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20)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20화(421/547)
(420) 파리는 보나파르트의 혼사로 시끄럽다
2월의 파리는 겨울치고는 햇볕이 쨍쨍한 날씨다.
“개선하는 군인들을 맞이하기엔, 딱 좋은 날씨죠. 올케 언니.”
파리의 햇살을 즐기며, 커피를 마시던 오르탕스가 새침한 태도로 입술을 뗐다.
물론 듣고 있는 마리 테레즈 카페에게는 꽤 어색한 호칭이다.
왜냐하면 아직은 마리의 성이 보아르네나 혹은 보나파르트로 바뀐 적이 없으니까.
“마리라고 불러요, 오르탕스 황녀. 아직 정식으로 혼인한 것도 아닌데.”
“이제 곧 혼인할 거 아니에요? 솔직히 언니 나이가 몇이에요? 벌써 애를 셋은 낳았어야 할 나이라구요.”
“오르탕스, 콜록, 아니, 그건 좀.”
나름 침대는 남자와 같이 써도 명목상 처녀인 마리가 사레들릴 찰나, 오르탕스가 코웃음을 쳤다.
“설마 피임하고 있는 건 아니죠? 차라리 혼인 전에 애를 갖는 게 나아요. 혹시 오빠가 바람이라도 필지 누가 알아요? 아직도 폴린은 오빠를 호시탐탐 노리는 것 같던데.”
물론 마리는 유진이 바람을 피울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실 부친인 루이 16세가 바람을 피운 적이 없기 때문에, 마리는 남성에 대한 불신은 얕은 편이다.
허나 폴린이 유진을 노린다는 건 파리 사교계가 다 알고, 이집트에도 같이 다녀온 적도 있으니, 썩 유쾌한 얘기는 아니었다.
커피로 시선을 돌리며 마리가 대꾸했다.
“너무 그러지 말아요. 샤를이랑 요새 잘 만나는 것 같더군요.”
“불편하지 않아요? 연적의 시누이가 되는 게?”
“난 원수나 마찬가지였던 사람들과도 잘 지내요. 오히려 불편한 건 어머니를 시도 때도 만나러 오는 페르젠 백작이에요.”
그러자 오르탕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또 파리에 왔어요? 스톡홀름에는 원수가 할 일이 없나?”
물론 페르젠은 단순히 마리 앙투아네트만 보러 오는 것은 아니다.
현재 프랑스 제국은 단연 유럽 전체를 좌우하는 패권국가에 가깝다.
아직 영국과 러시아가 멀쩡하긴 하지만, 스웨덴이 프랑스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또한 페르젠이 파리에 와서 가장 먼저 찾는 게, 전임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인 것도 사실이다.
“디스비 2세를 선물하러 왔다더군요. 어제는.”
“2세? 아, 1세는 죽었죠. 벌써.”
“신대륙에 다녀온 사이에 그렇게 됐더라구요. 남에겐 성질이 나쁘지만, 우리 가족에겐 참 착한 아이였죠.”
죽은 왕실 애완견을 생각하며 마리가 감상에 젖을 찰나, 오르탕스가 커피잔을 소리내며 내려놓았다.
“개 따위는 잊어버려요. 중요한 건 혼인이라구요. 이번에는 반드시 밀어붙여야 해요. 저도 도울게요.”
“오르탕스, 왜 그렇게 열심이에요? 사실, 난, 유진이랑 음, 같이 지낼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해요.”
“나중에 애가 생겨도 그럴 거 같아요? 게다가, 난 어쩌라구요!”
마리가 낯을 붉히려다 눈을 깜박이자, 오르탕스가 이를 갈며 소리쳤다.
“오빠가 결혼하지 않았다는 핑계로, 엄마도 계속 미뤄요. 드제는 신대륙에서 편지만 보내고! 미칠 거 같아요. 차라리, 아무 남자 애나 베서 결혼이나 할까 봐요! 절름발이라도!”
요컨대 오르탕스는 지금 신대륙에 있는 드제 문제로 화가 잔뜩 난 상태다.
