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13)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13화(414/547)
(413) 탈레랑은 식탁에서 유럽을 재편한다
사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영국은 정말, 계속 전쟁을 계속할 거요? 캐슬레이 특사?”
화려한 식탁 위에 놓인 음식들을 한 점씩 맛보다, 탈레랑이 우아하게 물었다.
한때 망명자가 되어 런던과 뉴욕을 떠돌 때도 탈레랑은 단 하나만은 포기한 적이 없다.
미식.
이제 파리의 권력자 중 하나가 된 상황에서 탈레랑이 미식에 돈을 아끼지 않는 이유도 같다.
인생의 즐거움이란 결국 먹는 것에서 나온다는 게 탈레랑의 지론이다.
다행히 오늘 만난 상대는 탈레랑에게 동의하는 듯, 연신 감탄하는 중이다.
특사가 잘 구워진 송아지 고기를 썰다, 나이프를 멈췄다.
“바라스 대사가 서신을 보내지 않았습니까?”
“보냈더군. 너무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 폐하께는 미처 보고하지도 못했소. 물론 파리로 돌아오시면, 보여드려야겠지만.”
“그럼 저는 황제 폐하가 도착하시기 전에 떠나야겠군요.”
탈레랑은 우아하게 고갯짓하며 대꾸했다.
“물론, 이 만찬을 즐길 시간이야 있소.”
요리사가 다음으로 내온 본 요리가 드디어 나왔다.
-슥, 슥, 슥.
영국 국왕 특사, 캐슬레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요리를 응시했다.
이 시대에도 영국 요리가 악평 높은 것은 같아서, 귀족들은 대체로 프랑스 망명자들을 요리사로 고용하곤 한다.
그러나 어지간한 프랑스 요리를 섭렵한 캐슬레이도 오늘 나온 요리는 처음 보는 종류다.
부드럽지만 의외로 질기고, 묘한 탄력감이 있다.
포크로 슬쩍 집어 씹어 보던 캐슬레이가 물었다.
“음, 짜면서도 묘한 풍미가 있군요. 뭡니까, 이게?”
“푸아그라. 거위 간 요리요.”
“호오, 거위의 간이라구요?”
캐슬레이가 흥미를 보이자, 탈레랑이 빙그레 웃었다.
“그렇소. 거위를 묶고, 사료를 먹여서 살을 찌운 후, 잡으면 간이 아주 포동포동한 상태가 되지요.”
물론 푸아그라는 꽤 오래된 유래를 가진 음식이다.
무려 고대 이집트에서도 거위 간을 살찌워 요리한 적이 있을 정도다.
허나 근대에 다시 푸아그라를 유행시킨 게 프랑스 미식가들이란 것만은 분명하다.
슬쩍 입맛이 떨어졌는지 캐슬레이가 나이프와 포크를 식탁 위에 놓았다.
“잔혹한 소리로 들리는군요.”
“원래 음식이란 다 그런 게 아니겠소? 혹시 식물만 드시고 싶으시다면야.”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
딱히 채식주의자는 아닌 캐슬레이가 가볍게 입 주위를 손수건으로 닦다 입가를 틀었다.
“장관께서는 유럽을 거위처럼 생각하십니까?”
마치 일부러 살찌운 거위처럼, 유럽을 집어삼킬 셈일까?
당장 프랑스 제국의 위세라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현재 러시아를 제외하면 육지에서 프랑스를 상대할 국가가 하나도 없으니까.
그러나 탈레랑은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아니지. 거위란 알을 얻어야 이익이오. 배를 가르면, 그저 한 끼 식사에 불과하고. 영국도 인도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그렇긴 합니다. 지구본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세계는 넓고, 진출할 땅은 아직도 드넓습니다. 저 남쪽 아프리카만 해도 텅텅 비었지 않습니까?”
“연일 전쟁이니 어디, 남방 진출하자는 얘기를 꺼낼 수가 있어야 말이지요.”
본래 아프리카 진출론자인 탈레랑이 혀를 차다, 캐슬레이를 응시했다.
“적정 시기에 타협해 주시오. 그럼, 평화협상 없이도, 양국이 서로 노려보며 평화를 누릴 수 있소.”
캐슬레이는 묘한 표정이 되었다.
탈레랑은 아주 현실적인 외교관이다.
현 상황에서 영국에게 무조건 항복을 하라고 할 가능성은 없다.
게다가 이미 피트가 선포했듯 평화협상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낮다.
그렇다면 이 제안은 일종의 [냉전]을 원하는 게 분명하다.
“어느 정도를 원하십니까?”
“민간 선박 나포 금지. 군선이야 마음대로 해도 좋소.”
“이런, 그렇게 되면 해상 봉쇄의 이유가 없어지는데요?”
