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11)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11화(412/547)
(411) 피트, 아직 살아있다
역사가 바뀌었다는 것은 죽었어야 할 이가 죽지 않았다는 뜻이다.
“꺼어억! 헉헉헉! 우어억!”
이곳은 다우닝가 10번지, 영국 정치의 중심으로 불리는 제1재무경 관저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마치 돼지 멱따는 비명 같았다.
당연히 비명을 지르는 남자가 이런 평가를 듣는다면 억울할 것이다.
돼지와 닮기는커녕, 나날이 말라 가는 상황인 탓이다.
문득 비명을 지르는 남자 옆에서 외무장관 그랜빌이 부르짖었다.
“수상! 정신 차리십시오! 의사 언제 오나!”
영국 제1재무경 겸 수상, 윌리엄 피트 주니어가 숨을 헐떡이자 수상비서관 윈덤이 바짝 붙었다.
“일단, 호흡을 천천히, 그리고 깊게 하십시오!”
“커어억! 함대가, 아직, 저지대에, 입항하지도 못했는데!”
“망해버린 도이치 놈들은 잊어버리십시오! 지금은 숨을 다시 쉬는 게 더 중요합니다!”
한참 동안 온갖 난리를 피우던 피트가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후, 퍼킹 지저스! 이제야 좀 살 것 같군!”
평소 엄격한 태도로 유명한 피트지만, 오늘은 완전히 흐트러진 모습이다.
물론 원역사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
본래 아우스터리츠의 패전 소식을 들은 피트는 낙담해 죽어 버리니까.
당시 영국이 낳은 대정치가 피트가 유럽 대륙 지도를 치워버리라며, 10년은 바뀌지 않을 거라 외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반면 피트보다 모자란 후계 정치인들이 때로 암살당하고, 때로 비명횡사하면서도, 결국 나폴레옹을 쓰러뜨리는 것도 역사의 아이러니랄까.
허나 당연히 피트는 요행을 기대할 수 없는 처지다.
적은 나폴레옹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득 참담한 패전 소식을 가져온 장본인, 캐슬레이 남작이 말했다.
“사실 수상 각하가 쓰러지지 않으셨다면, 아마 제가 쓰러졌을 겁니다.”
“캐슬레이, 자네 노고가 엉망이 된 건 아쉽게 됐군. 어떻게 이토록 완벽하게 패배할 수가 있지?”
“아직, 완전히 진 건 아닙니다.”
아직 포기하지 않은 캐슬레이와 달리 피트는 지도를 가리키며 고함쳤다.
“프로이센군은 수도 방위 병력을 빼고 모두 전멸, 오스트리아군은 전부 항복, 헝가리는 간신히 국왕 근위대만 도주! 이게 어떻게 완벽한 패배가 아닌가! 프랑스에게 대륙이 넘어갔어!”
이것이 제3차 반프랑스 동맹의 결과다.
이른바 중부 유럽이라 불리는 곳, 원역사 현대로 따지면 독일과 체코, 슬로바키아 일대에서 연이어 전투가 벌어졌다.
소규모 교전을 제외하면 회전의 숫자는 딱 두 번이다.
예나와 곧이어 벌어진 아우스터리츠 회전.
하지만 고작 2번의 회전으로 판세가 결정되어 버렸다.
지금껏 피트가 다시 재집권한 이래, 심혈을 기울여 조성해온 반프랑스 동맹이 보름 사이에 무너진 셈이다.
그런데 캐슬레이는 고개를 저으며 고했다.
“아직, 스페인과 러시아가 남아있습니다. 각하.”
이번에는 그랜빌이 어이없다는 듯 대꾸했다.
“러시아?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 스페인이야 우리 쪽 군대가 가 있다 치고. 뭐, 그쪽도 나폴레옹이 본격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하면 나가 떨어지겠네만.”
“아닙니다, 외무상 하. 스페인도 그리 쉽게 프랑스 손에 들어가진 않을 겁니다.”
“어떻게? 훨씬 막강한 육군을 가졌던 신성로마제국이 무너진 게 벌써 6년 전이야. 이젠 남은 잔당들도 프로이센과 함께 쓸려나갔네.”
