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39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94화(395/547)
(394) 유진의 전격전이 독일을 뒤흔든다
헤센 카셀은 본래, 원역사에 전혀 상반된 두 가지 이유로 유명해진 공국이다.
“프, 프, 프랑스 부왕께서 저를 찾으셨다구요?”
아직 나이가 젊지만, 벌써 눈가에는 주름이 생기기 시작한 겉늙은 청년이 말을 더듬거렸다.
사실 청년은 이런 높으신 분을 만나는 것 자체가 두렵다.
일단 구 신성로마제국, 곧 원역사 미래 독일은 귀족 비율이 프랑스보다 적다.
대략 대혁명 직전에 프랑스 전체 인구 중 귀족은 대략 2프로 내외였지만, 독일 지역은 0.01프로 미만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알고 보면 군인이나 상업을 통해 신분 상승의 기회가 높았던 프랑스와 달리, 구 제국은 평민이 귀족으로 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만큼 평민들에게 귀족은 쳐다보기도 어려운 이들이라, 더욱 대하기 어려운 셈이다.
반대로 프랑스는 그만큼 귀족을 평민이 우습게 보기 쉬웠다는 뜻이지만.
이 도시의 지배자, 헤센 카셀의 공작, 빌헬름 9세가 고개를 까딱였다.
“그렇네. 야코프 그림 교수. 그대가 파리에서 냈던 논문에 크게 관심을 가지셨다고 하더군.”
“예? 어, 제가 쓴 거라고 해봐야, [도이치 어] 문법책이 전부입니다만.”
“아마 그 책인 모양이군. ‘독일어’라는 걸 만든다는 거 자체가 위험하게 느껴진 모양이네. 쯧!”
빌헬름 공작이 혀를 차자, 그림은 깜짝 놀라 고개를 조아렸다.
“저, 저, 저는 반프랑스 인사가 절대로 아닙니다! 공작 전하!”
만약 유진이 이 광경을 보았다면, [그림 형제]의 형인 야코프에게 무례하게 대하지 말라고 외쳤을 것이다.
후세 원역사에서 그림 형제 동화로 유명한 작가 중, 형쪽이 바로 야코프 그림이다.
동생, 빌헬름과 함께 독일어 사전, 민담집, 그리고 법학 연구를 한 형제 학자인데, 이름을 남긴 이유는 단연 동화 때문이다.
마침 이 시기에 카셀에서 지내는 걸 알았던 유진이 인재 영입 차원에서 선수를 친 것이다.
이른바 게르만 민족주의를 조금 방해하기 위해서랄까.
“알고 있네. 하지만 프랑스 부왕은 내게 신신당부했어. 이번 전쟁이 끝나고 나면 데리러 올 테니, 신변을 잘 ‘보호’하고 있으라고.”
“맙소사, 그건 말이 보호지 구속이 아닙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야. 혹시라도 그림 교수, 당신이 도주하기라도 한다면 우리 헤센 카셀 공국 자체가 위험해질 걸세.”
영문도 모른 채 고향에 연금당하게 생긴 그림 교수가 낙담하자, 빌헬름 9세가 영주로서 격려했다.
“고향을 위해, 참아 주게나. 다만, 유진 부왕은 잔인한 사람은 아니라고 하니,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걸세.”
힘없이 그림 교수가 나갈 찰나, 그때까지 커피를 마시며 대기하던 ‘손님’이 입을 열었다.
“저 사람은 누굽니까, 공작 전하?”
“로마법의 대가인 프리드리히 카를 폰 사비니 교수의 제자라네. 사실,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지.”
“유진 부왕이 직접 지목하다니, 뭔가 특별한 재능이라도 있는 모양이군요.”
그러자 빌헬름이 콧방귀를 뀌며 손님을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유진 부왕이 당신들 가문도 특채한 기억이 나는군. 나만 [로트실트] 집안이 뛰어난 걸 알 줄 알았는데. 어디서 소문을 들었을 것 같나?”
“하하! 저희가 직접 찾아갔던 겁니다. 공작 전하. 그건 그렇고, 유진 부왕은 벌써 떠났습니까?”
