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12)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12화(413/547)
(412) 러시아 제국이 불만을 품다
분명 전쟁의 시작은 러시아였다.
“그런데, 우리는 정작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전만 거듭하고 있지 않나! 이게 어찌 된 일이야!”
상트 페테르부르크 요새, 미하일롭스키 별궁은 파벨의 고성으로 가득 찼다.
전쟁을 선포한 게 1806년 8월 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나도록 러시아 제국은 제대로 된 전쟁을 치르지 못하는 상태다.
군대를 동원하는 체제 자체가 느린 것은 두 번째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러시아의 적이다.
만약 오스만 제국이나 헝가리, 프로이센이 명확한 적이었다면 차라리 쉽다.
국경 주둔군을 동원해 공격하면 그뿐이니까.
그러나 파벨이 적으로 선포한 상대는 영국이다.
발트해, 그리고 북해를 건너야 상대할 수 있는데, 정작 러시아 제국 해군은 발트해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파벨이 지금 부르짖는 패전 소식도, 얼마 전 덴마크 앞바다에서 벌어진 [코펜하겐 해전] 얘기다.
문득 눈치를 살피던 새로운 재상, 로스토프친이 고했다.
“그게 스웨덴과 덴마크가 영국 편으로 돌아섰기 때문입니다.”
“무슨 소리야! 덴마크는 중립국 아닌가! 설마 프랑스를 적대하기라도 한다는 건가?”
“덴마크가 적대하는 건 프랑스가 아닙니다. 우리 러시아입니다, 폐하.”
로스토프친은 한숨을 집어삼키며 상황을 설명했다.
“우리 해군이 덴마크 영해를 허가 없이 침범해, 덴마크 국왕이 대노했다고 합니다.”
파벨은 당장 로스토프친을 한 대 치기라도 할 기세로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변덕스러운 파벨이 의외로 잔혹하지 않다는 사실을 오랜 신하인 로스토프친은 안다.
가만히 파벨을 내버려 두던 로스토프친이 다시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폐하.”
“그래, 하나뿐이지! 발트해를 돌파해야 해! 지금 당장!”
“아닙니다. 프랑스에 정식으로 요구하는 겁니다.”
문득 궁정 한쪽에서 패전 소식을 구경하던 뚱보를 로스토프친이 노려보았다.
“지금까지 우리 제국에게서 얻어간 이권만큼, 프랑스도 토해낼 때가 됐습니다. 영국과 싸우는 동맹, 러시아를 돕기 위해!”
뚱보, 그러니까 프랑스 대사 당통은 눈을 깜박이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군요. 로스토프친 재상.”
“맞소, 당통 대사.”
“뭔가 굉장히 억울한데. 일단 프랑스는 할 만큼 했소. 러시아의 가상적국인 헝가리를 무너뜨렸고, 오스만 제국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했소만?”
그 순간 로스토프친이 울컥 화를 토해냈다.
“천만에, 프랑스 때문에 우리 러시아 제국은 오스만조차 침공하지 못하게 되었소. 당신들의 이권이 걸려 있다는 이유로!”
사실 오랫동안 러시아 제국은 흑해 장악 문제로 오스만 제국과 싸워왔다.
한데 프랑스와 친교를 맺으면서, 러시아 제국의 진출에 방해물이 생겨 버렸다.
현재 콘스탄티노플에 주둔 중인 마르소가 오스만을 지키고 있으니, 러시아 입장에서 함부로 오스만 제국을 공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가장 손쉬운 상대를 집적댈 수 없게 되었으니, 러시아 귀족들이 화가 난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당통은 유들유들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하나씩 따져 봅시다. 지금 신대륙에서 누가 누구와 싸우고 있지요?”
“무슨 헛소리요, 갑자기?”
“여기 우리 대사관 주재 무관인 주베르 장군은 신대륙에서 온 친구지요. 자, 무슈 주베르. 말해보게. 자네가 누구와 함께 싸웠나?”
당통과 정반대로 삐쩍 마른 무관, 주베르가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고했다.
“소장은 부마이신 필리프 샤르트르 공작과 함께, 영국을 상대로 싸웠나이다.”
주베르는 저 멀리 신대륙에서 시베리아를 횡단한 남자다.
그러니 주베르의 말에는 힘이 실린다.
현재 해상로가 끊겨버린 탓에 신대륙 상황을 확인할 수 없는 러시아 제국 입장에서는 주베르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기도 했다.
사실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로스토프친이 허를 찔린 기분으로 낯을 찌푸리자, 당통이 놀리듯 말했다.
“보십시오. 얼마나 우리 프랑스가 러시아를 돕고 있는지.”
