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16)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16화(417/547)
(416) 영웅교향곡이 독일의 종말을 알리다
아직 빈은 중부 유럽에서 제일가는 예술의 도시다.
“루트비히! 들었나! 맙소사, 오스트리아가 소멸한다는군!”
전쟁 중이라도 음악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증거가 여기에 있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 빈이 낳은 최고의 음악가, 아니 19세기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남자.
하지만 아직은 빈에서 막 유명해지고 있는 청년 음악가에 가깝다.
딱히 귀족에게 빌붙는 성격도 아니라서, 만약 빈에 악보를 구매하는 수요가 없었다면 진작 다른 곳으로 갔을 남자다.
아직은 단정한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오선지에 음표를 그리다, 베토벤이 벌떡 일어났다.
“내 귀가 요새 잘 안 들리는데. 헛소리까지 들리는군. 으윽.”
“이명이 심한 모양이지만, 다급하네. 지금 프랑스에서 특사가 왔어. 나폴레옹의 아들이!”
“아들? 나폴레옹의 아들이라면 아직 젖먹이 아니었나? 아, 양자?”
친구이자 악보 출판업자인 베겔러를 돌아보다 베토벤은 탁자를 내리쳤다.
“혁명의 정신을 무너뜨린, 배신자! 유진 보나파르트로군!”
이것은 꽤 기이한 평가다.
사실 원역사에서 베토벤이 괴테와는 다른 이유로 대혁명에 기대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또한 구제국을 몰락시킨 나폴레옹을 영웅으로 간주했다는 것도 유명하다.
허나 대혁명은 결국 나폴레옹의 의해 종식되었고, 베토벤은 나폴레옹을 증오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대체 왜 유진에 대해서 욕하고 있는 걸까?
베겔러는 익숙한 듯 그점을 지적하진 않았다.
문득 베토벤이 베겔러를 돌아보며 종이와 목탄을 던졌다.
“대체, 어떤 짓을 했다던가? 난 잘 안 들리니 써보게! 베겔러!”
“어, 그러니까 말이야.”
“거창하게 말할 필요도 없는 것 같소. 베토벤, 그리고 베겔러.”
문득 집안으로 들어서며 말하는 길쭉한 얼굴의 남자를 돌아보다, 베토벤이 깜짝 놀랐다.
“루돌프 공작 전하? 어째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루돌프 요한 폰 합스부르크, 18살의 나이로 공작이 된 황족이 문득 웃으며 답했다.
“빈의 위대한 음악가께서 이렇게 내게 존중해주다니, 영광이로군.”
“아무리 제가 예의를 모르는 자라 해도, 공작 전하의 은혜까지 잊을 정도는 아닙니다.”
“고맙소.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것도 어려울 것 같아 온 거요.”
황제의 막내동생으로 또한, 베토벤의 피아노 제자이기도 한 루돌프가 쓸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스트리아 왕국은 내일 자로 멸망하오. 국왕은 폐위되고, 영토는 합스부르크 가문이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지역별로 쪼개질 거요. 모두 프랑스의 통치를 받게 된다고 하더군.”
사실 베토벤은 귀족에게 굽신거리지 않은 것일뿐, 후원까지 받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 시기에는 루돌프 공작이 베토벤의 주된 스폰서 중 하나였다.
그러나 루돌프 공작은 귀족 특유의 오만함이 없고,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어 베토벤도 서로 존중하는 사이기도 했다.
제국이야 알 바 아니지만, 프랑스를 싫어하는 데다, 루돌프가 쫓겨난다고 한다.
당연히 베토벤은 격분했다.
“대체, 빈의 시민들을 무엇을 한답니까? 저항해야죠!”
“헤르 베토벤. 당신은 우리 합스부르크를 위해 죽고 싶소?”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건 빈에도 멸망이 아닙니까!”
그러나 루돌프는 씁쓸히 웃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단지, 프랑스군이 빨리 사라지기를 바랄 뿐이지.”
오랫동안 프란츠 국왕, 혹은 프란츠 황제는 빈을 통제해왔다.
언뜻 유약하게 보이는 외양과 달리, 온갖 비밀경찰과 정보원을 통해 빈을 감시해온 것이다.
물론 자코뱅처럼 반국가분자를 색출해 기요틴으로 죽이진 않았지만, 국외추방으로 나라를 지켜온 것도 사실이다.
하여, 빈의 시민들은 합스부르크의 지배에 상당히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베토벤도 기실 마찬가지라 잠시 침묵을 지킬 찰나, 루돌프가 불쑥 뭔가를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리히노프스키 공작에게 써 주는 추천장이오. 만약 이 사람이 혹시 거절한다면, 다른 추천서도 드리지.”
