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3화(4/547)
(3) 어머니는 바람둥이 절세미녀다
좋은 어머니란 어떤 사람일까?
“우리 아들, 진짜 많이 컸구나? 후훗, 이제 엄마 없어도 되겠지?”
이곳은 파리 생제르맹 구역에서 북서쪽, 펜테몬트 수녀원이다.
무려 1217년에 처음 세워진 500년 넘은 사원.
실로 유서깊은 수녀원이지만, 실상 용도는 수녀들의 신앙생활이 아니다.
바로 여자들의 피신처, 특히 상류 귀족 여성들이 이혼당했을 때 오게 되는 장소다.
물론 유진의 눈앞에 있는 조세핀은 전혀 이혼녀 같은 기색 없이 활기찼다.
사실 아직 정식으로 이혼한 것도 아니기도 하다.
“그게 어린 자식 둔 엄마가 할 소리에요?”
유진은 가볍게 투덜거렸다.
마리 조제프 로제 드 보아르네, 애칭은 마리 로즈.
갈색 머리, 갈색 눈, 새하얀 황갈색 빛이 도는 발그레한 얼굴이 실로 아름답다.
한 번 본 사람은 아마도 넋을 잃지 않고는 견디지 못할 것이다.
물론 유진은 아들이라서 그런지 시큰둥하긴 하지만.
역사에 [조세핀]이라고 기록된 24살짜리 젊은 어머니가 아들의 뺨을 꼬집으며 웃었다.
“풋, 네가 무슨 애야? 속은 어른이 다 됐지. 이 엄마가 고향에 돌아가도 될 정도로.”
“정말 가실 거예요? 마르티니크는 서쪽 끝이잖아요.”
“후훗! 그야 우리 파리 촌뜨기 아들에게는 세상 끝이겠지. 내겐 아주 그리운 고향이야.”
아련한 눈으로 수녀원 서쪽을 보며, 조세핀은 고향을 회상했다.
“달콤한 사탕수수도 많고.”
마르티니크, 그러니까 서인도 제도에 있는 프랑스 식민지.
원역사 현대로 따지면 남미 베네수엘라 북쪽에 있는 섬.
이곳이 조세핀의 고향이다.
식민지로 진출해 사탕수수 농장을 경영하던 장교가 바로 조세핀의 아버지다.
옛날 일을 회상하는 모친을 보다, 유진은 가볍게 칫솔을 내밀었다.
“이나 잘 닦으세요. 어디 가든, 꼭.”
“얘는 내가 할 말을 하고 그래.”
“어머니가 철이 없는 거예요.”
잘 알려지지 않은 일이지만, 조세핀은 충치로 고생했다.
왜 그러냐면 어릴 때부터 사탕수수를 빠는 게 습관이었기 때문이다.
후세 초상화에 남은 신비한 미소는 대부분 충치를 숨기기 위한 노력이다.
물론 지금도 이미 충치가 있는 듯 하지만, 그래도 아직 24세.
노력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모친의 미모를 지키기 위한 아들의 고군분투도 모른 채, 조세핀이 우아한 태도로 물었다.
“그럼 같이 갈래? 우리 아들? 마르티니크는 안 추워. 여기랑 달리.”
물론 파리도 한파가 아니면 그렇게 춥지는 않다.
그러나 적도에 가까운 마르티니크야 진짜 더운 곳.
당연히 전생의 경험으로 그 더위를 짐작할 유진은 콧방귀만 뀌었다.
그래도 엄마는 엄마인 모양이다.
사실상 이혼 상태, 별거 중인 남편의 아들을 고향까지 데리고 가고 싶어하는 걸 보면.
이 시대는 18세기 말.
아무리 유럽이라도 여자의 권리가 그리 높은 시대가 아니다.
게다가 재혼하려면 자식은 안 데리고 가는 게 훨씬 낫다.
그럼에도 조세핀은 아들을 사랑한다.
아주 어릴 때부터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이 아들을.
유진이 조세핀의 짐을 챙기며 대꾸했다.
“돈은 있으시구요? 원래 집이 망해서 아버지랑 결혼한 거 아니에요?”
“흥, 아픈 데 찌르긴. 지금쯤이면 우리 아버지도 농장 회복하셨을걸? 얼마나 넓은지 아니? 무려 500헥타르야. 정말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사탕수수가 많았지.”
“그 얘기 한 번만 더하시면 500번째일 거예요.”
