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15)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15화(416/547)
(415) 유진이 오스트리아를 멸망시키다
전쟁이 끝났음을 깨닫게 하는 사건 중 하나는, 헤어졌던 ‘가족’과의 재회다.
“부왕 전하! 정말 오랜만이군. 완전히 어른이 다 됐는데?”
유진은 한달음에 달려온 루이 보나파르트를 보다 싱긋 웃었다.
“간만에 뵙습니다. 숙부님.”
“푸하핫! 낯 간지럽게. 몇 살 차이 난다고 그래. 루이라고 불러.”
“그럴 수야 있나요. 그보다, 모로 원수님과 베르나도트 사령관은 어디 있습니까?”
이곳은 오스트리아 왕국의 수도, 빈의 여름궁전 쇤브룬이다.
프랑스가 빈을 점령한 지도 벌써 세 번째, 그때마다 쇤브룬을 프랑스군에 넘기는 일에 오스트리아도 익숙해졌다.
왕가는 얌전히 겨울궁전 호프부르크로 이동한 상태다.
허나 정작 프랑스 그랑다르메의 주력 군단은 빈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누가 빈에 입성해 오스트리아를 통제하고 있을까?
“오랜만이오, 유진 부왕 전하.”
바로 보헤미아 군단장, 원수 모로와 베르나도트 전임 보헤미아 공국 사령관이다.
비록 헝가리의 카를 국왕에게 패배하긴 했지만, 모로는 군단의 상당수를 살려서 후퇴하는 데 성공했다.
폴란드 출신 기병대장, 포니아토프스키의 분투 덕분이다.
나폴레옹은 모로의 패전 책임을 묻는 대신, 빈 입성을 명령했고, 결국 유진을 모로가 맞이하게 된 것이다.
유진은 모로에게 경례를 취하며 웃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원수 각하.”
“패장이 무슨 고생입니까.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겠지요.”
“그럼 곤란하죠. 앞으로 빈 주둔군의 사령관으로 재임하시게 될 텐데요.”
모로가 눈을 크게 떴지만, 유진이 반론은 허용않는 태도로 황명을 전했다.
“구 오스트리아를 통제하는 역할을 맡으셔야 합니다.”
따지고 보면 제2차 반프랑스 동맹 전쟁 후에, 모로가 맡았던 역할이다.
하지만 전후 처리과정에서 모로는 다시 스위스로 재배치된 바 있다.
이것은 프랑스 군부 핵심, 정확히는 나폴레옹이 모로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인사다.
그런데 이제와서 다시 오스트리아 주둔군 사령관에 임명된다?
아무리 오스트리아가 옛날 제국이 아니라도, 입지의 중요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집트 총독 오슈나 콘스탄티노플 주재 사령관 마르소, 혹은 누벨 프랑스의 드제처럼 프랑스 해외의 중요 군부 인사가 된다는 뜻이다.
모로는 복잡한 표정으로 유진을 응시했다.
“본래 황제 폐하가 불안해하셔서 내가 물러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폐하께서 그러셨던가요? 설사 그렇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5년 전과 지금은 또 다르니까요.”
“무엇이 다르단 거요?”
유진은 어깨를 으쓱였다.
“제가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만약 나폴레옹이 군부를 견제할 일이 있다면, 유진을 쓰면 된다.
반면 유진이야말로 어떤 의미에선 나폴레옹이 견제해야 할 핵심 인사다.
하여 모로를 기용하는 것은 나폴레옹에게는 군부 내 비주류를 달래고, 유진이 독주하는 것을 막는 절묘한 한 수인 셈이다.
모로가 입을 벌리다 혀를 찼다.
“하긴 예나의 승장 앞에서 내가 무슨 오만을 떤 것인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또한 제가 온 것은 제 전공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격을 맞추기 위해서죠. 호엔린덴 공작 전하.”
“지금, 뭐라고 했소?”
유진이 옆을 돌아보자, 부왕 수석부관 이폴리트가 씩 웃으며 금빛 훈장을 공손히 건넸다.
“황제 폐하께서는 모로 장군께 부족한 전력으로 시간 지연을 성공시킨 공적을 인정하여, 호엔린덴의 공작위를 하사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아직 제정이 확고해진 시대는 아니다.
허나 나폴레옹은 제정의 기반을 쌓기 위해 자신의 원수들에게 귀족위를 뿌리곤 했다.
당대 귀족이긴 하지만 공작과 백작이 양산되었는데, 당시 그 지위는 주로 [공훈]을 세운 장소로 호칭되었다.
