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09)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09화(410/547)
(409) 아우스터리츠의 태양은 결국 뜬다
아무리 천재 전술가가 완벽한 작전을 짰어도, 그 모든 게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게 전쟁이다.
-쾅!
마치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 같던 나폴레옹이다.
그러나 당장 날아드는 포탄, 쏘아지는 총탄, 돌격하는 병사들을 모두 제 마음대로 통제할 수는 없다.
게다가 이 전장은 아군 8만, 적군 22만이니, 무려 30만이 격돌하는 전장이다.
아무리 오스트리아군이 조기에 이탈했고, 헝가리군이 패닉이라 해도, 최소한 10만에 달하는 프로이센군은 아직도 기동하고 있다.
그러니, 나폴레옹에게 피탄되는 포탄이나 탄환도 빗발친다.
“황제 폐하! 피하십시오! 포대가 무너집니다!”
바로 옆에서 기마포병대가 자리잡은 포대가 무너지는 광경에, 베르티에가 비명을 질렀다.
허나 나폴레옹은 포탄을 보고 있지 않았다.
문득 황제 지휘봉을 휘두르며 나폴레옹이 단언했다.
“상관없다.”
“폐하!”
“봐라, 저 깃발을. 사자가 그려진 부왕기를!”
나폴레옹은 저 멀리 남쪽에서 펄럭이는 깃발을 가리키며 부르짖었다.
“유진이 왔어. 과연, 짐의 생각 이상으로 유진이 성장했구나! 이 타이밍을 노려, 기습할 줄이야!”
유진의 제1군단 총기병 여단이 남쪽에서 몰아치는 모습이 선연하다.
본래 유진은 베를린으로 기동 중이었다.
훨씬 멀리 떨어진 남쪽 전장까지 달려올 거라는 예상은 누구도 하기 어렵다.
단연 카를은 물론이고 나폴레옹조차 계산에 넣지 않았다.
하지만 유진의 기동은 제국과 연합의 명장들조차 예측하지 못할 만큼 빨랐던 것이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점이 있다.
평소의 나폴레옹이라면 예측하지 못한 작전을 부하가 펼쳤을 때, 썩 달가워하지 않는다.
문득 베르티에가 혀를 찼다.
“그럼, 전쟁을 끝내야겠군요. 폐하. 가능하면, 좀 쉽게 가시면 좋겠습니다만.”
“왜 이러나, 총참모장. 자네는 짐이 구상한 진짜 작전을 알지 않나.”
“아니까, 더 피곤한 일 아닙니까.”
베르티에는 볼멘 소리를 하며 모자를 푹 눌러썼다.
“그냥, 후방에 계셔도 작전 이행에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폐하.”
이렇게 프라첸 고지 북쪽 앞까지 황제가 밀어닥칠 이유는 없다는 얘기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결과론이다.
나폴레옹의 기동 작전은 우익이 텅 비어버리기 때문에, 중앙 배후를 찔리기 쉽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니 나폴레옹이 바삐 움직여 좌익 쪽으로 기동한 것은 배후 기습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었던 것이다.
그때 옆에서 바삐 근위기병대를 지휘하던 란이 고개를 홱 돌렸다.
“폐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진짜 작전이라뇨?”
그러자 베르티에와 서로 돌아보던 나폴레옹이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란. 그래, 불만이 많겠군. 바로 옆에 있는데도 짐이 알려주지 않았으니.”
“군에서 기밀은 중요한 겁니다. 폐하가 기밀이라 판단하셨다면, 신도 당연히 듣지 못하는 거죠. 다만 이제는 알려주셔야 할 거 같은데요? 뮈라가 전멸 직전이라.”
“아까운 기병들이 많이 죽겠군. 근위대장도 출격 준비하도록.”
슬쩍 고지 아래 북쪽에서 오스트리아군의 반격을 맞이한 뮈라를 보다, 나폴레옹이 입가를 비틀었다.
“곧 도래할, 우리 아군을 맞이해야지.”
아무래도 지금 나폴레옹이 말하는 아군이 유진 같지는 않다.
애초에 나폴레옹도, 베르티에도 유진이 도래할 것을 예측하지는 못한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란이 미간을 좁힐 찰나였다.
-쾅!
다시, 유탄이 날아드는 소리에 란의 말이 뒷걸음질쳤다.
“이크, 뒤로 후퇴하십시오, 폐하!”
“짐이 여기서 물러나면 병사들이 뭐라 생각하겠나? 용기를 내던 병사들조차 전의가 꺾일 걸세!”
“아니, 그러니까 처음부터 그냥 배후에 계셨으면 후퇴고 뭐고 없지 않습니까! 빌어먹을!”
결국 참지 못한 란이 욕설을 뱉으며 고함쳤다.
