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21)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21화(422/547)
(421) 나폴레옹은 정략결혼을 좋아한다
퇼르리 궁전 홀에 보나파르트 일가가 간만에 집결했다.
“간만에 우리 가족이 다 모였군. 하하하!”
황제, 나폴레옹이 껄껄 웃었다.
사실 입헌제정의 황제로서 나폴레옹이 해야 할 일은 많다.
의회 승전보고, 내각 소집 및 전후처리 인준, 그리고 시민들에게 승전 포고를 하는 일까지 말이다.
허나 개선식으로 이 모든 절차를 대체한 후, 가족 모임부터 가진 것이다.
그간 보지 못했던 샤를 나폴레옹과 플로랑스를 보니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이다.
물론 나폴레옹의 귀환을 순수하게 바라보는 애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득 오르탕스가 새침을 떼며 물었다.
“아버지, 그럼 마리 왕녀도 우리 가족으로 인정해 주시는 거죠?”
그 순간, 홀이 살짝 얼어붙었다.
마리 테레즈는 부왕 유진의 바로 옆에 서 있다.
사실, 이 자리는 어디까지나 황제의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다.
아직 마리는 유진과 정식으로 혼인하지 못했다.
제정 탄생 이후, 혁명 정신이 퇴색한다며 자코뱅 출신 의원들이 성토하는 경우가 잦다.
한데 구왕실의 직계 공주인 마리는 혁명이 제거해야 할 부르봉의 상징이다.
과연 가족도 아닌데 이 자리에 있어도 되는 걸까?
일순, 나폴레옹이 호탕하게 웃었다.
“당연하지. 심지어, 짐은 약혼도 하지 않은 마르몽까지 불렀다!”
그 말에 살짝 낯을 찌푸리던 레티치아가 입맛을 다셨다.
본래 원역사라면 레티치아나 그 딸들은 모두 보나파르트가 아닌 황족을 배척한다.
황족이 보나파르트인데 그렇지 않은 자가 누구일까?
보아르네 가문으로 불리는 이들이다.
유진, 오르탕스, 그리고 무엇보다 조세핀.
이들이 나폴레옹의 상속권을 가져갈까 두려워, 보나파르트 일가는 엄청난 공세를 퍼붓는다.
실로 조세핀이 불임이라는 걸 입증하기 위해 일부러 [애첩]을 우대하는 사건이 벌어졌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황후 조세핀이 나폴레옹의 친자, 둘을 낳았다.
플로랑스, 그리고 샤를 나폴레옹.
특히 후계자로 가장 유력한 샤를의 탄생은 정치적으로도 중요했지만, 레티치아의 마음에도 큰 파문을 일으켰다.
나아가 엘리자나 폴린, 카롤린에게도 결국 친조카다.
핏줄을 중시하는 게 코르시카의 전통이라면, 반대로 핏줄이 이어진 이가 존재할 때는 적개심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유진을 여전히 좋아하는 폴린이 아니라도, 다른 보나파르트 일가도 친밀감 정도는 있다.
반면, 엉뚱하게 지목당한 마르몽은 뒤에서 경호병처럼 서 있다가 눈을 굴리며 답했다.
“어, 폐하. 저는 그냥 시중을 들러 온 것입니다만.”
“시끄러! 카롤린, 어떠냐. 마르몽과 결혼할 생각이 있긴 한 거냐?”
“폐, 폐, 폐하!”
마르몽은 당황했지만, 카롤린은 고개를 파뜩 들었다.
“오, 오라버니가, 허락해주신다면, 다, 당연히 생각이 있죠. 다만.”
“다만? 뭐냐?”
“설마하니 제 남편을 고작 사단장에 머무르게 하시진 않겠죠? 오라버니?”
홀에 있던 보나파르트 일가와 그 관계자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오늘의 가장 큰 이벤트는 레티치아가 강조하던 대로 카롤린의 혼사가 맞다.
나폴레옹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정치적 부담 없이 결정할 수 있는 결혼이기 때문이다.
반면 나폴레옹이 가장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혼사기도 했다.
예컨대 엘리자만 해도 바치오키와 결혼하는 바람에 나폴레옹의 눈밖에 나버렸다.
그래도 그쪽은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기 전에 저지른 일이다.
하지만 카롤린은 이미 황제가 된 나폴레옹의 동생이고, 마르몽은 일개 사단장에 불과하다.
아직 기반이 약한 보나파르트 가문을 혼사를 통해 강화시키려는 게 나폴레옹의 생각이다.
허나 이 생각을 관철시킨 결혼은 합스부르크 가문과 진행된 루이의 혼인뿐이었다.
정작 일찍 결혼한 형 조세프부터, 막내동생까지 하나도 제대로 된 정략결혼이 없었던 것이다.
조금 짜증이 섞인 눈빛으로 카롤린을 보던 나폴레옹이 되물었다.
“무슨 자리를 원하는 거냐?”