“신대륙 따위가 무슨 소용이란 거요. 당장, 발트해가 막혔는데!”
“억지 쓰지 마시오. 로스토프친!”
순간, 당통은 눈을 부릅뜨며 호통쳤다.
“빌어먹을, 우리 해군이 이미 영국놈들에게 반파 당해서 항구에서 옴짝달싹도 못하고 있소! 여기까지 오는 게 가능했으면, 벌써 왔지!”
평소 사람 좋게 웃어도 당통은 일단 기본적으로 인상이 험악한 남자다.
당대 모든 기록이 당통의 험상궂은 얼굴을 증언한다.
하여, 로스토프친이 압도당할 찰나, 당통은 다시 부드럽게 웃으며 파벨에게 일렀다.
“그런 이유로, 프랑스의 지원이 없는 것이나이다. 폐하.”
그 순간 낯을 새빨갛게 물들이던 파벨이 고함쳤다.
“모두 꺼져버려! 아무도 들이지 마! 영국놈들을 죽여버릴 방도를 가져올 때까지!”
오늘은 당통조차도 파벨을 달랠 수 없는 모양이다.
***
차르가 요새에 틀어박혀 있기에 겨울궁전은 여전히 황태자 차지다.
“차르 폐하의 광증이 나날이 심해져 갑니다. 황태자 전하.”
예카테리나 선제 때 완공된 궁전을 감상하다, 황태자 알렉산드르는 고개를 돌렸다.
사실 정작 예카테리나도 또 다른 별궁에 주로 머무른 탓에, 이 궁전에 오는 일은 드물긴 했다.
황제가 황궁에 머무르지 않는 것은 러시아 제국의 전통일지도 모른다.
곧이어 알렉산드르의 입에서 거친 말이 나온 것조차도.
“입 닥치게, 스트로가노프. 지난 쿠데타 실패 이후, 부황의 감시가 심해진 걸 모르나?”
“차르 폐하의 관심이 늘 바뀌는 것도 알죠. 요새는 인도 공략을 다시 재점검 중이신 모양입니다.”
“뭐? 갑자기 인도는 왜?”
황태자의 친우 스트로가노프는 빈정거리는 태도로 대꾸했다.
“예전부터 페르시아를 지나, 인도를 공략하는 게 폐하의 꿈 아니었습니까? 바다가 막히니 육로를 통해 영국을 괴롭히자는 생각을 하신 모양입니다.”
황태자가 입을 쩍 벌렸다.
어쩐지 그저 농담처럼 들리지만, 이런 농담이 현실이 되는 게 파벨의 치세다.
게다가 페르시아 방면은 사실 선제 예카테리나 때부터 러시아가 자주 공세를 취해온 적도 있다.
원역사 근대에도 러시아 제국은 페르시아와 아프가니스탄을 공략해, 인도로 진공하려는 태세를 취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은 19세기 초, 아직 증기기관차가 이제 막 영국에서 구상 단계에 있는 시기다.
최초의 증기선도 신대륙에서나 시험적으로 누벨 프랑스에서 운용 중이다.
당연히 머나먼 페르시아, 그리고 인도까지 군사력을 투사할 방도가 거의 없다.
초장거리 원정 계획에 혀를 내부르며 황태자는 고개를 저었다.
“기가 막히군. 로스토프친이나 쿠투조프는 폐하 옆에서 듣기 좋은 소리만 하나 보지? 그게 비현실적이란 걸 알려주지 않는 건가?”
“듣는다고 수긍하시겠습니까? 게다가 인도가 영국의 생명선이란 건, 사실이긴 합니다. 단지 너무 멀어서 문제죠.”
“애초에, 인도에서 영국이 운용하는 병사 숫자는 아신다던가? 내가 듣기로 20만이 넘는다는데?”
물론 그 숫자는 이른바 [세포이], 곧 인도 힌두인 출신 현지병을 합쳐서 나오는 규모다.
또한 러시아가 침공하게 될 인도 북부는 아직 영국의 손길이 닿지 않은 시절이다.
허나 초장거리 원정이 비현실적이란 건, 굳이 황태자가 아니라 러시아 농노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문득 냉소적인 태도로 서류를 작성하던 또 다른 측근, 노보실체프가 말했다.
“이게 망상으로 끝나면 참 좋겠습니다만, 과연 그럴까요?”
본래 황태자의 친우는 프랑스 혁명 애호가인 스트로가노프지만, 최고 참모는 계산적인 노보실체프다.
노보실체프의 심상한 말에 황태자와 측근들이 모두 시선을 돌린 이유다.