차라리 드제가 이별선언이라도 하면, 포기하든 자살소동이든 저지를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마성의 남자인 드제는 여전히 달콤한 편지를 매달 보내온다.
심지어 영국이 대서양 봉쇄를 하는 상황에서, 결사대를 보내면서까지.
그러니 더욱 다른 연애도 못하고 미쳐가고 있는 오르탕스를 보다, 마리가 한숨을 쉬었다.
“탈레랑하고 만난다고 들었는데, 정말인가 봐요?”
“왜요? 나이는 많지만 미혼이고, 태도는 우아하고, 미식가죠. 침대는 어떨지 모르지만.”
“오르탕스!”
문득 마리는 오르탕스를 향해 눈을 부릅떴다.
“왕가, 아니 황가의 딸은 정숙해야 합니다. 나라의 모범이 되어야 하고, 그 거취가 국가의 것임을 잊어선 안 돼요! 탈레랑이라니, 그 뱀 같은 사람을!”
물론 마리가 탈레랑을 싫어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예전 루이 16세의 목을 치라고 주장했던 정치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허나 결과적으로 루이 16세는 유진이 건넨 총으로 자결했으니, 이런 얘기를 공공연히 거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반면에 마리의 말을 전직 왕녀의 조언으로 들은 오르탕스는 콧방귀를 뀌었다.
“흥, 결혼하기 전부터 오빠랑 동거하는 새언니가 할 말은 아니네요.”
“난, 음, 이젠 왕녀가 아니잖아요?”
“벌써 잊었어요? 에스파냐 왕위 추정승계자로서 엄연히 아직도 왕녀시거든요? 에스파냐 사람들은 우리보다 훨씬 보수적이라던데.”
에스파냐 민중이 알게 되면 경악할 얘기를 꺼내다, 오르탕스가 고개를 돌렸다.
“어라, 이제야 왔나 보네요. 참, 파티에 불러놓고 늦게 오시긴.”
저 멀리, 퇼르리 궁전 앞으로 기마 근위대가 달려온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선두에 선 선전관, 이제 황제 수석부관이 된 루이 샤를 카페가 외쳤다.
“프랑스인의 황제, 레지옹 도뇌르의 그랑 메트르, 재건기사단의 그랑 메트르, 철관 기사단의 그랑 메트르이신 나폴레옹 폐하께서 오십니다!”
궁전 3층 발코니에서 그 광경을 보던 오르탕스는 코끝을 찌푸렸다.
“아유, 길기도 해라.”
“옛날 프랑스 왕들의 칭호는 더 길었어요.”
“그럼, 에스파냐 왕은 어때요?”
훨씬 더 길다는 답을 마리가 하기 전, 루이의 또 다른 외침이 들렸다.
“또한, 에스파냐 왕위 추정승계자의 약혼자이자, 누벨 프랑스의 부왕! 유진 전하께서도 오셨습니다!”
오르탕스는 눈에 이채를 띠며 말했다.
“어머나, 그래도 약혼자인 건 인정받긴 하나 보네요.”
어느새 마리의 시선은 기마대 한복판에 꽂혀 있었다.
황제 나폴레옹의 옆, 훌쩍 큰 장신의 청년이 보인다.
마리는 뗄 수 없는 뜨거운 시선으로 청년을 보다 눈물을 머금었다.
“그래요. 유진이 무사히 돌아왔군요.”
밤마다 무사귀환을 신에게 빌었던 시간도, 드디어 끝난 것이다.
***
호텔 드 브리안느, 후일 원역사에서는 국방부 장관의 처소가 되는 곳은 오늘도 소란하다.
“오늘, [파티]에서 중요한 결정이 있을 거란 얘기가 있어. 모두, 준비는 되어 있겠지?”
사실 이곳의 주인은 엉뚱하게도 [태후] 마담 레티치아다.
물론 나폴레옹의 제정은 입헌제정이고, 보나파르트 가문은 대대로 내려온 왕가가 아니다.
그렇기에 레티치아는 법적으로 아무런 권한도 칭호도 없다.
하지만 명목과 실질은 언제나 다른 법이고, 사람들은 레티치아를 이렇게 부른다.
메르 드 앙페르, 곧 황제의 모후라고.