“최소한 승진은 시켜주셔야죠. 루이 오라버니처럼 공작은 못 주셔두, 엘리자 언니처럼 도시 통치자는 해주실 수도 있잖아요?”
“넌 국가 통치가 애들 선물이라도 되는 줄 아는 거냐?”
아주 잠깐 사이, 분위기가 냉각되려는 찰나였다.
“상급대장 직위와 홀란드 수비군 사령관이 좋을 것 같습니다.”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유진이 와인잔을 홀짝이며 싱긋 웃고 있었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나폴레옹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홀란드? 네덜란드, 아니 바타비아의 수도권 아니냐?”
“명목상 공화국이긴 하지만, 프랑스의 세력권 아닙니까? 차차 스위스처럼 프랑스 속국으로 만들 필요가 있죠.”
“하기야, 지금 세습통령이 비어 있는 상황이지?”
문득 마르몽이 눈을 번뜩였다.
“허락하신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폐하!”
실로 천우신조의 기회, 어쩌면 구 네덜란드의 통치자가 될 수도 있다는 직감을 한 것이다.
언뜻 엄청난 파격인 것 같지만, 사실 마르몽의 지위는 특별하다.
옛날 마르세유에서 보나파르트 일가가 영락했던 시절부터 집안을 드나들며, 레티치아에게 귀여움을 받던 처지다.
또한 보나파르트 가문은 섬사람 특유의 문화가 있다.
혈족이나 인척 외에도 양자처럼 여기는 이들도 가족으로 여기는 관습이랄까.
이 테두리 안에 들어가는 이들로 유진, 마르몽, 쥐노, 뒤로크, 그리고 엉뚱하게 이폴리트가 들어간다.
당연히 주로 레티치아가 직접 빵을 해먹인 이들이다.
그중에서 쥐노는 역시 레티치아가 가족처럼 여기던 페르몽 일가의 로르와 결혼을 앞두고 있기도 했다.
본래 원역사라면 뮈라가 이 테두리 안에 들어오지만, 지금은 마르몽이 카롤린과 혼인하게 되었다.
그러니 이른바 [로열 패밀리]에 들어오게 되는 게, 꼭 이상한 일은 아닌 셈이다.
“좋아. 그렇게 하지! 결혼식 날짜는 어머니랑 자네 부모님이 얘기해서 정하도록 해. 참.”
문득 나폴레옹이 살짝 안달이 나 있던 황후 조세핀을 돌아보았다.
“좋아. 참, 이번에 바덴 변경백의 공자를 봤소. 카를 루드비히였나? 괜찮게 생겼더군.”
그러자, 조세핀이 눈을 반짝였다.
“스테파니의 혼처로 나쁘지 않겠죠?”
“지금은 라인 서안을 빼앗겨서 나쁘지. 하지만, 합스부르크 가문의 라인 동안 영지를 주면, 상황이 달라질 거요.”
“다행이군요!”
스테파니는 유진의 부친, 알렉상드르의 사촌이 낳은 딸이다.
그러나 대혁명 때, 부모를 잃고 사실상 조세핀의 슬하에서 자라왔다.
간혹 유진이 마리의 시녀로 쓴 적도 있는데, 이제 17살이 되어 결혼을 준비할 때가 된 것이다.
그런데 문득 유진이 입을 열었다.
“그건 제가 반대합니다. 폐하.”
다시, 홀의 분위기가 냉각되기 시작했다.
***
우선 스테파니부터 낯이 창백하게 질렸다.
“오빠!”
육촌 정도이긴 하지만, 그리 친족이 많지 않은 보아르네 가문이다.
또한 아주 어린 시절부터 조세핀이 키운 탓에 스테파니는 유진이 친숙한 편이다.
한데 어째서 스테파니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혼사를 유진이 막는 걸까?
“유진. 왜 이러니!”
레티치아도 놀라 유진에게 낮게 다그쳤다.
사실 유진이야말로 혼사에 있어, 나폴레옹의 뜻에 어긋나게 살아왔다.
나폴레옹이 부르봉을 좋아할 이유도 없고, 마리와의 혼인을 반겼던 것도 아니다.
갑자기 에스파냐 왕위 승계자들이 폭사하는 사건이 벌어진 바람에, 유진과 마리를 약혼시키는 미봉책으로 대응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혼사 문제에 유진이 나선다면, 나폴레옹도 당연히 생각할 수밖에 없다.
유진의 혼사는 내버려둬도 될까?
하지만 모두가 두려워하며 나폴레옹을 보았을 때, 의외의 표정을 보았다.
나폴레옹이 웃고 있었던 것이다.
“왜냐? 스테파니에게 결코 나쁜 혼처가 아닌데? 오히려 로슈자클랭과 혼인하기로 한 에밀리보다 좋은 혼처다.”
유진도 나폴레옹을 보며 싱긋 웃었다.
홀에 있던 보나파르트, 보아르네, 부르봉 일가의 사람들은 모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나폴레옹은 자신의 의사에 반대하는데 화를 내지 않고, 유진은 나폴레옹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걸까?