대충 54만평쯤 된다는 소리다.
나름 조세핀의 집도 마르티니크에서는 대부호였던 것이다.
허나 허리케인으로 한 번 망해서, 프랑스 본토의 귀족 집안인 보아르네 가문에 팔려오다시피 결혼하게 되었다.
그게 조세핀이 알렉상드르와 결혼한 사연이다.
물론 알렉상드르는 바람을 잘 피우는 전형적인 프랑스 귀족이었다.
심지어 조세핀의 사촌과 바람을 피울 정도로.
그게 찔렸는지 오히려 조세핀이 조산한 딸이 자기 딸이 아니라며 방방 뛰다, 이렇게 이혼 직전의 별거에 이르게 된 것이다.
파리 생활에 지친 조세핀은 수녀원에서 지내다, 결국 마르티니크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그게 벌써 3개월 전 일이다.
문제는 그게 꼭 좋은 일이 아니란 거다.
문득 망설이던 유진이 입을 열었다.
“저, 왕실에 갈 수도 있대요.”
조세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왕실? 왜? 네가? 혹시 파니 이모님이 길이라도 뚫었대?”
“그건 아니고. 그냥 아버지 인맥이에요. 시동이 될 수도 있다던데.”
“어머나, 잘 됐구나. 우리 아들.”
방금 얘기한 파니는 보아르네 가문의 인척이다.
파리에서 이름난 살롱의 소유자로, 조세핀의 딸에게 [대모]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 시대 관점에서 더 중요한 건 파니가 클로드 드 보아르네의 아내란 거다.
7년 전쟁에서, 정말로 몇 안 되는 영국 함선과 싸워 이긴 함장이다.
요컨대 해군장군이었달까.
루이 15세에게 직접 백작 작위를 받은 몸이기도 해서, 미망인인 파니는 왕실에 연이 좀 있다.
물론 아버지 알렉상드르의 애인 덕을 보게 된 유진은 그 점은 입을 다물었다.
다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어머니도 그냥 남아계시죠? 혹시 정말 이혼하고 재혼하시더라도, 파리가 더 나을 거예요.”
마르티니크는 위험하다.
원역사를 아는 유진으로서는 당연한 결론이다.
프랑스 대혁명 시대, 식민지였던 마르티니크에서도 혁명 혹은 폭동이 일어난다.
대지주, 보아르네 가문은 당연히 위험에 처했다.
간신히 조세핀이 빠져나왔으니, 나폴레옹과 결혼한 것이긴 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연의 연속으로 빠져나온 일화다.
그런데 조세핀이 가만히 유진을 보다 진지하게 말했다.
“유진, 너도 알 텐데? 여긴 지금 엉망이야.”
유진이 눈을 크게 뜬 찰나, 조세핀이 수녀들에게 들리지 않게 낮게 말했다.
“언제 터질지 몰라. 뭔가가. 들끓고 있어. 시내 곳곳이 그래.”
고작 7살짜리 애지만, 아들이 그저 아이가 아니란 걸 엄마기에 조세핀도 안다.
아마도 그렇기에 자신이 직감한 것을 말해줬을 것이다.
오히려 조세핀은 파리가 위험하다고 생각해, 아들을 데려가고 싶은 거였다.
역사를 아는 유진으로서는 놀랄 수 밖에 없는 혜안이다.
확실히 조세핀도 보통 여자는 아니다.
하긴 정작 알렉상드르가 목이 달아날 때, 조세핀은 살아남아 권력자들의 애인이 되긴 한다.
놀란 유진이 말을 잇지 못할 때였다.
불쑥 수녀원 정원 뒤편에서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여자아이를 목마 태운 채 나타났다.
“오, 유진? 오랜만인데. 그동안 잘 지냈어? 하하핫!”
여자아이, 그러니까 유진의 여동생 오르탕스가 유진을 보자 까르르 웃었다.
“꺄, 오빠다!”
유진은 오르탕스를 보며 반가웠지만, 또한 남자를 보다 쓰게 웃어야 했다.
직감이 뛰어나든, 미모가 뛰어나든, 어쨌든 간에 조세핀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조세핀이 장미처럼 활짝 웃으며, 남자에게 다가가 팔짱을 껴안았다.
“어머, 우리 오슈! 이제 왔어요? 후훗!”
바로, 이거다.
절대로 부정할 수 없는 바람둥이 여자라는 거.