“맞아. 정말 질풍 같더군. 살로몬.”
빌헬름 공작은 치를 떨다, 살로몬 ‘로트실트’에게 일렀다.
“라인강을 넘었다는 게 지난주인데, 벌써 우리 도시를 지나쳤으니 말이야. 그것도 기병 하나 없이.”
바로 이게 헤센 카셀이 후세 원역사에서 유명해진 두 번째 원인이다.
로트실트, 혹은 영어로 로스차일드라 불리는 유대인 금융가문.
이 가문은 프랑크푸르트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
하지만 정작 로스차일드가 입신하게 된 이유는 북쪽으로 약 200킬로미터 떨어진 카셀 덕분이다.
헤센 카셀 공국, 얼마 전까지는 변경백령으로 불리던 이 나라는 [용병업]으로 돈벌이를 하던 곳이다.
딱히 국민개병제 시대가 아니었던 18세기에 무려 인구의 5프로가 군에 복무했을 정도다.
성인 남성 기준으로 따지면 최소 10프로 이상이 병사였다는 얘기다.
심지어 미국 독립전쟁 때는 별다른 군대가 없던 영국에 대거 고용되기도 했다.
그래서 당시 미국인들은 영국군을 ‘헤센군’이라 부를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용병업으로 번 돈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선대 영주 때부터 헤센 카셀의 변경백들은 고민에 빠졌고, 그러다 거래하게 된 이들이 바로 로스차일드 가문이었다.
마이어 암셀 로스차일드는 변경백의 고민을 일거에 해결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확실한 수익과 안전을 보장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헤센 카셀의 변경백은 부자가 되었고, 제국이 멸망하던 시절 중립을 표방하며 스스로 공작을 자처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다시 전쟁의 시기가 돌아오자, 소국인 헤센 카셀로서는 프랑스의 군단을 막을 수 없었다.
덕분에 유진은 헤센 카셀을 별 저항없이 유유히 지나갔던 것이다.
살로몬은 이 중립국 돈줄 영주의 말을 유심히 듣다 눈에 이채를 띠었다.
“기병이 없었단 말입니까?”
“왜, 못 만났나, 살로몬? 그래도 나름 동업자인데 한 번쯤 보고 갔을 줄 알았는데.”
“그게, 저희 부친이 요새 영국에 한창 선을 대시느라, 좀 아슬아슬합니다. 그래도 기왕 구 제국령에 진입하셨으니, 혹시 뵐 수 있을까 하고 카셀까지 온 거지요.”
바로 얼마 전 발생한 파벨 암살 사건 문제다.
물론 아직 로스차일드가 원역사 19세기 말처럼 거대 금권을 쥔 시대는 아니다.
그렇지만 영국 정부가 요구한 대로, 러시아에 진출하는 김에 반란 세력에 뒷돈을 댄 것도 사실이었다.
실패한 덕분에 지점이고 뭐고 모두 내버려둔 채 후퇴해야 했지만.
그래도 살로몬 입장에서는 마음에 걸려, 가능하면 유진을 보러 온 거였다.
하지만 유진은 살로몬이 상상한 것 이상으로 빨랐다.
입맛을 다시던 살로몬이 다시 물었다.
“그런데, 기병이 없다니. 제가 군대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합니다만, 그건 정석적인 전술은 아닌 것 같군요?”
이른바 현세에 [용병왕]이라 불릴 자가 있다면 바로 빌헬름 9세다.
빌헬름 공작은 코웃음을 쳤다.
아무리 자금을 운용해 주는 은행가라 해도, 빌헬름 입장에서는 미천한 유대인일 뿐.
그런데 군사에 대해 논하는 걸 들으니 고까웠던 탓이다.
“흥, 용병업으로 돈을 번 이 몸을 시험하는 건가? 당연히 변칙이지. 속도를 위해, 군의 전열 자체를 무너뜨리는 짓이야. 저대로 행군하다, 갑자기 전투가 벌어지면 보병, 기병, 포병이 각기 따로 싸워야 해.”