“대체 누가 오는데 이렇게 자신하시는 겁니까! 지금 보니, 유진 부왕도 기병만 끌고 간신히 온 것 같은데!”
아무리 전쟁 중인데다 서로 격의없는 동갑내기라도, 황제에게 너무 무례한 태도다.
옆에서 대기 중이던 루이 샤를이 깜짝 놀라 눈만 굴렸다.
그런데 정작 나폴레옹은 화를 내기는커녕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핫! 란, 자네가 얼마나 평소에 동료들을 무시하고 사는지 알겠군.”
“예? 갑자기 무슨 소리십니까?”
“잊었나? 우리에게는 아주 가까운 곳에 근접해 있던 멀쩡한 군대가 있지 않나!”
문득 회심의 미소를 머금은 나폴레옹이 눈을 번뜩였다.
“오주로가 올 걸세!”
란은 눈을 크게 떴다.
오주로.
마세나, 란과 함께 이탈리아 원정의 세 주역 장군 중 하나.
때문에 최초의 칠원수로 선임된 남자.
하지만 나폴레옹의 제위 등극을 달갑지 않게 여겨 홀대받는다는 정평이 자자한 장군이다.
그래서 이번 전쟁에서도 소극적으로 움직인다는 소문이 군중에 넘쳐 흘렀다.
사실은 란도 똑같이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 오주로는 이번 전장에서 가장 가까운 [빈] 인근에 있다.
-쾅! 쾅! 쾅!
이제, 포성이 남서쪽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
신나게 달리던 야생마가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존재가 눈앞에 나타났다.
“이야, 프린스 유진! 여기서 다 뵙는군요!”
제국 근위대의 엽기병 여단장, 뮈라가 애써 껄껄 웃으며 외쳤다.
그러나 뮈라의 부관인 뮈롱 대령이나 뒤를 따르던 베시에르 소장은 안다.
뮈라가 잔뜩 긴장했다는 사실을.
심지어 방금 전까지 오스트리아 군의 반격에 휘말려 자칫 죽을 뻔했을 때는 오히려 태연했던 뮈라다.
하지만 부왕 유진 앞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그건 오스트리아 제국의 명장 이름 아닌가, 뮈라?”
“에이, 부왕 전하 이름이 거기서 따온 거 누가 모릅니까! 어떻게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글쎄, 아무래도 자네를 구원하러 온 건 아니었는데, 어처구니없게도 그렇게 됐군.”
유진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피스톨을 쐈다.
-철컥, 탕!
돌진하던 오스트리아군 패잔병이 숨통이 끊겨 떨어졌다.
그러니까, 유진은 지금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한 것이다.
우선 베를린 앞에서 우회하여 모라비아까지 왔다.
다음으로 브르노와 아우스터리츠 사이로 진군하여, 적군이 눈치채기 전 배후에서 출몰했다.
마지막으로 고지 바로 앞에서 북쪽으로 진격해, 뮈라를 구원한 거였다.
물론 뮈라를 구하기 위해 달려온 것은 아니고, 상대적으로 쉬운 쪽을 찌르다보니 패주하던 오스트리아군을 치게 된 거지만.
그럼에도 서슴없이 총을 쏘는 모습은 확연히 두려움을 자아낸다.
마탄의 사수에게 질려버린 장군들을 돌아보며, 유진이 물었다.
“앞뒤 안 가리고 돌격하는 것도 여전하고. 베시에르, 자네가 목줄 아냐?”
베시에르가 입맛을 다셨다.
“그런 일은 장 란 원수 각하나 가능하겠죠. 전 보조입니다. 어디까지나.”
“계급은 동등하지 않았나?”
“이런 무식한 돌파는 저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해서요. 아니, 부왕 전하 옆에 있는 라살이면 혹시 가능할 수도 있겠군요.”
그러자 유진의 옆에서 주위를 연신 살피던 라살이 킬킬댔다.
“에이, 베시에르 사단장! 날 뮈라 장군이랑 비교하면 곤란하죠. 난 누울자리 보고 달린다고!”
뮈라가 발끈하는 표정이 되었지만, 감히 유진 앞에서 대들지는 못했다.
사실 원역사처럼 뮈라가 카롤린의 남편이 되었다면, 유진은 물론이고 란에게도 윗사람 행세를 할 것이다.
허나 유진이 처음부터 뮈라의 기선을 제압한 탓에, 나폴레옹은 뮈라 대신 마르몽을 제부로 염두에 두게 되었다.
또한 뮈라도 유진에게 혼난 기억 탓에 함부로 굴지 못하는 거다.
그때 네이가 황급히 달려와 보고했다.
“전하. 적군이 다시 근접해 옵니다!”
오스트리아군 중 라우돈 휘하 연대가 다시 회군하기 시작한 게 보인다.