***
물론 프랑스인은 예나 지금이나 원래 애인을 많이 만드는 민족이다.
“후훗! 아, 아쉽네요. 당신과 헤어져야 한다는 게.”
“오, 우리의 사랑이 이렇게 끝나야 하다니. 정말 비극적이군. ‘라신’도 이런 비극은 쓰지 못했을 거요.”
“그래요. 하지만, 우리 사랑 영원히 잊지는 말아요?”
한창 수녀원에서 짐을 꾸리며 조세핀은 새로운 애인, ‘오슈’와 노닥거렸다.
이 수녀원은 본래는 금남의 장소여야 한다.
본래 목적은 귀족 여학교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혼녀들의 피신처가 되면서, 자연히 남자들이 출입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결국 혁명기 때는 음탕한 장소라는 악명과 함께 폐쇄되기도 한다.
물론 혁명가들의 음해지만, 유진이 지금 보기에는 어쩐지 맞는 것 같다.
유진이 오슈와 조세핀이 벌이는 애정행각을 눈꼴시게 구경할 때였다.
문득 누군가 유진의 옷깃을 붙잡았다.
“오빠.”
바로 유진의 동생, 오르탕스였다.
“왜, 오르탕스?”
유진보다 3살 어리니, 이제 5살짜리인 소녀가 유진을 똘망똘망하게 본다.
“오빠는 안 가? 마르티니크.”
“음, 난 이제 일자리를 찾아야 하거든. 집안을 건사해야지.”
“같이 가면 안 돼?”
미처 유진은 답하지 못했다.
아무리 환생자라도, 이 생은 현실이다.
엄마도, 동생도 모두 유진의 가족이란 얘기다.
신대륙, 저 머나먼 곳으로 엄마와 여동생을 그냥 보내도 될까?
특히 난리가 날 게 뻔한데도 말이다.
한참동안 유진은 생각에 잠겼다.
반면 고민에 빠진 유진을 냅둔 채, 어린 오르탕스는 낮잠을 자러 갔다.
조세핀도 오르탕스를 돌보러 들어갈 찰나였다.
“그래. 신대륙에 네가 같이 간다면 나도 좀 안심할 텐데 말이야.”
문득 건장한 청년, 오슈가 다가와 씩 웃으며 말을 걸었다.
유진은 오슈를 물끄러미 보았다.
갓 20세가 될 이 청년이 그저 조세핀의 무수한 애인 중 하나라면, 별로 신경 쓸 것도 없다.
당연히 그게 아니니까 더 문제다.
루이 라자르 오슈.
프랑스 대혁명기, 방데 반란을 진압한 명장.
후일 나폴레옹은 오슈를 이렇게 평한다.
[전쟁의 달인]이라고.물론 지금은 장교복조차 아닌 사병의 복장을 입고 있다.
근위대의 일개 사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문득 유진이 물었다.
“엄마, 사랑해요?”
“응? 당연하지. 내 처지가 고작 근위대 척탄병만 아니었어도. 네 어머니와 당장 결혼했을 거다.”
“귀족 부인이라는 거요? 그런 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러자 오슈가 껄껄 웃었다.
“하하하! 유진, 너야 자작이 될 몸이니까 그런 소리를 하는 거지. 나 같은 마부의 아들에게는 정말 꿈도 못 꿀 지위란다.”
후작의 차남에게는 보통 [자작]의 지위가 주어지곤 한다.
아직 알렉상드르는 ‘자작’은 아니지만, 곧 조부인 프랑수아 후작에게 작위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오슈는 마부의 아들, 그것도 고아 출신이다.
게다가 현재 신분은 프랑스 왕실 근위대의 일개 척탄병이다.
현대 군계급으로 따지면 상병이나 하사쯤 된다.
당연히 후작 집안의 귀부인인 조세핀은 오슈에게 오르지 못할 나무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게 내년이면 완전히 뒤바뀐다.
유진은 머리를 긁적이다 입을 다시 열었다.
“오슈 씨, 한 가지 약속해줄 수 있어요?”
“뭘 말이냐?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네 엄마의 미모에 걸고 맹세하지.”
“그건 더 못 믿겠는데? 하여간, 우리 엄마 관련이긴 해요.”
문득 유진이 오슈를 정시했다.
“내가 마르티니크로 가야 한다고 할 때, 같이 가줄 수 있겠어요?”
역사의 우연에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다.
분명 조세핀은 대혁명 후, 마르티니크에서 벌어지는 폭동의 와중에 살아남는다.