캐슬레이 남작의 반문에 탈레랑이 빙그레 웃으며 되물었다.
“언제까지 해군 함대를 전부 유럽에 박아 둘 거요? 영국의 함대는 전세계 바다를 누벼야 하지 않겠소?”
방금 낯빛이 변하지 않은 것은 캐슬레이도 외교 경험이 꽤 쌓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영국 해군이 불패를 자랑한다 해도, 증기선을 운용하는 시대는 아니다.
함대를 운용하는 것 자체가 전부 인력을 소모해야 하는 일이며, 한계가 있다.
미국에 이어 프랑스까지 해역 봉쇄를 감행한다는 건, 그만큼 다른 식민지 해역의 함대가 비었다는 뜻이다.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것, 영국 외교관 중 모르는 자는 없다.
“거래는 주고 받는 게 있어야죠. 물론, 프랑스가 육지에서는 이겼지만, 바다에서 영국을 이긴 적은 없습니다.”
“하노버를 돌려주지.”
“예? 아니, 그게 가능합니까?”
짐짓 뻗대보던 캐슬레이가 놀랄 찰나, 탈레랑이 고개를 까딱였다.
“황제 폐하는 의외로 전쟁을 썩 좋아하지 않으신다오. 단지, 영광을 좋아하실 뿐.”
나폴레옹의 모순적인 면모 중 하나다.
비록 전쟁을 피하지 않고 그래서 원역사에서는 망했지만, 그렇다고 전쟁을 애호하지도 않는다.
허나 승리의 영광이 필요하기에 전쟁터로 기꺼이 나갈 뿐이다.
그저 하노버 왕국을 돌려주는 일 따위는, 나폴레옹의 유럽 구상에도 썩 어긋나는 것도 아니었다.
반면 영국 입장에서는 국왕 조지 3세가 절실히 바라는 바다.
“이건, 수상을 설득할 수도 있겠군요. 알겠습니다. 참, 이 요리, 일품입니다.”
프랑스와 영국의 외교관이 만찬 속에서 서로의 속내를 탐색한 날이었다.
***
그러나 탐색은 물론이고 미식도 사치인 외교관도 세상에는 있다.
“왜, 포크를 들지 않으시오? 메테르니히 재상?”
짐짓 모른 척하며 물어오는 탈레랑을 메테르니히가 날카로운 눈으로 응시했다.
“황제 폐하께서 저를 만나주지 않으십니다. 장관님.”
“무슨 황제를 얘기하는 거요? 프란츠 2세? 충격이 심한 모양이군.”
“패배 선언문을 가져갔음에도, 근처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나폴레옹 황제 폐하께.”
잠시, 이를 꽉 물던 메테르니히가 전에 없이 직설적으로 고했다.
“장관님께 교섭 중개를 원합니다.”
평소 시간끌기라면 메테르니히도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헝가리 왕국 존속이 시간에 달린 상황이다.
만약에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그랑다르메의 유니콘 포구가 부다페스트를 잿더미로 만들지도 모른다.
물론 나폴레옹이 그렇게 잔혹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거야 메테르니히가 알 수 없는 일이다.
“흐음, 우선 식사부터 하시오. 이 [오르되브르]가 참 맛나다오. 내 요리사 무슈 카렘의 솜씨지. 자, 드시오.”
오르되브르, 곧 에피타이저를 권하며 탈레랑은 우아하게 웃을 뿐이었다.
허나 메테르니히 입장에서는 식사 따위를 할 여유가 없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오르되브르를 노려보던 메테르니히가 불쑥 물었다.
“프랑스는 헝가리를 멸망시키길 원하는 겁니까?”
탈레랑의 나이프가 멈췄다.
“그건 곤란하지. 헝가리는 식재료가 맛나기로 유명한데. 예전부터 굴라쉬 수프를 한 번 꼭 먹어보고 싶었소.”
“서민들이 먹는 음식 아닙니까?”
“원래 미식이란 계급을 가리지 않는 거요. 물론 왕족이나 귀족들의 식재료가 더 고급인 건 사실이지만.”
물론 취향 모두가 귀족적인 탈레랑이 정말 굴라쉬 수프를 탐낼 리는 없다.
오히려 탈레랑의 말은 헝가리조차 먹어버리고 싶다는 우회적인 표현에 가깝다.
부들부들 떠는 메테르니히를 재미있다는 듯 보다, 탈레랑이 다시 말했다.
“정말 헝가리의 존속을 원한다면, 오스트리아를 제물로 바치시오.”
미처 대비했던 말이 아니라, 메테르니히는 눈을 크게 떴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황제 폐하는 망설이고 있소. 이 기회에 완전히 싹을 밟아버리고 싶은데, 그랬다간 전면적인 민중 봉기에 직면할 수 있지. 당신들이 문제가 아니란 말이오.”