모로는 단연 호엔린덴의 승리가 생애 최고의 전승이다.
당연히 공화파의 촉망받던 장군 입장에서,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작위이기도 하다.
그러나 거절하기에는 나폴레옹의 위신 문제도 있지만, 모로가 패장이란 점이 너무 컸다.
결국 모로가 한숨을 쉬며 훈장을 받아들었다.
“부끄럽군.”
“앞으로 수훈으로 보답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영지는 주어지지 않지만, 평생 연금이 작위에 따라갑니다. 연간 10만 프랑입니다.”
“연금 값은 하겠다고 폐하께 전해 주시오. 그건 그렇고 혹시 베르나도트 장군과 함께해도 되겠소? 어차피 보헤미아 공국 사령관으로 계속 있기는 어려울 텐데.”
유진은 잔뜩 긴장한 채 모로 뒤에 서 있던 장신의 남자를 보다 묘하게 웃었다.
“베르나도트 장군은 또 다른 곳에 부임하게 될 겁니다. 바르샤바 공국이 되겠죠.”
바르샤바 공국, 아직 존재하지 않는 나라의 이름에 베르나도트가 깜짝 놀랐다.
나름 보헤미아 공국 사령관으로서, 이 근방의 지역에 대해선 꽤 열심히 공부한 뒤다.
하지만 자신이 그런 곳의 주둔군 사령관으로 가게 될 줄은 몰랐다.
“바르샤바라니. 거긴, 프로이센 영토가 아니오?”
“프로이센이 바르샤바를 유지할 수나 있겠습니까? 베를린을 지키는 것도 힘겨울 텐데.”
“하지만 그럼 보헤미아와 갈리치아는 누가 지킵니까?”
루이 보나파르트가 베르나도트의 말에 불안한 얼굴이 되었다.
이 자리에 면목이 없어 나오지도 못한 프리드리히 잘름 키르부르크 갈리치아 공작도 만약 얘기를 들었다면 동시에 물었을 터다.
어쨌든 보헤미아도, 갈리치아도 모두 프랑스의 [위성국]으로만 생존 가능한 상태였으니까.
유진은 간명히 대꾸했다.
“지킬 필요 없습니다. 오스트리아가 사라질 테니까요.”
그러니까, 오스트리아의 멸망이 유진이 받아온 임무였던 것이다.
***
아직 오스트리아 왕국에 힘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프란츠 국왕 폐하. 오스트리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대로 간다면, 구제국의 제후들 모두가 나폴레옹의 손짓 하나로 멸망하게 될 겁니다!”
프란츠 2세는 눈을 감은 채 머리를 감싸쥐며, 집무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앞에서 열변을 토하는 자는 프로이센의 외무장관, 하르덴베르크다.
이미 아우스터리츠에서 오스트리아는 항복했고, 프로이센은 주력을 상실했으며, 헝가리는 패주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이유로 하르덴베르크가 역설하고 있을까?
어이없게도 오스트리아가 전쟁의 피해를 입은 게 없기 때문이다.
이번 제3차 반프랑스 동맹 전쟁에서, 전쟁은 크게 네 곳에서 벌어졌다.
예나, 크라쿠프, 보르도 앞바다, 그리고 아우스터리츠.
각기 작센 공국과 보헤미아 공국, 그리고 프랑스 해안가와 모라비아 공령이다.
이 과정에서 프로이센은 그렇잖아도 직할 인구가 적은데 주력 병력이 소멸하는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
반면에 오스트리아는 본국에 해당하는 오스트리아 왕국령이 거의 대부분 멀쩡하다.
그러니 전쟁 시작 직후 내렸던 국민 총동원령을 내린다면, 다시 맞싸울 수 있다.
하지만 빈에 프랑스군이 입성한 상황에서 이게 현실적인 일일까?
당연히 하르덴베르크도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스트리아만이, 프랑스에 협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총동원령을 다시 발동하시고, 협상을 요구하십시오. 그래야 오스트리아도 삽니다!”
그러니까 대프랑스 협상 카드로 쓰라는 거다.
사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어쨌든 오스트리아 입장에서 프랑스와 외교전을 벌이려면 민중 봉기나 예비군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황제였고, 국왕이며, 태생부터 귀족적인 남자, 프란츠에게는 굉장히 낯선 얘기다.
“그만하게. 하르덴베르크 장관. 우리는 이미 무조건 항복을 시행했네. 그 대가로 빈은 무사하고, 또한 프랑스군이 입성했지.”
