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00)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00화(401/547)
(400) 마자르의 카를이 모로의 뒷덜미를 잡다
항상 신중하게 군을 움직이는 군주가 있다.
“너무 느렸나. 프로이센이 벌써 무너져 내리다니.”
헝가리 국왕 카를이 언덕 위에서 전방을 주시하다 혀를 찼다.
고지대, 나폴레옹이 가장 중시하는 위치다.
카를도 그간 나폴레옹의 전술을 연구하며, 고지대에서 상대방 전황을 먼저 살피는 법을 익혔다.
심지어 동유럽 평원이 가득 펼쳐진 크라쿠프, 옛 폴란드 수도 일대에서도 말이다.
하지만 지금 카를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은 대치하고 있는 프랑스 보헤미아 군단이 아니다.
오히려 서쪽에서 벌어진 다른 전투 결과가 걱정이다.
유진이 이긴 예나 회전 말이다.
문득 총참모장 바이로데르가 다가와 고했다.
“아직 프로이센이 무너진 건 아닙니다. 서전에서 졌을 뿐입니다, 폐하.”
“하지만 오스트리아의 라이베리히와 라우돈이 움직이기에는 좋지 않은 신호야. 그렇잖아도 느려터진 구시대 장군들이 더욱 느려질 걸세.”
“반대로 보시지요, 폐하.”
바이로데르는 외눈 안경을 번뜩이며 히죽 웃었다.
“이번 반프랑스 동맹에서 헝가리가, 아니, 폐하가 주도권을 잡으실 절호의 기회입니다.”
지금, 헝가리 왕국은 묘한 위치다.
비록 형식상 독립국이라고는 하지만, 옛 황제의 동생이었던 카를이나 군부 인사들은 모두 구 신성로마제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내륙국이라는 위치도 대외 진출을 위해 구제국을 부활시키는 방향으로 국시를 세우게 만든다.
허나 헝가리의 대귀족들이나 민중, 그리고 병사들은 모두 독립을 꿈꾼다.
그런데 카를은 이번 전쟁을 위해 헝가리 귀족들과 국민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이른바 향토방위대란 명목으로 실질적인 징병제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국민적 반대가 일어날 상황에서, 헝가리인들을 무마시킨 것은 하나, 헝가리 독립에 대한 열망이다.
비록 왕이 합스부르크 출신이라지만, 오랜 통혼 관계로 독일계 귀족과 헝가리 귀족들은 서로 뒤섞인 상황이다.
그렇기에 헝가리인들은 독립을 꿈꾸며 소집에 응한 상황이다.
때문에 이번 전쟁은 카를에게도 운명을 건 승부수였다.
카를은 쓴웃음을 머금다, 바이로데르를 가볍게 힐책했다.
“너무 먼 얘기를 하지는 말게. 바이로데르. 지금은 눈앞의 적부터 섬멸해야 해. 그것도, 러시아와 투르크의 협공이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말이야.”
“가능성은 낮습니다. 이건 아직 돌아오지 않은 메테르니히 수상도 동의한 겁니다.”
“확실한 건가? 파벨 차르는 분명 정신 나간 군주지만, 쿠투조프나 베니히센은 수보로프에게 전쟁을 배웠어. 게다가, 오스만에는 프랑스 제국의 원수인 마르소 장군이 있네.”
과거 오스트리아 제국이 그랬듯이, 헝가리도 양면전선의 운명을 지니고 있다.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동남부의 오스만 제국과, 서북부의 러시아 제국이다.
만약 러시아가 군을 일으킨다면, 최소 20만을 유럽 대륙에 투사할 수 있다.
비록 유진이 이집트와 시리아 일대를 빼앗았지만, 아직 오스만 제국은 자국 인근에선 10만을 동원하는 게 가능한 대국이다.
그렇지만 바이로데르는 간단히 가능성을 부정했다.
“모두 가능성이 극히 낮습니다. 차르 파벨은 영국과 전쟁을 선포한 거지, 우리 오스트리아나 프랑스의 적과 싸우겠다고 선언한 게 아닙니다. 또한, 오스만은 현재 페르시아와 싸우는 중이죠. 영국인들의 ‘협잡’에 걸려서.”
