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93)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93화(394/547)
(393) 베를린의 코앞으로 고속 기동하라
이 순간, 잘 닦인 독일 지역의 도로로 프랑스인들이 달린다.
-저벅, 저벅, 저벅!
대혁명이 시작된 이래, 프랑스는 주로 서유럽에서 싸워왔다.
에스파냐 국경, 네덜란드 국경, 라인 일대, 그리고 이탈리아다.
그중 가장 도로망이 잘 정비된 곳이 구 신성로마제국, 원역사 독일이다.
하지만 정작 독일령은 수많은 제후들로 분열된 상태다.
그렇기에 정작 이 도로를 이용하는 쪽은 따로 있었다.
프랑스 제국군, 전위로 나선 유진 부왕군 제2군단이다.
정작 독일 제후들은 서로 대립하다 보니 잘 모르는 사실을, 유진은 유감없이 이용한 셈이다.
쥐노가 새삼 진창이 아닌 도로 사정을 보다 감탄했다.
“이야, 이탈리아보다 확실히 도로사정이 좋은데?””그야 각 제후국들이 통치에 열심이니까요.”
“라인동맹 군들이 사전 준비도 잘해놓은 거 같군. 흐흐!”
문득 쥐노는 음흉하게 웃으며 주위를 둘러 보았다.
“덕분에 침략, 아니 [해방]이 쉬워지겠어.”
프랑스에 비하면 일견 가난하게 보이는 농지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허나 이곳도 엄연히 라인 수계가 뻗어 있는 땅이라, 평탄하고 병력 이동이 원활하다.
신병들로 가득한 유진 제2군단 3만 명이 쾌속한 행군이 가능할 정도다.
나아가 수확기가 다가온 터라, 이른바 [징발]로도 보급이 가능할 정도였다.
그러나 모든 게 순탄해도, 오히려 불안한 게 전쟁이다.
“한데, 이렇게 경계도 없이 무조건 진군만 해도 되는 거야?”
“혹시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니, 아무리 라인 동맹이 프랑스 제국과 우호 관계라지만, 그거야 공식적인 거고. 고작 5년 전만 해도 전쟁을 치렀던 사이라고.”
전방을 유심히 주시하던 쥐노가 입맛을 다셨다.
“언제 우리를 기습할지 어떻게 알아?”
지금 유진은 엄밀히 말하면, 적진을 누비고 있는 게 아니다.
라인동맹, 곧 탈레랑이 이뤄낸 성과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프랑스와 구 신성로마제국을 가르던 경계, 라인 일대는 예전부터 프랑스 문화권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렇기에 진군 도중에도 주민들과 언어 소통도 상당히 원활했고, 약탈이 아닌 ‘징발’ 형태로 물자를 공급 받는 것도 쉬웠으며, 때로 구매까지 가능할 정도다.
다만 라인동맹의 제후들에게 일일이 통과 허락을 받지 않는다는 점은, 이게 단순한 행군이 아님을 보여준다.
쥐노가 우려하는 게 이 점이었다.
혹시라도 통과해 버린 라인동맹 제후들이 배후 보급로를 방해하거나, 앞에서 가로막는다면 진군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진은 태연하게 기마를 이동시키며 대꾸했다.
“만약 우리 군만 출격 중이라면, 혹시 그럴 수도 있죠.”
“엥? 다른 군대가 먼저 나왔나?”
“잊었어요? 모로가 헬베티아에서 보헤미아로 이동한 상태잖아요. 모로를 대신해, 오주로가 헬베티아로 기동했구요.”
유진이 가볍게 손을 꼽다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정작 모로는 헝가리에게, 오주로는 오스트리아에 덜미를 잡히겠지만, 라인동맹은 아직 그걸 몰라요.”
일견, 제3차 반프랑스 동맹 전쟁은 전유럽이 나폴레옹과 싸우는 구도처럼 보이기 쉽다.
허나 나폴레옹 입장에서는 제2차 반프랑스 전쟁 이후, 유럽에 뿌려놓은 씨앗을 수확하는 전쟁이다.
신성로마제국 해체, 헬베티아와 바타비아 위성 공화국 수립, 정치 혼란을 방조해 약화시킨 에스파냐가 그렇다.
동부에서 도사리고 있는 모로도 사실은 쫓겨난 거지만, 외부에서는 동유럽을 위압하는 명장의 군림처럼 보인다.
때문에 프랑스에 인접한 라인동맹 제후들은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반면에 보헤미아 군단의 실상을 알고 있는 프로이센이나 헝가리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문제도 있긴 하다.
어쨌든 모로가 실지휘하는 병력은 이름만 군단일 뿐, 실제로는 유진처럼 사단급에 불과한 병력이니까.
그때 구릉 너머에서 일단의 기병들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다다닥!
유진 부왕근위대가 살짝 긴장했지만, 적이었다면 초계를 나갔던 산병에게 보고되었을 일이다.