회의적인 그랜빌과 달리 캐슬레이는 자신있게 다른 보고서를 내밀었다.
“이 보고서를 보십시오. 스페인 주재 대사, 리처드 웰즐리 모닝턴 백작이 보내온 겁니다.”
캐슬레이가 외무부에서 키우는 인재가 아니었다면, 그랜빌은 보고서를 집어 던졌을 것이다.
그만큼 이번 아우스터리츠의 패전이 가져온 후폭풍은 크다.
별 기대 없이 보고서를 보던 그랜빌은 놀라 황급히 피트에게 보고서를 건넸다.
피트가 지친 얼굴로 보고서를 뒤적이다 미간을 좁혔다.
“마세나를 막고 있다?”
“그렇습니다. 프랑스에서 황제, 그리고 이집트 총독 오슈 다음가는 명장으로 손꼽히는 인물입니다.”
“뭐, 그건 모로 아니었나? 이젠 유진 부왕일지도. 하여간, 소수 병력인데 제법이군. 화약 예산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 것 같지만.”
제1재무경답게 재정 걱정을 잠시 하던 피트에게 캐슬레이가 자신 있게 답했다.
“대사의 동생, 아서 웰즐리 준장이 맹활약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마세나는 당대든 후세든 나폴레옹을 대신할 수 있는 명장이란 평가가 나오는 장군이다.
예컨대 나폴레옹이 없는 상황에서 독자적인 전선을 지휘하며, 승리가 가능한 원수란 뜻이다.
여기에 오주로처럼 강한 자코뱅도 아니라서, 원역사든 현재든 나폴레옹에게 중용되곤 했다.
그런데 마세나를 에스파냐 군대와 영국 별동대가 막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피트의 시선을 끈 것은 보고서의 다른 부분이었다.
“국민성이 복수심이 강하고, 신앙심이 높으며, 외세에 대한 저항이 심하다?”
“결국 군대로 이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나폴레옹이 이기고도 라인강 일대조차 직할지로 점령하지 못한 이유죠. 이탈리아만 해도 남부는 아직도 반란 중입니다.”
“충분히 괴롭힐 여지가 크군. 우리가 지원만 잘해준다면.”
아직 민족주의가 대세가 된 시대는 아니지만, 그 원형은 존재한다.
프랑스가 네덜란드나 스위스를 아직 합병하지 않은 이유고, 이탈리아에서 여전히 반란이 일어나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에스파냐는 예로부터 프랑스의 침공을 자주 받은 터라 반프랑스 감정이 꽤 있다.
원역사 반도전쟁의 실패 사유인 민족 문제를 간단히 살펴보다, 피트가 캐슬레이를 응시했다.
“일단 스페인은 그렇다 치자고. 러시아는 또 뭐야? 우리랑 싸우는 적국 아니었나?”
캐슬레이는 여유를 되찾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얼마 전까진 정반대였죠. 각하.”
“파벨이 이겼잖나. 휘트워스는 목숨만 건져서 돌아오고, 기밀 서류는 다 빼앗기고! 다시는 대사직에 나서지 못하게 해주겠어!”
“휘트워스가 실패하기 전까지 누구에게 접근하고 있었는지, 기억하십니까?”
피트가 고개를 갸웃거릴 찰나 캐슬레이가 낮게 말했다.
“알렉산드르 황태자입니다.”
순간 수상비서관 윈덤, 피트, 그리고 그랜빌이 서로 돌아보았다.
“원래 아들은 아버지와 사이가 나쁘죠. 수상 각하도 그렇지 않았습니까?”
“누굴 파더퍼커로 만드는 거지? 난 내 부친을 존경하네. 하지만 우리 국왕 폐하의 자식들은 그렇지 않지.”
“만약 폐하께서 다시 광증이 발작하시면, 험, 하여간 우환이 드시면 단연 왕세자가 섭정이 되겠죠. 우리 정권은 날아가고.”
이른바 내각책임제가 도입되기 시작한 영국이지만, 아직 왕권은 의외로 강하다.