황태자는 노보실체프를 보며 물었다.
“어쩌자고?”
“군부 인사들이 모두 폐하께 충성하는 건 아닙니다. 쿠투조프 같은 간신이나 그렇죠.”
“당장 베니히센이 하는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나?”
쿠데타 당시 베니히센의 배신을 떠올리며 치를 떨던 황태자에게 노보실체프가 대꾸했다.
“제국의 영광된 군대에는 그자들만 있는 게 아닙니다. 바그라티온도 있습니다.”
쿠투조프, 베니히센, 그리고 바그라티온.
당대 러시아 제국 군부를 빛낸 장군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성격이 달랐는데, 특히 바그라티온은 유럽 친화적이면서 격한 성품으로 유명했다.
또한, 러시아에 흡수된 나라 [조지아]의 왕족 출신이기도 하다.
“게오르기아 왕가의 자손이었나.”
“출신 때문에 최고위직을 넘보기 어려운 처지죠. 차르 폐하의 총애가 필요하지만,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게는 충성할까? 목숨이 더 중요하지 않겠나.”
황태자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노보실체프는 은근한 태도로 일렀다.
“모험심이 강한 남자입니다. 또한, 영국 상인들과도 자주 교류한다고 합니다.”
황태자는 놀라 벌떡 일어났다.
“무슨 소리야, 노보실체프? 영국이라니?”
“괜히 저희가 말을 꺼냈겠습니까? 지금, 영국의 밀사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와 있습니다.”
“이런, 자네들 미쳤군.”
문득 측근들이 아무도 놀라지 않는 걸 확인한 황태자가 목소리를 극도로 낮췄다.
“만일, 폐하의 비밀경찰에게 들키면 우리 모두 끝장이야.”
쿠데타에도 불구하고, 황태자는 여전히 지위를 보전하고 있다.
나아가 전쟁 선포 후 내정에서 손을 떼 황제 대신 국가 살림도 돌보는 중이다.
허나 군부와 비밀경찰은 황제가 쿠데타 후 확고히 장악했고, 언제 정보원들이 황태자가 말한 바를 들을 지 모른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스트로가노프가 냉소적으로 반문했다.
“그럼, 이대로 폐하가 돌아가실 때까지 기다리실 겁니까? 승계권이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어요, 전하.”
결국 황태자가 오랜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좋아. 딱 한 번이야.”
언제나 한 번이 가장 어렵다.
***
양국 해상 대치 상황에서 밀사가 들어오는 일은 본래는 어려워야 한다.
“안녕하십니까, 황태자 전하. 캐슬레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엉뚱하게도 영국 밀수선을 암암리에 용인하고 있다.
왜냐면 영국에 곡물과 선박 원재료를 수출하는 게 러시아의 주된 외화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무역을 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공업 생필품이 극도로 부족한 러시아 상황에서는 불가피한 일이다.
이 밀수선을 타고 온 비밀 특사, 캐슬레이를 보다 황태자는 마뜩찮게 물었다.
“제안하고 싶은 게 뭔가?”
“차르 폐하께서 인도 공략을 원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현실성 없는 계획일 뿐일세.”
항구 한쪽 어두운 건물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황태자에게 캐슬레이가 웃으며 일렀다.
“인도 공략을 찬성하시고, 오히려 진두지휘 하겠다고 나서십시오.”
그 순간 황태자가 캐슬레이를 처음으로 정시했다.
“지금 그게 어디를 공격한다는 말인지 알고 말하는 건가?”
“영국령 인도 식민지죠. 정확히는 동인도회사 관리령이긴 합니다만.”
“그걸 알면서 제안하나?”
세상에 어떤 특사가 자국을 공격하라고 제안할까?
하지만 캐슬레이에게는 이유가 있었다.
곧이어 이어진 말에 황태자는 눈을 크게 떴다.
“그래야 군권이 황태자 전하께 주어지지 않겠습니까?”
일단 손에 군사권이 쥐어지면 무엇을 하든 황태자 마음이다.
혹시 인도까지 갈 수 있다면, 그것도 역사에 남을 업적이 될지 모른다.
허나 만약에 병사들의 진군로가 남쪽이 아닌 북쪽이 된다면 어떨까?
“일단 진군만 하시면, 나머지는 저희가 준비하겠습니다.”
캐슬레이가 낮게 던진 말을 듣다, 황태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할 시간을 주게.”
멀어져 가는 황태자를 보다, 캐슬레이가 웃으며 화답했다.
“너무 오래는 곤란합니다, 전하.”
1806년 11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영국이 또 다시 음모를 실행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