심부터 때려 부숴야 합니다. 프로이센이죠.”
가만히 샤를을 응시하던 나폴레옹이 입가를 틀었다.
“제법 전략적 감식안이 있군.”
“소, 송구합니다. 그저, 유진 부왕 전하 옆에서 들은 바를 읊었습니다.”
“이해하지 못하면 읊기도 어려워. 이런, 점점 위험하게 보이는걸?”
또 다시 샤를이 창백해진 얼굴로 눈을 깜박일 찰나다.
-벌컥!
갑작스레 문이 열리고, 밖에서 지키고 있던 수우코프스키가 부르짖는 소리가 들린다.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황녀 전하!”
“닥쳐요! 샤를을 죽이려 드는데 가만 있으라고?”
“그게 아닙니다, 전하! 머, 멈추십시오!”
나폴레옹은 제지할지 묻는 눈으로 쳐다보던 란에게 손을 저으며, 혀를 찼다.
“뭐냐, 폴린?”
폴린이 나폴레옹 앞에 달려와 샤를 앞을 가로막으며 소리쳤다.
“샤를을 죽이지 말아요! 차라리 내가 폐하가 원하는 대로 결혼하겠어요!”
물론 이건 폴린이 결혼을 별로 중시하지 않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어쨌거나 누구와 결혼하든 침실은 자기가 원하는 사람과 쓰겠다는 속셈 때문이랄까.
나폴레옹은 그 속내를 꿰뚫어 본 듯, 낯을 일그러뜨리다 퉁명스레 대꾸했다.
“그렇게 간단하다면 좋겠다만, 널 시집보내려던 카를 대공, 아니 카를 국왕이 우리 적이 됐단 말이지.”
“뭐라구요?”
“이번 전쟁에서 이기고 결혼시키는 방법도 있긴 하다만.”
다시 폴린이 소리치려던 찰나, 나폴레옹이 장난기 어린 얼굴로 샤를을 돌아 보았다.
“어떤가, 루이 샤를 카페. 이번 전쟁에서 마르몽이 내 누이와 결혼하겠다고 전장에 나간다. 너도, 한 번 해보겠나?”
[카페]라고 불렀다.그 말은 루이 샤를이 페르젠의 아들이란 유진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는 소리다.
하지만 샤를은 공포보다, 오히려 격동을 느꼈다.
정말 나폴레옹이 죽이려 들었다면, 굳이 전쟁터로 내보낼 것까지도 없다.
물론 전쟁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허나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무력하게 죽는 것보다는, 전쟁터가 낫지 않은가?
샤를이 나폴레옹의 앞에 무릎을 꿇고 외쳤다.
“기꺼이, 기회만 주신다면!”
“좋아. 넌 오늘부터 내 전속 부관이다. 그럼, 첫 임무를 주지.”
“어떤 임무입니까?”
눈을 반짝이는 샤를에게 나폴레옹이 껄껄 웃으며 무도한 명령을 내렸다.
“유진에게 준비가 안 되었어도, 당장 출격해 프로이센으로 가라고 일러라. 선봉의 임무를 맡기는 거다!”
그 순간 샤를은 직감했다.
아무래도, 나폴레옹이 샤를을 데려가는 건 괴롭히려는 게 맞는 것 같다고.
그게 아니면 부왕 유진처럼 시험하려는 것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