유진은 말머리를 잡아채다 눈에 이채를 띠었다.
포병대가 남기고 간 대포가 보인다.
“못 가진 거 있나, 네이?”
“예? 어, 있습니다.”
“좋아. 적군 신형 대포는 못질로 막기 어렵지만, 구형 대포는 못질로 막을 수 있다. 달려서, 제압하고, 봉쇄하라.”
이른바 대포를 봉쇄하는 18세기식 전법 중 하나다.
대포의 심지 부분을 못으로 봉쇄해 불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랄까.
후장식 대포라면 쉽게 쓸 수 없는 방법이지만, 아직은 전장식 대포가 주류다.
후일 원역사 워털루에서 못이 없어 대포를 봉쇄하지 못했을 남자, 네이가 우렁차게 화답했다.
“알겠습니다! 이랴!”
이번에는 못을 제대로 챙긴 네이가 달려가는 모습을 보다, 유진이 시선을 돌렸다.
“뮈라, 그대는 날 따라와.”
“어, 제 지휘권은 어디까지나 황제 폐하께.”
“지금 해군 박살 난 거 알지? 전쟁 끝나고 내가 해군 제독이 될지도 모르는데, 그때 어떤 장군을 데려갈지 고르는 중이야.”
그 순간, 코르시카 앞바다를 떠올린 뮈라가 사색이 되었다.
“배는 싫습니다! 기꺼이 여기서만 따르겠습니다!”
물론 브뤼에처럼 뮈라 같은 장군을 카리스마로 누를 제독은 해군에 이제는 없다.
허나 유진이 직접 부임한다면, 당연히 뮈라를 권위로 누를 수 있게 된다.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뮈라가 필사적으로 달려나갔다.
유진은 피식 웃다 라살에게 명했다.
“좋아. 기병은 아무리 잘났어도 보병을 돌파할 수 없다! 우리는 이대로 다시 배후까지 빈틈을 찾아 달린다!”
“배후 공격입니까?”
“글쎄, 어쩌면.”
일순, 눈앞에 떠오르는 백은문자를 보다 유진이 낮게 뇌까렸다.
“마중 나가는 걸 수도 있지. 모로인지, 오주로인지 모르겠지만.”
아군 출현.
누구인지는 몰라도 나폴레옹이 준비했을 원군이 왔다.
유진의 총기병 여단과 베시에르 용기병대가 일제히 다시 시계방향으로 남쪽을 향해 달렸다.
-두두두!
그런데 남쪽에 가까이 근접했을 때, 예상치 못한 보고가 들어왔다.
“엇, 연기가 보입니다!”
라살의 보고에 유진은 미간을 좁혔다.
분명히 포연이다.
그런데 아군도 있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쏘아댄다면 누굴까?
“인정사정없이 쏘는군. 회피 기동한다!”
“이거, 오주로죠?”
“모로라면, 이렇게 쏘진 않겠지!”
황급히 유진이 기병여단을 포격 사정거리에서 피신시킨 직후였다.
-쾅!
대육군 제3군단의 포화가 프라첸 고지를 뒤덮기 시작했다.
***
아무리 대포의 명중률이 낮은 시대라도, 새로운 적병의 출현은 패닉을 부른다.
“대피, 대피, 대피하라! 배, 배, 배후에서 새로운 적군 출현!”
그때까지 프라첸 고지 핵심 지대를 지키던 카를 국왕은 고개를 들었다.
어떻게든 전황을 반전시켜보려 애썼다.
그렇지만 이제는 한계다.
“폐하, 피하셔야 합니다!”
로젠베르크가 황급히 카를을 붙들고 호소했지만, 카를은 뿌리치며 말했다.
“분명, 모두 계산했다고 확신했는데.”
“지금 이러실 때가 아닙니다!”
“대체, 어째서 신은 나를 태어나게 하고도, 또한!”
순간 카를이 북쪽 창공을 펄럭이는 독수리 깃발을 가리켰다.
“저 나폴레옹을 태어나게 한 것인가!”
온몸을 떨며 외치던 카를은 일순, 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폐하! 의무병!”
“일단 모시고 나가!”
“적군, 적군이 몰려온다!”
헝가리군 수뇌부가 황급히 퇴각을 명령할 때, 아무도 찾지 않던 참모장 바이로데르가 부서진 외눈 안경을 고쳐 쓰다, 중얼거렸다.
“완전히 전열이 붕괴되었군.”
프랑스 제국군 병사들이 삼면에서 밀어닥치고 있었다.
-와아아!
바이로데르는 떨리는 손길로 피스톨을 들어, 화약에 불을 붙였다.
-탕!
아우스터리츠의 태양이 바이로데르의 쓰러진 몸 위를 빨갛게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