허나 레티치아는 자신을 우러러 보는 이들 앞에서 권위나 권력을 행사하는 일 따위는 없다.
단지 황제가 주는 보조금과 유진이 지원해온 자산을 이용해, 금융가들과 친목을 다지며 [투자]하는 데만 몰두할 뿐이다.
이미 코르시카의 부동산 절반이 레티치아의 소유라는 소문이 파리에 돌 정도다.
현재도 샤토 드 퐁쉬르센이란 파리 근교의 성채를 갖고 있지만, 파리에 올 때는 허름한 호텔 드 브리안느를 이용하곤 한다.
셋째 아들 루시앙이 신대륙으로 떠나기 전, 파산한 사업가로부터 인수했다가 모친에게 맡기고 떠난 집이다.
당연히 이곳에 모여든 태후의 딸들, 황녀들은 마뜩찮은 얼굴이다.
“어머니, 중요한 결정이고 뭐고, 저택부터 바꾸시는 게 어때요? 파리 사교계에서 뒷말이 많아요.”
“엘리자, 네가 하급장교에 불과한 펠릭스 바치오키와 결혼한 게 더 뒷말이 많아! 바치오키는 어디 있니? 제복은 제대로 입고 왔어?”
“잔소리 안 하셔도, 그 정도는 제가 챙기거든요? 그리고 바치오키도 이젠 이탈리아 주둔군 장군이라구요!”
장녀, 엘리자와 레티치아가 다투는 소리에 차녀 폴린이 하품을 했다.
“엄마도 참, 소문이 왜 그렇게 느려요? 바치오키는 이제 문제도 아니에요.”
“그게 무슨 말이니, 폴린?”
“못 들으셨어요? 지금 엘리자 언니가 바이올리니스트랑 연애하고 있단 말이에요. 누구라고 했더라? 파가니니?”
니콜로 파가니니, 후세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 남은 저명한 음악가다.
허나 당대에는 이탈리아의 손꼽히는 바람둥이로 유명했다.
현재 엘리자가 남편과 함께 머물고 있는 프랑스군 주둔지, 루카에서 머무는 중이다.
물론 루카 제일의 귀부인인 엘리자 보나파르트가 파가니니의 손아귀에 걸려든 것도 이상할 건 없다.
레티치아에게는 기가 막힌 소리였지만 말이다.
“뭐라고? 세상에! 폴린도 하지 않은 짓을!”
“엄마! 난 얼마 전까진 처녀였다구요! 루이 샤를 말고는 아직, 잠자리까지 갔던 상대는 없어요! 키스는 많이 했지만.”
“입술을 내주는 건 정절을 내주는 게 아닌 줄 아니! 하여간, 엘리자! 제정신이냐? 네 오빠의 이름에 먹칠을 할 셈이냐!”
그러나 엘리자는 콧방귀만 뀔 뿐이었다.
“우리 잘나신 오라버니라면, 어차피 애인이 집의 포크 숫자보다 많잖아요? 그에 비하면 저야 아무것도 아니죠. 폴린도!”
레티치아는 땅이 꺼저라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이래서, 조세핀에게 아무 말도 못한다. 내 딸들이 이 모양이니!”
“왜 우리 핑계를 대세요? 그냥 조세핀이 애를 낳아서 그런 거죠.”
“시끄럽다!”
문득 레티치아가 나가던 길, 문짝을 후려치며 딸들, 특히 엘리자를 노려보았다.
“오늘, 중요 결정이 있다고 난 분명히 얘기했다. 그건, 아직 너희와 달리 혼사에 희망이 있는 카롤린의 일이야. 카롤린이 제대로 된 짝을 찾을 수 있을지, 오늘 결정된다!”
그때까지 뒤에서 눈치만 보던 카롤린이 낯을 붉혔다.
사실 유진이 이 광경을 봤다면 쓴웃음을 머금었을 것이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가장 먼저 올라간다던가.
카롤린이야말로, 원역사라면 뮈라를 먼저 낚아채고, 나아가 보아르네 일가를 중상모략하며, 막판에는 나폴레옹을 배신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지금 카롤린은 그저 혼인을 하고 싶은 처녀일 뿐이다.