“예? 포병은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응? 자네, 정말 정보 수집을 이곳에서 처음 하는 모양이군?”
빌헬름이 놀리는 듯 웃자, 살로몬은 화들짝 놀라며 손을 내저었다.
“공작 전하, 제가 이곳에 온 것은 어디까지나, 오랜 고객이신 전하께 안부 인사를 드리고, 겸사겸사 부왕도 한 번 뵐까 하여.”
로스차일드 가문의 차남, 살로몬은 분명 인사차 온 게 맞다.
다만 정보 수집은 금융가로서 로스차일드 가문의 습관 같은 거다.
혹시나 전쟁의 승패에 따라 돈벌이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빌헬름은 아예 살로몬이 정보 수집차 왔다고 확신하는지, 고개를 주억거리며 일렀다.
“됐어. 유대인 환전상들이 정보 수집에 탐닉하는 게 어제 오늘 일인가! 어쨌든 물었으니 말해주지. 유진 부왕은 자신의 군을 병종별로 전부 나누어 진군시키고 있네. 믿을 수 없게도.”
살로몬은 숨이 막히는 기분으로 마른 침을 삼켰다.
“정말 대담하군요. 유진 부왕은.”
왜냐하면, 만약 기습이라도 당한다면 전군이 치명타를 입을 테니까.
***
당연히 실시간 정보 통신이 없는 시대, 이 모든 것을 적군이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라이프치히로 전군을 전속 전진시켜야 해! 아니면, 베를린이 위험해진다!”
마그데부르크, 프로이센 왕국과 하노버를 잇는 요충지.
이곳에 20만 프로이센 군단의 수뇌부가 집결했다.
사실 프로이센 입장에서 20만을 동원한 것은 그야말로 사상 초유의 일이다.
무엇보다 지금까지는 러시아를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전군을 동원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러나 메테르니히와 캐슬레이가 외교전을 펼친 결과는 놀라웠다.
헝가리와 오스트리아가 군을 일으키자, 러시아가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잖아도 귀족 쿠데타로 내부가 불안한 파벨이 함부로 군을 내보내지 못하는 탓이었다.
그 틈을 타, 프로이센 서부전선으로 동원 가능한 전병력을 투사한 거였다.
문제는 프로이센 군이 지금껏 그랬듯, 전열보병이 주력이란 점이다.
기병 전력은 총 10개 연대가 전부고, 포병은 대포 숫자는 많지만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기동이 그리 빠르지 않았다.
왕국의 중앙부라 할 수 있는 마그데부르크에 이제야 집결한 것도 그 때문이다.
유진이 독일 남부를 종횡무진 달리는 동안,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했을 정도다.
총사령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방방 뛰는 가운데, 참모장 샤른호스트가 침착하게 말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님, 그러자면 우리가 작센 공국을 거쳐야 합니다.”
“작센 공작에게는 국왕 폐하가 따로 양해를 구할 걸세! 지금은 왕국 수호가 먼저야!”
“첩보에 따르면 라이프치히에 출현한 병력은 온전히 기병대밖에 없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샤른호스트는 사령부의 장군들을 돌아보며 고개를 저었다.
“어쩌면 이 모든 게 기망일지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그러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참모장, 카를 루드비히 폰 푸울 중장이 눈을 크게 떴다.
“기망이라고? 대체, 왜?”
“나폴레옹의 [이탈리아 원정] 당시 상황을 분석한 참모부 보고서가 하나 있습니다. 보고서 작성자는 보옌 대령으로.”
“그건 됐어! 요지가 뭔가!”
푸울 중장은 후일 원역사에서 러시아 초토화 수비작전의 입안자 중 하나다.
그렇지만 정석에 강한 대신, 변칙에 약한 면모가 있었다.
지금도 기병만 기동한다니 도저히 믿지 못하고 있는 거였다.
샤른호스트가 빙그레 웃으며 보고서를 요약 설명했다.
“프랑스, 아니 나폴레옹군의 전술기동 특징은 공성전을 피하고, 회전에서 승부를 내기 위해, 소모전을 회피하는 행군을 펼친다는 겁니다.”