“투구트 재상! 당신이야말로, 그만하시오! 무조건 항복? 그건 프란츠 폐하의 목을 나폴레옹 앞에 내주는 거요!”
“말이 심하군! 만일, 10년 전이었다면, 자네부터 총살됐을 걸세!”
그러나 하르덴베르크는 옛 제국의 재상, 투구트에게서 조금도 물러나지 않았다.
“그때 나폴레옹을 죽였어야 했소! 당신네, 오스트리아인들이 하지 못했기에, 오늘날 모든 유럽인들이 고통받고 있는 거요!”
그때다.
“이, 이게 무슨 짓인가!”
“막아! 경비병!”
“맙소사, 폐하를 지켜라!”
갑자기 겨울궁전이 소란스러워졌다.
곧이어 격투가 벌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비명을 지르며 달려오는 황족들이 보인다.
“폐하! 큰일 났어요, 병사들이에요!”
“아빠, 아니 부황 폐하! 프, 프랑스 군인들이!”
“어떡해요!”
왕비 마리아 테레지아, 장녀 마리 루이즈, 장자 페르디난트가 각기 동생들과 함께 달려왔다.
이건 겨울궁전 전체를 군인들이 들쑤시고 있다는 뜻이다.
국왕 프란츠가 벌떡 일어나 부르짖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인가!”
그 순간 홀로 흑색 군복의 청년이 들어서다, 대꾸했다.
“당신이 알아서 물러나지 않으니, 직접 온 겁니다. 프란츠 폐하.”
유진 보나파르트, 프란츠의 사촌 마리 테레즈의 약혼자다.
***
보아르네식 총을 겨눈 누벨 프랑스 근위대가 겨울 궁전을 가득 메웠다.
“짐의 ‘매부들’이 짐에게 총을 겨누고 있군!”
프란츠는 마지막 위엄을 떨치며 외쳤다.
그 말대로 누벨 프랑스 근위대 선두에 선 자는 유진, 그리고 루이 보나파르트다.
각기 유진은 사촌의 약혼자니 사촌매부라 할 것이고, 루이는 프란츠의 여동생 클레멘티나의 남편이니 정말 매부다.
그러나 이 순간 인척관계 따위는 국제정세 앞에 완전히 짓밟힌다.
옛날 프랑스 혁명 때 프란츠의 부친과 백부가 끝내 루이 16세를 구하지 못했던 것처럼.
또한 왕국을 지켜야 할 오스트리아 근위대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만약 여기서 총격전이 벌어진다면 빈에 주둔 중인 3만 보헤미아 군단이, 나아가 프라하에 주둔 중인 15만 그랑다르메가 달려올 테니까.
문득 유진이 입가를 틀다 프란츠를 향해 일렀다.
“폐하, 나폴레옹 황제 폐하도, 그리고 저도 기회를 많이 드렸습니다.”
“기회라고? 패자에게 모욕을 주며, 영토를 빼앗고, 배상금을 강요하는 일이 기회인가?”
“그렇지만 목을 친 적은 없죠. 우리 프랑스 ‘혁명식’은 원래 왕족의 목부터 빼앗는 겁니다.”
유진은 아연해진 프란츠와 그 너머에 있는 마리 루이즈를 흘깃 보다, 차갑게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폐하께 왕관을 유지시켰죠. 하지만 이제 한계가 왔습니다.”
본래 원역사에서 프란츠와 마리 루이즈는 끝내, 나폴레옹을 몰락시킨다.
이 자리에는 없는 메테르니히와 함께 최후의 승자랄까.
그러나 쫓겨난 황후의 자식이었던 유진은 마침내 오스트리아의 왕좌 앞에 선 것이다.
프란츠는 이를 악물었다.
허나 갑자기 밀어닥친 프랑스군에게 저항할 방도가 없다.
차라리 하르덴베르크 말대로 빈의 시민들에게 호소라도 했다면, 시민봉기라도 일으킬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결국 총구 앞에서 프란츠가 고개를 떨구다 물었다.
“새로운 왕은 누구인가?”
“없습니다.”
“뭐?”
유진은 경악한 합스부르크 궁정인들을 돌아보며 비웃음을 머금었다.
“이제, 오스트리아라는 단일 정치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시, 합스부르크 이전으로 되돌아갈 겁니다. 물론, 사실 당신은 본래는 [로렌] 가문이지만.”
합스부르크-로렌.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 이후 바뀐 가문명.
이제 제국의 황위를 차지했고 천년 간 오스트리아 땅을 지배해온 가문이 왕좌에서 내려올 시간이 되었다.
보나파르트의 명령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