이 시대, 유럽은 세계의 중심이 되기 직전이다.
유럽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곧 세계에 영향을 끼친다.
영국이 프랑스와 싸우는 데, 엉뚱하게 오스만 제국이 페르시아와 싸우게 된 것도 그렇다.
인도 방면까지 식민지를 뻗어놓은 영국이 페르시아에 자금을 지원하고, 다시 페르시아가 오랜 숙적인 오스만 제국에 싸움을 걸어온 거였다.
국내 사정이 혼란한 러시아는 말할 것도 없다.
당장 영국과 전쟁을 선포했더니, 북해와 발트해의 선박들이 모두 영국 함대의 공격을 받아 해상이 마비된 상황이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카를 국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다면 눈앞의 모로를 깨면 되겠군. 어떤가, 작전은?”
전방에 전열 보병들이 진군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척, 척, 척!
총참모장 바이로데르가 시선을 돌리며 보고했다.
“모로는 정석적인 전술을 구사하는 장군입니다. 다만, 이 정석이라는 게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 프랑스 ‘대폭동’ 이후 전술을 말한다는 게 다를 뿐이죠.”
“요약하게.”
“아마도 보병과 포병의 합동전술에 이어, 전열보병의 총격전으로 우리 전선을 붕괴시키려 들 겁니다. 총검돌격이 예상됩니다.”
카를은 주위를 돌아보았다.
힐러, 벨가르드, 그리고 로젠베르크가 보인다.
지난 제1차 반프랑스 동맹 전쟁부터 카를을 따라온 합스부르크 가문의 귀족 장성들이다.
과연, 이들에게 총검돌격을 명령할 수 있을까?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카를이 고개를 저었다.
“프랑스인들은 정말 용감하군. 나는 마자르 인들에게 그런 개죽음을 강요할 수 없네. 내 장군들에게도.”
“반대로 말하면, 배후 기동 돌파전술은 거의 쓰지 않습니다.”
“나폴레옹의 전법이지. 잘하지 못하는 걸 따르지 않는다는 건 훌륭해. 하지만 우리가 예측하기는 쉽지.”
문득 바이로데르가 외눈 안경을 고쳐 쓰며 빙그레 웃었다.
“여기에, 적군 기병이 주로 폴란드인이란 점을 감안하면 효과적인 섬멸전이 가능해집니다.”
어떤 군대든 중핵이 되는 부대와 보조군이 있다.
한데 이 중핵부대와 보조군이 서로 다른 민족으로 구성될 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카를 국왕은 사실상 16개 언어를 쓰던 오스트리아 제국군을 지휘하던 장군으로서, 아주 잘 안다.
바이로데르의 작전 계획서를 훑어보다, 카를이 승인했다.
“과연, 이건 먹히겠군. 실행하게.”
곧이어 카를의 삼대 부사령관, 힐러와 벨가르드, 로젠베르크가 각 사단으로 뛰어갔다.
-다다닥!
프랑스 제국군에서 배워온 편제 그대로 말이다.
***
보헤미아 군단은 본래 3부류의 병력을 편제한 군대다.
먼저 프랑스의 위성국인 보헤미아 공국군으로, 그 중핵은 옛 모로 군단이다.
다음 역시 프랑스 위성국인 갈리치아 공국군이 있는데, 이들은 강제 징병되어 편성됐다가, 얼마 전 카를 국왕에게 완파 당해 버린 패잔병이다.
한데 마지막 부류는 조금 특이하다.
예전, 폴스카 왕국군, 그러니까 폴란드 왕국 출신 병사들로 구성된 기병대이기 때문이다.
“포니아토프스키 공작 각하. 모로 장군의 명령서가 하달되었습니다!”
마치 옛날 기사라도 되는 양 흉갑을 걸친 젊은 기병이 시선을 돌렸다.
“이제야 도착했군요. 돔브로프스키 장군. 돌격이든 유인이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회신을 보내시죠.”