“누가 봉기를 한다는 겁니까?”
헝가리를 살려주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유가 이상하다.
민중봉기 따위는 한 번도 걱정한 적 없는 메테르니히로서는 누가 봉기한다는 것인지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혁명이 왕을 자살하게 만든 걸 직접 목격했던 탈레랑은 다르다.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혹은 그들을 앞세운 반제국주의자들이겠지. 우선은.”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혹은 로젠 크로이츠.
이 모두가 17세기에 탄생해 18세기에 성행했고 19세기에 두려움의 존재가 되었던 비밀결사다.
사실 비밀결사라지만 당장 프리메이슨만 해도 오를레앙 공작이 그랜드 마스터로 재직했으니 공공연한 소사이어티에 가까웠다고 할 것이다.
신성로마제국은 이런 조직들을 애초에 발도 못 붙이도록 탄압해왔고, 혁명이 일어난 이후로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프랑스 대혁명을 겪었고, 한때 프리메이슨 회원이기도 했던 탈레랑이 보기에는 다르다.
이들은 단순히 비밀결사라 무서운 조직이 아니다.
공화제, 나아가 만민이 평등한 세상을 이상으로 삼는 자들.
자연히, 혁명 찬동자들이고, 봉기의 핵심 지휘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민족 침략을 맞이하면 이들의 상황이 달라진다.
프랑스 침략자들에게 대항하는 도이치 민족 봉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메테르니히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얘기라 손을 내저었다.
“그건, 구 신성로마제국이 멀쩡할 때도, 모두 간단히 제압되던 세력입니다.”
“우리는 그렇지 않소. 시민의 지지 기반하에 있는 [시민제정]이거든. 그저 혈통과 역사만 생각하면 되는 지체 높으신 합스부르크 가문과는 상황이 다르단 말이오.”
“대체 무엇을 원하시는 겁니까? 오스트리아의 합병?”
탈레랑은 이번에는 고개를 기울였다.
“완전 분할이오. 각 분할된 영토에는 프랑스 장군들이 제후로 임명될 거요. 사실상 통치는 프랑스의 관리들이 가서 하게 될 거고.”
제후로 임명될 자들은 당연히 프랑스 제국 원수들일 것이다.
하지만 원수들이 오스트리아까지 가서 통치하도록 나폴레옹이 내버려둘 리 없다.
그러니 부재영주가 될 뿐이고, 실제는 프랑스 관료들이 통제하는 속국이 된다.
메테르니히가 참담한 얼굴로 대꾸했다.
“병합이 맞군요.”
“분할이라니까. 물론 프란츠 2세는 폐위될 거고, 왕위도 없어질 거요. 대신, 헝가리 왕은 살아남겠지.”
“프란츠 폐하는 어디로 보내실 생각입니까?”
다시, 요리로 시선을 돌리며 탈레랑은 심상히 대꾸했다.
“글쎄, 영국이 허락한다면 신대륙에 보낼 생각이오만.”
뉴욕 망명 경험자로서, 썩 나쁜 일은 아니라고, 탈레랑은 말해줄 수 있다.
***
진정한 미식가는 상대가 없어도 미식을 멈추지 않는다.
“오늘은 혼자십니까, 장관 각하?”
밤, 홀로 식사를 하는 외무장관에게 요리사가 물었다.
후세 원역사에서 프랑스 요리의 창시자라 불리는 남자, 마리 앙투안 카렘이다.
탈레랑은 카렘을 칭찬하듯 웃으며 답했다.
“그래, 혼자 먹는 미식도 별미로군. 음.”
“맞습니다. 새로운 [데세흐]입니다. 이걸 만드느라 꽤 고생했죠.”
“흐음, 다음에 오르탕스 황녀를 만날 때 대접해야겠어. 요새 꽤 외로워 보이던데.”
순간, 카렘은 창백해진 표정으로 바삐 돌아섰다.
“저, 저는 다시 요리를 준비하러 가보겠습니다.”
탈레랑이 절름발이에 꽤 많은 나이에도 프랑스 사교계를 풍미하는 바람둥이란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허나 원역사에서 탈레랑의 애인 중 하나가 오르탕스였다는 사실은 썩 알려진 얘기는 아니다.
드제가 대서양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부쩍 외로움을 느끼는 오르탕스를 떠올리다, 탈레랑이 빙그레 웃었다.
“후후, 말 위에서 적을 죽일 수는 있지만 세상을 통치할 수는 없지.”
문득 탈레랑이 식기를 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황제와 부왕이 돌아오기 전까지, 이 파리를 요리해볼까.”
지팡이가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저택 안을 울린다.
-또각, 또각, 또각.
파리의 진정한 권력자, 외무장관 탈레랑이 부재 황제 대신 유럽을 재편한, 어느 하루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