“좋겠네. 마르몽이 오늘 기다리고 있다지?”
폴린이 놀리듯 묻자, 카롤린은 더욱 낯을 붉히며 대꾸했다.
“이번에, 예나에서 공적을 세웠다고 했어. 오빠도 높이 평가한대.”
“그런가? 하긴 유진이 일부러 마르몽을 데려간다는 얘기는 들었어. 너랑 혼인하고 싶으면 따라오라고 했다던데.”
“유진이 그랬어? 언니, 아직도 유진이랑 교류해?”
카롤린이 깜짝 놀라 묻고, 레티치아도 눈에 불을 켰다.
설마 폴린이 아직도 유진을 유혹하고 있는 걸까?
그러나 폴린은 시큰둥하게 대꾸할 뿐이었다.
“무슨 소리야? 당연히 교류하지. 난 한가한 너랑 달리 구호기사단 장교거든? 간호장교들 보내느라 회의를 했을 뿐이야.”
그때서야 레티치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발랑 까진 딸이긴 해도, 거짓말을 하지는 않을 테니까.
어쨌든 오늘 이제 막내딸의 혼사가 정해진다.
“자, 얘들아. 이제 가자!”
위풍 당당한 태도로 태후와 황녀들이 탄 마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퇼르리 궁전, 황제의 가족 리셉션이 열리는 장소로.
***
퇼르리 궁전은 아침부터 바삐 붐비고 있다.
“할머니!”
태후 레티치아가 도착하자, 가장 먼저 맞이한 사람은 다름 아닌 플로랑스였다.
“아이고, 우리 손녀! 잘 있었니?”
“예! 오늘, 아빠, 아니 폐하가 집에 왔어요!”
“궁전이라고 해야지, 우리 공주님.”
플로랑스가 레티치아와 부비적거릴 찰나, 그 뒤에서 우아한 어조로 한 여자가 인사했다.
“오셨어요, 어머님.”
황후 조세핀, 이 퇼르리 궁전의 안주인이다.
사실 태후가 궁전에 자주 오지 않는 이유는 조세핀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직 레티치아는 제멋대로 나폴레옹과 결혼한 조세핀을 완전히 용서하지 못했다.
허나 살짝 굳어지려는 표정이 플로랑스, 그리고 황후가 안고 있는 샤를-나폴레옹을 보자 풀어진다.
그때 레티치아의 시야에 또 다른, 마음에 걸리는 여자가 보였다.
“뭐니, 마리 공주도 오는 거니?”
“그래야죠. 유진의 약혼녀잖아요?”
“쯧, 아직 정식 혼인하지 않은 사람은 함부로 들이는 게 아니야. 어찌 될 줄 알구?”
레티치아는 조세핀과 달리 유진은 아낀다.
사실 굳이 빵을 먹인 정이 아니라도, 유능한 은행가를 항상 붙여주니 좋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끼는 양손자 유진이 이상한 여자에게 꽂혀 고생하는 듯하니, 레티치아가 달가워할 리가 없다.
그런데 정작 조세핀도 씁쓸히 웃으며 못마땅한 어조로 대꾸했다.
“제가 무슨 힘이 있나요. 유진이, 제멋대로 데려온 거죠.”
그 말을 들은 레티치아는 실소했다.
“어쩐지, 그건, 우리 둘 다 같은 것 같구나.”
“예?”
“그럼,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를 같이 만나러 갈까?”
서로 마음을 완전히 열지 않더라도 두 여자는 공통점이 있다.
한 남자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는 거다.
선전관이자 수석부관, 루이 샤를이 홀에 들어와 외쳤다.
“황제 폐하가 들어오십니다!”
이제 보나파르트, 보아르네, 부르봉 일가가 한데 모인 파티가 시작되었다.
황제가 주최하고 일가가 모여, 가족의 일상과 [혼사]를 논하는 파티.
보통 가족이라면 그저 흔한 행사에 불과하지만, 이것은 황실의 가족 모임.
요컨대, 혼사가 프랑스 제국을 흔들 수도 있는 파티가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