그러나 그냥 우연에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다.
문제는 아직 유진은 그저 소년에 불과하고, 폭동이 벌어질 때도 마찬가지란 거다.
저 먼 신대륙의 섬에서 모친과 동생을 빼내올 힘이 없다.
하지만 혁명기에 영웅으로 불리게 될 이 남자와 함께 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미래를 모르는 오슈는 눈을 깜박이다 흔쾌히 답했다.
“휴가를 내서라도 반드시 가겠다. 한데, 왜? 차라리 지금 따라가지 그러냐?”
“누가 엄마 보고 싶어서 그렇대요? 큰 일이 한 번은 터질테니까 그렇죠.”
“그게 무슨 말이냐?”
잠시 눈을 굴리다 유진은 적당한 핑계를 댔다.
“오슈, 잊었어요? 마르티니크는 원래 영국 함대의 순찰 범위라구요. 벌써 몇 번이나 전투도 벌어졌고. 한때는 영국 땅이었잖아요?”
마르티니크는 프랑스 식민지다.
그러나 18세기 말, 바다는 영국의 것.
대서양에 위치한 마르티니크는 영국 함대의 시야 안에 있다.
실제로 원역사에서도 대혁명기에 잠시 영국 함대가 습격하기도 한다.
그 말에 오슈는 납득했다.
“과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군.”
“뭐, 그게 아니라도. 언제든 난리가 날 수 있죠. 이를테면 노예 반란이라든가.”
“노예? 그럴 리가. 노예들이 무슨 재주로 반란을 일으켜? 다 사슬에 묶여 있는데.”
유진은 쓰게 웃다, 다시 오슈를 향해 말을 건넸다.
“오슈, 지금 내 말을 우습게 보겠지만. 기억해둬요. 언제라도 우리가 믿는 모든 건 부서질 수 있어요. 단 한순간에.”
그게 바로 대혁명의 시대다.
***
결국 조세핀이 떠날 시간이 왔다.
-쏴아아!
비행기가 없는 시대, 대서양은 배로 건너야 한다.
프랑스 항구, 보르도.
오랜 항구 전통의 도시로 실은 노예무역이 성했던 장소다.
그렇지만 이른바 [7년 전쟁] 때, 프랑스가 영국에게 완패한 뒤로 무역도 예전 같지 않다.
그래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일 뿐, 아직도 수많은 배가 바다 위로 떠난다.
오늘 조세핀이 오르탕스와 타고 갈 배도 그렇다.
“꺄! 신나! 처음 봐, 이런 곳!”
오르탕스가 새된 소리를 지르며 항구와 수많은 배를 향해 외쳤다.
“너, 어렸을 때는 여기 봤었어. 우리 꼬마.”
“왜요?”
“네가 아기일 때는 마르티니크에 살았거든. 후훗.”
가볍게 오르탕스를 토닥이던 조세핀이 유진을 보았다.
“자, 이별이네. 우리 아들.”
완전히 조세핀 혼자서 마르티니크로 가는 것은 아니다.
나름 고용한 하녀들, 마르티니크에서 온 사람들, 여기에 여행길을 보호할 보아르네 가문의 하인들이 함께 한다.
아무리 내놓은 며느리라도 후작가의 며느리인데다, 대지주의 딸인 덕이다.
그래도 머나먼 신대륙까지 여자가 가는 게 쉬울 리 없다.
그럼에도 가겠다고 결심했으니, 얼마나 파리가 질렸는지 알 수 있다.
심지어 아들과 애인까지 놓아둔 채로 가기로 결정할 정도로.
보르도까지 함께 따라온 오슈가 짐을 배 앞에 놓으며 한숨 돌렸다.
“휴, 여기까지 겨우 왔군. 뭐, 남편은 결국 안 왔소?”
“당연히 안 오죠. 나중에 남편이랑 결투한다는 소리는 하지 말아요? 촌스러우니까.”
“하하핫! 나도 파리지앵이오. 마담 보아르네. 사랑은 사랑이고, 또 이별은 우아하게 해야지!”
그때였다.
-타다닥!
보르도 항구 저 편에서 낯익은 얼굴이 달려오고 있었다.
유진은 슬쩍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이폴리트 샤를, 유진 옆집에 사는 옷감장수의 아들.
또한, [마담 보아르네]에게 반한 청소년이다.
“보아르네 부인!”