“애석하게도, 우리 연대에 하달된 명령은 하나입니다. 탐색.”
“어째서!”
기병대 지휘관, 유제프 포니아토프스키는 비명 같은 고함을 질렀다.
“지금 적군이 완전히 정면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황제 폐하라면, 이럴 때 유인이나 배후기동을 명령하셨을 거요!”
포니아토프스키 뒤로, 흉갑기병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폴란드 독립운동을 진행하던 통칭 [폴란드 군단]의 기병들이다.
사실 후세에는 폴란드가 18세기 중반에 멺망했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1795년, 그러니까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고 유럽이 전화에 휩싸이던 시절에 최종적으로 폴란드가 멸망했다.
그래서 1806년인 현재, 아직 폴란드가 멀쩡하던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은 수도 없이 많다.
대부분 러시아에 굴복하거나, 아예 신대륙 미국으로 망명했지만, 아직 프랑스로 달려와 독립을 꿈꾸는 이들도 많다.
왜냐면 루이 15세가 폴란드 공주를 왕비로 맞이한 이래, 프랑스는 친 폴란드 국가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지금 비명을 지르는 옛 청년 왕족인 포니아토프스키도 마찬가지다.
중년 장군 돔브로프스키와 함께, 폴란드 독립 전쟁에 참전했던 용사인 거다.
허나 돔브로프스키는 냉정하게 상관이자 주군, 포니아토프스키에게 고했다.
“그건, 우리 망명자들이 요구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각하.”
“하지만!”
“황제 폐하가 폴란드의 독립을 이뤄줄 그 날까지, 우리는 제국 장군들의 명령에 충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포니아토프스키는 이를 악물었다.
예전 갈리치아 공국이 탄생할 때, 폴란드인들은 엄청난 기대를 걸었다.
허나 프랑스는 엉뚱하게 폴란드인이 아닌 프리드리히 잘름-키르부르크 공작을 대공으로 앉혔다.
다만 폴란드 독립운동가들은 갈리치아 공국으로 귀국하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실망에 가득찬 채로 돌아와, 그래도 고향을 지키겠다고 군인으로 나선 이들.
폴란드 흉갑기병대가 울분에 떤다.
그러나 사실 원역사를 안다면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이다.
본래는 폴란드 군단을 믿지 못한 나폴레옹이 아예 생 도맹그로 보냈다가, 황열병에 걸려 거의 다 죽기 때문이다.
“알겠소. 이랴!”
포니아토프스키를 위시한 흉갑기병들은 어울리지 않게 크라쿠프 평원 정찰을 위해 나섰다.
본래 정찰은 후사르의 일로 큐레시어라 불리는 흉갑기병들에게 어울리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모로도 기실 폴란드인들을 완전히 믿지는 못한 것이다.
-두두두!
크라쿠프 전선 외곽을 우회하던 찰나, 돔브로프스키가 황급히 보고했다.
“워! 이상합니다, 각하. 적군이 뒤로 물러나고 있습니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요? 당장 전령을 보내라! 원수 각하께 총공격을 진언하라!”
“하지만, 음. 알겠습니다!”
돔브르프스키는 전방이 조금 이상하다 여겼지만, 이내 명령에 복종했다.
사실 폴란드 출신 장군들은 대체로 용맹하지만, 특별히 전술에 뛰어나진 않다.
당장 병종만 해도 근대적인 전열보병이나 포병이 아니라, 흉갑기병인 걸 보면 알 수 있다.
아예 원역사에서는 폴란드 군단의 주력이 실상 창기병이기도 하다.
그래도 현재는 창 대신 사브르와 권총을 든 포니아토프스키가 전장을 향해 외쳤다.
“이번에야말로, 오스트리아를 무너뜨리고, 프로이센이 붕괴되며, 폴란드가 독립하리라!”
저 멀리 모로의 보헤미아 군단 전열보병들이 일제히 사격을 펼치는 게 보인다.
-탕, 철컥, 키릭. 탕!
물론 적은 오스트리아가 아니라 헝가리다.
허나 헝가리 국왕 카를이야말로 구제국 부활의 선봉임은 포니아토프스키도 안다.