비단 이탈리아 원정만이 아니라, 나폴레옹이 일생 관철했던 전술의 요체다.
후일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이 실패할 때는 이 전술을 여러 이유로 쓰지 못할 때였다.
한데, 이 전술은 18세기 전장에서는 금기나 마찬가지였던 전법이다.
왜냐하면 자칫 수도나 중요 요충지를 잃을 수도 있어서다.
그런데 왜 19세기에는 이 전술이 가능해졌을까?
단연 화력 때문이다.
여기까지 제대로 이해한 건 아니지만, 겉으로 보이는 양상은 알아들은 브라운슈바이크가 다급히 물었다.
“요컨대 프랑스군이 베를린으로 달려와 공방전을 벌일 가능성은 낮다?”
“분석한 바는 그렇습니다. 프랑스군은 방어선이나 요충지보다, 군대 그 자체를 격멸하는 걸 목표로 삼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적이 어떻게 움직이든, 결국 우리 프로이센군을 향해 오게 될 겁니다. 우리 군대가 멀쩡한 이상, 아무리 진격해도 전쟁 승리가 불가능할 테니까요.”
문득 루이 페르디난트 왕자가 눈을 번뜩였다.
“기병은 가짜란 얘기군. 샤른호스트 참모장.”
“맞습니다, 프린츠.”
“자, 그 명석한 머리로 말해봐. 진짜는 어디 있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샤른호스트는 여유롭게 미소지으며 답했다.
“곧, 첩보가 입수될 겁니다. 유진 부왕의 본군이 어디로 향하는지 말입니다.”
그때 사령부 건물로 샤른호스트의 부관 참모, 그롤만이 뛰어들었다.
“바이에른발 전령입니다!”
그롤만은 재빨리 장군들을 향해 길다란 보고서를 요약해 외쳤다.
“프랑스 제4군단, 바이마르 지역으로 진격 중! 약간의 우회 기동이 엿보이나, 모두 기망이라 판단됨!”
장군들은 서로 돌아보았다.
바이마르, 프로이센 남쪽에 위치한 땅이다.
프랑스군 진격로가 베를린이 아님이 확인된 셈이다.
문득 블뤼허가 사납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바이에른 공국을 협박한 보람이 있군요. 이곳을, 적들의 무덤으로 삼지요.”
프로이센 장군들은 저마다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20만 대 3만.
누가 봐도 절대로 질 수 없는 전투였으니까.
***
아직 라인강변에서 떠나지 않은 제국군이 있다.
“유진이, 벌써 [게르만]의 중심부, 작센 공국까지 다다랐다고?”
황제, 나폴레옹의 질문에 근위대장 란이 보고했다.
“엄밀히 말하면, 작센 공국의 ‘분가’ 격인 작센 바이마르 공국령입니다.”
“구 제국 놈들의 영지는 참 복잡하기도 하군. 이거, 우리가 도착하기도 전에 유진이 먼저 다 휩쓸어 버리는 거 아닌가?”
“하하! 그게 싫으시면, 행군 속도를 더 내볼까요?”
나폴레옹은 피식 웃다 베르티에를 돌아 보았다.
“사전에 정한 행군 계획이 있는데, 그럴 수야 없지. 쉬르테와 스파이를 총동원해, 상황을 지속적으로 보고하게 하도록!”
물론 어떻게 적지에서 그런 스파이 활동을 가능케 할지는, 베르티에의 몫이다.
베르티에가 속으로 골머리를 앓으며 고개를 조아리자, 나폴레옹은 지도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아까부터 짜고 있던 나폴레옹의 [구상]에 유진이란 변수가 첨부된 것이다.
나폴레옹은 총탄 모양의 기물을 만지작 거리다 독일령 한복판에 놓았다.
“유진, 어디 짐에게 네가 신대륙에서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다오.”
저 멀리 기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잇히이이잉!
지도 위, 작센 바이마르를 무대로 벌어질 전쟁을 예고하듯이.
유진이 예나에 도착하기 하루 전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