이폴리트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와, 조세핀에게 뭔가를 내밀었다.
“가시기 전에! 이거 받아가세요!”
조세핀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물었다.
“어머, 이폴리트? 뭐니, 이게?”
“서, 선물이에요. 시, 십자가입니다. 부인을 지켜줄 거예요”
“세상에. 이걸 전해주려고 여기 보르도까지 온 거니?”
파리에서 보르도까지는 결코 가깝지 않다.
아무리 나름 재력이 있는 집안의 아들이라도, 마차 삯을 내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오로지 조세핀을 보기 위해 이폴리트는 여기까지 달려온 거였다.
나무로 만든 십자가는 당연히 핑계다.
이폴리트가 활짝 웃으며 외쳤다.
“예, 부인!”
그 순간, 조세핀이 감동한 얼굴로 보다 이폴리트의 뺨을 가볍게 쥐었다.
-쪽.
새빨갛게 물든 이폴리트가 숨을 헐떡일 찰나, 조세핀이 빙그레 웃으며 일렀다.
“귀엽네. 돌아올 때까지 우리 아기 잘 부탁해?”
실로 가는 길에도 소년을 홀리고 가는 마성의 여자다.
완전히 홀려버린 이폴리트가 새빨개진 얼굴로 히죽거리며 외쳤다.
반대로 유진은 머리가 아파 잠시 감싸쥐어야 했지만.
“무, 물론이죠, 부인!”
그 모습을 보다, 엉뚱하게 오슈는 껄껄 웃어 버렸다.
“캬, 젊은 건 참 좋은 거야. 그렇지?”
“늙었다는 듯이 말하지 말아요. 오슈. 20살 풋내기 주제에.”
“이런 애늙은이 보게. 하핫!”
물론 조세핀이든 오슈든 아직 10대인 이폴리트는 애처럼 보이니 이럴 것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유진만 알고 있는 문제가 있다.
사실은 이폴리트는 원역사에서 조세핀과 [스캔들]을 일으키는 장본인이다.
그것도 저 유명한 이집트 정복이 일어날 때.
자신이 누구를 홀렸는지 모르는 조세핀이 사랑하는 아들의 뺨을 감싸쥐었다.
“그래, 우리 아들. 무슨 일이 있든 꼭 무사해야 한다?”
유진과 똑같은 갈색 눈이 선량하게 유진을 본다.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여자다.
아무리 남자를 홀리고, 문제를 일으킬 게 뻔하고, 아들을 버리고 고향에 돌아가는 어머니라도.
가만히 조세핀을 보던 유진이 마주 뺨을 쥐며 싱긋 웃었다.
“그래요. 제가 무슨 일이 있든, 꼭 모시러 갈게요.”
보르도에서 배가 떠났다.
망망대해, 대서양으로 가는 배를 보며 유진은 깊이 한숨을 쉬었다.
이제야 실감이 난다.
역사에서 벌어졌던 사건이 하나씩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알렉상드르와 별거 소송에서 승리한 조세핀이 신대륙으로 떠나버리는 사건이라든가.
그렇다면 1년 뒤에도 분명 벌어지게 될 것이다.
저 유명한 대혁명이.
“1년 남았군.”
“응? 뭐가? 너희 엄마 보러 갈 거냐? 그럼 나도 같이 가자.”
“시끄러워. 너 우리 엄마 넘보면 정말 죽을 줄 알아. 이건 농담이 아냐.”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눈으로 유진은 이폴리트를 노려보았다.
다른 모든 애인은 어쩔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폴리트만은 안 된다.
유진의 친구라서가 아니다.
조세핀의 인생을 망치는 스캔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폴리트도, 조세핀도 둘 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이폴리트가 찔끔 놀란 채 대꾸했다.
“아, 그렇게 무섭게 말할 것까지야. 알았다, 뭐.”
물론 어차피 지금은 사춘기 소년의 사랑일 뿐.
다른 여자를 붙여주면 곧 잊을 일이다.
향후 무수한 애인이 있을 조세핀은 말할 것도 없다.
-쏴아아!
유진은 다시 바다를 보았다.
1년 남은 시간.
왕실은 반드시 무너진다.
그럼에도 [백은문자]가 왕실을 진로로 보여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좋아, 망할 패라도 왕실은 왕실이지. 도박을 건다.”
1788년 4월, 조세핀이 신대륙의 고향으로 떠났다.
대혁명이 1년 남은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