국왕은 의회의 통제를 받지만, 원한다면 수상을 해임할 수 있다.
왜냐면 사실 수상이란 의회가 뽑는 게 아니라 국왕이 지명하는 [신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상 피트는 국왕 조지 3세와는 밀접한 관계지만, 후계자인 조지 왕세자와는 아주 사이가 나쁘다.
이것은 피트의 잘못이 아니라, 조지 왕세자가 망나니라서 조지 3세의 눈밖에 난 탓이다.
그래서 조지 왕세자는 국왕에게 대항하기 위해, 피트의 반대파인 폭스와 친분을 쌓았다.
자연히 정권을 차지한 피트와는 서로 반대파일 수밖에 없는 상태다.
의회가 국가를 통치하는 영국도 이런데, 러시아 제국은 어떨까?
“이 문제가 러시아에서는 훨씬 심각합니다. 당장 예카테리나 선제만 해도 프랑스식으로 말하면, 쿠데타로 집권했죠.”
캐슬레이의 간단한 설명에 피트는 흥미로운 표정이 되었다.
“계속해봐. 황태자가 다시 재기할 여지가 있다는 건가?”
이미 수상이 죽을 뻔했던 상황은 모두가 잊은 뒤다.
***
세상 만물은 숫자가 지배한다.
“어흠! 아시다시피, 우리 프랑스가 대륙에서 위대한 승리를 거두었소. 그러니, 영국도 그만 전쟁을 그만둘 것을 권고하는 바요.”
프랑스 대사, 바라스가 점잔을 빼며 떠드는 광경을 보며 피트는 생각했다.
인구, 영국은 아일랜드까지 끌어모아야 1600만이고 프랑스는 본국만 3000만이다.
군대, 영국은 해군이야 13만이지만 육군은 유럽에선 4만도 겨우 운용하는데, 프랑스는 이번 원정에만 30만을 쉽게 동원했다.
허나 가장 골치 아픈 것은 역시 예산이다.
군사 예산만 올해 해군 1천만 파운드, 육군 4천만 파운드, 연합 지원금 1천만 파운드.
국가 부채는 벌써 5억 파운드를 넘어선 상태다.
새로 소득세를 부과 중이지만 얼마나 채울 수 있을까?
이 복잡한 문제에 비하면, 눈앞의 대사야 역시, 아무것도 아니다.
“바라스 대사, 갑자기 고압적인 태도시군요.”
“피트 수상 각하, 설마 영국의 이름 높은 스파이들이 도버에서 발이 묶인 거요? 아우스터리츠라는 마을에서, 실로 위대한 승리가 일어났소. 우리 황제 폐하께서는!”
“언제부터 나폴레옹에게 그리 충성했습니까, 대사?”
수상 관저의 좁은 자리에 불편해하던 바라스가 입을 다물 찰나, 피트가 비웃었다.
“혹시 나폴레옹도 압니까? 대사께서 런던의 미녀들과 고상한 취미를 누리셨다는 걸.”
당대 런던에서는 괴상한 취미가 유행했다.
연극 배우나 화가 모델 지망생인 하층계급 여자들을 모아, 벗겨놓고 감상하는 신사들의 모임이 있었던 것이다.
죽은 넬슨의 애인, 엠마 해밀턴도 사실 이런 모임에 참가하던 여자다.
최근 바라스가 다른 신사들과 함께 자주 참가한다는 사실을 피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바라스가 부들부들 떨다 입을 열었다.
“협박하는 거요? 수상?”
“그냥 묻는 겁니다. 무엇보다 우리 영국에서야 [신사]들이 다들 하는 일이니까.”
“커흠! 난, 그저 정보 수집 차원에서, 어, 그렇지! 당신들이 하는 짓을 보았을 뿐! 난 그리고 애들이라면 모를까, 다 큰 여자는, 어험!”
얼결에 소아성애 취미까지 거론할 뻔한 바라스가 헛기침을 할 때, 피트가 혀를 차며 일렀다.
“육지에서 이겼다고 해상 봉쇄가 풀리지는 않습니다, 대사.”