과연 백기를 들고 나타난 부대는 사실상 비무장 상태였다.
선두, 그야말로 뚱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남자가 황망한 얼굴로 말을 걸어왔다.
“아, 아니. 언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유진 프라이슈츠 부왕?”
유진은 남자를 알아보고는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간만에 뵙습니다, 프리드리히 폰 뷔르템베르크 선제후 전하.”
“으흠! 가, 간만입니다. 하여간, 기별이라도 하셨다면, 좀 더 준비를 잘했을 텐데······.”
“우리 군단의 병사들에게 식량과 마초를 공급해 주시는 걸로 족합니다. 숙영은 노숙으로 해결할 테니까요.”
예전, 라인동맹 체결식에서 보았던 제후에게 인사를 건네며 유진이 슬쩍 일침을 놓았다.
“물론, 장인이신 조지 영국왕에게 부끄러울 만한 일은 없으실 겁니다. 우리 목표는 하노버 왕국이 아니니까요.”
뷔르템베르크의 선제후, 프리드리히는 영국왕의 사위다.
본래 원역사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에게 붙어서, 선제후에 이어 왕위에 오른다.
이후로 나폴레옹 몰락기에 잽싸게 선을 바꿔 여생을 편히 보낸다.
겉보기에는 유럽 최고의 뚱보왕이라 불리는 남자지만, 아주 약삭빠른 구석이 있는 셈이다.
이번에도 유진이 한 마디 건네자, 눈을 굴리더니 재빨리 수하들에게 지시했다.
“뭣들 하나! 당장 부왕 전하의 군에 식량 공급을 진행하라! 서둘러!”
말 한 마디로 보급을 끝낸 유진이 선제후가 사라지자 쥐노를 돌아보며 말했다.
“봤죠? 감히 우리 군을 공격할 담력이 없다니까요.”
“히야, 기습이라도 당하면 전멸할 판인데, 너 정말 대담하다.”
“고작 그 정도로 대담하다고 하면 곤란하죠. 중요한 건 프로이센 세력권에 들어선 뒤입니다.”
유진은 눈을 가늘게 뜨며 동쪽을 보았다.
“하노버 근처까지 가면, 이미 프로이센의 정보망이 펼쳐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우리는 그걸 피해서 우회 진격해야 해요.”
1806년 9월 초.
제3차 반프랑스 동맹 전쟁이 각국에서 선포된 지 2주.
유진은 착실히 전열보병들과 함께 행군 중이었다.
이것만으로는 프랑크푸르트는 물론이고, 카셀조차 아직 다다르려면 먼 속도였지만.
***
그러니까, 카셀을 돌파한 병력은 따로 있다.
-두두두!
유진의 수석부관, 이폴리트 샤를은 달리는 말 위에서 비틀거리다 외쳤다.
“이런, 네이! 조금 천천히 달려요! 말에서 떨어지겠어요!”
“애석하지만, 그럴 수 없네. 이폴리트 장군! 부왕 전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우리는 서둘러야만 하네!”
“그거야 당신 문제고, 난 그냥 감독관으로 따라온 거라구요!”
본래 보병과 기병, 포병이 하나의 전술단위로 움직이는 게 18세기 이래 확립된 유럽 군사교리다.
특히 나폴레옹은 이 교리를 군단 시스템으로 집약한 바 있기도 했다.
한데 유진 부왕군은 현재 기병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먼저 진군중인 것이다.
실로 중세에나 있었을 법한 군사 기동이 아닐 수 없었다.
문득 이폴리트의 옆을 지나치던 라살이 깃털 달린 군모를 뽐내며 낄낄 웃었다.
“킬킬! 샤를 수석부관, 그러니까 진작에 승마라도 좀 배우지 그랬소?”
“라살, 내가 엄연히 상관이거든? 건방지게 굴지 말라고!”
“나도 알긴 아는데, 그렇게 잘난 척하려면 전하 곁에 기를 쓰고 붙어 있었어야지!”
라살은 말에 박차를 가하며 대꾸했다.
“지금은 우리 후사르들의 시간이란 말이오, 이랴!”
전원 후사르와 카라비니에리로 통칭되는 경기병 집단, 그것도 무려 5천 기다.
기실 군단의 20프로를 기병으로 채우라는 게 나폴레옹의 지시지만, 이게 전부 이행되는 군단은 없다.
심지어 제국 근위대조차 기병 비율이 10프로일 정도다.
그렇지만 현재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유진 부왕군 기병대는 군단 총원 3만 5천 중 5천 명이니, 거의 15프로에 육박한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유진이 병력의 질을 희생한 대신, 철저히 기병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 오스트리아 제국 해체 때, 프랑스는 기마를 철저히 약탈한 바 있기도 했다.
그 덕분에 유진은 보병과 달리 기병만은 철저히 확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대부분 신병들이 많긴 했지만, 막아서는 병력은 드물었다.
너무 빨리 진군해 버린 탓이다.