“전하!”
베토벤이 눈을 부릅떴지만, 루돌프는 처연한 시선으로 베토벤을 보며 일렀다.
“제국도, 왕국도, 가문도 멸망할 수 있지만, 예술은 멸망하지 않소. 우리 합스부르크가, 위대한 음악가를 남겼음을 역사가 기억하게 해주시오.”
격정으로 온몸을 떨던 베토벤이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반드시, 프랑스를 무너뜨릴 음악을 만들겠습니다!”
그러나 그 꿈은 이뤄지지 않을 운명이었다.
***
일단, 빈에 있는 이상 프랑스 주둔군의 시선 자체를 피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나보고 항복의식 지휘를 하라고? 어처구니가 없군!”
베토벤은 때 아닌 불청객을 노려보다 펄쩍 뛰었다.
이 시대 작곡가란 보통 피아니스트이자 동시에 지휘자이기도 하다.
그러니 행진 의식의 지휘자 역할을 제안받는 것 자체가 이상할 거야 없다.
다만 오스트리아의 군주 폐위 의식을 지휘해달라고 요청받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야말로 자살해달라는 소리다.
게다가 반프랑스 정신으로 똘똘 뭉친 베토벤에게 이 무슨 무례란 말인가?
허나 제안자는 아주 뻔뻔한 얼굴로 웃다 대꾸했다.
“프랑스에 협조하라는 게 아닙니다. 무슈 베토벤.”
“뭐가 다르지? 오스트리아를 프랑스가 지배하는 의식에, 내 음악을 쓴다는 얘기인데!”
“당신 허락 없이 연주할 수도 있겠지만, 특별히 요청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이번 연주는 당신의 후원자를 위한 거니까요.”
문득 유진이 또렷한 목소리로 일렀다.
“루돌프 공작의 취임을 알리는 행사에 쓰이게 될 겁니다.”
베토벤은 이미 1802년쯤부터는 청각 장애를 앓고 있는 상태다.
이 청각장애가 왜 발생했는지는 여러가지 학설이 있다.
매독에서부터 납중독, 그리고 간경변까지.
다만 1806년 현재는 아직 장애는 있지만 목소리는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다.
자신이 들은 말이 정확한지 낯을 찡그리던 베토벤이 툭 뱉었다.
“비겁하군, 혁명의 배신자.”
루돌프 공작이 오스트리아의 명목상 통치자로 취임한다?
그러면 베토벤은 도저히 지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반면에 프랑스는 명망 높은 신진 예술가, 베토벤의 음악을 통해 빈 시민들을 달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나아가 새로운 프랑스의 신 체제에서, 베토벤은 길이 남을 경력을 갖게 될 것이다.
하지만 유진은 뒷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왜 혁명의 배신자죠?”
“당신은 날 모르겠지만, 난 당신을 알지. 소년 시절부터 혁명군의 기수! 공화국을 위해 싸워온 혁명 전쟁의 소년영웅! 나아가, 마침내 구제국을 멸망시킨 혁명가!”
“어, 그건, 참 과찬이군요.”
유진은 이게 모욕인지 영광인지 헷갈려 입맛을 다셨다.
사실 원역사 후대를 생각한다면, 베토벤에게 이런 평가를 받는 게 오히려 영광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 순간 베토벤이 유진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고함쳤다.
“하지만! 당신과 당신의 부친은 혁명을 배신하고, 황제와 왕이 되었지! 만민 평등을 꿈꾸던 혁명가들의 피, 시민들의 죽음, 사람들의 열망을 모조리 배신했어!”
아직 오랜 전쟁 참여경험에도, 청각은 멀쩡한 유진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베토벤이 나폴레옹을 혁명의 배신자라 일컫는다는 건 원래 알고, 또 들었다.
유진까지 그렇게 간주할 줄은 몰랐지만.
그럼에도 조금 억울한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단지 사익만을 위해 유진이 이토록 열심히 뛰어다니는 건 아니니까.
“나는 신대륙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다 왔습니다, 무슈 베토벤.”
갑작스런 말에 베토벤이 눈을 깜박일 찰나, 유진이 조용히 말했다.
“그곳에서, 난 원주민과 흑인, 영국인과 에스파냐인이 프랑스인과 함께 사는 나라를 만들고 있죠.”
“잠깐, 그게 무슨.”