이번에는 바라스도 낯을 굳혔다.
비록 영락한 몸이지만 한때 정권을 넘봤던 바라스다.
해상 봉쇄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
가히 전쟁에 버금갈 정도의 피해를 프랑스에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라스는 피트를 노려보았다.
“무슨 소리요. 영국 혼자서,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놀라실 거 있습니까? 유럽 밖에도 영국이 싸울 수 있는 곳은 많습니다. 이집트, 시리아, 그리고 루이지애나. 아, 요새는 러시아를 앞세워 장악한 퀘백도 있군요. 모두 바다를 건너야 하는 곳이죠.”
“수상!”
고함치는 바라스를 향해 피트가 웃으며 일렀다.
“대사, 전쟁의 승리는 그저 일시적인 영광에 불과합니다. 중요한 건 언제나 경제죠. 대사는 런던에서 보지 않았습니까? 수많은 공장과 무역선을.”
이미 영국은 산업혁명을 시작한 상태다.
증기기관이 연기를 뿜고, 공작기계가 공장에서 돌아가며, 방적기와 방직기가 실과 천을 짜낸다.
배는 오대양을 제 바다처럼 누비며 대서양은 사실상 영국의 앞바다나 마찬가지고, 인도는 사실상 영국 땅이 되어가고 있다.
바라스가 런던에서 직접 목격한 바다.
말을 잇지 못하는 바라스에게 피트가 어깨를 으쓱였다.
“인도가 영국의 수중에 있는 한, 영국의 영광도 끝나지 않습니다. 잘 생각하시오. 대사.”
“나더러 뭘 어쩌란 거요?”
“본국을 설득해 보시오.”
피트는 바라스를 직시하며 명령하듯 말했다.
“만약, 전쟁을 끝내고 싶다면 프랑스가 양보해야 하오. 아니면, 바다로 영원히 프랑스인들은 나오지 못할 거요.”
육지에서 패배했어도, 바다는 아직 영국의 것이다.
또한 대항해시대 이후, 해상 교역은 육상 교역의 물동량을 뛰어넘은지 오래다.
이 구도는 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승자가 패자에게 평화를 요청하는 것은 역시 이상한 일이다.
“망명이나 신청하는 게 낫겠군. 일단, 급서를 보내 보겠소.”
영국 대사 바라스는 두 손을 들고 말았다.
***
당연히 이런 평화협상이 이뤄질 리는 없다는 걸, 피트도 안다.
“수상, 의욕이 넘쳐 보이십니다.”
문득 뜨거운 홍차를 마시던 피트에게 비서관 윈덤이 말을 건넸다.
오래 피트를 보좌하며 온갖 국가기밀을 다뤘지만, 지위는 탐하지 않는 최측근이다.
반면, 수상이 없다면 윈덤도 아무것도 못할 사람이기도 하지만.
피트는 충실한 측근을 돌아보다, 피식 웃었다.
“아무리 발악해도, 나폴레옹에게 졌다는 건 변하지 않아.”
“전투에서 졌을 뿐입니다만.”
“흥, 대륙의 세력 구도는 바꿀 수 없어. 다만, 캐슬레이의 말을 듣다 한 가지 가능성이 생각났네.”
문득 피트의 시선이 아직 벽에 걸려있는 지도를 향했다.
“만약, 나폴레옹을 러시아의 동토에 처박는다면 어떨까?”
본래 원역사에서 피트는 아우스터리츠 패배 이후, 지도를 관저 벽에서 내려버린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지도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순간 피트의 시선은 동쪽에 박혀 있다.
저 거대한 러시아로, 만약 프랑스를 진격하게 할 수만 있다면.
혹시 역전의 가능성이 발생하지 않을까?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회의적인 윈덤의 답에 다시 현실로 돌아온 피트가 창밖을 보았다.
“가능하게 만들어야지. 그게, 우리 그레이트 브리튼이 이길, 유일한 방법이야.”
안개 속 런던을 응시하며, 수상은 권토중래를 꿈꾸고 있다.
비록, 아우스터리츠에서는 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