다만 구 제국령 깊숙히 들어온 이상, 아예 무인지경으로 진군할 수만은 없는 시점이 다가왔다.
문득 전방에 경계병으로 나갔던 샹포가 돌아와 외쳤다.
“전방 경계! 프로이센 측 경계병력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샹포의 보고에 네이는 달리며 라살에게 물었다.
“샹포 장군의 보고가 들어왔네. 라살 소장, 어떤가. 처리할 수 있겠나!”
“그야 간단하긴 하지만, 어디서 합류할 거요?”
“부왕 전하가 미리 내준 계획표가 있지!”
네이는 사전에 지시받은 계획을 떠올리며 외쳤다.
“여기서 분산되면, 집결지는 한 곳이네. 예나!”
라살은 껄껄 웃으며 자신의 직계 수하 기병들에게 손짓했다.
“좋아요. 그럼, 말에서 떨어지지 말라구. 샤를 수석부관! 자, 가자. 얘들아!”
병사들은 모두 신병이다.
그러나 정반대로 지휘관급 장교는 모두 베테랑 그 자체다.
신대륙, 오리엔트, 무엇보다 이탈리아 원정에 참전한 멤버들.
리볼리 전투에서 26기로 오스트리아 군단의 대열을 돌파했던 이들이 라살과 함께 달리고 있다.
라살이 사나운 웃음을 머금은 채 고함쳤다.
“얘들아, 사냥감이 온다!”
“어이, 대장. 사냥감이라기엔, 좀 사나워 보이는데요.”
“기총사격이나 준비해!”
문득 라살의 손에 길다란 라이플이 들렸다.
“그간, 신대륙에서 닦아온 신병기가 선보일 시간이다!”
통칭 보아르네식 라이플, 곧 후장식 기병용 격발총.
뇌홍으로 격발되기에 화승총처럼 예열할 필요가 없고, 장탄을 뒤에서 장전하기에 말 위에서도 연사가 가능하다.
문제는 총탄 숫자뿐인데, 그 문제를 유진은 [예비마]로 해결했다.
2필의 예비마와 함께 달리던 라살이 총을 쏘았다.
-끼이익, 탕!
라이프치히 인근에 주둔하던 병사들이 놀라 나자빠졌다.
“적이다! 맙소사, 프랑스군이야!”
“대체 언제, 어디서?”
“노, 노, 놈들이 말 위에서 총을 쏜다!”
라살은 낄낄 웃으며 재빨리 장탄을 바꿔 사격을 퍼부었다.
“자, 이게 신대륙에서 온 라살 카라비니에리의 솜씨다! 모두 전멸시켜!”
곧이어 라살 총기병대가 일제히 총탄을 쏘아댔다.
-탕! 탕! 탕!
물론 대부분 역시 신병이라, 명중률은 낮았지만.
***
그러나 충격파만은 그 어떤 베테랑도 해낼 수 없는 결과가 빚어졌다.
“네이가 라이프치히 바로 앞, 전방 10킬로미터까지 진군했다고 합니다!”
카셀, 헤센-카셀 공국의 수도로 이른바 [중립국]인 나라다.
그렇지만 지금은 제3차 반프랑스 전쟁이 시작된 시기.
유진은 중립 따위 무시하고 카셀을 점거했다.
비록 3만 명 남짓한 병력이었지만, 배후에 프랑스 제국이 있는 유진 제4군단에 맞서지는 못한 것이다.
헤센-카셀 공국 외곽 숙영지에서 유진을 향해, 전황을 보고하던 장군이 씩 웃었다.
“포츠담 궁전이라도 약탈하고 오라고 하고 싶은데요? 어떠십니까?”
“다부, 우리 작전은 그게 아니란 걸 잘 알 텐데?”
“알고 있습니다. 전하.”
신대륙에서 드제의 보좌였던 장군, 대머리 다부가 유진에게 물었다.
“원하시는 전장으로 군을 전속 전진시키겠습니다. 어디입니까?”
본래 유진이나 쥐노만 있었다면, 신병이 대부분인 제4군단이 여기까지 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허나 다부에게 군의 운영을 맡긴 탓에, 유진은 행군과 보급에 대해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사실 원역사에서 다부는 마세나나 란과 필적할 군대 운용 솜씨를 보여준다.
다만 이제부터 부딪칠 일은 그것만으로는 해결될 일이 아니다.
지도를 뚫어져라 보다, 유진이 고개를 들었다.
“마르몽, 그대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 알지?”
“이미 들어서 알죠. 어딥니까?”
“예나.”
유진은 눈을 번뜩이며 명령했다.
“이곳으로 전속 전진하라. 포격전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려준다. 프로이센이 자랑하는 전열보병들에게.”
보병, 기병, 포병.
삼대 병종이 완전히 따로 진군하는 그야말로 중세적 전격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1806년 9월, 유진 전위대가 구 제국령에 파고든 지 2주 만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