“혁명 정신에 따라 투표권을 부여하고, 노예를 해방시켰으며, 모두가 능력에 따라 원하는 지위를 얻을 수 있는 체제를 이루는 중입니다.”
유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베토벤에게 고했다.
“지금, 당신이 보기에 혁명과 제국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나도, 내 아버지도,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세상이 그렇듯이.”
유진은 전장이 아닌 곳에서도 싸우고 있다.
혁명이 무너지는 시대를 막기 위해서.
왜냐면, 결국 나폴레옹이 실패할 때 시대는 역행하기 때문이다.
뚫어져라 유진을 보던 베토벤이 고함쳤다.
“말은 그럴싸하군. 만일, 그 말을 인생으로 증명하지 못한다면, 난 당신을 저주하는 음악을 만들겠어!”
유진은 나가다 말고 돌아서, 베토벤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그것도, 영광이군요. 무슈 베토벤.”
어쩌면 두 사람이 대화할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
본래 모든 왕가는 승리의 영광으로 요란하게 시작해, 패배의 추락으로 초라하게 사라진다.
“국왕 폐하, 아니 황제 폐하가 끌려가신다!”
빈의 호프부르크 궁전에서 합스부르크 일가가 나오는 마차가 보인다.
시민들은 웅성거리며 모여들었다.
아무리 반감이 심한 왕이었어도, 그들의 군주였고, 쫓아내는 자는 프랑스인들이다.
게다가 주위를 휘감는 이들은 모두 청색 군복의 프랑스 군인들이 아닌가?
그때 또 다른 이들이 들어섰다.
-척, 척, 척!
호프부르크 궁전 앞 광장, 백색 군복의 오스트리아 병사들로 보이는 이들이다.
왕이 쫓겨나는 마당에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다른 이를 호위하듯 따른다.
시민들이 어리둥절한 사이, 흑색 군복의 청년이 그들 앞에 섰다.
“빈의 시민 여러분.”
약간 서투른 남부 독일어로 청년이 말했다.
“새로운 오스트리아 공작을 소개합니다.”
그러자 빈의 하급관료, 상인, 의사나 법률가를 비롯한 이른바 [부르주아]들이 놀라 외쳤다.
“뭐야. 저분은, 루돌프 공작?”
“아니, 그런데 오스트리아 공작이라니? 오스트리아는 프랑스 통치령이 되는 게 아니었어?”
“어라, 이건 귀족들이 얘기하던 것과 다르잖아?”
흑색 군복의 청년, 유진은 빙긋 웃었다.
이미 3번이나 프랑스에 점령당하며, 빈은 옛 제국의 수도로서 가졌던 자부심이 흔들린지 오래다.
특히 제국이 왕국으로 격하당하고 일차 분할을 수용하면서, 합스부르크 가문의 위상도 깨져 버렸다.
하여, 왕이 쫓겨나가고 왕국이 찢겨지는 사태를 맞이하고도 격분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명목상 공작도 합스부르크 가문이니, 자연히 들끓으려던 민심도 일단 진정될 수밖에 없다.
“이제, 예전의 국왕께서는 전임자로서 여생은 편히 보내실 것이며, 새로운 공작이 여러분을 통치할 것입니다. 빈의 위대한 예술이 영원하듯이!”
곧이어 관현악단이 거리 연주를 시작했다.
-꽝꽝! 빠바바-! 빰빰!
이 음악은 바로 [에로이카], 곧 영웅교향곡이다.
유진이 하필 베토벤에게 에로이카를 원했던 이유가 있다.
본래는 에로이카를 비롯한 베토벤의 음악은 후일 독일 민족주의 시대에 선구적인 음악처럼 여겨지게 된다.
하지만 일부러 유진은 에로이카를 오스트리아 멸망의 상징으로 만든 것이다.
향후 이른바 통일 독일제국을 막는 일종의 초석이랄까.
물론 그건 오스트리아보다는 프로이센에 대한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그때 유진의 옆에서 서 있던 수석부관 이폴리트가 비꼬듯 말했다.
“한 가지를 말하지 않으시는군요, 부왕 전하.”
“뭘?”
“오스트리아 왕국이 각기 분할되어 모라비아와 티롤, 슐레지아가 모두 다른 통치자를 맞이하게 될 거라는 걸.”
유진은 음악 감상에 취한 예술의 도시, 빈의 시민들을 응시하다 답했다.
“그건, 빈의 시민들이 나중에 알아도 상관없는 문제지.”
이를테면, 나폴레옹과 유진이 프랑스로 돌아간 뒤에 말이다.
1806년 12월 21일,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기.
오스트리아가 완전히 멸망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