또한 이번 전쟁에서 구제국과 프로이센이 무너지면, 러시아령을 제외한 나머지 폴란드 영토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모르지 않은가?
큰 공적을 세운다면, 이번 전쟁에서 역할도 못한 프리드리히 대공 대신, 폴란드인이 대공 자리에 앉을 수도 있다.
“보시오! 당대 최강의 전열보병! 프랑스 제국군의 전사들이오!”
포니아토프스키가 흥분해 자신의 장군들을 돌아볼 찰나, 돔브로프스키가 미간을 좁혔다.
“역시, 이상합니다. 각하.”
“그렇지! 적군이 약해졌을 때, 돌파해야 해!”
“아니, 저건, 돌파라기보다. 어엇!”
순간, 얀 헨리크 돔브로프스키가 고함쳤다.
“포위당하고 있습니다!”
분명 모로의 지휘 하에 보헤미아 군단은 적진을 돌파하는 중이었다.
한데 어느새 양익으로 헝가리 사단들이 갈라지더니, 사방을 포위하기 시작한 것이다.
허나 포니아토프스키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외쳤다.
“하지만, 저 상황에서 포위를 한다 해도, 오히려 돌파당할 텐데?”
프랑스 제국군의 돌파력을 익히 보아온 돔브로프스키도 고갸를 갸웃거릴 찰나였다.
-쾅! 쾅! 쾅!
포격이 일제히 포위된 프랑스 제국군을 때렸다.
그것도 반동이 강한 전장식 대포에서는 볼 수 없는 속도다.
갑자기 변해버린 전황에 포니아토프스키가 놀라 외쳤다.
“대포 속사? 맙소사. 나를 따르라, 폴란드의 기병들이여! 아군을 구하러 간다!”
흉갑기병들이 일제히 전장에 뛰어들었다.
***
그러나 기병 돌격으로 전황을 바꿀 수 있는 시대는 이미 끝난 지 오래다.
“후퇴! 후퇴하라! 내 말 안 들리나!”
모로가 전장을 뛰어다니며 부르짖었지만, 크라쿠파 전방은 이미 연기로 가득하다.
“원수 각하! 피하셔야 합니다!”
“병사들이 여기서, 프랑스 땅도 아닌 외국에서 섬멸당할 위기다! 나 혼자 피하란 말이냐!”
“그러니까 더욱 도주하셔야죠!”
일순, 달려드는 병사를 사브르로 베어버린 베르나도트가 고함쳤다.
“혁명이 시작된 이래, 살아남은 군인만이 적에게 보복할 수 있었습니다! 전사한 군인은 아무도 안 알아줍니다!”
일견 비겁해 보이는 이 말은 진실이다.
혁명 전쟁이 시작된 이래, 프랑스군이 늘 이겼던 것은 아니다.
다만 살아남은 이들이 적군에 승전으로 보복했기에 유럽 최강이라는 칭호를 얻게 된 거다.
이미 패전이 사실상 결정된 상황에서, 사령관까지 죽는다면 전유럽이 프랑스를 우습게 보게 된다.
모로가 이를 악물다 사방이 포위된 상황을 둘러 보았다.
“하지만, 여기서 어떻게?”
그 순간 굉음이 일었다.
-투우웅!
번쩍이는 갑주를 입은 기병대가 전장을 뚫고 들어온 것이다.
“원수 각하! 폴란드 흉갑기병대입니다! 어서, 여기서 탈주하십시오!”
기병대장의 말에 모로가 황급히 물었다.
“자네들은?”
“원수 각하가 피하시는 대로 이탈하겠습니다!”
“고맙네, 포니아토프스키 장군!”
포니아토프스키를 뒤로 한 채, 모로는 달리기 시작했다.
“후퇴한다! 지금 당장!”
프랑스 제국군이 전쟁 시작 이래 첫 패배를 당했다.
1806년 10월 1일, 폴란드의 옛 수도 크라쿠프 앞에서.
바로, 반격을 노리고 있던 마자르 국왕 카를의 솜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