문득 유진이 침착하게 설명했다.
“바덴 대공가는 후손이 귀한 집안입니다. 당장 카를 루드비히 공자의 부친만 해도 마차 사고사로 죽었죠. 그런 불운한 가문에 스테파니를 보낼 수는 없습니다.”
“뭐? 불운? 하하하! 핑계가 좋구나. 그렇다 치자. 혹시 바이에른 공자 루드비히를 원하는 거냐?”
“그럴리가요. 바이에른의 비텔스바흐 가문도 썩 좋은 혼처는 아닙니다. 대대로, 광인이 나오기로 유명하죠.”
전혀 말도 안 되는 핑계다.
그러나 어처구니없게도, 유진이 말한 것은 전부 역사적 사실이다.
바덴 대공가는 대대로 불운이 가득하고, 카를 루드비히는 정치적으로 불운하며, 또한 바람까지 피운다.
바이에른 대공가인 비텔스바흐 가문은 미남미녀로 유명하나, 광인이 많은 유전적 자질도 갖고 있다.
게다가 현 바이에른 대공의 후계자인 루드비히 폰 비텔스바흐는, 원역사에서 유명한 배우 스캔들을 일으킨다.
이른바 롤라 몬테즈 스캔들이다.
롤라는 19세기 중엽, 유명한 여배우인데, 대공이 롤라에게 빠져 정치는 도외시하고 여색에만 집중하다가, 대공위에서 쫓겨난다.
유진은 이런 아무도 믿지 않을 진실 대신, 싱긋 웃으며 다른 제안을 던졌다.
“둘 다 아닙니다. 저는 폐하께서 외국의 제후보다, 자국의 장군을 선택하길 원합니다.”
“장군이라면, 누가 좋겠나?”
“글쎄요.”
문득, 유진이 자신의 뒤에 서 있던 수석부관을 돌아보았다.
“제 오랜 친구인 이폴리트 샤를도 나쁘지 않겠죠.”
그때까지 흥미진진하게 상황을 구경하던 이폴리트가 눈을 부릅떴다.
“나?”
그러자, 나폴레옹도 껄껄 웃으며 손뼉을 쳤다.
“오호, 그래. 전부터 이폴리트도 짐은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었지. 하하핫!”
물론 스테파니도, 이폴리트도 어이없는 얼굴이 되었지만 말이다.
그때, 마리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바로 옆에 서 있던 유진과 나폴레옹이 서로를 응시하는 눈길에서.
마치, 서로 눈으로 대화하듯, 혹은 탐색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
옛 오를레앙 궁전, 이제는 통칭 [보아르네궁]으로 불리는 궁전 침실에서, 머리를 빗던 마리가 웃으며 말했다.
“이폴리트가 죽을 상이던데, 유진.”
침대에 누워 마리의 자태를 구경하던 유진이 콧방귀를 뀌었다.
원역사든 현재든 이폴리트가 하는 짓에 비하면, 결혼하라는 건 오히려 상에 가깝다.
어쨌거나 16살 연하의 미녀와 결혼하라는 게 아닌가?
게다가 스테파니를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는 게, 사실 나폴레옹의 원역사 바람 상대 중 하나가 스테파니이기 때문이다.
“이폴리트도 이제 정착할 나이야. 벌써 33살인데, 언제까지 사교계의 바람둥이로만 살 수는 없잖아.”
“스테파니 의향은 안 물어봤잖아. 아직 17살이고 꿈도 많을 텐데.”
“우리 공주님이 갑자기 왜 연애결혼 타령이람? 왜, 나랑 정략 약혼해서 불만 있어?”
유진이 놀리듯 묻자, 마리가 정색하며 다가섰다.
“아직 결혼이 아니라서, 불안해. 언제 아기가 생길지도 모르는데.”
잠시, 눈을 크게 뜨던 유진이 싱긋 웃으며 마리를 껴안았다.
“그게 불안했어? 뭐, 조만간 싫어도 나랑 결혼해야 할걸?”
“약탈자 같은 말투는 또 뭐람? 왜?”
“너희 부르봉 가문에 문제가 생겼거든. 에스파냐식으론 보르본인가?”
유진은 마치 시장에서 문제가 생기기라도 했다는 듯, 심상한 말투로 엄청난 기밀을 말했다.
“페르난도 7세, 네게는 먼 숙부뻘 되는 전임 시칠리아 왕이 잡혔어. 파리로 압송 중이야.”
“뭐?”
“그러니까, 에스파냐에 새로운 [왕]을 거론할 때가 된 거야.”
실은 이게 진짜 이유다.
나폴레옹이 오늘, 유진의 혼사를 꺼내려다 거론하지 못했던 사유.
두 사람이 오늘 서로를 계속 주시했던 원인이다.
유진이 놀란 마리를 보며 말했다.
“에스파냐, 왕위 추정계승자, 마리 왕녀님.”
이제 에스파냐의 왕위 승계가 파리의 정국을 강타할 때가 온 것이다.